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치어리더 조건만남’ 내막

“하룻밤 얼마? 천만원이면 되겠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대기업 S사가 자사 임원을 사칭한 ‘조건만남’ 스캔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금전적 대가를 전제로 치어리더 여성에게 만남을 제안하는 대화내용이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번져서다. 지금은 해당 내용이 SNS 상에서 삭제된 상태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인터넷 상을 떠돌고 있다. 조건만남을 제안한 직원은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대기업 S사 이모 상무가 프로농구팀과 프로야구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치어리더 전모씨에게 ‘조건만남’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달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이씨와 치어리더 전모씨가 나눈 대화내용이 담긴 캡처 사진이 유포됐다. 캡처 사진 속에는 목도리를 한 채 손가락으로 브이 모양을 짓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이름 옆에는 ‘대기업 S사에서 근무’ ‘서울 거주’ 등 프로필이 공개돼 있었다.

뜬금없는 제안

대화내용은 간단했다.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확한 날짜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밤 9시54분 이씨는 전씨에게 뜬금없이 “조건? 천단위로”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소 황당한 메시지를 받은 치어리더 전씨는 11시22분에 “정신차려요”라며 조건만남 거부를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왜? 함 만나자”는 등 메시지를 보내며 만남을 요구했다.

갑작스러운 조건만남 제안에 심기가 불편했던 전씨는 페이스북 대화내용을 캡처한 뒤 자신의 뉴스피드에 ‘세상 살다 살다 별 사람 다 보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이후 해당 내용은 SNS 등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

이 같은 내용은 증권가 정보지 일명 ‘찌라시’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됐고 치어리더에 조건만남을 제안했던 직원 이씨는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사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S사 관계자는 “이○○이라는 상무는 회사에 없다”며 “아예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퇴사한 사람들 중에서도 이○○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직원이 상무가 아닌 대리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1000만원 단위의 조건을 내세운 점을 보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씨가 접근했던 치어리더 전씨는 170cm 49kg로 볼륨감 넘치는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로 2012년 야구장 응원단상에 올라 현재 프로농구팀과 프로야구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기업 S사는 이씨가 회사와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사 임원 현황을 확인한 결과 그간 이씨의 이름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한밤중 페이스북 메시지로 “함 만나자”
확인 결과 해당기업과 무관…그럼 누구?
 
페이스북 시스템에서 이번 논란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하기 메뉴에서 성과 이름, 이메일, 휴대폰번호, 비밀번호, 생일 등을 간단하게 입력하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이메일 외에는 거짓 정보를 입력해도 회원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후 1단계 친구 찾기부터 4단계 프로필 사진 추가 등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정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사칭 활동이 가능하단 얘기다. 이번 일은 대기업 직원을 사칭해 조건만남을 꾀했던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분위기다.
 
 
이 같은 사칭 관련 문제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가수 자이언티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이언티를 사칭하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사칭은 범죄”라고 알렸다. 사칭 내용을 보면 자신을 자이언티라고 사칭하며 팬카페에 글을 쓰는 등 회원들에게 사진을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리트윗된 트윗에는 “페이스북이랑 네이버카페에 자기가 자이언티라며 글 올리는 이상한 사람이 있는데, 회원들한테 사진 올리라고 하고, 티켓 줄테니까 공연 오라고 하고 도를 넘는 중. 문제는 이게 진짜인줄 아는 사람이 많다는 건데”라고 담겨 있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스타들은 SNS 계정 해킹 등을 비롯해 사칭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다. 사칭 사례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무한도전 멤버 하하도 사칭 문제를 드러낸 바 있고, 배우 이종석은 자신의 인감 등이 위조되는 등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스타만 사칭하는 건 아니다. 현실에서는 대기업 임원 등 특정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달 28일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은 대기업 건설 현장을 돌며 대기업 임원을 사칭해 금품을 가로챈 사기범 A씨가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건설현장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나 부사장 ○○○인데 내 조카가 포항에서 출장 중 택시에서 지갑과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내가 지금 서울 한 호텔에서 정부 관료들과 미팅 중이라 일을 처리할 수 없으니 대신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조카를 찾아 현금 50만원만 주라”고 했다.
 
실제 부사장의 이름, 형제와 조카의 이름까지 줄줄이 말했기 때문에 현장직원은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결과 A씨는 젊은 시절부터 동일한 수법으로 대기업 현장사무소에서 금품을 가로채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같은 달 30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유명 건설회사 이사를 사칭해 여성들로부터 돈을 가로챈 B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한 여성에게 접근해 자신을 대기업 건설회사 이사라고 소개한 뒤 충남 공주의 건설현장에 데려가 함바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보증금 명목으로 44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실제 공사 현장에 피해자를 데려가 구경을 시켜주고, 피해자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신뢰도를 높이는 등 치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칭하고 접근
 
앞서 6월19일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기업 직원을 사칭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5회에 걸쳐 1억2000만원 상당을 챙긴 C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직원들에게 배당금을 주는 담배가 있다고 말을 꾸민 뒤, 담뱃값이 인상하기 전 미리 물량을 확보해야한다며 허위 담배투자협의서 등을 작성해 돈을 챙겼다. 사칭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산이 210조?’ 재벌 사칭한 백수
 
중국 재벌 2세라고 속여 50대 주부로부터 5억여원을 뜯어낸 전과 10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중국 재벌기업 2세를 사칭하며 청와대·국세청 등 고위공직자 로비자금 명목으로 박모(52·여)씨에게 약 5억2600만원을 뜯어낸 혐의(특경가법 사기)로 이모(64·구속)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지난 4일 밝혔다.
 
이씨는 무직임에도 고급 승용차와 비싼 옷을 입고 다니며 중국 재벌 2세 행세를 했다. 이씨는 ‘상속재산 210조원을 국내로 반입하면 150조원을 3년 만기 국공채로 바꾸고 이 가운데 37조5000억원을 사례로 지급하겠다’고 박씨를 속였다. 박씨는 지난해 2월부터 지난 6월까지 165차례 현금을 인출해 이씨에게 준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의 아들은 어머니가 이씨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까지 수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수상히 여겨 지난 5월 이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