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최태원 광폭행보 막전막후

회장님 돌아오니 활기가 넘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역대 재벌 총수 중 최장인 2년7개월(926일)간의 긴 수형생활을 마치고 ‘광복절특사’로 돌아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경기활성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뉴 SK 비전’을 내놨다. 최 회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경영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주말도 반납한 채 광폭행보를 보이며 경영활성화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절제된 사면’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날 14일 오전 0시5분께 경기 의정부교도소 광복절 특사 출소자 43명 중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손에 성경책을 들고 밝은 미소를 보였다. 926일 만이었다.

‘뉴 SK 비전’
투자·고용 확대
 
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사면 받은 김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고 감사하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SK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SK그룹과 최 회장 가족들은 오너의 사면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해 연봉 301억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187억원을 옥중 기부했다. 이번 사면과 복권으로 최 회장은 주요 계열사 등기 이사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은 출소 직후 본사인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 들러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경영진을 만났다. 연휴 기간이었던 15일과 16일에도 출근해 그룹의 위기 극복 현황과 국가 경제 활성화 기여방안, 창조경제혁신센터 현황 등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는 김 의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영태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지동섭 통합사무국장 등 10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도 위기를 극복해 온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최 회장이 풀려나면 종합검진을 받는 등 수감생활 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악화된 건강부터 챙길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출소 직후부터 업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책임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일단 최 회장의 출소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17일 최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쉴 시간이 없다”며 “절박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날부터 본격적인 강행군에 돌입했다. SK그룹은 최 회장 주재로 첫 ‘확대 경영회의’를 열고 경제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산업계의 두뇌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현재 건설 중인 공장의 장비투자 및 2개의 신규공장 증설 등에 46조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 회장은 투자 집행시기를 앞당기고 계획보다 투자규모를 늘리는 ‘획기적 투자확대’ 방안을 주문했다. SK전략위원회에 반도체 분야 46조원 검토안에 에너지와 화학, 정보통신 부문 투자를 확대해야한다고 요청했다.
 
최 회장은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 활성화 관점에서는 현 경영환경의 제약요건에서 과감히 탈피해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공격적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 외에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의 투자확대 방안도 빠른 시일 안에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경영여건, 힘든 환경 아래 내가 앞서서 풍상을 다 맞을 각오로 뛰겠다”면서 그룹의 전 구성원이 힘을 합칠 것을 당부했다.

926일 공백 무색
거침없는 강행군
 
SK그룹은 향후 수년간 반도체를 중심으로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등 5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정철길 사장은 투자가 시급한 반도체 분야에서 향후 신규 공장 2곳을 완공할 때까지 46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현재 건설 중인 경기도 이천의 M14 반도체 생산라인의 장비투자와 2개의 신규공장 증설에 이 같은 규모의 금액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18일 최 회장은 계열사 공장이 아닌 대전과 세종시, 충북 등 3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선택했다. 대전·세종·충북 창조센터를 첫 현장 방문지로 택한 것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SK그룹은 “최 회장이 대전·세종센터에서 추진 중인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반시설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지원책을 점검하고 확인하기 위해 창조센터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대전 혁신센터를 찾아 “창조경제 분야에서도 현재 속도와 범위보다 더 큰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개소 당시 “창조경제의 성과가 조기에 나올 수 있도록 SK가 갖고 있는 전 역량을 다해 추진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대전 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 사무실을 찾아 직원들과 인사한 뒤 입주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광복절특사로 2년7개월만에 경영 복귀
쉬지 않고 바로 출근…무리한 일정 소화
 
최 회장은 일부 업체의 시연장면을 지켜보면서 “다음 번 목표가 무엇인가” “사업 모델 특징이 무엇인가” “기술은 좋은데 사업모델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등 다양한 질문을 건넸다. 이후 인큐베이팅을 받고 졸업을 앞둔 벤처기업 대표들과 1시간가량 간담회도 진행했다. 최 회장은 대전센터의 주요 시설을 둘러본 뒤 입주 벤처기업의 사무실에서 근무중인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오후에는 세종센터를 찾아 창조마을 시범사업의 성과와 향후 운영 계획을 점검했다. 세종센터는 지난해 10월 시작한 창조마을 시범사업의 성과를 발전시켜 농촌형 창조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과 에너지 기술을 접목시킨 첨단 농법을 개발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살기 좋은 농촌,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고 있다.
 
최 회장은 세종센터 관계자들에게 “농업이 첨단산업을 만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 농촌형 창조경제 현장”이라면서 “이런 모델이 전국과 해외로 확산될 수 있도록 농업의 첨단 산업화를 구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방침에 따라 대전과 세종에서 진행되는 ‘쌍끌이 창조경제’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도록 그룹이 보유한 특허 기술 공유를 확대하고 에너지·화학·반도체 기술을 벤처기업의 사업화 모델에 이식하는 활동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최 회장은 바이오·신약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도 방문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에 산재한 만큼 각 센터들의 특장점을 벤치마킹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취지다.
 
최 회장은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이 대전·세종센터와 연계해 창조경제 활성화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SK그룹이 발표한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인 ‘고용 디딤돌’ 프로젝트와 청년 창업지원 모델인 ‘청년 비상’ 프로그램에 대해 “혁신적인 접근”이라면서 “이른 시일에 성공모델을 만들어 확산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SK그룹은 청년들의 창업과 취업경쟁력 확보를 방향으로 일자리 프로그램을 기획, 내년부터 2년 동안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의 청년고용 종합대책 발표에 호응해 선제적으로 일자리 창출 2개년 프로젝트를 내놓는 등 재계 경제 활성화 동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쉴시간 없다는 
절박함 느낀다”
 
주 내용은 매년 취업을 원하는 청년 2000명씩 모두 4000명을 대상으로 직무교육과 인턴십을 통해 분야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대학과 공동으로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해 2만명을 교육시켜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SK그룹의 행보에 다른 대기업들도 움직이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최 회장은 “경영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동안 기업은 사회 양극화, 경제활력,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와 별개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육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기업인에게는 기업의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국가 경제 기여가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복 70년에 내가 (사면받아)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온 선배 세대와 국가유공자,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기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글로벌 경영 보폭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10월 SK종합화학의 울산 넥슬렌 공장 준공식을 열고 사빅의 모하매드 알마디 부회장과 회동한다. 최 회장의 오랜 지인인 알마디 부회장과 만나는 것은 지난 2011년 4월 중국 보아오포럼 이후 4년여 만이다. SK종합화학과 사빅은 지난달 5일 SK의 고기능 폴리에틸렌 브랜드인 넥슬렌 생산 판매를 위해 자산 71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SSNC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SK종합화학은 이미 지난해 사빅과 합작사업의 일환인 넥슬렌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한 제품을 중국, 일본, 베트남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과 알마디 부회장의 회동이 합작사업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04년 12월 알 마디 부회장이 사업차 내한했을 때 처음 인연을 맺은 후 이를 바탕으로 2011년 3월 알마디 부회장에게 자사의 넥슬렌 기술을 소개했다.
 
협상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비행기에 오른 최 회장은 10여차례 알마디 부회장을 직접 만나 협상타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당초 SK와 사빅은 울산의 넥슬렌 제1공장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에 제2공장 건립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해왔으며,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옥중 로드맵 출소 후 곧바로 실현
사업 현장 둘러보고 대규모 투자
 

같은 날 SK하이닉스를 찾은 최 회장은 “그동안 위기 속에서도 열심히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준 임직원들 덕분에 SK하이닉스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그룹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줘 자랑스러웠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임금 상승분의 일정액을 협력사 직원들을 위해 내놓기로 한 ‘임금공유제’와 같은 사회적 책임을 위한 임직원의 노력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SK하이닉스발 상생문화 확산도 주문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에 3세대(48단) 256기가비트(Gb) eTLC(엔터프라이즈트리플레벨셀) 3D 낸드플래시의 개발을 완료하고 자사 상표를 단 SSD를 직접 출고하고 관련 소비자 시장에도 직접 뛰어들 전망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현장경영에 대해 “최태원 회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경제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강화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옥중에서 집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사회적 기업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저서를 통해 소외계층이 자립해 기업을 일구는 게 국가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그 일환으로 최 회장은 ‘경제기적’을 이끈 선배 세대들의 복지를 위해 통 크게 1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SK그룹은 국가 발전에 기여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노인층 주거복지 해결을 위해 향후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200억원, 내년에 400억원, 2017년 400억원을 순차적으로 기부한다. 특히 국가유공자와 독립유공자 후손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안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주도로 사회적기업 모델을 발굴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경북장애청소년자립지원센터, 농촌공동체연구소 등을 지원 대상에 넣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들 기관이 제안한 사업에 1년간 총 5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장애청소년 자립 카페 및 바리스타 교육장, 농촌지역 다문화 여성 제빵 작업장, 요양원 세탁작업장, 북한이탈주민 패션상품 가공기업 등을 비즈니스 모델로 선정, 1년간 총 5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가경제에 기여
사회적 역할 강화
 
사회적기업 투자도 본격화된다.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고자 작년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를 만들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 5명을 올해 초 첫 투자 대상자로 선정했다.
 
출소 직후부터 전국 사업장을 도는 강행군에 나서며 현장경영을 이어가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최 회장을 두고 업계에서는 광복 70주년 특별 사면에 대한 보답차원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K그룹 임금피크제 로드맵
“정부 노동개혁에 동참”
 
SK그룹이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청년 고용확대 및 고용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17일 SK그룹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데 이어 나머지 계열사들도 모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SK그룹은 이미 계열사의 90%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거나 할 예정이지만, 다른 모든 계열사까지 대상으로 그룹 차원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최근 노동 개혁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 천명에 따라 SK그룹도 청년 고용 확대 등을 위한 후속 조치로 임금피크제를 전 계열사에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전 계열사에 도입
이미 90% 조치 마무리 수순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17개사 모두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완료했으며 SKC 계열과 워커힐도 수년 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새로 SK그룹에 편입된 계열사나 일부 소형 계열사만 동참하면 그룹 전체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은 마무리되는 셈이다.
 
SK그룹은 다수의 계열사가 고령자법 개정 전부터 이미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었으며, 정년 60세 미만인 회사는 고령자법 개정을 전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거나 검토 중이었다. SK이노베이션과 SK네트웍스, SK C&C 등은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고, SK텔레콤은 59세부터, SK하이닉스는 58세부터 매년 연봉을 전년보다 10% 줄여 책정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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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