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발 ‘택시’ 남모르는 ‘천태만상’

“어머머! 기사님, 왜 이러세요?”


택시는 지하철, 버스와 함께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대중교통 중 하나다. 비교적 요금이 비싸기는 하지만 막히는 시간이 아니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하지만 최근 한 50대 택시기사가 여성 승객을 성추행 한 뒤 경찰서 유치장에서 자살한 사건이 발생, 택시의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이번에 자살한 기사는 상습 성추행범으로 과거 유사 혐의로 21년 간 복역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이에 여성 네티즌들은 택시를 이용하면서 경험한 크고 작은 성희롱·성추행 사례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게재, 공유함으로써 유사 피해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음담패설 기본, 여성승객 성희롱·성추행 비일비재
“차비 없다” 먼저 유혹하면 택시기사도 순간 당황


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경험은 대부분 일부 택시기사들의 음담패설과 야한 농담, 작업(?) 등 성희롱·성추행에 관한 것이었다. 평일 계속되는 아르바이트로 주말에만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최모(22·여)씨는 지난 3일 친구들과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택시를 잡아탔다. 집 앞에 다다른 최씨가 뒷문을 열고 내리려고 하자 택시 기사가 최씨를 불러 세우고, “아가씨 진짜 내가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같이 소주 한 잔 하면 안 될까?”라고 물었다.

갑자기 바지는 왜 벗어?

당황한 최씨는 “제가 왜요?”라고 되물었고, 기사는 “너무 피곤하고 정 들어가 봐야 하면 나한테 연락처 주고 다음에라도 만나자”면서 “아가씨가 진짜 내 스타일이어서 그래”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러지 말고 나 만나주면 내가 아가씨 무슨 일을 하든, 어딜 가든 집 앞으로 태우러 오고 집에 갈 때도 연락만 주면 20분 안에 택시 끌고 달려갈게”라면서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만나서 나랑 밥 먹어주고 술 한 잔 먹어주면 내가 용돈도 주고, 옷도 사주고, 가방도 사줄게. 내가 몸을 요구하는 건 아니야. 어때?”라고 제안했다.

외모만 봐도 40대 초반의 아버지뻘은 돼 보이는 기사의 도발에 최씨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고, 이때다 싶은 기사는 “잠깐 조수석에 앉아보라”고 말했다. 순간 기지를 발휘한 최씨는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길 것처럼 차에서 내려 집까지 무작정 달려갔다. 또 다른 20대 여성은 택시 안에서 더욱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태원 모 옷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한다고 신원을 밝힌 A씨는 지난 6월7일 택시를 탔다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모습을 목격했다.

이날 A시는 출근시간에 늦어서 오전 9시께 택시에 올랐고, 너무 피곤해서 택시 안에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잠결에도 뭔가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택시 기사가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 채, 운전을 하고 있었다.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에 굳어버린 A씨는 입 밖으로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혼자 쓴 눈물만 흘렸고, 택시의 속도가 느려지자 무작정 뒷문을 박차고 나와 옆 택시에 옮겨 타 위기를 모면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모(27·여)씨는 택시기사에게 저질 질문 공세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퇴근 후 친구들과 약속장소로 향하던 이씨는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택시에 올랐다. 평소처럼 앞자리에 앉아 목적지를 말하고 창밖을 보고 있으니 택시기사가 “아가씨 혹시 담배 피우면 나랑 같이 한대 피우지. 혼자 피우면 눈치 보여서”라며 말을 걸어왔다.

이씨는 “저는 괜찮으니까 창문 열고 피우세요”라고 말했고, 담배에 불을 붙인 기사는 입에도 불을 붙인 듯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요즘 여자들은 담배도 많이 피우던데 아가씨는 왜 안 피우느냐” “듣자하니 젊은이들은 엔조이를 한다던데 아가씨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우리 같이 나이가 있는 남자들은 삽입(?)하는 순간 여자가 처녀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요즘 커플들은 하루에 얼마나 잠자리를 갖는지 궁금하다”는 등 이상야릇한 질문만 해댔다.

사람 다루는 일을 하는 이씨는 적당히 대꾸해줘 가며 자연스럽게 상황을 넘겼고,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그 기사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택시기사들의 이 같은 성희롱은 비단 여성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최모(17)군은 지난 4월 택시를 탔다가 더러운(?)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최 군은 소개팅 약속이 잡혀있어 집을 나섰다.

택시로 15분이면 갈 거리였는데 그날따라 차가 막혀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약속시간에 늦을까 초조해 하고 있을 무렵, 소개팅을 하기로 한 여자아이에게 전화가 와서 상황을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때 택시기사가 “학생 방금 여자친구랑 통화 한거야?”라고 물었고, 최 군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일일이 소개팅 상대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여자친구라고 둘러댔다.

그랬더니 기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학생은 여자친구랑 뽀뽀해? 키스해?” 기습질문에 당황한 최 군은 “저는 그냥 뽀뽀 하는데요”라고 답했고,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택시기사는 “아 남자면 키스를 해야지 키스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기사의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에 최 군은 “아저씨 아내분하고 하세요”라고 최대한 예의를 지켜 말했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잠잠했던 택시기사는 “여자친구 가슴은 만져봤어? 말랑말랑 하디?”라며 저질 농담을 시작했고, “젊은 여자들 가슴이 말랑거린다”면서 “더 늦기 전에 만져봐라”고 강조했다. 더이상 대꾸를 했다가는 이야기가 더 이상한 쪽으로 흐를 것 같아 최 군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도 택시기사는 “오늘 만나면 꼭 가슴 만져”라고 거듭 강조하더니 최 군이 목적지에 다다르자 “학생 오늘 가슴 만지고 느낌을 나한테 말해줘”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이와 반대로, 택시기사를 노리는 여성 승객도 존재한다. 과거 택시기사 경험이 있는 선모(35)씨는 놀라운 얘기를 털어놨다. 일부 여성 승객 가운데 만취 상태로 택시에 탑승한 뒤, 목적지에 도착하면 “돈이 없다”면서 “몸으로 때우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는 것. 실제 이런 식으로 성관계가 이뤄지는 경우도 여러 번 봤다고 전했다.

남자도 예외는 아냐

또 몇 년 전만해도 카바레나 성인 나이트 주변에 주차된 택시기사에게 “부족한 사납금 채워주고 모텔비도 내가 낼 테니 함께 가자”고 제안하는 아줌마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이트나 카바레에서 부킹에 성공하지 못한 아줌마들의 경우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해결하곤 했다는 것. 이어 선씨는 “일부 택시기사들의 언행으로 모든 택시기사가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박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