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사고’ 벤틀리·페라리 부부 정체

팽팽 노는 백수가 수억 슈퍼카를?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인적드문 새벽 4시 강남 한복판에서 흰색 벤틀리가 붉은색 페라리를 들이박았다. 사고로 페라리 차량은 뒷범퍼가 완전히 부서졌고 벤틀리도 앞범퍼가 떨어져 나갔다. 두 차량의 운전자는 부부였다. 일종의 부부싸움이었던 것. 그런데 두 차량의 명의자는 따로 있었다. 자신의 차량도 아닌데 어떻게 이 같은 간 큰 행동을 벌일 수 있었던 걸까. 미심쩍은 부분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에 이어 세무당국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 강남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외제차 벤틀리와 페라리로 추돌사고를 낸 부부가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세무당국이 박모(37)씨와 이모(28·여)씨 부부의 탈세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조사 자료를 건네달라고 협조요청을 해왔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지인 명의로 등록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6월13일 오전 4시께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사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수억원이 넘는 벤틀리를 몰고 나가 신호 대기 중이던 남편 박씨의 페라리를 뒤에서 들이박은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남편 박씨의 외도를 의심해 박씨가 자주 다니던 유흥주점을 찾다가 근처에서 남편의 페라리를 발견하고 우발적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중고차 매매업자라고 진술했지만 이후 “특별한 직업이 없다”고 말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틀리와 페라리의 실소유주인 박씨는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빌라에서 월세 700만원을 내며 살고 있지만, 벤틀리와 페라리의 명의자는 지인인 중고차 매매업자 장씨로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당국은 직업이 없다는 두 사람이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녔고, 차량 소유관계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점 등으로 미뤄 타인 명의를 이용해 탈세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사실이라면 재산세를 적게 내거나, 사업에 실패했을 경우 압류 등을 피하려고 자동차를 타인명의로 등록했을 수 있다.

한 세무당국 관계자는 “남자는 인터넷도박사이트를 운영하고 여자는 룸쌀롱과 관계가 있다는 말이 돈다”고 귀띔했다. 경찰은 세무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부부의 탈세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당초 중고차 업자서 최종 무직으로 확인
월세 700만원 거주 파악…탈세여부 조사
 
이들 부부가 타고 있던 외제차의 가격은 ‘억’ 소리가 난다. 우선 박씨가 타고 있던 페라리 ‘F12 베틀리네타’는 최하 가격이 5억원대다. 웬만한 서울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다. 아내 이씨가 타고 있던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6000cc의 트윈터보차지 엔진을 장착하고, 정시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기까지 단 4.5초에 주파할 정도로 막강한 가속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가격은 4억원에 달한다. 차량의 옵션까지 더해지면 차 값은 더 높아진다. 수리비도 일반 차량과 다르다. 당시 사고로 페라리는 뒷범퍼가 완전히 부서졌고 차량 뒤쪽에 위치한 엔진도 온전치 못했다.

슈퍼카 전문 수리 사설업체에 따르면 페라리 범퍼 하나를 교체할 경우 차대번호를 조회한 뒤 연식과 옵션을 꼼꼼히 따져 주문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거쳐 현지 딜러를 통해 직접 수입해오는 페라리 범퍼로 교체된다. 여기에 범퍼레일과 충격완화장치, 브라켓도 함께 갈게 되면 공임비와 부가 비용이 들어 범퍼 교체비용이 증가한다. 엔진까지 손상됐을 경우에는 가격이 더 올라간다. 실제로 사고당일 보험사에 사고접수된 벤틀리의 수리비 견적은 1억2000만원이었다. 일주일 뒤 접수된 페라리 수리비도 3억원에 달했다.
 
 
지난 6월13일 인적이 드문 새벽 4시 서울 강남구 역삼역 사거리에서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페라리를 뒤에서 벤틀리가 작정하고 달려든 듯 속도를 내며 들이박았다. 페라리 뒤편은 엉망이 됐고 그 앞에 있던 택시까지 파손을 일으켰다. 들이박은 벤틀리 앞범퍼는 너덜너덜해졌다.
 
사고를 낸 이씨는 뒷목을 잡고 앞차에서 내린 남편 박씨를 향해 화를 내며 경찰에 신고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15%인 상태로 면허 취소수치의 만취상태였다. 이 와중에 같이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는 벤틀리 운전자 이씨에게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면 살인미수에 해당한다”고 협박해 사고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사고 당일 2200만원을 뜯어냈다. 차량수리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더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음주 후 고의로 사고를 내면 형사처벌이 뒤따르고 보험혜택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택시는 뒷범퍼가 약간 손상됐고 기사는 입원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부상 부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부가 택시기사에게 2000만원 이상을 건넨 사실에 주목했다. “일행이 따라오다가 운전미숙으로 추돌했다”는 보험사의 사고조사 내용이 있긴 했지만 부부가 나란히 차량 교통사고의 양 당사자(가해자·피해자)가 된 것이 미심쩍었다. 페라리 차량의 뒷범퍼가 원형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점에서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범죄와 연루?
 
이후 벤틀리·페라리 부부가 사건 당일 바로 합의를 진행한 점, 사고 전까지 부부 간 통화 내역이 없었던 점 등으로 부부와 기사의 자작극이 드러났다. 택시기사는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고 가해차량 운전자 이씨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입건됐다. 사고차량들의 수리비는 이씨가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측은 3억원의 페라리 수리비용은 박씨의 책임이 없어 보험사가 내주지만, 들이박은 이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막힌 보험사기단
 
타인 명의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보험사기로 수억원을 가로챈 60대 여성 보험설계사 및 명의 제공자 등 15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 안양 만안경찰서는 지난 19일 사기 등 혐의로 보험설계사 송모(67·여)씨등 3명을 구속하고 아들 손모(41)씨와 일용직 근로자 이모(48)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등은 2009년부터 올해 4월까지 180여 차례에 걸쳐 허위 안전사고, 대리입원, 허위 분실신고 등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4억89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용직 근로자 이씨 등 12명을 각종 상해보험에 가입시킨 뒤 보험료를 일부 대납해주며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송씨는 지난해 3월 남편이 운영하는 인력사무소의 일용직 근로자 이씨가 손가락 골절상을 당하자 이씨를 아들 손씨 등 3명 이름으로 병원 3곳에 대리입원시켜 보험금 2500만원을 타냈다. 병원에서 환자의 신분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송씨의 범행을 돕는 대가로 보험사기 건당 20만∼50만원을 받아 챙겼다.
 
송씨 등은 또 2009년 8월에는 아들 손씨 부부가 금반지 등 귀금속을 분실했다며 경찰에 허위 신고하도록 한 뒤 귀중품 분실 관련 보험으로 530만원을 받는 등 2건의 허위 분실신고로 1000여만원을 챙겼다. 특히 현직 보험설계사인 송씨와 아들 부부 등 3명은 일용직 근로자 3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해 1인당 3∼6개의 보험상품에 가입시켜 보험사로부터 고객모집 수당을 챙기기도 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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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