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②'먹구름 잔뜩 낀' 안보 공약

밖으로 밖으로만…국방·통일외교 공약이행 ‘0’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그 두 번째로 안보분야를 점검해봤다.

지난 15일 대한민국은 ‘광복 70주년’인 동시에 ‘분단 70주기’를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연설의 요지는 계속되는 도발에 강경대응하겠지만, 대화와 협력의 문은 열어놓겠다는 것이었다. 집권 2년 동안 북측을 향해 강경책으로 일관했던 지난 모습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에 실린 안보 관련 공약이 주목받는 요즘이다.

북한 도발
안보 공약

‘안보’라는 단어는 주로 북한과의 관계에서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안보란 말이 ‘안전보장’을 줄여 이른 것인 만큼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통칭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안보공약을 점검할 때도 비단 국방 분야에 한정하기보다는 대한민국 사회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공약을 점검해 봤다.

위 전제를 반영했을 때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사회안보와 관련된 사항은 큰 목차로 3가지가 된다. ‘국방’ ‘외교통일’ ‘안전한 사회’ 분야가 그것이다. 이 3가지 분야 속에 존재하는 세부 공약은 총 75개, 그중 국방에 속한 공약은 21개, 외교통일은 30개, 안전한 사회는 24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 2월16일 집권 3년 차를 맞아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점검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완전 이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공약은 75개 중 19개로 전체 25.3%를 기록했다. 그것보다 못한 수준인 ‘후퇴 이행’은 40개로 전체의 53.3%, 아직 달성하지 못한 ‘미이행’은 16개로 21.3%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얼마나 변화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방과 외교통일 분야는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경실련이 발표한 지난 216일까지의 결과보다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단 고위급 회담 결과 도출된 ‘8·25 합의문을 남·북 정상이 앞으로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냐에 따라 공약 이행률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약이 이행됐다고 볼 수 있는 안전한 사회 분야에서도 단 2가지만 실현됐을 뿐이다. 이를 적용하면 완전 이행은 기존 19개에서 1개 늘어난 20개(26.7%), 후퇴 이행 또한 1개가 늘어난 41개(54.7%), 미이행은 14개(18.6%)가 된다. 공약 완전 이행률이 지난 6개월 동안 25.3%에서 26.7%로 단 1.4%포인트 상승에 그친 것이다.

25.3%→26.7%
1.4% 상승


공약을 세부적으로 점검해 보면, 국방분야 중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 영역에 있는 국방예산에 대한 공약과 ‘포괄적 방위역량 강화’ 영역에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에 관한 공약은 개선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방예산 공약의 경우 안보 현실에 맞는 적정 수준의 예산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공약 중 하나다.
 


경실련이 지난 2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국방 예산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재정비 대비 예산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4년 국방예산은 전년대비 3.5%포인트 상승한 35조7억원으며, 2015년은 5.2%포인트 증가한 37조6억원이었다. 2016년은 국방부가 최근 3년간 중 가장 높은 7.2%포인트 상승한 40조1395억의 국방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6개월간 안보공약 이행률 단 1.4%↑
국방·통일외교 0건, 안전한 사회 2건 이행


그러나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가 추산한 2015년 대한민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1조4351억달러(약 1577조원) 대비 2.55%로 지난 1994년 이후 유지돼 온 GDP 대비 2%대를 유지하는 수치다. 당초 조사결과 정부 예산계획과 군 당국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던 예산이 30조원 넘게 차이가 났던 점을 고려했을 때 공약이 이행됐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경실련의 해석에 반박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권관계자는 “적정 수준의 국방예산이란 말 자체가 자의적 해석이 허용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예산만 보고 안보 현실에 맞다 안 맞다를 판단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도 미이행 상태를 유지했다. 지난 2014년 10월23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을 기존 상태로 무기한 연기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 달라진 점이 없었다.

오히려 일본이 외교를 통해 ‘집단적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 논란이 됐다. 만약 관련 법안이 오는 9월27일까지 일본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된다면 일본은 자국에 대한 공격은 물론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도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일본이 능동적으로 군사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북한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정부가 전작권 환수 문제를 무기한 연기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여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방·외교통일
10개 미이행

외교통일 분야도 마찬가지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동북아 협력을 이끌어 낸다는 공약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단 청와대에서 추진하는 연내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2012년 5월을 끝으로 이행되지 못했던 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자 회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사된다면 공약의 후퇴 이행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영역은 총 6개 공약 사항 중 4개가 이행되지 못했다. 정치·군사적 신뢰를 구축한다는 공약은 이제 막 국면 전환의 가능성을 만들어 냈다. 10·4남북공동선언 등 기존 합의에 담긴 내용을 실천한다는 공약은 최근까지 북한의 거절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무박 4일 간의 대화를 통해 도출해 낸 8·25 합의가 향후 남·북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양한 대화채널을 개설해 정상회담을 이끌어 낸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지뢰 도발에 이은 북한의 포격 도발로 임기 내 이행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극적인 화해 모드로 전환됨에 따라 연내 정상 간의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관계 악화일로, 3자 회담으로 돌파?
말로만 안전한 사회, 실효성 논란 여전


국군포로와 납북자 귀환 사업에 역점을 둔다는 공약은 민간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정부와의 공조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7월24일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주최로 국군포로 송환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되는가 하면 29일에는 탈북군인 초청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국군포로분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서 대한민국이 송환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외에도 군사대결 완화→경제공동체 건설→정치적 통합으로 나아간다는 공약은 이제 막 첫걸음을 땐 상황으로 논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발전한다는 안 또한 최근까지 제자리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북한을 얼마나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이외에도 외교와 관련된 공약 또한 지난 6개월 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동북아 공동 역사교과서를 편찬한다는 공약은 각 국가 간 이견이 크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고바야시 소메이 니혼대 교수는 지난 3일 고려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공동체포럼에 참석해 “과거 민간 차원에서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만들기 사업이나 한·일 역사 공동연구가 실시됐지만 각국의 내셔널리즘을 배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그동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안전한 사회 분야에서는 약간의 진전을 보였다.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강화’ 영역에 속한 재난관리업무 일원화 시스템 구축은 지난 2014년 11월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는가 하면 ‘재난안전통신망’이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안전처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물론 안전통신망 구축에 있어서 부실 규격에 따른 혈세 낭비 논란까지 일고 있다는 점에서 후퇴 이행으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통합식품안전정보망’을 구축한다는 공약은 기존 미이행에서 이행으로 바뀐 공약이다. 지난 6월30일부터 홈페이지가 공개돼 일반 국민들도 접속 가능하다. 그러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바로 접속할 수 있는 링크가 뜨지 않는 등 접근성에서 개선돼야 할 영역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식 오픈을 했음에도 홍보가 미흡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안전한 사회
후퇴 이행


안전한 사회 분야의 나머지 공약은 답보상태에 있다. 응급의료에 따른 사고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는 취지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대표발의)’은 지난 2013년 1월25일 발의된 이후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 집행유예를 금지하겠다는 것과 전문가 증언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공약은 미이행 상태를 유지했다. 단 최근 여학생을 성추행한 교사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개선될 소지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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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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