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②'먹구름 잔뜩 낀' 안보 공약

밖으로 밖으로만…국방·통일외교 공약이행 ‘0’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그 두 번째로 안보분야를 점검해봤다.

지난 15일 대한민국은 ‘광복 70주년’인 동시에 ‘분단 70주기’를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연설의 요지는 계속되는 도발에 강경대응하겠지만, 대화와 협력의 문은 열어놓겠다는 것이었다. 집권 2년 동안 북측을 향해 강경책으로 일관했던 지난 모습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에 실린 안보 관련 공약이 주목받는 요즘이다.

북한 도발
안보 공약

‘안보’라는 단어는 주로 북한과의 관계에서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안보란 말이 ‘안전보장’을 줄여 이른 것인 만큼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통칭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안보공약을 점검할 때도 비단 국방 분야에 한정하기보다는 대한민국 사회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공약을 점검해 봤다.

위 전제를 반영했을 때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사회안보와 관련된 사항은 큰 목차로 3가지가 된다. ‘국방’ ‘외교통일’ ‘안전한 사회’ 분야가 그것이다. 이 3가지 분야 속에 존재하는 세부 공약은 총 75개, 그중 국방에 속한 공약은 21개, 외교통일은 30개, 안전한 사회는 24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 2월16일 집권 3년 차를 맞아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점검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완전 이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공약은 75개 중 19개로 전체 25.3%를 기록했다. 그것보다 못한 수준인 ‘후퇴 이행’은 40개로 전체의 53.3%, 아직 달성하지 못한 ‘미이행’은 16개로 21.3%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얼마나 변화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방과 외교통일 분야는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경실련이 발표한 지난 216일까지의 결과보다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단 고위급 회담 결과 도출된 ‘8·25 합의문을 남·북 정상이 앞으로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냐에 따라 공약 이행률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약이 이행됐다고 볼 수 있는 안전한 사회 분야에서도 단 2가지만 실현됐을 뿐이다. 이를 적용하면 완전 이행은 기존 19개에서 1개 늘어난 20개(26.7%), 후퇴 이행 또한 1개가 늘어난 41개(54.7%), 미이행은 14개(18.6%)가 된다. 공약 완전 이행률이 지난 6개월 동안 25.3%에서 26.7%로 단 1.4%포인트 상승에 그친 것이다.

25.3%→26.7%
1.4% 상승


공약을 세부적으로 점검해 보면, 국방분야 중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 영역에 있는 국방예산에 대한 공약과 ‘포괄적 방위역량 강화’ 영역에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에 관한 공약은 개선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방예산 공약의 경우 안보 현실에 맞는 적정 수준의 예산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공약 중 하나다.
 


경실련이 지난 2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국방 예산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재정비 대비 예산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4년 국방예산은 전년대비 3.5%포인트 상승한 35조7억원으며, 2015년은 5.2%포인트 증가한 37조6억원이었다. 2016년은 국방부가 최근 3년간 중 가장 높은 7.2%포인트 상승한 40조1395억의 국방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6개월간 안보공약 이행률 단 1.4%↑
국방·통일외교 0건, 안전한 사회 2건 이행


그러나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가 추산한 2015년 대한민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1조4351억달러(약 1577조원) 대비 2.55%로 지난 1994년 이후 유지돼 온 GDP 대비 2%대를 유지하는 수치다. 당초 조사결과 정부 예산계획과 군 당국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던 예산이 30조원 넘게 차이가 났던 점을 고려했을 때 공약이 이행됐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경실련의 해석에 반박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권관계자는 “적정 수준의 국방예산이란 말 자체가 자의적 해석이 허용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예산만 보고 안보 현실에 맞다 안 맞다를 판단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도 미이행 상태를 유지했다. 지난 2014년 10월23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을 기존 상태로 무기한 연기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 달라진 점이 없었다.

오히려 일본이 외교를 통해 ‘집단적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 논란이 됐다. 만약 관련 법안이 오는 9월27일까지 일본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된다면 일본은 자국에 대한 공격은 물론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도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일본이 능동적으로 군사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북한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정부가 전작권 환수 문제를 무기한 연기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여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방·외교통일
10개 미이행

외교통일 분야도 마찬가지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동북아 협력을 이끌어 낸다는 공약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단 청와대에서 추진하는 연내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2012년 5월을 끝으로 이행되지 못했던 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자 회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사된다면 공약의 후퇴 이행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영역은 총 6개 공약 사항 중 4개가 이행되지 못했다. 정치·군사적 신뢰를 구축한다는 공약은 이제 막 국면 전환의 가능성을 만들어 냈다. 10·4남북공동선언 등 기존 합의에 담긴 내용을 실천한다는 공약은 최근까지 북한의 거절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무박 4일 간의 대화를 통해 도출해 낸 8·25 합의가 향후 남·북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양한 대화채널을 개설해 정상회담을 이끌어 낸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지뢰 도발에 이은 북한의 포격 도발로 임기 내 이행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극적인 화해 모드로 전환됨에 따라 연내 정상 간의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관계 악화일로, 3자 회담으로 돌파?
말로만 안전한 사회, 실효성 논란 여전


국군포로와 납북자 귀환 사업에 역점을 둔다는 공약은 민간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정부와의 공조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7월24일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주최로 국군포로 송환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되는가 하면 29일에는 탈북군인 초청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국군포로분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서 대한민국이 송환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외에도 군사대결 완화→경제공동체 건설→정치적 통합으로 나아간다는 공약은 이제 막 첫걸음을 땐 상황으로 논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발전한다는 안 또한 최근까지 제자리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북한을 얼마나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이외에도 외교와 관련된 공약 또한 지난 6개월 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동북아 공동 역사교과서를 편찬한다는 공약은 각 국가 간 이견이 크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고바야시 소메이 니혼대 교수는 지난 3일 고려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공동체포럼에 참석해 “과거 민간 차원에서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만들기 사업이나 한·일 역사 공동연구가 실시됐지만 각국의 내셔널리즘을 배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그동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안전한 사회 분야에서는 약간의 진전을 보였다.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강화’ 영역에 속한 재난관리업무 일원화 시스템 구축은 지난 2014년 11월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는가 하면 ‘재난안전통신망’이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안전처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물론 안전통신망 구축에 있어서 부실 규격에 따른 혈세 낭비 논란까지 일고 있다는 점에서 후퇴 이행으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통합식품안전정보망’을 구축한다는 공약은 기존 미이행에서 이행으로 바뀐 공약이다. 지난 6월30일부터 홈페이지가 공개돼 일반 국민들도 접속 가능하다. 그러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바로 접속할 수 있는 링크가 뜨지 않는 등 접근성에서 개선돼야 할 영역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식 오픈을 했음에도 홍보가 미흡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안전한 사회
후퇴 이행


안전한 사회 분야의 나머지 공약은 답보상태에 있다. 응급의료에 따른 사고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는 취지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대표발의)’은 지난 2013년 1월25일 발의된 이후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 집행유예를 금지하겠다는 것과 전문가 증언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공약은 미이행 상태를 유지했다. 단 최근 여학생을 성추행한 교사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개선될 소지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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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