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①허울뿐인 복지공약

“빛깔은 개살구가 최고!” 사각지대서 죽어가는 서민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3년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잘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복지분야를 점검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2015년 하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이라고 말하며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공약을 너무 등한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국민담화 전문을 살펴봐도 ‘복지’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국민담화
복지언급 전무

지난 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대국민담화 직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개혁방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9.5%를 기록, 공감한다는 응답(47.0%)과 비등한 것으로 나타냈다.

2013년 박 대통령의 당선 직후 실시된 ‘박근혜 당선자가 역점을 두어야 할 국가현안’ 결과와 비교해보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은 따로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1월1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으로 복지증진이 12.4%를 기록, 전체 공약 중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복지보다는 다른 사안에 더 중점을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보건복지부장관의 교체를 들 수 있다. 새롭게 내정된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는 알려진 바대로 의사출신의 의료전문가다. 메르스 사태가 불러온 맞춤형 인선인 것이다. 때문에 관련 시장에서는 복지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한 의료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평생 대학병원 교수로 보건의료에만 있었던 이로, 복지분야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 100조원이 넘는 복지를 과연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가에서는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 분야와 ‘복지’ 분야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를 한 정부기관이 맡다 보니 그에 따라 발생되는 의사소통·결정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세없는 복지
의사출신 장관

박근혜정부가 안고 있는 복지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서울 송파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사건’은 국민들에게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살한 세 사람은 아프고 수입도 없었지만, 경직된 복지제도로 인해 사회보장체계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세 모녀 법’이 발의됐을 정도로 파장을 불러왔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복지부문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예”라며 공세를 펼쳤다. 박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상황이라 논란은 더욱 거셌다.


그렇게 발의된 세 모녀 법의 기본 골자는 다음과 같다.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으로 급여를 세분화하여 급여별로 자격기준을 별도로 설정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급여방식으로 변경해 수급자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 모녀 법이 발의된 이후 복지에 대한 공약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대선 정책공약집인 ‘세상을 바꾸는 약속’을 통해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20개 분야 총 674개에 이른다. 그중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이 들어가 있는 곳은 20개 분야 중 ‘편안한 삶’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서 발표한 ‘박 대통령 집권 3년차 대선공약 이행’을 보면 집권기간이 절반이나 흘렀음에도 복지공약 이행률은 37%에 그쳤다. 27개 항목 중 단 10개만이 이행됐으며, 후퇴한 공약도 37%(10개)를 기록했다. 당시를 기준으로 공약이 미이행된 것은 7개로 26%를 나타냈다. 후보시절 강조했던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공약은 당초보다 수정·변경 이행되었다.

세 모녀·세 자매·두 모자 잇단 복지 참사
복지부장관 의사출신 내정, 메르스 후폭풍


그렇다면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부문에 대한 공약 이행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경실련의 자료를 중심으로 2015년 전반기 복지부문에 대한 공약 이행도를 점검해보면, 미이행된 7건 중 5건은 완전이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나머지 2건은 미이행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해보면 완전이행률은 기존 37%에서 56%로 상승했고, 후퇴이행률은 기존 37% 그대로를 유지했으며, 미이행률은 26%에서 7%로 하락했다.

이러한 이행률 상승은 주도한 것은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규칙 개정안이다. 경실련이 자료를 발표했을 지난 2월에는 입법예고 단계였으나 지난 7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다수의 공약이 이행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 전반기 동안 바뀐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수급자 범위가 확대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차상위계층을 기존 최저생계비 120%(4인 기준 월 200만원) 이하에서 중위소득 50%(4인 기준 월 211만원) 이하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빈곤정책으로 전환하여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이렇듯 가장 많이 바뀐 것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완화’ 영역이다. 공약이행률이 0%에 그쳤던 이 영역이 모두 이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산의 소득환산액’ 부분의 경우 기존 기초생활보장법 제4조의 항에 있었지만 제5조의4로 따로 신설해 성문화시켰다.

문제가 됐던 부양의무자에 대한 부분도 개선을 이뤘다.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선을 상향시킴으로써 기준을 완화했다. 특히 눈길이 가는 변화는 기존에 ‘가구별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부양능력을 판정하던 것과 달리 ‘가구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판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차상위계층에 적용한 법과 동일한 성격의 법 적용이 이루어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복지 사각지대

또한 수급자의 근로장려 영역에 대한 개정도 이루어졌다. 공약집을 보면 ‘차상위계층과 연계해 총소득기준을 상향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번 개정안을 보면 제26조 ‘취약계층 채용기업에 대한 지원조건 완화’ 부분에 취약계층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취약계층 채용기업 지원 대상을 기존 수급자에서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으로 변경했다.

진행 중인 복지공약도 있다.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을 설립해 노인복지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겠다는 안은 현재 시험단계를 거치고 있다. 한국 사회복지협의회의 주관에 의해 시범사업에 들어가 올해 12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 간 복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부은행 공약은 주목을 받아왔다. 개인이 제공한 사회공헌활동의 가치를 점수로 환산, 그 점수를 기부은행에 적립해 필요 시 공헌활동을 했던 사람 자신 또는 가족이 서비스(간병)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민들의 사회공헌 활동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개인 또는 조직이 어르신들을 돌보는 시간을 축적해 나중에 본인이 노인이 됐을 때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 세대 간 협력 복지제도인 것이다.

복지이행률 37%->56% 껑충 뛰었는데…
이행률 올라갔지만 실효성 의문부호 여전

신체장애를 가진 차상위계층 및 독거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약은 아직 답보상태다. 공약집을 보면 이들은 위한 서비스를 제도화한다고 나와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법령자료집을 보면 지난 2014년 6월30일 이후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공약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부분에서 이행됐음에도 사회에서는 아직 실효성 부분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발생한 ‘부천 세 자매 사건’과 ‘두 모자 사건’을 들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세 모녀 사건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에서 벌어진 두 모자 사건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막지 못한 비극이라 복지 사각지대를 우려하게 만든다.


세 자매·두 모녀
생활고 비극

김윤영 빈곤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선전은 무성하게 했지만 실체 없는 복지제도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며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안일한 공약이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줄곧 ‘증세없는 복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당내 경제통이라고 불리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 4월8일 국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을 정도로 오류가 많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를 추구했음에도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법 개정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과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복지제도는 언제쯤 구현될 수 있을지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외교노선 딜레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방미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도 곧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9·3 전승일 초대를 받은 상황이라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외교노선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잡혀 있던 방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때문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도 미뤄지게 됐다. 일정을 연기한 청와대는 이후 연내 적기에 재추진한다고 말했고, 최근 10월16일 방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찍고 미국, 빅2 정상 만난다.

그 가운데 중국이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있을 ‘항일·반파시스트 전쟁승리기념열병식’에 박 대통령을 초대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군다나 미국 내 언론 중 일부는 주한 미국 대사관 등 여러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이 박 대통령에게 행사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해 청와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외교 딜레마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가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방중 길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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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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