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①허울뿐인 복지공약

“빛깔은 개살구가 최고!” 사각지대서 죽어가는 서민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3년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잘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복지분야를 점검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2015년 하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이라고 말하며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공약을 너무 등한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국민담화 전문을 살펴봐도 ‘복지’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국민담화
복지언급 전무

지난 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대국민담화 직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개혁방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9.5%를 기록, 공감한다는 응답(47.0%)과 비등한 것으로 나타냈다.

2013년 박 대통령의 당선 직후 실시된 ‘박근혜 당선자가 역점을 두어야 할 국가현안’ 결과와 비교해보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은 따로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1월1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으로 복지증진이 12.4%를 기록, 전체 공약 중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복지보다는 다른 사안에 더 중점을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보건복지부장관의 교체를 들 수 있다. 새롭게 내정된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는 알려진 바대로 의사출신의 의료전문가다. 메르스 사태가 불러온 맞춤형 인선인 것이다. 때문에 관련 시장에서는 복지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한 의료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평생 대학병원 교수로 보건의료에만 있었던 이로, 복지분야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 100조원이 넘는 복지를 과연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가에서는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 분야와 ‘복지’ 분야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를 한 정부기관이 맡다 보니 그에 따라 발생되는 의사소통·결정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세없는 복지
의사출신 장관

박근혜정부가 안고 있는 복지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서울 송파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사건’은 국민들에게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살한 세 사람은 아프고 수입도 없었지만, 경직된 복지제도로 인해 사회보장체계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세 모녀 법’이 발의됐을 정도로 파장을 불러왔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복지부문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예”라며 공세를 펼쳤다. 박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상황이라 논란은 더욱 거셌다.


그렇게 발의된 세 모녀 법의 기본 골자는 다음과 같다.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으로 급여를 세분화하여 급여별로 자격기준을 별도로 설정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급여방식으로 변경해 수급자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 모녀 법이 발의된 이후 복지에 대한 공약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대선 정책공약집인 ‘세상을 바꾸는 약속’을 통해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20개 분야 총 674개에 이른다. 그중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이 들어가 있는 곳은 20개 분야 중 ‘편안한 삶’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서 발표한 ‘박 대통령 집권 3년차 대선공약 이행’을 보면 집권기간이 절반이나 흘렀음에도 복지공약 이행률은 37%에 그쳤다. 27개 항목 중 단 10개만이 이행됐으며, 후퇴한 공약도 37%(10개)를 기록했다. 당시를 기준으로 공약이 미이행된 것은 7개로 26%를 나타냈다. 후보시절 강조했던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공약은 당초보다 수정·변경 이행되었다.

세 모녀·세 자매·두 모자 잇단 복지 참사
복지부장관 의사출신 내정, 메르스 후폭풍


그렇다면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부문에 대한 공약 이행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경실련의 자료를 중심으로 2015년 전반기 복지부문에 대한 공약 이행도를 점검해보면, 미이행된 7건 중 5건은 완전이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나머지 2건은 미이행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해보면 완전이행률은 기존 37%에서 56%로 상승했고, 후퇴이행률은 기존 37% 그대로를 유지했으며, 미이행률은 26%에서 7%로 하락했다.

이러한 이행률 상승은 주도한 것은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규칙 개정안이다. 경실련이 자료를 발표했을 지난 2월에는 입법예고 단계였으나 지난 7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다수의 공약이 이행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 전반기 동안 바뀐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수급자 범위가 확대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차상위계층을 기존 최저생계비 120%(4인 기준 월 200만원) 이하에서 중위소득 50%(4인 기준 월 211만원) 이하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빈곤정책으로 전환하여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이렇듯 가장 많이 바뀐 것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완화’ 영역이다. 공약이행률이 0%에 그쳤던 이 영역이 모두 이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산의 소득환산액’ 부분의 경우 기존 기초생활보장법 제4조의 항에 있었지만 제5조의4로 따로 신설해 성문화시켰다.

문제가 됐던 부양의무자에 대한 부분도 개선을 이뤘다.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선을 상향시킴으로써 기준을 완화했다. 특히 눈길이 가는 변화는 기존에 ‘가구별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부양능력을 판정하던 것과 달리 ‘가구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판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차상위계층에 적용한 법과 동일한 성격의 법 적용이 이루어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복지 사각지대

또한 수급자의 근로장려 영역에 대한 개정도 이루어졌다. 공약집을 보면 ‘차상위계층과 연계해 총소득기준을 상향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번 개정안을 보면 제26조 ‘취약계층 채용기업에 대한 지원조건 완화’ 부분에 취약계층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취약계층 채용기업 지원 대상을 기존 수급자에서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으로 변경했다.

진행 중인 복지공약도 있다.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을 설립해 노인복지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겠다는 안은 현재 시험단계를 거치고 있다. 한국 사회복지협의회의 주관에 의해 시범사업에 들어가 올해 12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 간 복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부은행 공약은 주목을 받아왔다. 개인이 제공한 사회공헌활동의 가치를 점수로 환산, 그 점수를 기부은행에 적립해 필요 시 공헌활동을 했던 사람 자신 또는 가족이 서비스(간병)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민들의 사회공헌 활동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개인 또는 조직이 어르신들을 돌보는 시간을 축적해 나중에 본인이 노인이 됐을 때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 세대 간 협력 복지제도인 것이다.

복지이행률 37%->56% 껑충 뛰었는데…
이행률 올라갔지만 실효성 의문부호 여전

신체장애를 가진 차상위계층 및 독거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약은 아직 답보상태다. 공약집을 보면 이들은 위한 서비스를 제도화한다고 나와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법령자료집을 보면 지난 2014년 6월30일 이후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공약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부분에서 이행됐음에도 사회에서는 아직 실효성 부분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발생한 ‘부천 세 자매 사건’과 ‘두 모자 사건’을 들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세 모녀 사건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에서 벌어진 두 모자 사건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막지 못한 비극이라 복지 사각지대를 우려하게 만든다.


세 자매·두 모녀
생활고 비극

김윤영 빈곤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선전은 무성하게 했지만 실체 없는 복지제도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며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안일한 공약이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줄곧 ‘증세없는 복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당내 경제통이라고 불리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 4월8일 국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을 정도로 오류가 많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를 추구했음에도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법 개정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과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복지제도는 언제쯤 구현될 수 있을지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외교노선 딜레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방미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도 곧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9·3 전승일 초대를 받은 상황이라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외교노선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잡혀 있던 방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때문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도 미뤄지게 됐다. 일정을 연기한 청와대는 이후 연내 적기에 재추진한다고 말했고, 최근 10월16일 방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찍고 미국, 빅2 정상 만난다.

그 가운데 중국이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있을 ‘항일·반파시스트 전쟁승리기념열병식’에 박 대통령을 초대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군다나 미국 내 언론 중 일부는 주한 미국 대사관 등 여러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이 박 대통령에게 행사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해 청와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외교 딜레마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가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방중 길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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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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