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특집> ‘뿌리박힌’ 일제 잔재들 ② ‘일본보다 더한’ 한국의 일본문화

청산 못한 암흑의 역사서 ‘허우적’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1995년 8월15일, 광복 50주년이던 이날에는 과거 ‘중앙청’으로 불리던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가 이루어졌다.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광복 70주년을 맞은 이 시점, 과연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까. 우리 사회 곳곳에 일제 잔재가 녹아 있고 친일 청산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순국한 호국 영령들이 안장돼 있는 국립현충원에는 친일 혐의자 80여명이 안정돼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부끄러운 친일의 잔재는 땅 속에만 묻혀 있지 않고 수십년간 우리 생활 곳곳에 뿌리박혀 일제 잔재라고 인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는 외상과 함께 깊은 내상을 남겼다.

씻기지 않는 상처
무감각해진 정서
 
언어는 문화의 특성을 반영한 상징체계다. 일제가 심어놓은 잔재 중 언어를 논하지 않고서는 문화를 논할 수 없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국민’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국민이라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천황이 다스리는 나라의 신하 된 백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황국신민’의 준말이다. 1996년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이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의 입과 신문·방송을 통해 오르내리고 있다.
 
지명과 행정용어도 마찬가지다. 종묘와 창경궁이 맞닿아 있는 서울 종로구 원남동은 1911년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격하하고 창경원으로 바꿔버리면서 ‘창경원의 남쪽’이라는 뜻에서 ‘원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남동의 원래 명칭은 순라동이다. 2003년 서울시를 중심으로 순라동이라는 원래 지명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익숙한 지명을 유지하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컸다. 이외에도 종로 일대에는 인사동, 옥인동, 관수동 등 일제가 ‘창지개명’했던 지명이 상당수 남아 있다. 또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은 모래밭을 뜻하던 ‘사평리’였지만 1914년 ‘새로운 모래’ 신사라는 뜻의 신사동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식민통치로 새 시대가 열렸다’는 뜻을 담았다는 말도 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시 지명의 3분의1,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종로구의 경우 3분의2가 일본식 지명이라고 추산한다. 최근 뜨고 있는 인천 송도도 일제의 잔재다. 광복 이후 송도정을 인천시지명위원회가 옥련동으로 고쳤음에도 불구하고 송도국제도시의 행정동은 여전히 ‘송도동’으로 불리고 있다. 송도는 일본 내 수많은 섬의 흔한 이름이자 일본의 3대 명승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송도는 마쓰시마라는 일본식 한자표기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생활 깊숙이 파고든 습관…알고보니 일제 것
학교·군대·직장 등 전반에 깃든 일본정신
 
일본식 표현은 학제와 행정용어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유치원은 독일어 ‘킨더가르텐’을 일본학자가 번역한 말로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용어다. 유치라는 단어에는 나이가 어리다는 의미와 함께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뜻도 담겨있다.
 
지난 수년 간 유아교육계와 당국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안을 꾸준히 내놓았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수학여행도 일제의 잔재다. 일본은 1910년부터 조선과 만주를 오가는 13박14일의 수학여행을 만들었다.
 
전문용어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제도와 학문 등이 많아서다. 수소, 탄소, 질소 같은 원소명이나 회장, 사장, 과장, 계장 같은 직제 용어와 공소, 항소, 형사 등 법률용어, 대외적으로는 주무관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7·8급 공무원의 명칭은 일본식 계급 명칭인 ‘주사보’ ‘서기’이다. 일제 잔재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군대에서 쓰이는 용어 대부분은 일본식 한자나 일본말이다.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말 대신 ‘작일, 금일, 명일’이라는 표현을 쓴다거나 ‘총기수입’ ‘시건장치’ 등을 마치 우리말인 듯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쎄이(신병)’ ‘나라시(땅 평탄화 작업)’ ‘시마이(마무리)’ ‘단도리(일을 해 나가는 순서나 절차)’ ‘주계병(취사병)’ ‘말갈이(진급 전 미리 상위계급장을 다는 것)’ ‘오함마(큰망치)’ ‘엑스반도(액스밴드)’ ‘모도시(핸들 제자리)’ ‘호루(차 덮개)’ ‘단까(들것)’ ‘빠루(쇠막대기)’ ‘반합(도시락)’ ‘요대(허리띠)’ ‘모포(담요)’ ‘도수체조(맨손체조)’ ‘고참(선임병)’ ‘관물대(개인물품대)’ ‘불침번(잠을 자지 않고 병력 점검)’ ‘기리까시(사병에서 부사관으로 신분 변환)’ ‘오장(군기 담당)’ 등이 있다. 이런 단어들은 국어사전이나 한자사전에 올라와 있지 않은 말이지만 군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언어부터 문화까지
지워지지 않은 흔적
 
우리 생활 전반에는 일본말로 가득 차 있다. 당구용어 중에서 일본말이 아닌 것은 ‘맛세이(불어)’ ‘쿠션(영어)’뿐일 정도다. 당구는 일본 고유의 스포츠는 아니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이유로 온통 일본말로 덮혀있다. ‘다이(탁자)’ ‘다마(공)’ ‘오시(밀기)·싯기(당기기)’ ‘시네루(비틀다)’ ‘힛가끼(걸치기)’ ‘가라(빈)’ ‘오마우시(크게 돌리기)’ ‘우라마우시(안으로 돌리기)’ ‘하꼬마우시(구속 돌리기)’ ‘겐세이(견제)’ 등이 있다. 이 중 일부 용어는 당구장 외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기술을 수반한 전문직종도 예외는 아니다. 토목, 수공업 등에서도 대부분 일본말을 쓴다. ‘시다(아래)’ ‘고데(인두)’ ‘노가다(막벌이)’ ‘와꾸(틀)’ ‘소데(소매)’ ‘도깡(토관)’ 등이다. 이들 용어는 당구용어와 마찬가지로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한자어로 탈바꿈한 일본말도 적지 않다. 본디 일본말인데 빌린 말은 이렇다. ‘건물(다떼모노)’ ‘견습(미나라이)’ ‘대매출(오오우리다시)’ ‘대합실(마찌아이시쯔)’ ‘매상(우리아게)’ ‘민초(다미구사)’ ‘선불(사끼바라이)’ ‘수당(데아떼)’ ‘수하물(데니모쯔)’ ‘엽서(하가끼)’ ‘입장(다찌바)’ ‘조합(구미아이)’ ‘추월(오이꼬시)’ ‘취급(도리아쯔까이)’ ‘할인(와리비끼)’ ‘합승(아이노리)’ ‘견적(미쯔모리)’ ‘각서(오보에가끼)’ ‘대절(가시끼리)’ ‘매립(우메따떼)’ ‘매점(가이시메)’ ‘상회(하다)(우와마와루)’ ‘하회(하다)(시따마와루)’ ‘선착장(후나쯔끼바)’ ‘수속(데쯔즈끼)’ ‘시합(시아이)’ ‘인상(히끼아게)’ ‘조립(구미따떼)’ ‘주식(가부시끼)’ ‘충치(무시바)’ ‘할증(와리마시)’ ‘후불(아또바라이)’ 등이다.
 
일본식 발음 그대로 우리말로 들어온 서양 외래어들도 많다. ‘밧데리(밧떼리이)’ ‘타이루(타이루)’ ‘샤쓰(샤쯔)’ ‘도란스(도란스)’ ‘카텐(카아텐)’ ‘바께쓰(바께쯔)’ ‘세타(세에타아)’ 등이다. 일본식 준말이 그대로 들어온 것도 있다. ‘에어콘’ ‘데모’ ‘인플레’ ‘레지’ 등이다. 이외에도 ‘뎃기리(꼭)·앗사리(담백하게)’ ‘다대기(다따기)’ ‘소보루(소보로)’ ‘잉꼬(오시도리)’ 등의 일본식 표현이 흔히 쓰인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들 중 상당수가 일본말인 셈이다.
 
보통쓰는 일상어 죄다 일어
지명도 일본식 발음서 유래
 
지난 5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이 20대 대학생 700명을 대상으로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일본어 잔재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0대가 자주 쓰는 일본말로 ‘기스(흠)’ ‘간지(멋)’ ‘닭도리탕(닭볶음탕)’ ‘다데기(다진 양념)’ ‘뽀록(들통)’ ‘분빠이(분배)’ 등이 꼽혔다. 응답자의 66.7%는 일본어 잔재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로 인터넷을 꼽았다. 무분별한 일본말 사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용어의 쓰임은 알게 모르게 우리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문화는 대중의 감수성이나 취향, 행동양식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일제 잔재가 이를 장악하고 있어 기가 찰 노릇이다.
 

기업 조직문화에도 일제 잔재가 스며들어 있다. 한 시중은행은 공채 신입사원 워크숍에서 군대식 고문인 ‘얼차려’ ‘기마자세’ 등을 3시간씩 시킨다고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모 건설회사는 신입사원 교육 시 목에 호루라기를 맨 선배가 교관으로 나서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게 하면서 앉았다 일어났다, 헤쳐모여 등을 시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신입사원이라는 약자에 대한 전근대적 폭력성은 군대문화에 기인한 일제강점기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패션도 논란거리다. 연예인 혹은 디자이너들이 간혹 ‘욱일승천기’ 무늬의 옷을 입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모르고 입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욱일승천기는 메이지유신 이후 구 일본군의 군기로 사용돼 오다가 현재는 일본 자위대를 상징하는 깃발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확한 표현은 ‘전범기’가 맞다.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당시 이 깃발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일본 우익단체들이 각종 집회 때마다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인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깃발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에서 이 깃발이 방송 무대장치나 의복 디자인으로 더러 사용되고 있다. 의도성이 있다기보다는 디자인 측면에서 활용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형태의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식민사관 논쟁 
언제쯤 종지부
 

식민사관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이 근대사회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정체돼 있었고 조선 조정이 치열한 당파 싸움에 빠져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 식민사관의 골자다. 전문가들은 광복 이후 식민사관이 상당 부분 극복됐다고 입을 모으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식민사관에 대한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진보, 보수와 맥이 닿아 있는 ‘내재적 발전론(일제의 식민지로 병탄되기 전에 이미 자주적 근대화가 이루어져 가고 있었다는 주장)’과 ‘식민지 근대화론(일본의 식민 지배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학계와 교육계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와중에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일제 잔채 청산 작업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경북에서는 생활 속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현충시설·관공서·학교·공공장소의 일본향나무(가이즈카)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현충시설 등 일본향나무 교체에 관한 청원’이 경북도의회에서 가결됐다. 이어 지난 5월 6000만원을 추경예산에 반영한 뒤 지난 6월부터 일본향나무 교체 사업을 시작했다.
경남 밀양의 ‘천왕산’은 원래 명칭인 ‘재악산’으로 불릴 것으로 보인다. 재악산은 500년 이상 사용하다 일제강점기 민족문화정책에 따라 묻혀버렸다. 밀양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를 바로잡고자 지명복원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 국토교통부 국가 지명위원회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대구시교육청도 일본향나무 없애기에 동참했다. 대구 지역 초·중·고교 50여곳에 1000여그루, 경북지역 10여개 시·군 400여곳에 1만여그루의 일본향나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교육청은 전체 초·중·고·특수학교(441곳)에 일본향나무가 교목일 경우 이를 교체하라는 요청 공문을 보냈다. 또 학교 상징물이나 국기게양대 주변의 일본향나무를 우선 제거하고 무궁화를 심도록 했다.
 
대전시는 일제강점기에 작성된 지적·임야도의 등록 원점 체계인 ‘동경측지계’를 2020년까지 전 세계가 표준으로 사용하는 ‘세계측지계’로 변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의 동경 원점 기준인 동경측지계를 사용하고 있다. 동경측지계는 세계측지계보다 약 365m 북서쪽으로 편차가 발생한다. 
 
충북 청주향교에는 일제강점기 충북지사와 청주군수를 각각 지낸 친일파 김동훈과 이해용을 찬양하는 내용의 존성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김동훈은 일제의 관립 일어학교를 나와 충북도지사, 조선총독부 학무국장까지 지낸 친일 관료다. 진천·음성 등의 군수를 역임한 이해용은 1919년 4월부터 5월까지 경기도 강화지역에서 발생한 3·1운동 관련자들을 심문하고 1940년 4월 중일전쟁에 협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청주향교 측은 조만간 이들의 존성비를 철거할 예정이다.
 
청주 국유지에 있던 친일파 민영휘 증손자의 묘지는 다른 곳으로 옮겨지게 됐다. 청주시는 산성동 야산에 조성된 친일파 민영휘의 증손자 묘지와 가묘 4기를 오는 11월31일까지 이장하라는 복구 명령을 내렸다. 최근 경기도 군포시에선 친일 작가 이무영 지우기가 진행됐다. 친일 잔재가 철거된 곳은 군포시 산본2동 능안공원이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2일 ‘군포장 깍두기’ 등의 작품을 발표한 농민문학가 이무영의 작품비가 친일 작가라는 이유로 철거됐다.
 
울산시는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1906년 해안을 밝히며 선박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던 울기를 울기등대로 바꿨다. 예전에 사용한 울기는 1906년 일본이 명칭을 붙인 것이다. 동해 쪽으로 뾰족하게 나온 부분을 ‘울산의 끝’으로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
 
강원도에서는 친일파인 이범익 전 강원도지사의 행적을 알리는 단죄문 설치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13년 8월15일 춘천시 소양로 비석군에 이범익 단죄문이 설치됐다. 1929∼35년 강원도지사를 지낸 이범익은 조선총독부 정책을 앞장서서 옹호해 훈장과 포상을 받았다. 특히 1938년 9월에는 항일 무장세력과 민간인 172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수많은 사람을 체포·고문한 부대인 간도특설대 창설을 제안하는 등 악명을 떨쳤다. 

민족사 세우기
청산작업 시급
 
전북 전주시는 덕진공원 일대의 일제강점기 잔재를 전면 조사하고 있다. 덕진공원 안에는 1917년 친일파 박기순이 자신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덕진연못 주변에 건립한 취향정과 1934년 일본인 전주읍장(후지타니 사쿠지로)이 전북대 학생회관 옆에 세운 덕진공원지비 등이 있다. 전주시는 이 정자와 비석 존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시 국세청 남대문별관 철거도 같은 맥락이다. 국세청 남대문별관은 덕수궁 기운을 해치기 위해 일제가 1937년 지은 건물이었다. 서울시는 이 자리에서 다음 달 17일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조성한 시민광장 개장식을 갖는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당한 ‘일본 찬양’ 실태
태극기 태우고 “천황폐하 만세”
 
역사의식이 결여된 일부 젊은이들이 친일을 넘어 일본을 찬양하는 일이 공개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한 중학생은 개천절날 태극기를 찢고 불태웠다. 친일 성향이 강한 포털 카페의 영향이었다. 심지어 애국가를 개사하기도 했다. ‘일본해와 장백산이 마르고 닳도록, 천황께서 보우하사 대동아국 만세. 사쿠라 삼만리, 다∼케시마, 은혜 입은 이등신민 깊이 충성하세.’ 장난이라기에는 도가 지나쳤다.
 
해당 카페에는 전범기가 가득했고 광복절은 대일본제국의 패전이나 다름없어 태극기를 게양해야할지 욱일승천기를 게양해야할지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불편한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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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