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국감 임박> 벌벌 떠는 대기업들 백태

재벌 잡는 계절, 총수들 줄소환 임박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19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머지않았다.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 기업인들을 적극 소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재계 톱뉴스인 롯데를 시작으로 그간 논란을 일으켜왔던 기업인 줄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는 ‘지배구조’ ‘일감 몰아주기’ ‘자사주 처분·매입’ 등이다. 국감을 앞둔 재계의 표정을 살펴본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특히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후폭풍을 일으키며 재벌개혁 목소리를 높여 재벌 총수 및 그 일가와 기업 경영진들의 증인·참고인 채택 요청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살아있는 이슈들
물의 기업 1순위
 
여야는 벌써부터 국감을 통해 일부 기업인을 손 볼 것이라며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롯데그룹 사태를 계기로 불투명한 지배구조,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거래 및 편법적인 상속, 자사주 처분·매입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 등을 주로 다룰 전망이다. 우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 직접 당사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포함해 차남 신동빈 회장,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그룹 부회장 등 주요 관련자들의 국감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이 핵심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안팎에서는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은 어렵다 해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증인 채택은 피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신씨 형제의 정무위 출석 여부는 여야 합의라는 관문이 남아 있지만 이들이 적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만큼 무난히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국적 논란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 타격이 커서 국회 출석에 불응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무위에서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증인으로 채택하더라도 실제 신씨 형제가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벌금을 내더라도 국회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현재 진행형이어서 국감까지 신경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무위는 롯데 외에도 재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탈법적인 내부거래, 불투명한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을 다룰 것으로 예상돼 관련 재벌 총수 및 일가들이 증인·참고인 대상으로 국회를 드나들 것으로 보인다.
 
19대 마지막 국감…의원들 집중포화 예고
주요 총수 줄소환 예상 “재계 바짝 긴장”
 
보건복지위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이 쟁점이다. 여야는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메르스 사태 감사요구안’을 심의, 의결했다. 
 
감사 요구안은 정부 당국의 초동대응 부실 등 메르스 사태 전반에 대한 원인 규명과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환자 조치에 관련된 정부대책 등을 감사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민간기관인 삼성서울병원 등이 감사원 감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낙타나 박쥐가 주요 매개체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20일 첫 환자가 발생했다. 정부가 지난달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발생한 감염자는 총 186명이다. 이 중 36명이 숨졌고 12명(중증 3명·경증 9명)은 여전히 치료 중이다. 메르스에 완치돼 병원 문을 나선 환자는 모두 138명이다. 치명률은 19.35%이다.
 

누적 격리자 수는 1만6693명이고 휴업한 유치원·학교는 2704곳이다. 무엇보다도 메르스는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지난 6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7월말 종결 시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9조3377억원이다.

조용히 칼 가는
국회 상임위들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슈퍼 전파자(환자번호 14번)’를 놓치면서 병원 응급실에서만 82명을 감염시켰다. 이후 감염자 수가 급증했다. 보건당국이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제대로 실시했는지 등이 쟁점이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됐고 이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는 점에서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만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스르 사태와 별도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문제로 증인 채택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강한 반발에도 합병을 성공시켰다. 오는 9월1일자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하게 된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던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이번 합병 과정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 국제투기 자본에 맞선 경영권 방어 수단, 주주 가치와 권리,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 국내 대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점이 주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위에서는 ‘땅콩회항’ 사건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땅콩회항 사건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해 12월5일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삼아 난동을 부린 데 이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해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출발이 20분가량 연착되면서 비행기에 탑승했던 250여명의 승객들은 그만큼의 시간을 잃었다.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같은 달 8일 언론을 통해 대한항공 항공기 연착 사유가 공개되면서 재벌가 갑질 논란이 촉발됐다. 특히 게이트를 떠난 항공기가 다시 게이트로 돌아오는 램프리턴에 대한 항공법 저촉 여부 등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을 옹호하면서 책임을 승무원에게 떠넘기는 사과문을 발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론의 뭇매에 조 전 부사장은 부사장직에서 물러났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참여연대가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면서국토교통부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조사가 이뤄졌다.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국토부 조사 결과 봐주기 의혹이 일었고, 사건 조사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거짓 진술 강요 폭로 등이 밝혀지면서 결국 조 전 부사장은 새해를 앞두고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형법상 강요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중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만 무죄로 인정됐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지난 5월 항소심 법원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장소가 계류장이기 때문에 변경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가을바람 불때
기업들 털린다
 

산업통상자원위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골목상권 침해, 독과점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청·협력업체 특혜 의혹을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증인 및 참고인 채택 기업으로는 포스코가 꼽힌다. 지난 3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쟁’ 선언 이후 본격화했던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5개월째를 맞았지만 ‘몸통 없는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수십여명에 달하는 전·현직 임원과 협력사 대표를 구속하며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그나마 최근 12일 포스코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성로 전 동영종합건설 회장이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배 전 회장은 동양종건과 운강건설, 영남일보 등을 운영하며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 전 회장은 TK(대구·경북) 지역의 유력 기업인이자 현재 동양종건 최대주주(지분율 35%)로 포스코 전직 임원들과 유착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 인도 사업과 관련 동양종건 인도지사가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빼돌린 10억여원으로 현지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부동산을 구매하는 등 횡령과 특혜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메르스, 땅콩 등 도마 위
칼자루 쥔 정무위·산업위 선택은?
 
하지만 최고 결정권자였던 정준양 전 회장의 소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이번 수사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되는 등 사실 수사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번 배 전 회장 관련 의혹이 사실로 규명될 경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감 증인 출석 여부는 아직 검찰 수사 중이란 점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위는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대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해양플랜트 사상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여파로 최근 부장급과 전문위원, 수석전문위 등 고위직급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을 단행할 방침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9월 말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력 감축과 더불어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김갑중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고문 자격을 박탈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2조원대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갖은 의혹이 제기됐고 전 경영진과 정치권, 금융당국의 과도한 인사 개입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회사를 상대로 회계감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회계감리는 기업의 재무제표가 의심될 때 금융당국이 직접 분식회계 여부를 조사하는 절차다. 금감원의 조사에서 분식회계가 드러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과징금과 함께 고 전 사장과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검찰이 고발할 수도 있다. 고 전 사장과 산은의 분식회계 공모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선거 앞두고
졸속 우려도
 
현대중공업도 산업위의 국감 참고인 대상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6월 현대중공업은 ‘잠수함비리’로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았다. 잠수함비리의 핵심은 성능이 떨어지는 잠수함을 해운에 인도하면서 평가담당자를 포섭했다는 것이다. 해당 담당자에게는 전역 후 일자리가 제공된 정황까지 포착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영관급 장교들이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함체 결함을 눈감아준 뒤 잠수함 건조를 맡은 현대중공업에 취업했다가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환경노동위에서는 노동개혁과 관련 기업인들의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간 갈등을 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그간 꾸준히 충돌해 왔다. 최근에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11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16차 교섭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끝냈다.
 
이밖에도 상임위에서는 아직 거론되지 않았지만 두산그룹은 박용성 전 회장이 국회 호출을 받을 수도 있다.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중앙대에 각종 특혜를 주는 대신 뇌물을 건넨 혐의로 박 전 회장이 기소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와 재벌 일가가 소유한 대학이 유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높다.
 
여야는 재벌 기업의 구조적인 병폐에 관해 충분히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재벌개혁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기업인들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해 국감장에 불러놓고 호통만 치고 끝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기업인 소환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재벌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사실상 국회뿐이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한다는 게 정·재계의 관측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올해 국감 분위기는…선거가 우선?
 
19대 마지막 국정감사를 앞둔 가운데 이번 국감이 부실하게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당초 국정감사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분리국감이 논의됐으나 현재 여야 원내지도부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개정된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제출 시기가 10일 앞당겨져(9월13일) 국감 일정에 따른 예산안 심사 차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현직 의원들의 마음이 지역구로 향해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다수의 의원들이 국감과 예산안 심사를 빨리 끝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감보다 중요한 게 선거운동이란 얘기다. 때문에 정책질의 위주였던 국감 질의서도 총선표를 의식해 지역 현안 위주로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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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