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롯데’ 일본자금 들어간 기업들 어디?

한국기업? 일본기업? ‘헷갈리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일본’얘기만 나오면 화들짝 놀라는 국내 기업들이 있다. 일본자금이 들어간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쟁점으로 ‘열도’가 타깃이 될 때마다 숨죽인다. 자칫 불똥이 튈까봐서다.

 
#1. 선대회장이나 그 조상의 친일 행각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지금도 잘나가고 있다. 아직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가 재계에도 깊게 뿌리박힌 셈이다. 선대의 과오나 오점을 무턱대고 후손들에게 지게 하는 것은 잔혹하지만, 부의 세습이 이뤄지는 재계 특성상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에 민감한 국민
 
#2. 매년 국내에서 일왕 생일파티와 자위대 창설기념식 등 일본 행사가 열릴 때마다 소동이 벌어진다. 누가 참석했고, 어떤 기업이 화환을 보냈는지를 두고 시끌시끌하다. 도마에 오른 기업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뺀다.
 
#3. 기업이 절대로 해선 안 될 실수가 있다. 상품이나 홈페이지에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감정을 자극하지만, 그동안 이 문제로 구설에 오른 기업은 한둘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유독 ‘일본’에 민감하다. 삼일절·광복절마다, 징용·위안부 문제와 독도 망언 등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열도’가 타깃이 되면 더하다. 국내에 반일 기류가 형성되면 일본자금이 유입된 기업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일본하면 가장 먼저 롯데그룹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일본기업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게 롯데는 일본색 짙은 가족과 기업문화, 무엇보다 일본자금으로 묶여 있다.
 

외관상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는 별도의 법인으로 보이지만,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대부분 일본롯데 쪽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L투자회사 12개가 72.65%,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불매운동에 불이 붙었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란 점을 내세워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반감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서둘러 개혁안도 내놓았지만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롯데에서 시작된 일본기업 논란은 재계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들 기업은 자칫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그중 한곳이다. 신한은 롯데가 남의 일이 아닐 정도로 서로 닮은꼴이다. 2010년 벌어졌던 경영진 간 갈등이 그렇고, 뿌리와 지분구조도 비슷하다.
 
국내 1위 금융사인 신한은 재일동포들이 일군 은행이다. 1982년 재일동포 소액주주 341명이 출자했다. 고 이희건 명예회장이 주도했다. 지금도 재일교포 지분이 20% 안팎이나 된다. 경영진에도 재일동포와 일본인이 포함돼 있다.
 
롯데사태로 불거진 재계 일본색 논란
투자하거나 합작…100% 넘어가기도
 
에스원도 일본기업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본계 기업이 사실상 ‘주인’인 탓이다. 삼성그룹은 1980년 일본의 SECOM과 합작해 에스원을 설립했다. 삼성 계열사로 분류된 에스원의 최대주주는 일본SECOM(세콤)으로, 25.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 지분은 삼성SDI 11.03%, 삼성생명 5.34%, 삼성카드 1.91%, 삼성증권 1.32%, 삼성화재 0.97% 등 모두 20.57%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다. 일본인이 주요 요직도 꿰차고 있다. 에스원은 육현표 대표이사와 마끼야 사네노리 대표이사의 공동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코마츠자 키츠네오·이시카와 히로시 상무이사와 사토 사다히로 감사도 포진해 있다.
 

‘1000원 샵’으로 유명한 다이소아성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자금이 투입된 회사다. 다이소는 박정부 회장이 최대주주인 한일맨파워와 일본 유통회사인 다이소(대창산업)가 2002년 합작해 만든 회사다. 한일맨파워와 일본 다이소는 각각 50.02%, 34.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태평양시멘트가 지분 27.49%를 소유한 최대주주. 쌍용그룹 모기업이었던 쌍용양회는 IMF 외환위기 때 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일본 자금이 유입됐다. 야마시타 유타카 대표이사, 도쿠우에 게이지 이사회 의장, 기쿠치 켄 이사 등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보일러 업계의 대명사 린나이는 사실상 일본 회사다. 당초 국내 사업자와의 지분 비율이 49대51 정도의 합작사 형태로 출범했으나, IMF 직후 린나이재팬으로부터 들여온 차입금 55억엔(한화 864억원)을 변제하지 못해 2009년 지분이 넘어갔다. 린나이는 전체 지분 97.7%를 일본 린나이가, 나머지 2.3%는 린나이홀딩스가 들고 있는 엄연한 일본계 기업으로 분류된다.
 
생활용품 전문기업인 CJ라이온도 일본기업이나 다름없다. CJ는 2004년 일본 라이온사에 1990년부터 꾸려온 생활용품부문을 매각했다. 현재 일본 라이온사가 99%를, CJ올리브네트웍스는 단 1%만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계 지분이 있는 기업들은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확산될 때마다 일본기업이란 싸늘한 시선을 받는다”며 “아무리 토종기업임을 강조해도 곤욕을 치른다”고 말했다.

일본 얘기에 화들짝
 
진로의 경우 한때 일본 자금설로 난리가 났었다. 진로 측은 ‘진로에 일본 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이 확대되자 즉각 진화작업에 나섰다. 심지어 제품과 신문 지면에 ‘일본 자본이 없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기업’이란 문구와 함께 주주 현황과 보유지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국민들이 ‘일본’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인다는 방증이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일청구금 수혜기업은?
 
일본자금이 들어간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60∼70년대 일본정부가 제공한 대일청구권자금이 유입된 기업도 있다. 일본은 피해 보상금 명목으로 무상 3억달러, 유상2억 달러를 우리나라에 지급했다. 이 자금은 피해 당사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배분됐다.
 
1976년 당시 경제기획원이 펴낸 ‘청구자금백서’와 2000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대일 청구권 자금의 활용사례 연구’에 따르면 대일청구금 수혜기업 및 기관은 포스코, 농협, KT&G, KT, 외환은행, 서울대병원 등이다. 또 한국농촌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대병원, 기상청 등에도 ‘일본돈’이 들어갔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