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①허울뿐인 복지공약

“빛깔은 개살구가 최고!” 사각지대서 죽어가는 서민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3년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잘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복지분야를 점검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2015년 하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이라고 말하며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공약을 너무 등한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국민담화 전문을 살펴봐도 ‘복지’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국민담화
복지언급 전무

지난 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대국민담화 직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개혁방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9.5%를 기록, 공감한다는 응답(47.0%)과 비등한 것으로 나타냈다.

2013년 박 대통령의 당선 직후 실시된 ‘박근혜 당선자가 역점을 두어야 할 국가현안’ 결과와 비교해보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은 따로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1월1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으로 복지증진이 12.4%를 기록, 전체 공약 중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복지보다는 다른 사안에 더 중점을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보건복지부장관의 교체를 들 수 있다. 새롭게 내정된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는 알려진 바대로 의사출신의 의료전문가다. 메르스 사태가 불러온 맞춤형 인선인 것이다. 때문에 관련 시장에서는 복지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한 의료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평생 대학병원 교수로 보건의료에만 있었던 이로, 복지분야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 100조원이 넘는 복지를 과연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가에서는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 분야와 ‘복지’ 분야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를 한 정부기관이 맡다 보니 그에 따라 발생되는 의사소통·결정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세없는 복지
의사출신 장관

박근혜정부가 안고 있는 복지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서울 송파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사건’은 국민들에게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살한 세 사람은 아프고 수입도 없었지만, 경직된 복지제도로 인해 사회보장체계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세 모녀 법’이 발의됐을 정도로 파장을 불러왔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복지부문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예”라며 공세를 펼쳤다. 박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상황이라 논란은 더욱 거셌다.


그렇게 발의된 세 모녀 법의 기본 골자는 다음과 같다.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으로 급여를 세분화하여 급여별로 자격기준을 별도로 설정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급여방식으로 변경해 수급자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 모녀 법이 발의된 이후 복지에 대한 공약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대선 정책공약집인 ‘세상을 바꾸는 약속’을 통해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20개 분야 총 674개에 이른다. 그중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이 들어가 있는 곳은 20개 분야 중 ‘편안한 삶’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서 발표한 ‘박 대통령 집권 3년차 대선공약 이행’을 보면 집권기간이 절반이나 흘렀음에도 복지공약 이행률은 37%에 그쳤다. 27개 항목 중 단 10개만이 이행됐으며, 후퇴한 공약도 37%(10개)를 기록했다. 당시를 기준으로 공약이 미이행된 것은 7개로 26%를 나타냈다. 후보시절 강조했던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공약은 당초보다 수정·변경 이행되었다.

세 모녀·세 자매·두 모자 잇단 복지 참사
복지부장관 의사출신 내정, 메르스 후폭풍


그렇다면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부문에 대한 공약 이행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경실련의 자료를 중심으로 2015년 전반기 복지부문에 대한 공약 이행도를 점검해보면, 미이행된 7건 중 5건은 완전이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나머지 2건은 미이행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해보면 완전이행률은 기존 37%에서 56%로 상승했고, 후퇴이행률은 기존 37% 그대로를 유지했으며, 미이행률은 26%에서 7%로 하락했다.

이러한 이행률 상승은 주도한 것은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규칙 개정안이다. 경실련이 자료를 발표했을 지난 2월에는 입법예고 단계였으나 지난 7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다수의 공약이 이행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 전반기 동안 바뀐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수급자 범위가 확대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차상위계층을 기존 최저생계비 120%(4인 기준 월 200만원) 이하에서 중위소득 50%(4인 기준 월 211만원) 이하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빈곤정책으로 전환하여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이렇듯 가장 많이 바뀐 것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완화’ 영역이다. 공약이행률이 0%에 그쳤던 이 영역이 모두 이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산의 소득환산액’ 부분의 경우 기존 기초생활보장법 제4조의 항에 있었지만 제5조의4로 따로 신설해 성문화시켰다.

문제가 됐던 부양의무자에 대한 부분도 개선을 이뤘다.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선을 상향시킴으로써 기준을 완화했다. 특히 눈길이 가는 변화는 기존에 ‘가구별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부양능력을 판정하던 것과 달리 ‘가구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판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차상위계층에 적용한 법과 동일한 성격의 법 적용이 이루어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복지 사각지대

또한 수급자의 근로장려 영역에 대한 개정도 이루어졌다. 공약집을 보면 ‘차상위계층과 연계해 총소득기준을 상향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번 개정안을 보면 제26조 ‘취약계층 채용기업에 대한 지원조건 완화’ 부분에 취약계층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취약계층 채용기업 지원 대상을 기존 수급자에서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으로 변경했다.

진행 중인 복지공약도 있다.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을 설립해 노인복지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겠다는 안은 현재 시험단계를 거치고 있다. 한국 사회복지협의회의 주관에 의해 시범사업에 들어가 올해 12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 간 복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부은행 공약은 주목을 받아왔다. 개인이 제공한 사회공헌활동의 가치를 점수로 환산, 그 점수를 기부은행에 적립해 필요 시 공헌활동을 했던 사람 자신 또는 가족이 서비스(간병)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민들의 사회공헌 활동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개인 또는 조직이 어르신들을 돌보는 시간을 축적해 나중에 본인이 노인이 됐을 때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 세대 간 협력 복지제도인 것이다.

복지이행률 37%->56% 껑충 뛰었는데…
이행률 올라갔지만 실효성 의문부호 여전

신체장애를 가진 차상위계층 및 독거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약은 아직 답보상태다. 공약집을 보면 이들은 위한 서비스를 제도화한다고 나와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법령자료집을 보면 지난 2014년 6월30일 이후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공약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부분에서 이행됐음에도 사회에서는 아직 실효성 부분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발생한 ‘부천 세 자매 사건’과 ‘두 모자 사건’을 들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세 모녀 사건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에서 벌어진 두 모자 사건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막지 못한 비극이라 복지 사각지대를 우려하게 만든다.

세 자매·두 모녀
생활고 비극

김윤영 빈곤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선전은 무성하게 했지만 실체 없는 복지제도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며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안일한 공약이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줄곧 ‘증세없는 복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당내 경제통이라고 불리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 4월8일 국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을 정도로 오류가 많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를 추구했음에도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법 개정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과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복지제도는 언제쯤 구현될 수 있을지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외교노선 딜레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방미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도 곧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9·3 전승일 초대를 받은 상황이라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외교노선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잡혀 있던 방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때문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도 미뤄지게 됐다. 일정을 연기한 청와대는 이후 연내 적기에 재추진한다고 말했고, 최근 10월16일 방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찍고 미국, 빅2 정상 만난다.

그 가운데 중국이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있을 ‘항일·반파시스트 전쟁승리기념열병식’에 박 대통령을 초대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군다나 미국 내 언론 중 일부는 주한 미국 대사관 등 여러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이 박 대통령에게 행사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해 청와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외교 딜레마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가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방중 길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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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