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실적-연봉 반비례’ 논란의 대기업 CEO 공개

성과 없는 사장님 월급은 꼬박꼬박 ‘억’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 높은 연봉을 챙겨간 CEO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급여, 상여금, 퇴직금 그리고 설, 추석 귀향비 등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받은 CEO들을 공개한다.

 
기업 임원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선망의 직위다. 임원이 되면 회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억’ 소리 나는 연봉이 단연 최대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8일 재계 정보 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보고서를 제출한 2304개 사(비상장사 594개 사 포함)를 대상으로 보수총액을 분석한 결과, 5억원 이상 보수(퇴직금)를 받은 임원은 총 227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92명)과 비교하면 35명이 늘어난 수치다.

‘억’ 소리 나는
두둑한 연봉킹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다. 유 회장은 총 154억2200만원을 받아 전체 1위에 올랐다.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데 따른 퇴직금 86억9400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유 회장이 받은 금액의 대부분은 퇴직금이다. 수백억의 퇴직금을 챙기면서 경영권을 놓지 않는 행태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위에 오른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퇴직금 83억6400만원을 포함해 총 104억9500만원을 받았다. 3위 박장석 전 SKC 부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48억6500만원을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24억과 18억을 받아 42억원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장세주 전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40억7700만원을 받았다. 급여 12억3600만원, 올 초 동국제강에 합병된 유니온스틸의 퇴직금 21억1000만원, 기타근로소득 3억3100만원 등이 더해진 금액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에서 16억5126만원, 한진칼 15억2665만원, (주)한진 7억1055만원 등을 받아 총 38억8846만원의 보수를 받아 6위에 올랐다.
 

‘조선 빅3’ 대우조선·현대중·삼성중 적자
높은 연봉에 성과급까지 챙긴 철면피 임원
 
서경석 전 GS그룹 부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37억6200만원을 받아 7위에 올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상여금 15억5000만원을 포함해 총 34억3000만원을 받아 8위에 올랐다. 손석원 전 한화토탈 사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30억2600만원을 받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급여 10억4200만원, 상여금 18억8600만원, 기타 근로소득 2200만원 등 총 29억5000만원을 받아 10위에 올랐다. 국내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가장 많은 금액을 급여로 받았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전 부회장은 급여 2억500만원, 기타근로소득 4억6800만원, 퇴직금 21억2600만원 등 총 27억9900만원을 받아 11위에 올랐다.
 
 
경영권 분쟁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2억5000만원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8억원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퇴직금 13억6300만원을 포함해 14억8800만원을 받았다.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의장은 16억8500만원을 받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6억4000만원, 현대엘리베이터 10억3100만원 등을 각각 지급받아 총16억7100만원의 금액을 수령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5억원을 받았다.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는 11억1100만원을 받았다. 권영수 전 사내이사는 9억300만원을 받았다. 이유일 쌍용자동차 부회장은 7억9400만원을 받았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올 상반기 13억92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에게 올 상반기 13억9100만원 급여를 지급했다. 황창규 KT회장은 9억3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수조 적자 내도

“챙길 건 챙긴다”
 
은행권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가 급여 3억6000만원과 지난해 연간 성과평가에 따른 단기성과급 3억5000만원, 2012~2014년까지의 평가에 따른 장기성과급 1억6200만원 등 총 8억7200만원의 급여를 받아 연봉킹에 올랐다. 증권사에서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급여 4억원, 성과급 8억원을 받아 연봉킹에 올랐다. 유통업계에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14억1200만원을 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1억2300만원을 받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7억5000만원을, 최양하 한샘 회장은 12억291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상반기에 13억6000만원의 연봉을 받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 연봉은 지난해 상반기(11억4000만원)에 비해 약 2억2000만원 증가했다. 정진 셀트리온 대표는 5억8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5억원 미만이라 공시의무에서 제외됐지만 올해 5억원을 뛰어넘어 공시됐다. 김상현 네이버 대표이사는 16억3800만원을 받았다. 이해진 의장은 5억7600만원,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억3000만원을 수령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16억원을 받았다.
 
올해 대기업 주요총수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연봉공개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은 등기이사로 등재되지 않아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연봉을 챙겨간 CEO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재호 전 사장에게 퇴직금을 포함해 21억원 이상을 지급했다. 고 전 사장 임기 당시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을 고려하면 과도한 보수 책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7일 대우조선해양이 발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임기를 마치고 지난 3월 사장직에서 물러난 고재호 전 사장은 3개월 치 급여와 퇴직금 등으로 21억5400만원을 받았다. 급여 2억1100만원, 상여금 1억3300만원, 기타 3억500만원, 퇴직금 15억500만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보고서에서 고 전 사장의 상여금 지급과 관련해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장기발전기반을 마련하였고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험관리 및 경영관리협력이 원활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위성이다.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업계에 충격을 줬다. 고 전 사장은 전임 남상태 사장이 ‘연임 로비’ 등 구설수 속에 물러난 상황에서 내부 출신 사장으로 주목을 받으며 지난 2012년 취임한 이래 올 상반기까지 3년의 임기를 채웠다.
 
고 전 사장 임기 중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2012년 14조578억원, 2013년 15조3052억, 지난해 16조7862억원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동종업계 경쟁자인 현대중공업과 비교됐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수조원대 적자로 신음했기 때문이다.
 
회사 어려운데 경영진은 ‘돈잔치’
부진하자 스스로 연봉 깎은 임원도
 
하지만 고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나고 사정이 달라졌다. 정성립 신입 사장은 취임 후 경영 전반에 대한 실사를 통해 그동안 누락된 손실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손실은 고스란히 2분기 경영 지표에 반영돼 무려 3조원에 이르는 적자가 기록됐다. 고 전 사장 임기 때 무리한 선박 및 해양플랜드 수주에 따른 결과였다.
 
이후 고 전 사장이 대규모 손실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은 고 전 사장에게 21억5400만원을 지급했다. 고 전 사장이 이처럼 두둑한 급료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임기 동안 발생한 손실이 반영되지 않은 경영지표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등기 이사와 감사 등 8명은 지난해 평균 2억14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현대중공업도 실적과 무관하게 연봉잔치를 벌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3조원의 적자를 내며 실적 부진에 빠진 바 있다. 이재성 전 회장과 김외현 전 사장이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재성 전 회장은 급여 4억4100만원, 상여금 2억5800만원, 퇴직금 24억3500만원 등 총31억34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설, 추석 귀향비로도 월급의 50%를 지급받았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해 급여 7억600만원, 상여금 3억3400만원 등 총 10억4700만원을 받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7375만원이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평균 7527만원으로 연봉이 가장 높았고 대우조선이 74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삼성중공업이 7200만원을 받았다. 이들 연봉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10위권에 드는 액수로 높은 수준의 급료다. 3사의 평균 연봉에는 계약직 등의 급여도 포함돼 계산된 것이어서 실제로 정규직 직원들이 받는 돈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선박 2000억 달성을 기념해 직원 1인당 100만원의 격려금과 퇴직위로금 등 총 967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대의 부실을 털어낸 후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을 거쳤다. 임원수의 31%를 감축한 데 이어 올 초에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해 13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 결과 2분기 기준 손실이 171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상여·퇴직금에
특별보너스까지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도 담화문을 통해 “고용불안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 순환보직 등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또한 임원감축과 비효율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임원을 제외한 직원 감원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장들은 십수억원 급료 돈잔치를 벌이고 일반 사원들은 구조조정 한파에 벌벌 떨게 생겼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0개 업종별 단체와 공동으로 ‘2015년 산업기상도’(맑음-구름조금-흐림-비 순)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조선·업종은 불황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흐림’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해운 업황 불황에 따른 발주물량 축소에 이어 저유가로 인한 해양플랜트 사업 실적 부진 등으로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의 도전에 조선산업 세계 1위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적과 반비례하는 일부 CEO들의 상반기 연봉을 두고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해 주요그룹의 등기임원 가운데 가장 높은 보수를 챙겨 화제가 됐던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신 사장은 올 상반기 16억4000만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3억4500만원의 7분의1수준이다.
 
17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 사장은 급여 8억6400만원, 상여 7억6800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가전부문을 맡은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은 상반기 급여 8억6400만원, 상여 7억68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800만원 등 총 16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윤 사장도 작년 같은 기간(22억5600만원)보다 연봉이 26.9%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의 김창근 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은 올해 상반기 16억8500만원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억원이 줄었다.

허리띠 졸라매는
직원들은 한숨만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의 연봉도 전년대비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최 대표에게 올해 상반기 급여 2억5000만원, 상여금 6억4244만원, 기타1491만원 등 총 9억735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최 대표가 받은 상반기 연봉 11억224만원보다 17.6% 감소한 수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2분기 140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지난해 2분기 450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삭감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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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