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남편’ 때문에 고통받는 결혼이주여성 피해 실태

툭하면 주먹질 “남~편이 싫어요”


현대판 ‘씨받이’ 논란의 주인공 베트남 신부가 최근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한국 사회의 이주여성들에게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멀리 타국에서 남편 하나만 믿고 시집왔지만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가로막혀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부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일부 이주여성들은 남성의 억압과 폭행, 무관심 등에 방치된 채 절망의 늪을 헤매고 있다. 희망을 품고 한국에 왔지만 실망만 안고 살아가는 이주여성의 피해 실태를 <일요시사>가 취재했다.


현대판 ‘씨받이’ 베트남 신부 항소심에서 승소
한 달에 한 번 자녀 만남 허용… 귀화 신청 마쳐

서울고등법원 민사10부(재판장 유남석)는 베트남 여성 A씨(27)씨가 전 남편 박모(54)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에서 1심과 같이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를 대리모로 2세를 낳게 한 뒤 아이를 격리해 기른 것은 A씨의 친권 및 양육권을 침해한 것일 뿐 아니라 인격권 및 신체에 대한 자기보전권을 침해한 것으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박씨는 A씨에게 정신적으로 큰 손해를 입혔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의 땅 한국에서
‘씨받이’로 전락

A씨는 지난 2003년, 20살이 되던 해 한국 남성 박씨에게 시집왔다. 당시 A씨는 마을 언니에게 박씨를 40세라고 소개받았지만 석 달 뒤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박씨의 실제 나이가 47세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에 온 지 며칠 뒤 박씨는 A씨에게 사전의 단어를 짚어가며 “아기를 낳으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첫째 아이를 임신했다.

박씨 역시 기뻐했지만 아이를 낳을 날이 가까워지자 돌연 “아이가 태어나면 미국에 사는 누나에게 보내겠다”고 말했다. A씨의 “절대 안 된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2004년 11월 첫째 딸을 출산하자마자 아기를 전처에게 빼돌렸다. 이어 박씨는 “전처와 21년 동안 살면서 아이가 없었고, ‘베트남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 돈을 쥐어주면 이혼도 해주고 양육권도 포기해준다’는 말에 전처와 짜고 속였다”고 고백했다. 

전처와 이혼한 지 한 달 만에 A씨를 만나 결혼했다는 말에 화가 났지만 박씨는 곧 “첫 딸은 전처한테 준다 생각하고 아기를 더 낳아서 행복하게 살자”고 회유했다. 자식을 남에게 준다는 사실을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A씨는 강력하게 거절했지만 결국 결혼생활을 다시 이어갔고 첫째를 낳은 지 석 달 만에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이주여성 결혼 피해 심각, 몸과 마음 ‘만신창이’
원만한 의사소통 통해 서로 이해하는 마음 필요


둘째 아이 출산을 2개월 정도 앞뒀을 때 박씨는 또 한 번 돌변했다. 전처가 A씨와 이혼하지 않으면 “집도, 돈도 없는 형편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면서 재산을 잃을 수 없으니 전처와 재결합하겠다고 말한 것. 그러면서도 박씨는 돈이 있어야 A씨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박씨는 “이혼 뒤 베트남에서 잠깐 쉬었다 오면, 전처와 결혼해 돈을 찾아 집도 사주고 아기도 보내주겠다”는 말로 A씨를 안심시켰고, 2005년 7월 둘째 딸이 태어났다.

출산 일주일만에 박씨는 A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앞으로도 챙겨주고 아이들도 만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은 A씨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고, 박씨는 A씨에게 2000달러를 건넨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처와 다시 결혼했다. 그 이후 연락을 주겠다던 박씨는 감감무소식이었고, A씨가 연락을 취했을 때는 이미 전화번호를 바꾸고 아이들과 함께 이사를 가버린 뒤였다.

자괴감에 빠져있던 A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2007년 1월 서울시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센터의 도움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의 소라미 변호사를 통해 같은 해 6월,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함께 법정 공방이 시작됐고, 우리나라 법원은 결국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의 손해배상과 함께 A씨의 면접교섭권이 인정된 것이다.

이주여성들의 인권보호와 가정문제 상담에 앞장서고 있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1577-1366’ 강성혜 중앙센터장은 지난 8일 베트남 ‘씨받이’ 판결과 관련, “A씨의 사례는 이주여성 사이에 흔한 사례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 처와 짜고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아기만을 목적으로 한 결혼은 처음이고,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강 센터장은 상담을 하면서 접하게 된 이주여성 피해 사례를 들려줬다. 

베트남 여성 B씨는 결혼 후 6개월 간 네 차례에 걸쳐 남편에게 구타를 당했다. 이유는 한국어를 제대로 못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폭행 후 남편은 B씨를 데리고 나가 길에 버렸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두려움에 떨던 B씨는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얻어 결혼을 알선한 중개업체에 연락했고, 연락을 받은 남편이 다시 B씨를 집으로 데려갔지만 폭력은 계속됐다. 결국 B씨는 남편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쳤고 경찰과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물리적 폭력보다
정서적 폭력 더 싫어

강 센터장은 이주여성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물리적 폭력이지만 정서적 폭력을 더욱 견디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로 시집을 오는 대부분의 국가는 남녀평등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자립심과 자존심이 강해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한국 남성들의 언행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지 3년째인 C씨는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생활수준은 보통이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남편은 C씨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하진 않지만 술만 먹으면 집안 살림을 때려 부수는 못된 버릇이 있다. 남편의 이런 행동도 C씨를 화나게 하지만 더욱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시어머니의 태도다. 남편이 행패를 부릴 때마다 C씨의 시어머니는 “빨리 치워라. 안 치우고 있다가 우리 아들 다치면 어떡할래”라면서 “잘해줄 때만 남편이고 이럴 땐 아니냐”고 윽박을 질렀다.

또 집안일을 핑계로 한국어 공부에도 나가지 말라고 종용했고, C씨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외출을 할 때마다 만원~2만원씩 용돈을 받는 것 외엔 돈을 만져본 일도 없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매일 눈물로 지내지만 그럴 때 돌아오는 것은 남편의 싸늘한 한마디다. “너는 나 없이 못 살 거야. 평생 내 옆에 있어라.” C씨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 여성 D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이 아이를 낙태시키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D씨는 이혼 후 아이까지 있는 남편과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어서인지 D씨의 남편은 둘 사이에서 아이를 원치 않았다. 하지만 첫 결혼이었던 D씨는 아이를 낳고 싶어 했고, 반가운 임신 소식이 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정기검진에 함께 가겠다고 따라나섰고, D씨는 남편이 권한 영양제를 맞다가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D씨는 상황이 이상함을 감지, 남편에게 따져 물었다가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 아이를 원치 않았던 남편이 D씨 몰래 수면제를 놓고, 임신중절수술을 시킨 것. 강 센터장은 “D씨의 경우 심각한 정서적 학대를 당한 것”이라면서 “최소한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마저 빼앗긴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남성의 가부장적인 태도는 이주여성들이 가장 이해 못하는 부분 중에 하나”라면서 “한국 남성들은 큰 돈을 들여 결혼을 했다는 생각에 이주여성을 아내가 아닌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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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