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특집> ‘뿌리박힌’ 일제 잔재들 ② ‘일본보다 더한’ 한국의 일본문화

청산 못한 암흑의 역사서 ‘허우적’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1995년 8월15일, 광복 50주년이던 이날에는 과거 ‘중앙청’으로 불리던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가 이루어졌다.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광복 70주년을 맞은 이 시점, 과연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까. 우리 사회 곳곳에 일제 잔재가 녹아 있고 친일 청산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순국한 호국 영령들이 안장돼 있는 국립현충원에는 친일 혐의자 80여명이 안정돼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부끄러운 친일의 잔재는 땅 속에만 묻혀 있지 않고 수십년간 우리 생활 곳곳에 뿌리박혀 일제 잔재라고 인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는 외상과 함께 깊은 내상을 남겼다.

씻기지 않는 상처
무감각해진 정서
 
언어는 문화의 특성을 반영한 상징체계다. 일제가 심어놓은 잔재 중 언어를 논하지 않고서는 문화를 논할 수 없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국민’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국민이라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천황이 다스리는 나라의 신하 된 백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황국신민’의 준말이다. 1996년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이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의 입과 신문·방송을 통해 오르내리고 있다.
 
지명과 행정용어도 마찬가지다. 종묘와 창경궁이 맞닿아 있는 서울 종로구 원남동은 1911년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격하하고 창경원으로 바꿔버리면서 ‘창경원의 남쪽’이라는 뜻에서 ‘원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남동의 원래 명칭은 순라동이다. 2003년 서울시를 중심으로 순라동이라는 원래 지명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익숙한 지명을 유지하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컸다. 이외에도 종로 일대에는 인사동, 옥인동, 관수동 등 일제가 ‘창지개명’했던 지명이 상당수 남아 있다. 또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은 모래밭을 뜻하던 ‘사평리’였지만 1914년 ‘새로운 모래’ 신사라는 뜻의 신사동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식민통치로 새 시대가 열렸다’는 뜻을 담았다는 말도 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시 지명의 3분의1,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종로구의 경우 3분의2가 일본식 지명이라고 추산한다. 최근 뜨고 있는 인천 송도도 일제의 잔재다. 광복 이후 송도정을 인천시지명위원회가 옥련동으로 고쳤음에도 불구하고 송도국제도시의 행정동은 여전히 ‘송도동’으로 불리고 있다. 송도는 일본 내 수많은 섬의 흔한 이름이자 일본의 3대 명승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송도는 마쓰시마라는 일본식 한자표기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생활 깊숙이 파고든 습관…알고보니 일제 것
학교·군대·직장 등 전반에 깃든 일본정신
 
일본식 표현은 학제와 행정용어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유치원은 독일어 ‘킨더가르텐’을 일본학자가 번역한 말로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용어다. 유치라는 단어에는 나이가 어리다는 의미와 함께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뜻도 담겨있다.
 
지난 수년 간 유아교육계와 당국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안을 꾸준히 내놓았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수학여행도 일제의 잔재다. 일본은 1910년부터 조선과 만주를 오가는 13박14일의 수학여행을 만들었다.
 
전문용어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제도와 학문 등이 많아서다. 수소, 탄소, 질소 같은 원소명이나 회장, 사장, 과장, 계장 같은 직제 용어와 공소, 항소, 형사 등 법률용어, 대외적으로는 주무관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7·8급 공무원의 명칭은 일본식 계급 명칭인 ‘주사보’ ‘서기’이다. 일제 잔재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군대에서 쓰이는 용어 대부분은 일본식 한자나 일본말이다.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말 대신 ‘작일, 금일, 명일’이라는 표현을 쓴다거나 ‘총기수입’ ‘시건장치’ 등을 마치 우리말인 듯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쎄이(신병)’ ‘나라시(땅 평탄화 작업)’ ‘시마이(마무리)’ ‘단도리(일을 해 나가는 순서나 절차)’ ‘주계병(취사병)’ ‘말갈이(진급 전 미리 상위계급장을 다는 것)’ ‘오함마(큰망치)’ ‘엑스반도(액스밴드)’ ‘모도시(핸들 제자리)’ ‘호루(차 덮개)’ ‘단까(들것)’ ‘빠루(쇠막대기)’ ‘반합(도시락)’ ‘요대(허리띠)’ ‘모포(담요)’ ‘도수체조(맨손체조)’ ‘고참(선임병)’ ‘관물대(개인물품대)’ ‘불침번(잠을 자지 않고 병력 점검)’ ‘기리까시(사병에서 부사관으로 신분 변환)’ ‘오장(군기 담당)’ 등이 있다. 이런 단어들은 국어사전이나 한자사전에 올라와 있지 않은 말이지만 군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언어부터 문화까지
지워지지 않은 흔적
 
우리 생활 전반에는 일본말로 가득 차 있다. 당구용어 중에서 일본말이 아닌 것은 ‘맛세이(불어)’ ‘쿠션(영어)’뿐일 정도다. 당구는 일본 고유의 스포츠는 아니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이유로 온통 일본말로 덮혀있다. ‘다이(탁자)’ ‘다마(공)’ ‘오시(밀기)·싯기(당기기)’ ‘시네루(비틀다)’ ‘힛가끼(걸치기)’ ‘가라(빈)’ ‘오마우시(크게 돌리기)’ ‘우라마우시(안으로 돌리기)’ ‘하꼬마우시(구속 돌리기)’ ‘겐세이(견제)’ 등이 있다. 이 중 일부 용어는 당구장 외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기술을 수반한 전문직종도 예외는 아니다. 토목, 수공업 등에서도 대부분 일본말을 쓴다. ‘시다(아래)’ ‘고데(인두)’ ‘노가다(막벌이)’ ‘와꾸(틀)’ ‘소데(소매)’ ‘도깡(토관)’ 등이다. 이들 용어는 당구용어와 마찬가지로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한자어로 탈바꿈한 일본말도 적지 않다. 본디 일본말인데 빌린 말은 이렇다. ‘건물(다떼모노)’ ‘견습(미나라이)’ ‘대매출(오오우리다시)’ ‘대합실(마찌아이시쯔)’ ‘매상(우리아게)’ ‘민초(다미구사)’ ‘선불(사끼바라이)’ ‘수당(데아떼)’ ‘수하물(데니모쯔)’ ‘엽서(하가끼)’ ‘입장(다찌바)’ ‘조합(구미아이)’ ‘추월(오이꼬시)’ ‘취급(도리아쯔까이)’ ‘할인(와리비끼)’ ‘합승(아이노리)’ ‘견적(미쯔모리)’ ‘각서(오보에가끼)’ ‘대절(가시끼리)’ ‘매립(우메따떼)’ ‘매점(가이시메)’ ‘상회(하다)(우와마와루)’ ‘하회(하다)(시따마와루)’ ‘선착장(후나쯔끼바)’ ‘수속(데쯔즈끼)’ ‘시합(시아이)’ ‘인상(히끼아게)’ ‘조립(구미따떼)’ ‘주식(가부시끼)’ ‘충치(무시바)’ ‘할증(와리마시)’ ‘후불(아또바라이)’ 등이다.
 
일본식 발음 그대로 우리말로 들어온 서양 외래어들도 많다. ‘밧데리(밧떼리이)’ ‘타이루(타이루)’ ‘샤쓰(샤쯔)’ ‘도란스(도란스)’ ‘카텐(카아텐)’ ‘바께쓰(바께쯔)’ ‘세타(세에타아)’ 등이다. 일본식 준말이 그대로 들어온 것도 있다. ‘에어콘’ ‘데모’ ‘인플레’ ‘레지’ 등이다. 이외에도 ‘뎃기리(꼭)·앗사리(담백하게)’ ‘다대기(다따기)’ ‘소보루(소보로)’ ‘잉꼬(오시도리)’ 등의 일본식 표현이 흔히 쓰인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들 중 상당수가 일본말인 셈이다.
 
보통쓰는 일상어 죄다 일어
지명도 일본식 발음서 유래
 
지난 5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이 20대 대학생 700명을 대상으로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일본어 잔재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0대가 자주 쓰는 일본말로 ‘기스(흠)’ ‘간지(멋)’ ‘닭도리탕(닭볶음탕)’ ‘다데기(다진 양념)’ ‘뽀록(들통)’ ‘분빠이(분배)’ 등이 꼽혔다. 응답자의 66.7%는 일본어 잔재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로 인터넷을 꼽았다. 무분별한 일본말 사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용어의 쓰임은 알게 모르게 우리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문화는 대중의 감수성이나 취향, 행동양식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일제 잔재가 이를 장악하고 있어 기가 찰 노릇이다.
 

기업 조직문화에도 일제 잔재가 스며들어 있다. 한 시중은행은 공채 신입사원 워크숍에서 군대식 고문인 ‘얼차려’ ‘기마자세’ 등을 3시간씩 시킨다고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모 건설회사는 신입사원 교육 시 목에 호루라기를 맨 선배가 교관으로 나서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게 하면서 앉았다 일어났다, 헤쳐모여 등을 시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신입사원이라는 약자에 대한 전근대적 폭력성은 군대문화에 기인한 일제강점기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패션도 논란거리다. 연예인 혹은 디자이너들이 간혹 ‘욱일승천기’ 무늬의 옷을 입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모르고 입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욱일승천기는 메이지유신 이후 구 일본군의 군기로 사용돼 오다가 현재는 일본 자위대를 상징하는 깃발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확한 표현은 ‘전범기’가 맞다.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당시 이 깃발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일본 우익단체들이 각종 집회 때마다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인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깃발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에서 이 깃발이 방송 무대장치나 의복 디자인으로 더러 사용되고 있다. 의도성이 있다기보다는 디자인 측면에서 활용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형태의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식민사관 논쟁 
언제쯤 종지부
 

식민사관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이 근대사회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정체돼 있었고 조선 조정이 치열한 당파 싸움에 빠져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 식민사관의 골자다. 전문가들은 광복 이후 식민사관이 상당 부분 극복됐다고 입을 모으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식민사관에 대한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진보, 보수와 맥이 닿아 있는 ‘내재적 발전론(일제의 식민지로 병탄되기 전에 이미 자주적 근대화가 이루어져 가고 있었다는 주장)’과 ‘식민지 근대화론(일본의 식민 지배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학계와 교육계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와중에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일제 잔채 청산 작업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경북에서는 생활 속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현충시설·관공서·학교·공공장소의 일본향나무(가이즈카)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현충시설 등 일본향나무 교체에 관한 청원’이 경북도의회에서 가결됐다. 이어 지난 5월 6000만원을 추경예산에 반영한 뒤 지난 6월부터 일본향나무 교체 사업을 시작했다.
경남 밀양의 ‘천왕산’은 원래 명칭인 ‘재악산’으로 불릴 것으로 보인다. 재악산은 500년 이상 사용하다 일제강점기 민족문화정책에 따라 묻혀버렸다. 밀양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를 바로잡고자 지명복원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 국토교통부 국가 지명위원회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대구시교육청도 일본향나무 없애기에 동참했다. 대구 지역 초·중·고교 50여곳에 1000여그루, 경북지역 10여개 시·군 400여곳에 1만여그루의 일본향나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교육청은 전체 초·중·고·특수학교(441곳)에 일본향나무가 교목일 경우 이를 교체하라는 요청 공문을 보냈다. 또 학교 상징물이나 국기게양대 주변의 일본향나무를 우선 제거하고 무궁화를 심도록 했다.
 
대전시는 일제강점기에 작성된 지적·임야도의 등록 원점 체계인 ‘동경측지계’를 2020년까지 전 세계가 표준으로 사용하는 ‘세계측지계’로 변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의 동경 원점 기준인 동경측지계를 사용하고 있다. 동경측지계는 세계측지계보다 약 365m 북서쪽으로 편차가 발생한다. 
 
충북 청주향교에는 일제강점기 충북지사와 청주군수를 각각 지낸 친일파 김동훈과 이해용을 찬양하는 내용의 존성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김동훈은 일제의 관립 일어학교를 나와 충북도지사, 조선총독부 학무국장까지 지낸 친일 관료다. 진천·음성 등의 군수를 역임한 이해용은 1919년 4월부터 5월까지 경기도 강화지역에서 발생한 3·1운동 관련자들을 심문하고 1940년 4월 중일전쟁에 협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청주향교 측은 조만간 이들의 존성비를 철거할 예정이다.
 
청주 국유지에 있던 친일파 민영휘 증손자의 묘지는 다른 곳으로 옮겨지게 됐다. 청주시는 산성동 야산에 조성된 친일파 민영휘의 증손자 묘지와 가묘 4기를 오는 11월31일까지 이장하라는 복구 명령을 내렸다. 최근 경기도 군포시에선 친일 작가 이무영 지우기가 진행됐다. 친일 잔재가 철거된 곳은 군포시 산본2동 능안공원이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2일 ‘군포장 깍두기’ 등의 작품을 발표한 농민문학가 이무영의 작품비가 친일 작가라는 이유로 철거됐다.
 
울산시는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1906년 해안을 밝히며 선박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던 울기를 울기등대로 바꿨다. 예전에 사용한 울기는 1906년 일본이 명칭을 붙인 것이다. 동해 쪽으로 뾰족하게 나온 부분을 ‘울산의 끝’으로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
 
강원도에서는 친일파인 이범익 전 강원도지사의 행적을 알리는 단죄문 설치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13년 8월15일 춘천시 소양로 비석군에 이범익 단죄문이 설치됐다. 1929∼35년 강원도지사를 지낸 이범익은 조선총독부 정책을 앞장서서 옹호해 훈장과 포상을 받았다. 특히 1938년 9월에는 항일 무장세력과 민간인 172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수많은 사람을 체포·고문한 부대인 간도특설대 창설을 제안하는 등 악명을 떨쳤다. 

민족사 세우기
청산작업 시급
 
전북 전주시는 덕진공원 일대의 일제강점기 잔재를 전면 조사하고 있다. 덕진공원 안에는 1917년 친일파 박기순이 자신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덕진연못 주변에 건립한 취향정과 1934년 일본인 전주읍장(후지타니 사쿠지로)이 전북대 학생회관 옆에 세운 덕진공원지비 등이 있다. 전주시는 이 정자와 비석 존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시 국세청 남대문별관 철거도 같은 맥락이다. 국세청 남대문별관은 덕수궁 기운을 해치기 위해 일제가 1937년 지은 건물이었다. 서울시는 이 자리에서 다음 달 17일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조성한 시민광장 개장식을 갖는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당한 ‘일본 찬양’ 실태
태극기 태우고 “천황폐하 만세”
 
역사의식이 결여된 일부 젊은이들이 친일을 넘어 일본을 찬양하는 일이 공개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한 중학생은 개천절날 태극기를 찢고 불태웠다. 친일 성향이 강한 포털 카페의 영향이었다. 심지어 애국가를 개사하기도 했다. ‘일본해와 장백산이 마르고 닳도록, 천황께서 보우하사 대동아국 만세. 사쿠라 삼만리, 다∼케시마, 은혜 입은 이등신민 깊이 충성하세.’ 장난이라기에는 도가 지나쳤다.
 
해당 카페에는 전범기가 가득했고 광복절은 대일본제국의 패전이나 다름없어 태극기를 게양해야할지 욱일승천기를 게양해야할지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불편한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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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