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국감 임박> 벌벌 떠는 대기업들 백태

재벌 잡는 계절, 총수들 줄소환 임박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19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머지않았다.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 기업인들을 적극 소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재계 톱뉴스인 롯데를 시작으로 그간 논란을 일으켜왔던 기업인 줄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는 ‘지배구조’ ‘일감 몰아주기’ ‘자사주 처분·매입’ 등이다. 국감을 앞둔 재계의 표정을 살펴본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특히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후폭풍을 일으키며 재벌개혁 목소리를 높여 재벌 총수 및 그 일가와 기업 경영진들의 증인·참고인 채택 요청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살아있는 이슈들
물의 기업 1순위
 
여야는 벌써부터 국감을 통해 일부 기업인을 손 볼 것이라며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롯데그룹 사태를 계기로 불투명한 지배구조,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거래 및 편법적인 상속, 자사주 처분·매입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 등을 주로 다룰 전망이다. 우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 직접 당사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포함해 차남 신동빈 회장,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그룹 부회장 등 주요 관련자들의 국감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이 핵심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안팎에서는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은 어렵다 해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증인 채택은 피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신씨 형제의 정무위 출석 여부는 여야 합의라는 관문이 남아 있지만 이들이 적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만큼 무난히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국적 논란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 타격이 커서 국회 출석에 불응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무위에서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증인으로 채택하더라도 실제 신씨 형제가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벌금을 내더라도 국회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현재 진행형이어서 국감까지 신경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무위는 롯데 외에도 재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탈법적인 내부거래, 불투명한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을 다룰 것으로 예상돼 관련 재벌 총수 및 일가들이 증인·참고인 대상으로 국회를 드나들 것으로 보인다.
 
19대 마지막 국감…의원들 집중포화 예고
주요 총수 줄소환 예상 “재계 바짝 긴장”
 
보건복지위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이 쟁점이다. 여야는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메르스 사태 감사요구안’을 심의, 의결했다. 
 
감사 요구안은 정부 당국의 초동대응 부실 등 메르스 사태 전반에 대한 원인 규명과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환자 조치에 관련된 정부대책 등을 감사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민간기관인 삼성서울병원 등이 감사원 감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낙타나 박쥐가 주요 매개체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20일 첫 환자가 발생했다. 정부가 지난달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발생한 감염자는 총 186명이다. 이 중 36명이 숨졌고 12명(중증 3명·경증 9명)은 여전히 치료 중이다. 메르스에 완치돼 병원 문을 나선 환자는 모두 138명이다. 치명률은 19.35%이다.
 

누적 격리자 수는 1만6693명이고 휴업한 유치원·학교는 2704곳이다. 무엇보다도 메르스는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지난 6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7월말 종결 시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9조3377억원이다.

조용히 칼 가는
국회 상임위들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슈퍼 전파자(환자번호 14번)’를 놓치면서 병원 응급실에서만 82명을 감염시켰다. 이후 감염자 수가 급증했다. 보건당국이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제대로 실시했는지 등이 쟁점이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됐고 이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는 점에서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만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스르 사태와 별도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문제로 증인 채택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강한 반발에도 합병을 성공시켰다. 오는 9월1일자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하게 된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던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이번 합병 과정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 국제투기 자본에 맞선 경영권 방어 수단, 주주 가치와 권리,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 국내 대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점이 주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위에서는 ‘땅콩회항’ 사건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땅콩회항 사건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해 12월5일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삼아 난동을 부린 데 이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해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출발이 20분가량 연착되면서 비행기에 탑승했던 250여명의 승객들은 그만큼의 시간을 잃었다.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같은 달 8일 언론을 통해 대한항공 항공기 연착 사유가 공개되면서 재벌가 갑질 논란이 촉발됐다. 특히 게이트를 떠난 항공기가 다시 게이트로 돌아오는 램프리턴에 대한 항공법 저촉 여부 등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을 옹호하면서 책임을 승무원에게 떠넘기는 사과문을 발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론의 뭇매에 조 전 부사장은 부사장직에서 물러났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참여연대가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면서국토교통부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조사가 이뤄졌다.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국토부 조사 결과 봐주기 의혹이 일었고, 사건 조사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거짓 진술 강요 폭로 등이 밝혀지면서 결국 조 전 부사장은 새해를 앞두고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형법상 강요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중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만 무죄로 인정됐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지난 5월 항소심 법원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장소가 계류장이기 때문에 변경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가을바람 불때
기업들 털린다
 

산업통상자원위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골목상권 침해, 독과점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청·협력업체 특혜 의혹을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증인 및 참고인 채택 기업으로는 포스코가 꼽힌다. 지난 3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쟁’ 선언 이후 본격화했던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5개월째를 맞았지만 ‘몸통 없는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수십여명에 달하는 전·현직 임원과 협력사 대표를 구속하며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그나마 최근 12일 포스코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성로 전 동영종합건설 회장이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배 전 회장은 동양종건과 운강건설, 영남일보 등을 운영하며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 전 회장은 TK(대구·경북) 지역의 유력 기업인이자 현재 동양종건 최대주주(지분율 35%)로 포스코 전직 임원들과 유착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 인도 사업과 관련 동양종건 인도지사가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빼돌린 10억여원으로 현지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부동산을 구매하는 등 횡령과 특혜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메르스, 땅콩 등 도마 위
칼자루 쥔 정무위·산업위 선택은?
 
하지만 최고 결정권자였던 정준양 전 회장의 소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이번 수사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되는 등 사실 수사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번 배 전 회장 관련 의혹이 사실로 규명될 경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감 증인 출석 여부는 아직 검찰 수사 중이란 점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위는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대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해양플랜트 사상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여파로 최근 부장급과 전문위원, 수석전문위 등 고위직급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을 단행할 방침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9월 말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력 감축과 더불어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김갑중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고문 자격을 박탈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2조원대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갖은 의혹이 제기됐고 전 경영진과 정치권, 금융당국의 과도한 인사 개입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회사를 상대로 회계감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회계감리는 기업의 재무제표가 의심될 때 금융당국이 직접 분식회계 여부를 조사하는 절차다. 금감원의 조사에서 분식회계가 드러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과징금과 함께 고 전 사장과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검찰이 고발할 수도 있다. 고 전 사장과 산은의 분식회계 공모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선거 앞두고
졸속 우려도
 
현대중공업도 산업위의 국감 참고인 대상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6월 현대중공업은 ‘잠수함비리’로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았다. 잠수함비리의 핵심은 성능이 떨어지는 잠수함을 해운에 인도하면서 평가담당자를 포섭했다는 것이다. 해당 담당자에게는 전역 후 일자리가 제공된 정황까지 포착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영관급 장교들이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함체 결함을 눈감아준 뒤 잠수함 건조를 맡은 현대중공업에 취업했다가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환경노동위에서는 노동개혁과 관련 기업인들의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간 갈등을 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그간 꾸준히 충돌해 왔다. 최근에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11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16차 교섭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끝냈다.
 
이밖에도 상임위에서는 아직 거론되지 않았지만 두산그룹은 박용성 전 회장이 국회 호출을 받을 수도 있다.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중앙대에 각종 특혜를 주는 대신 뇌물을 건넨 혐의로 박 전 회장이 기소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와 재벌 일가가 소유한 대학이 유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높다.
 
여야는 재벌 기업의 구조적인 병폐에 관해 충분히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재벌개혁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기업인들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해 국감장에 불러놓고 호통만 치고 끝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기업인 소환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재벌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사실상 국회뿐이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한다는 게 정·재계의 관측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올해 국감 분위기는…선거가 우선?
 
19대 마지막 국정감사를 앞둔 가운데 이번 국감이 부실하게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당초 국정감사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분리국감이 논의됐으나 현재 여야 원내지도부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개정된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제출 시기가 10일 앞당겨져(9월13일) 국감 일정에 따른 예산안 심사 차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현직 의원들의 마음이 지역구로 향해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다수의 의원들이 국감과 예산안 심사를 빨리 끝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감보다 중요한 게 선거운동이란 얘기다. 때문에 정책질의 위주였던 국감 질의서도 총선표를 의식해 지역 현안 위주로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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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