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①허울뿐인 복지공약

“빛깔은 개살구가 최고!” 사각지대서 죽어가는 서민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3년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잘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복지분야를 점검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2015년 하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이라고 말하며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공약을 너무 등한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국민담화 전문을 살펴봐도 ‘복지’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국민담화
복지언급 전무

지난 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대국민담화 직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개혁방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9.5%를 기록, 공감한다는 응답(47.0%)과 비등한 것으로 나타냈다.

2013년 박 대통령의 당선 직후 실시된 ‘박근혜 당선자가 역점을 두어야 할 국가현안’ 결과와 비교해보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은 따로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1월1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으로 복지증진이 12.4%를 기록, 전체 공약 중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복지보다는 다른 사안에 더 중점을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보건복지부장관의 교체를 들 수 있다. 새롭게 내정된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는 알려진 바대로 의사출신의 의료전문가다. 메르스 사태가 불러온 맞춤형 인선인 것이다. 때문에 관련 시장에서는 복지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한 의료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평생 대학병원 교수로 보건의료에만 있었던 이로, 복지분야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 100조원이 넘는 복지를 과연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가에서는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 분야와 ‘복지’ 분야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를 한 정부기관이 맡다 보니 그에 따라 발생되는 의사소통·결정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세없는 복지
의사출신 장관

박근혜정부가 안고 있는 복지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서울 송파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사건’은 국민들에게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살한 세 사람은 아프고 수입도 없었지만, 경직된 복지제도로 인해 사회보장체계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세 모녀 법’이 발의됐을 정도로 파장을 불러왔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복지부문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예”라며 공세를 펼쳤다. 박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상황이라 논란은 더욱 거셌다.


그렇게 발의된 세 모녀 법의 기본 골자는 다음과 같다.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으로 급여를 세분화하여 급여별로 자격기준을 별도로 설정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급여방식으로 변경해 수급자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 모녀 법이 발의된 이후 복지에 대한 공약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대선 정책공약집인 ‘세상을 바꾸는 약속’을 통해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20개 분야 총 674개에 이른다. 그중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이 들어가 있는 곳은 20개 분야 중 ‘편안한 삶’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서 발표한 ‘박 대통령 집권 3년차 대선공약 이행’을 보면 집권기간이 절반이나 흘렀음에도 복지공약 이행률은 37%에 그쳤다. 27개 항목 중 단 10개만이 이행됐으며, 후퇴한 공약도 37%(10개)를 기록했다. 당시를 기준으로 공약이 미이행된 것은 7개로 26%를 나타냈다. 후보시절 강조했던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공약은 당초보다 수정·변경 이행되었다.

세 모녀·세 자매·두 모자 잇단 복지 참사
복지부장관 의사출신 내정, 메르스 후폭풍


그렇다면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부문에 대한 공약 이행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경실련의 자료를 중심으로 2015년 전반기 복지부문에 대한 공약 이행도를 점검해보면, 미이행된 7건 중 5건은 완전이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나머지 2건은 미이행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해보면 완전이행률은 기존 37%에서 56%로 상승했고, 후퇴이행률은 기존 37% 그대로를 유지했으며, 미이행률은 26%에서 7%로 하락했다.

이러한 이행률 상승은 주도한 것은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규칙 개정안이다. 경실련이 자료를 발표했을 지난 2월에는 입법예고 단계였으나 지난 7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다수의 공약이 이행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 전반기 동안 바뀐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수급자 범위가 확대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차상위계층을 기존 최저생계비 120%(4인 기준 월 200만원) 이하에서 중위소득 50%(4인 기준 월 211만원) 이하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빈곤정책으로 전환하여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이렇듯 가장 많이 바뀐 것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완화’ 영역이다. 공약이행률이 0%에 그쳤던 이 영역이 모두 이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산의 소득환산액’ 부분의 경우 기존 기초생활보장법 제4조의 항에 있었지만 제5조의4로 따로 신설해 성문화시켰다.

문제가 됐던 부양의무자에 대한 부분도 개선을 이뤘다.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선을 상향시킴으로써 기준을 완화했다. 특히 눈길이 가는 변화는 기존에 ‘가구별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부양능력을 판정하던 것과 달리 ‘가구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판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차상위계층에 적용한 법과 동일한 성격의 법 적용이 이루어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복지 사각지대

또한 수급자의 근로장려 영역에 대한 개정도 이루어졌다. 공약집을 보면 ‘차상위계층과 연계해 총소득기준을 상향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번 개정안을 보면 제26조 ‘취약계층 채용기업에 대한 지원조건 완화’ 부분에 취약계층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취약계층 채용기업 지원 대상을 기존 수급자에서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으로 변경했다.

진행 중인 복지공약도 있다.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을 설립해 노인복지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겠다는 안은 현재 시험단계를 거치고 있다. 한국 사회복지협의회의 주관에 의해 시범사업에 들어가 올해 12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 간 복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부은행 공약은 주목을 받아왔다. 개인이 제공한 사회공헌활동의 가치를 점수로 환산, 그 점수를 기부은행에 적립해 필요 시 공헌활동을 했던 사람 자신 또는 가족이 서비스(간병)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민들의 사회공헌 활동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개인 또는 조직이 어르신들을 돌보는 시간을 축적해 나중에 본인이 노인이 됐을 때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 세대 간 협력 복지제도인 것이다.

복지이행률 37%->56% 껑충 뛰었는데…
이행률 올라갔지만 실효성 의문부호 여전

신체장애를 가진 차상위계층 및 독거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약은 아직 답보상태다. 공약집을 보면 이들은 위한 서비스를 제도화한다고 나와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법령자료집을 보면 지난 2014년 6월30일 이후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공약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부분에서 이행됐음에도 사회에서는 아직 실효성 부분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발생한 ‘부천 세 자매 사건’과 ‘두 모자 사건’을 들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세 모녀 사건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에서 벌어진 두 모자 사건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막지 못한 비극이라 복지 사각지대를 우려하게 만든다.


세 자매·두 모녀
생활고 비극

김윤영 빈곤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선전은 무성하게 했지만 실체 없는 복지제도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며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안일한 공약이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줄곧 ‘증세없는 복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당내 경제통이라고 불리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 4월8일 국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을 정도로 오류가 많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를 추구했음에도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법 개정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과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복지제도는 언제쯤 구현될 수 있을지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외교노선 딜레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방미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도 곧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9·3 전승일 초대를 받은 상황이라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외교노선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잡혀 있던 방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때문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도 미뤄지게 됐다. 일정을 연기한 청와대는 이후 연내 적기에 재추진한다고 말했고, 최근 10월16일 방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찍고 미국, 빅2 정상 만난다.

그 가운데 중국이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있을 ‘항일·반파시스트 전쟁승리기념열병식’에 박 대통령을 초대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군다나 미국 내 언론 중 일부는 주한 미국 대사관 등 여러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이 박 대통령에게 행사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해 청와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외교 딜레마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가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방중 길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