<상반기 결산> ‘실적-연봉 반비례’ 논란의 대기업 CEO 공개

성과 없는 사장님 월급은 꼬박꼬박 ‘억’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 높은 연봉을 챙겨간 CEO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급여, 상여금, 퇴직금 그리고 설, 추석 귀향비 등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받은 CEO들을 공개한다.

 
기업 임원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선망의 직위다. 임원이 되면 회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억’ 소리 나는 연봉이 단연 최대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8일 재계 정보 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보고서를 제출한 2304개 사(비상장사 594개 사 포함)를 대상으로 보수총액을 분석한 결과, 5억원 이상 보수(퇴직금)를 받은 임원은 총 227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92명)과 비교하면 35명이 늘어난 수치다.

‘억’ 소리 나는
두둑한 연봉킹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다. 유 회장은 총 154억2200만원을 받아 전체 1위에 올랐다.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데 따른 퇴직금 86억9400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유 회장이 받은 금액의 대부분은 퇴직금이다. 수백억의 퇴직금을 챙기면서 경영권을 놓지 않는 행태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위에 오른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퇴직금 83억6400만원을 포함해 총 104억9500만원을 받았다. 3위 박장석 전 SKC 부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48억6500만원을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24억과 18억을 받아 42억원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장세주 전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40억7700만원을 받았다. 급여 12억3600만원, 올 초 동국제강에 합병된 유니온스틸의 퇴직금 21억1000만원, 기타근로소득 3억3100만원 등이 더해진 금액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에서 16억5126만원, 한진칼 15억2665만원, (주)한진 7억1055만원 등을 받아 총 38억8846만원의 보수를 받아 6위에 올랐다.
 
‘조선 빅3’ 대우조선·현대중·삼성중 적자
높은 연봉에 성과급까지 챙긴 철면피 임원
 
서경석 전 GS그룹 부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37억6200만원을 받아 7위에 올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상여금 15억5000만원을 포함해 총 34억3000만원을 받아 8위에 올랐다. 손석원 전 한화토탈 사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30억2600만원을 받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급여 10억4200만원, 상여금 18억8600만원, 기타 근로소득 2200만원 등 총 29억5000만원을 받아 10위에 올랐다. 국내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가장 많은 금액을 급여로 받았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전 부회장은 급여 2억500만원, 기타근로소득 4억6800만원, 퇴직금 21억2600만원 등 총 27억9900만원을 받아 11위에 올랐다.
 
 
경영권 분쟁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2억5000만원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8억원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퇴직금 13억6300만원을 포함해 14억8800만원을 받았다.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의장은 16억8500만원을 받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6억4000만원, 현대엘리베이터 10억3100만원 등을 각각 지급받아 총16억7100만원의 금액을 수령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5억원을 받았다.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는 11억1100만원을 받았다. 권영수 전 사내이사는 9억300만원을 받았다. 이유일 쌍용자동차 부회장은 7억9400만원을 받았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올 상반기 13억92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에게 올 상반기 13억9100만원 급여를 지급했다. 황창규 KT회장은 9억3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수조 적자 내도
“챙길 건 챙긴다”
 
은행권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가 급여 3억6000만원과 지난해 연간 성과평가에 따른 단기성과급 3억5000만원, 2012~2014년까지의 평가에 따른 장기성과급 1억6200만원 등 총 8억7200만원의 급여를 받아 연봉킹에 올랐다. 증권사에서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급여 4억원, 성과급 8억원을 받아 연봉킹에 올랐다. 유통업계에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14억1200만원을 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1억2300만원을 받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7억5000만원을, 최양하 한샘 회장은 12억291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상반기에 13억6000만원의 연봉을 받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 연봉은 지난해 상반기(11억4000만원)에 비해 약 2억2000만원 증가했다. 정진 셀트리온 대표는 5억8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5억원 미만이라 공시의무에서 제외됐지만 올해 5억원을 뛰어넘어 공시됐다. 김상현 네이버 대표이사는 16억3800만원을 받았다. 이해진 의장은 5억7600만원,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억3000만원을 수령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16억원을 받았다.
 
올해 대기업 주요총수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연봉공개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은 등기이사로 등재되지 않아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연봉을 챙겨간 CEO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재호 전 사장에게 퇴직금을 포함해 21억원 이상을 지급했다. 고 전 사장 임기 당시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을 고려하면 과도한 보수 책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7일 대우조선해양이 발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임기를 마치고 지난 3월 사장직에서 물러난 고재호 전 사장은 3개월 치 급여와 퇴직금 등으로 21억5400만원을 받았다. 급여 2억1100만원, 상여금 1억3300만원, 기타 3억500만원, 퇴직금 15억500만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보고서에서 고 전 사장의 상여금 지급과 관련해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장기발전기반을 마련하였고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험관리 및 경영관리협력이 원활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위성이다.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업계에 충격을 줬다. 고 전 사장은 전임 남상태 사장이 ‘연임 로비’ 등 구설수 속에 물러난 상황에서 내부 출신 사장으로 주목을 받으며 지난 2012년 취임한 이래 올 상반기까지 3년의 임기를 채웠다.
 
고 전 사장 임기 중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2012년 14조578억원, 2013년 15조3052억, 지난해 16조7862억원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동종업계 경쟁자인 현대중공업과 비교됐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수조원대 적자로 신음했기 때문이다.
 
회사 어려운데 경영진은 ‘돈잔치’
부진하자 스스로 연봉 깎은 임원도
 
하지만 고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나고 사정이 달라졌다. 정성립 신입 사장은 취임 후 경영 전반에 대한 실사를 통해 그동안 누락된 손실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손실은 고스란히 2분기 경영 지표에 반영돼 무려 3조원에 이르는 적자가 기록됐다. 고 전 사장 임기 때 무리한 선박 및 해양플랜드 수주에 따른 결과였다.
 
이후 고 전 사장이 대규모 손실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은 고 전 사장에게 21억5400만원을 지급했다. 고 전 사장이 이처럼 두둑한 급료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임기 동안 발생한 손실이 반영되지 않은 경영지표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등기 이사와 감사 등 8명은 지난해 평균 2억14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현대중공업도 실적과 무관하게 연봉잔치를 벌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3조원의 적자를 내며 실적 부진에 빠진 바 있다. 이재성 전 회장과 김외현 전 사장이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재성 전 회장은 급여 4억4100만원, 상여금 2억5800만원, 퇴직금 24억3500만원 등 총31억34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설, 추석 귀향비로도 월급의 50%를 지급받았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해 급여 7억600만원, 상여금 3억3400만원 등 총 10억4700만원을 받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7375만원이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평균 7527만원으로 연봉이 가장 높았고 대우조선이 74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삼성중공업이 7200만원을 받았다. 이들 연봉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10위권에 드는 액수로 높은 수준의 급료다. 3사의 평균 연봉에는 계약직 등의 급여도 포함돼 계산된 것이어서 실제로 정규직 직원들이 받는 돈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선박 2000억 달성을 기념해 직원 1인당 100만원의 격려금과 퇴직위로금 등 총 967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대의 부실을 털어낸 후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을 거쳤다. 임원수의 31%를 감축한 데 이어 올 초에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해 13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 결과 2분기 기준 손실이 171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상여·퇴직금에
특별보너스까지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도 담화문을 통해 “고용불안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 순환보직 등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또한 임원감축과 비효율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임원을 제외한 직원 감원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장들은 십수억원 급료 돈잔치를 벌이고 일반 사원들은 구조조정 한파에 벌벌 떨게 생겼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0개 업종별 단체와 공동으로 ‘2015년 산업기상도’(맑음-구름조금-흐림-비 순)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조선·업종은 불황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흐림’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해운 업황 불황에 따른 발주물량 축소에 이어 저유가로 인한 해양플랜트 사업 실적 부진 등으로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의 도전에 조선산업 세계 1위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적과 반비례하는 일부 CEO들의 상반기 연봉을 두고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해 주요그룹의 등기임원 가운데 가장 높은 보수를 챙겨 화제가 됐던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신 사장은 올 상반기 16억4000만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3억4500만원의 7분의1수준이다.
 
17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 사장은 급여 8억6400만원, 상여 7억6800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가전부문을 맡은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은 상반기 급여 8억6400만원, 상여 7억68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800만원 등 총 16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윤 사장도 작년 같은 기간(22억5600만원)보다 연봉이 26.9%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의 김창근 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은 올해 상반기 16억8500만원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억원이 줄었다.

허리띠 졸라매는
직원들은 한숨만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의 연봉도 전년대비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최 대표에게 올해 상반기 급여 2억5000만원, 상여금 6억4244만원, 기타1491만원 등 총 9억735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최 대표가 받은 상반기 연봉 11억224만원보다 17.6% 감소한 수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2분기 140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지난해 2분기 450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삭감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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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