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국내외 피서골프장 대타험

온도도 가격도 시원한 골프 “한번 떠나볼까?”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골프장들도 발 빠르게 ‘피서골프’를 준비했다. ‘시원한 골프’는 단순하게 기온만 낮은 것이 아니다. 시원하게 내려간 그린피뿐 아니라, 풍성한 이벤트와 경품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시원한 그린피부터 풍성한 이벤트 진행…
아름다운 낭만 어우러져 가족여행으로 제격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몽베르CC(36홀)는 ‘피서골프 그린피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해발 420m에 자리한 몽베르CC는 한여름에도 서울 등 도심지역보다 평균기온이 4~5도 낮아 피서골프로 유명하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을 치렀던 북코스에 한해서는 2부 티오프 시간에만 13만원을 받는다. 주말에는 토요일 최저 17만원부터, 일요일은 16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가족여행 가능한
골프리조트 시설

가족들과 함께 찾을 수 있게 ‘1박2일 패키지’도 내놨다. 36홀 그린피와 숙박, 조식을 포함해 주중 22만원, 금·토요일 32만원, 토·일요일 36만원, 일·월요일 29만원이다. 2인 플레이도 가능하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클럽모우 골프클럽(27홀 회원제)은 오는 8월 말까지 다양한 여름 이벤트와 서비스를 준비했다. 먼저 여성골퍼들을 대상으로 매주 월요일 ‘우먼 데이 이벤트’를 열고 신페리오 방식의 스코어 집계를 통해 무료 라운드권, 고급 드라이버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고 IP존 이벤트 등 재미를 느낄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또 카트마다 얼음을 가득 채운 ‘냉 찜질팩’을 1인 1개 기준으로 구비해 수시로 더위를 식힐 수 있게 했고, 체크아웃 후에도 시원한 생수를 제공해 기분 좋게 귀가할 수 있도록 했다.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골프장은 8월까지 ‘4가지 이벤트’를 만들어 골퍼들을 유혹한다. 먼저 2명만 가도 된다. 라비에벨 골프장은 가족, 친구, 연인 등의 친선 플레이를 위해 주중은 물론 주말 2인 플레이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7~8월에 한하며 라운드 5일 전에 예약이 오픈된다.
만약 ‘공짜 보너스 라운드’를 하고 싶다면 오전 8시 이전에 가면 된다. 27홀을 예약하면 18홀 라운드 후 점심을 먹고 오후 1시30분 이후 9홀이나 18홀 플레이를 해도 27홀 그린피와 카트피만 받는다.
골프장 토털서비스기업 골프존 카운티는 안성지역 3개 골프장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8월 말까지 골프존 카운티 안성H, 안성Q, 안성W 중 2개 이상 골프장에 내장하면 각종 할인 혜택과 쿠폰을 제공하며, 지급된 쿠폰은 9월13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이외에도 골프존 카운티 모든 골프장에서는 우천 시 우의와 휴대폰 방수팩, 지퍼백을 무료로 제공하고 혹서기 시즌 그늘집에서 수박을 공짜로 제공한다.
안성H와 Q에서는 OB 특설티가 설치된 홀에서 OB를 한 고객이 보기를 할 경우 선크림을 증정한다. 여기서도 만약 ‘공짜 보너스 라운드’를 하고 싶다면 오전 8시 이전에 가면 된다. 27홀을 예약하면 18홀 라운드 후 점심을 먹고 오후 1시30분 이후 9홀이나 18홀 플레이를 해도 27홀 그린피와 카트피만 받는다.
도전 이벤트도 있다. 도전료 1만원만 내면 코오롱 웰케어의 천연 화장품 시자르 샘플키트 3종 세트, 그리고 2인 커피 쿠폰을 준다. 신페리오 방식으로 매주 우승팀에게 마우나오션리조트 2박 숙박권(별장형 콘도·90만원 상당)을 증정한다.
제일모직은 가평, 안성, 글렌로스 등 3개 골프장에서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보낼 수 있는 여름 이벤트 ‘어메이징 베네스트’를 오는 8월 말까지 실시한다. 가평, 안성베네스트, 글렌로스 등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골프장이 본격적 여름철을 맞아 어메이징 베네스트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에 앞서 최상의 코스 품질과 품격 높은 서비스 등 만반의 준비로 손님맞이에 만전을 기했다.

가평·안성베네스트 등 3곳
어메이징 베네스트 진행


또한 국내 골프장 최초로 정보통신(IT)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스마트 스탬프’를 도입했다. 이는 일반 도장을 찍는 것처럼 스마트폰에 골프삼성 앱을 실행한 후 화면 위에 전자 스탬프를 찍으면 마치 실제 도장이 찍힌 듯한 이미지가 나타나며 스마트폰에 자동 저장되는 시스템이다. 먼저 ‘3.6.9 모바일 스탬프 랠리’ 이벤트가 있다. 골퍼들이 3개 골프장을 입장할 때마다 클럽하우스에서 스마트 스탬프를 매회 1개씩 찍어주는데 스탬프가 3, 6, 9개 모일 때마다 특별한 선물이 쏟아지는 이벤트다. 8월 말까지 스탬프를 최다 날인한 고객 3명에게는 주중 4인 무료 라운드권을 별도로 증정한다.

더위 날리는 시원한 샷
여름 해외 골프여행

‘버디 룰렛 이벤트’도 실시한다. 버디를 기록한 고객에게 즉석에서 해당 고객의 스마트폰에 스탬프를 찍어 주는 방식이다. 버디 스탬프가 3개 모일 때마다 스마트폰에 생성되는 모바일 룰렛 화면을 실행해 드라이버 헤드커버, 골프삼성 로고볼, 생맥주 교환권 등 다양한 선물 1000개를 증정한다. 스마트 스탬프를 이용한 이벤트는 제일모직의 3개 골프클럽에서 누적해 이용할 수 있다.
피서골프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다. 이맘때 골프 애호가들의 가슴은 설렌다. 본격적으로 무더워지는 국내를 벗어나 쾌적하게 즐기는 해외 골프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기회. 장소 선택이 더 중요한 이유다. 여름에도 서늘한 기후, 휴가 후에도 일상 복귀에 무리가 없는 편안함, 가족과의 휴가까지 겸할 수 있는 곳 등 다양한 골퍼의 요구에 맞는 해외 골프장이 손짓하고 있다.
골드코리아가 운영하는 일본 고베 아와지 스프링 골프&아트리조트가 골프와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가족여행상품을 선보였다. 고베 아와지 섬은 일본의 지중해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골프여행은 2박3일 32만원, 3박4일 44만원(이상 숙식과 그린피, 카트피 포함), 골프를 하지 않으면 2박3일 20만원, 3박4일 28만원이다. 항공료는 별도로 개인이 직접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골드코리아에서도 제반 수속을 대행해 준다.
습한 더위는 없다. 일본 홋카이도는 7~8월에도 평균기온이 20도 안팎으로 선선하면서 쾌적한 기후 때문에 여름골프의 최적지로 불린다. 특히 유바리시에 자리한 샤토레제CC는 아즈고원의 능선과 시원한 이시카리만을 따라 펼쳐진 정통 27홀 규모의 골프클럽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 토너먼트 대회인 샤토레제퀸스컵이 열리는 골프장으로 골퍼들 사이에서 명문클럽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홋카이도 치토세공항에서 50분 만에 닿는 만큼 이동의 피로가 적다.
시원하게 즐기는 골프와 함께 쌓인 피로를 온천욕으로 풀 수 있는 것도 장점. 샤토레제의 천연온천은 탄산수소이온을 함유해 아토피 등 피부병에도 효과가 좋다. 투어피플(tourpeople1.com)은 3일의 짧은 일정부터 10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샤토레제 상품을 판매한다. 89만9000원부터.
짧은 기간에 여름휴가와 골프를 겸하고 싶다면 규슈의 미야자키로 눈을 돌려보자. 인천공항에서 미야자키국제공항까지는 약 1시간40분이면 닿는다. 보통 5~6시간 걸리는 동남아여행이 피곤하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많은 클럽 중에서도 시가이아리조트는 가족을 동반한 골퍼들에게 최적이다. 리조트 내 피닉스CC와 톰왓슨CC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스다. 피닉스CC는 일본골프투어(JGTO)대회인 던롭피닉스토너먼트가 펼쳐지는 곳으로, 타이거 우즈가 이곳에서 2004년, 2005년 2년 연속 우승을 거머쥐면서 더 유명해졌다. 큰 대회를 여는 골프장인 만큼 그린 상태는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페어웨이 양쪽으로 뻗은 울창한 해송들이 바람을 막아줘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라운드 후에는 리조트에 있는 미야자키쉐라톤호텔에서 편히 쉴 수 있다. 넓은 객실과 태평양 해안이 펼쳐지는 전망으로 유명하다. 호텔 주변에는 온천, 동물원과 식물원, 야외수영장과 스파 등이 있어 가족을 동반한 경우에도 걱정이 없다.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골프를 치고 관광까지 하고 싶다면 선택지를 넓혀보자. 사이판공항에서 30분 안팎이면 닿는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는 사이판 유일의 36홀 골프클럽이다. 사이판 최고봉인 타포차우산을 뒤로 한 뛰어난 풍광이 인상적이다.

남태평양과 열대우림의
색다른 낭만까지 체험

라오라오만의 자연경관을 그대로 살린 코스 설계는 세계적인 프로골퍼 그레그 노먼의 솜씨. 경기 후 리조트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바비큐를 즐길 수 있고, 전 객실에서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가 보이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 수영장, 스파, 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일성여행사(ilsungtour.com)는 사이판 라오라오베이 4박5일 상품을 판매한다. 인천에서 사이판까지 제주항공을 이용하며 골프 외에 한국인 위령탑, 만세절벽 등 관광지 투어가 포함된다. 가격은 135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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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