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사고’ 벤틀리·페라리 부부 정체

팽팽 노는 백수가 수억 슈퍼카를?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인적드문 새벽 4시 강남 한복판에서 흰색 벤틀리가 붉은색 페라리를 들이박았다. 사고로 페라리 차량은 뒷범퍼가 완전히 부서졌고 벤틀리도 앞범퍼가 떨어져 나갔다. 두 차량의 운전자는 부부였다. 일종의 부부싸움이었던 것. 그런데 두 차량의 명의자는 따로 있었다. 자신의 차량도 아닌데 어떻게 이 같은 간 큰 행동을 벌일 수 있었던 걸까. 미심쩍은 부분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에 이어 세무당국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 강남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외제차 벤틀리와 페라리로 추돌사고를 낸 부부가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세무당국이 박모(37)씨와 이모(28·여)씨 부부의 탈세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조사 자료를 건네달라고 협조요청을 해왔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지인 명의로 등록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6월13일 오전 4시께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사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수억원이 넘는 벤틀리를 몰고 나가 신호 대기 중이던 남편 박씨의 페라리를 뒤에서 들이박은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남편 박씨의 외도를 의심해 박씨가 자주 다니던 유흥주점을 찾다가 근처에서 남편의 페라리를 발견하고 우발적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중고차 매매업자라고 진술했지만 이후 “특별한 직업이 없다”고 말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틀리와 페라리의 실소유주인 박씨는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빌라에서 월세 700만원을 내며 살고 있지만, 벤틀리와 페라리의 명의자는 지인인 중고차 매매업자 장씨로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당국은 직업이 없다는 두 사람이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녔고, 차량 소유관계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점 등으로 미뤄 타인 명의를 이용해 탈세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사실이라면 재산세를 적게 내거나, 사업에 실패했을 경우 압류 등을 피하려고 자동차를 타인명의로 등록했을 수 있다.

한 세무당국 관계자는 “남자는 인터넷도박사이트를 운영하고 여자는 룸쌀롱과 관계가 있다는 말이 돈다”고 귀띔했다. 경찰은 세무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부부의 탈세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당초 중고차 업자서 최종 무직으로 확인
월세 700만원 거주 파악…탈세여부 조사
 
이들 부부가 타고 있던 외제차의 가격은 ‘억’ 소리가 난다. 우선 박씨가 타고 있던 페라리 ‘F12 베틀리네타’는 최하 가격이 5억원대다. 웬만한 서울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다. 아내 이씨가 타고 있던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6000cc의 트윈터보차지 엔진을 장착하고, 정시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기까지 단 4.5초에 주파할 정도로 막강한 가속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가격은 4억원에 달한다. 차량의 옵션까지 더해지면 차 값은 더 높아진다. 수리비도 일반 차량과 다르다. 당시 사고로 페라리는 뒷범퍼가 완전히 부서졌고 차량 뒤쪽에 위치한 엔진도 온전치 못했다.

슈퍼카 전문 수리 사설업체에 따르면 페라리 범퍼 하나를 교체할 경우 차대번호를 조회한 뒤 연식과 옵션을 꼼꼼히 따져 주문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거쳐 현지 딜러를 통해 직접 수입해오는 페라리 범퍼로 교체된다. 여기에 범퍼레일과 충격완화장치, 브라켓도 함께 갈게 되면 공임비와 부가 비용이 들어 범퍼 교체비용이 증가한다. 엔진까지 손상됐을 경우에는 가격이 더 올라간다. 실제로 사고당일 보험사에 사고접수된 벤틀리의 수리비 견적은 1억2000만원이었다. 일주일 뒤 접수된 페라리 수리비도 3억원에 달했다.
 
 
지난 6월13일 인적이 드문 새벽 4시 서울 강남구 역삼역 사거리에서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페라리를 뒤에서 벤틀리가 작정하고 달려든 듯 속도를 내며 들이박았다. 페라리 뒤편은 엉망이 됐고 그 앞에 있던 택시까지 파손을 일으켰다. 들이박은 벤틀리 앞범퍼는 너덜너덜해졌다.
 
사고를 낸 이씨는 뒷목을 잡고 앞차에서 내린 남편 박씨를 향해 화를 내며 경찰에 신고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15%인 상태로 면허 취소수치의 만취상태였다. 이 와중에 같이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는 벤틀리 운전자 이씨에게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면 살인미수에 해당한다”고 협박해 사고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사고 당일 2200만원을 뜯어냈다. 차량수리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더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음주 후 고의로 사고를 내면 형사처벌이 뒤따르고 보험혜택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택시는 뒷범퍼가 약간 손상됐고 기사는 입원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부상 부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부가 택시기사에게 2000만원 이상을 건넨 사실에 주목했다. “일행이 따라오다가 운전미숙으로 추돌했다”는 보험사의 사고조사 내용이 있긴 했지만 부부가 나란히 차량 교통사고의 양 당사자(가해자·피해자)가 된 것이 미심쩍었다. 페라리 차량의 뒷범퍼가 원형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점에서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범죄와 연루?
 
이후 벤틀리·페라리 부부가 사건 당일 바로 합의를 진행한 점, 사고 전까지 부부 간 통화 내역이 없었던 점 등으로 부부와 기사의 자작극이 드러났다. 택시기사는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고 가해차량 운전자 이씨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입건됐다. 사고차량들의 수리비는 이씨가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측은 3억원의 페라리 수리비용은 박씨의 책임이 없어 보험사가 내주지만, 들이박은 이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막힌 보험사기단
 
타인 명의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보험사기로 수억원을 가로챈 60대 여성 보험설계사 및 명의 제공자 등 15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 안양 만안경찰서는 지난 19일 사기 등 혐의로 보험설계사 송모(67·여)씨등 3명을 구속하고 아들 손모(41)씨와 일용직 근로자 이모(48)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등은 2009년부터 올해 4월까지 180여 차례에 걸쳐 허위 안전사고, 대리입원, 허위 분실신고 등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4억89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용직 근로자 이씨 등 12명을 각종 상해보험에 가입시킨 뒤 보험료를 일부 대납해주며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송씨는 지난해 3월 남편이 운영하는 인력사무소의 일용직 근로자 이씨가 손가락 골절상을 당하자 이씨를 아들 손씨 등 3명 이름으로 병원 3곳에 대리입원시켜 보험금 2500만원을 타냈다. 병원에서 환자의 신분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송씨의 범행을 돕는 대가로 보험사기 건당 20만∼50만원을 받아 챙겼다.
 
송씨 등은 또 2009년 8월에는 아들 손씨 부부가 금반지 등 귀금속을 분실했다며 경찰에 허위 신고하도록 한 뒤 귀중품 분실 관련 보험으로 530만원을 받는 등 2건의 허위 분실신고로 1000여만원을 챙겼다. 특히 현직 보험설계사인 송씨와 아들 부부 등 3명은 일용직 근로자 3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해 1인당 3∼6개의 보험상품에 가입시켜 보험사로부터 고객모집 수당을 챙기기도 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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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