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국감 임박> 벌벌 떠는 대기업들 백태

재벌 잡는 계절, 총수들 줄소환 임박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19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머지않았다.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 기업인들을 적극 소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재계 톱뉴스인 롯데를 시작으로 그간 논란을 일으켜왔던 기업인 줄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는 ‘지배구조’ ‘일감 몰아주기’ ‘자사주 처분·매입’ 등이다. 국감을 앞둔 재계의 표정을 살펴본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특히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후폭풍을 일으키며 재벌개혁 목소리를 높여 재벌 총수 및 그 일가와 기업 경영진들의 증인·참고인 채택 요청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살아있는 이슈들
물의 기업 1순위
 
여야는 벌써부터 국감을 통해 일부 기업인을 손 볼 것이라며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롯데그룹 사태를 계기로 불투명한 지배구조,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거래 및 편법적인 상속, 자사주 처분·매입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 등을 주로 다룰 전망이다. 우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 직접 당사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포함해 차남 신동빈 회장,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그룹 부회장 등 주요 관련자들의 국감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이 핵심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안팎에서는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은 어렵다 해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증인 채택은 피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신씨 형제의 정무위 출석 여부는 여야 합의라는 관문이 남아 있지만 이들이 적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만큼 무난히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국적 논란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 타격이 커서 국회 출석에 불응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무위에서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증인으로 채택하더라도 실제 신씨 형제가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벌금을 내더라도 국회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현재 진행형이어서 국감까지 신경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무위는 롯데 외에도 재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탈법적인 내부거래, 불투명한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을 다룰 것으로 예상돼 관련 재벌 총수 및 일가들이 증인·참고인 대상으로 국회를 드나들 것으로 보인다.
 
19대 마지막 국감…의원들 집중포화 예고
주요 총수 줄소환 예상 “재계 바짝 긴장”
 
보건복지위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이 쟁점이다. 여야는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메르스 사태 감사요구안’을 심의, 의결했다. 
 
감사 요구안은 정부 당국의 초동대응 부실 등 메르스 사태 전반에 대한 원인 규명과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환자 조치에 관련된 정부대책 등을 감사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민간기관인 삼성서울병원 등이 감사원 감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낙타나 박쥐가 주요 매개체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20일 첫 환자가 발생했다. 정부가 지난달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발생한 감염자는 총 186명이다. 이 중 36명이 숨졌고 12명(중증 3명·경증 9명)은 여전히 치료 중이다. 메르스에 완치돼 병원 문을 나선 환자는 모두 138명이다. 치명률은 19.35%이다.
 

누적 격리자 수는 1만6693명이고 휴업한 유치원·학교는 2704곳이다. 무엇보다도 메르스는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지난 6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7월말 종결 시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9조3377억원이다.

조용히 칼 가는
국회 상임위들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슈퍼 전파자(환자번호 14번)’를 놓치면서 병원 응급실에서만 82명을 감염시켰다. 이후 감염자 수가 급증했다. 보건당국이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제대로 실시했는지 등이 쟁점이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됐고 이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는 점에서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만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스르 사태와 별도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문제로 증인 채택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강한 반발에도 합병을 성공시켰다. 오는 9월1일자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하게 된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던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이번 합병 과정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 국제투기 자본에 맞선 경영권 방어 수단, 주주 가치와 권리,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 국내 대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점이 주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위에서는 ‘땅콩회항’ 사건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땅콩회항 사건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해 12월5일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삼아 난동을 부린 데 이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해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출발이 20분가량 연착되면서 비행기에 탑승했던 250여명의 승객들은 그만큼의 시간을 잃었다.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같은 달 8일 언론을 통해 대한항공 항공기 연착 사유가 공개되면서 재벌가 갑질 논란이 촉발됐다. 특히 게이트를 떠난 항공기가 다시 게이트로 돌아오는 램프리턴에 대한 항공법 저촉 여부 등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을 옹호하면서 책임을 승무원에게 떠넘기는 사과문을 발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론의 뭇매에 조 전 부사장은 부사장직에서 물러났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참여연대가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면서국토교통부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조사가 이뤄졌다.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국토부 조사 결과 봐주기 의혹이 일었고, 사건 조사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거짓 진술 강요 폭로 등이 밝혀지면서 결국 조 전 부사장은 새해를 앞두고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형법상 강요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중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만 무죄로 인정됐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지난 5월 항소심 법원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장소가 계류장이기 때문에 변경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가을바람 불때
기업들 털린다
 

산업통상자원위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골목상권 침해, 독과점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청·협력업체 특혜 의혹을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증인 및 참고인 채택 기업으로는 포스코가 꼽힌다. 지난 3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쟁’ 선언 이후 본격화했던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5개월째를 맞았지만 ‘몸통 없는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수십여명에 달하는 전·현직 임원과 협력사 대표를 구속하며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그나마 최근 12일 포스코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성로 전 동영종합건설 회장이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배 전 회장은 동양종건과 운강건설, 영남일보 등을 운영하며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 전 회장은 TK(대구·경북) 지역의 유력 기업인이자 현재 동양종건 최대주주(지분율 35%)로 포스코 전직 임원들과 유착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 인도 사업과 관련 동양종건 인도지사가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빼돌린 10억여원으로 현지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부동산을 구매하는 등 횡령과 특혜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메르스, 땅콩 등 도마 위
칼자루 쥔 정무위·산업위 선택은?
 
하지만 최고 결정권자였던 정준양 전 회장의 소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이번 수사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되는 등 사실 수사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번 배 전 회장 관련 의혹이 사실로 규명될 경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감 증인 출석 여부는 아직 검찰 수사 중이란 점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위는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대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해양플랜트 사상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여파로 최근 부장급과 전문위원, 수석전문위 등 고위직급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을 단행할 방침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9월 말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력 감축과 더불어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김갑중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고문 자격을 박탈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2조원대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갖은 의혹이 제기됐고 전 경영진과 정치권, 금융당국의 과도한 인사 개입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회사를 상대로 회계감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회계감리는 기업의 재무제표가 의심될 때 금융당국이 직접 분식회계 여부를 조사하는 절차다. 금감원의 조사에서 분식회계가 드러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과징금과 함께 고 전 사장과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검찰이 고발할 수도 있다. 고 전 사장과 산은의 분식회계 공모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선거 앞두고
졸속 우려도
 
현대중공업도 산업위의 국감 참고인 대상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6월 현대중공업은 ‘잠수함비리’로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았다. 잠수함비리의 핵심은 성능이 떨어지는 잠수함을 해운에 인도하면서 평가담당자를 포섭했다는 것이다. 해당 담당자에게는 전역 후 일자리가 제공된 정황까지 포착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영관급 장교들이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함체 결함을 눈감아준 뒤 잠수함 건조를 맡은 현대중공업에 취업했다가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환경노동위에서는 노동개혁과 관련 기업인들의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간 갈등을 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그간 꾸준히 충돌해 왔다. 최근에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11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16차 교섭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끝냈다.
 
이밖에도 상임위에서는 아직 거론되지 않았지만 두산그룹은 박용성 전 회장이 국회 호출을 받을 수도 있다.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중앙대에 각종 특혜를 주는 대신 뇌물을 건넨 혐의로 박 전 회장이 기소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와 재벌 일가가 소유한 대학이 유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높다.
 
여야는 재벌 기업의 구조적인 병폐에 관해 충분히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재벌개혁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기업인들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해 국감장에 불러놓고 호통만 치고 끝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기업인 소환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재벌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사실상 국회뿐이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한다는 게 정·재계의 관측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올해 국감 분위기는…선거가 우선?
 
19대 마지막 국정감사를 앞둔 가운데 이번 국감이 부실하게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당초 국정감사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분리국감이 논의됐으나 현재 여야 원내지도부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개정된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제출 시기가 10일 앞당겨져(9월13일) 국감 일정에 따른 예산안 심사 차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현직 의원들의 마음이 지역구로 향해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다수의 의원들이 국감과 예산안 심사를 빨리 끝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감보다 중요한 게 선거운동이란 얘기다. 때문에 정책질의 위주였던 국감 질의서도 총선표를 의식해 지역 현안 위주로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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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