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특집> ‘뿌리박힌’ 일제 잔재들 ④일본에 민감한 기업들 'X파일'

부끄러운 ‘친일 완장’ 떼고 싶지만…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해마다 돌아오는 광복절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시대가 바뀌면서 몰락한 기업이 태반. 그런가하면 아직 떵떵거리는 기업도 많다. 아직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가 재계에도 깊게 뿌리박힌 셈이다.

 
롯데일가 ‘형제의 난’ 불똥이 그룹 전체로 튀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친일 논란.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씨의 친익척이 A급 전범이란 소문이 돌면서 ‘친일기업’ 비판이 쏟아졌다. 롯데 측은 “사실 아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게다가 일본색 짙은 가족과 기업문화에 일본자금에서도 자유롭지 않아 ‘롯데=일본기업’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대한민국 국민들은 유독 ‘일본’에 민감하다. 35년간 나라를 일본에 빼앗겨 당연할 수 있다. 징용·위안부 문제와 독도 망언 등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일본이 타깃이 되면 특히 더 하다. 선대의 과오나 오점을 무턱대고 후손들에게 지게 하는 것은 잔혹하지만, 부의 세습이 이뤄지는 재계 특성상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친일기업 논란 하면 현대그룹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거론된다. 현정은 회장의 조부가 일제 때 중추원 참의를 지낸 현준호씨인 탓이다. 중추원 참의는 친일규명법에서도 명기된 민족반역자로 분류된다. 

[현대그룹]
 

호남의 대부호였던 현씨는 1920년 호남은행을 설립해 대표를 지내다 1930년 중추원 참의가 된 직후부터 일제 편에 섰다. 조선총독부 편찬 공로자 명단에 오르는가 하면 일본의 정책을 대중에 선전하는 시국강연회에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또 총독부 시국대책조사위에 참여했으며 비행기까지 헌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는 2002년 국회가 발표한 친일파 708인 명단과 2005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씨뿐만 아니라 그의 부친 현기봉씨도 전라남도 참사, 전남도평의회 의원, 중추원 참의 등 일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삼양그룹]
 
삼양그룹도 친일 논란 단골로 사명이 오르내린다. 현씨와 함께 중추원 참의를 지낸 김연수 창업주 때문이다. 두 사람은 총독부 시국대책조사위에서 같이 활동했다. 역시 호남 대지주였던 김 창업주는 이밖에도 만주국 명예총영사, 국민총력연맹 후생부장, 조선임전보국단 간부 등 많은 ‘일제직함’을 보유했었다.
 
1935년 총독부가 발간한 <조선공로자명감>에까지 등재됐다. 이런 이유로 김 창업주도 각 민족단체가 꼽은 친일파 명단에 올라있다. 1948년 9월 시작된 반민특위에서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는 정상참작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김 창업주는 1961년 전경련 전신인 전국경제협의회장을 맡는 등 재계에 다시 발을 붙였다.
 
협일행적 보인 창업주 가문 ‘대대로 떵떵’
일제때 족적 남겼거나 나랏밥 먹고 ‘쑥쑥’


[경방그룹]
 
삼양그룹과 사돈기업인 경방그룹도 김 창업주 손에서 컸다. 경방그룹은 김 창업주의 형 김성수 동아일보 창업주가 1919년 설립한 경성방직이 전신이다. 1970년 경방으로 이름을 바꿨다. 줄곧 김 창업주가 경영하다가 1945년 광복 후 매제인 김용완 전 명예회장이 맡았고, 다시 그의 장남 김각중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김용완-김각중 부자는 2대에 걸쳐 전경련 회장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금은 김 명예회장의 두 아들 김준·김담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용완 전 명예회장의 부인은 김 창업주의 여동생 김점효씨다. 김각중 명예회장과 김상홍 명예회장의 부인들이 자매로 둘은 동서지간이다.

[두산그룹]
 
두산그룹 창업주도 친일 족적을 남겼다. 박승직 창업주가 주인공. 박 창업주는 1938년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발기인, 1940년 국민총력조선연맹 평의원 등을 지냈다. 특히 박 창업주는 1933년 김연수 창업주와 같이 소화기린맥주의 주주로 참여해 친일 의혹을 더 짙게 한다.
 
소화기린맥주는 적산기업(일본인이 운영하다 버리고 간 기업)으로, 그는 이를 통해 두산그룹의 모기업인 동양맥주(오비맥주 전신)의 기틀을 마련했다. 1896년 개점한 ‘박승직상점’을 운영하던 박 창업주는 광복 후 불하받은 소화기린맥주를 장남 박두병 초대회장에게 맡겼다. 이는 두산그룹이 ‘맥주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랜드힐튼호텔] 
 
아예 대놓고 일제에 적극 협력한 인물도 있다. 친일파 명단 상위에 올라있는 이해승씨가 그렇다. 이씨는 일제로부터 당시 조선인으론 가장 높은 작위인 후작과 매국공채 16만2000원을 받고 태평양 전쟁을 미화하는 등 식민지 지배에 앞장섰다. 친일 공로로 일본 정부의 대훈장인 이화대수장 등 각종 서위까지 받았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조선 왕족이란 사실이다. 이씨는 조선조 25번째 왕인 철종의 형 연평군의 손자다. 이씨의 지저분한 행적은 이를 무색케 한다. 이씨는 6·25전쟁 때 행방불명됐지만, 왕족신분 때 나라에서 내린 재산은 고스란히 후세인 이우영 동원INC 회장이 꿰찼다.
 
이씨의 손자 이 회장은 현재 서울 홍은동에 있는 그랜드힐튼 서울호텔을 경영하고 있다. 이 호텔이 있는 부지가 이씨가 남긴 땅이다. 이 회장은 부친 이완주씨가 일찍 세상을 뜨자 할아버지 이씨의 밑에서 자랐고, 그의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홍은동 호텔 부지엔 원래 전계대원군과 회평군, 영평군 등 이 회장의 선조들 묘소가 있었다. 이 회장은 1988년 이 선산을 포천으로 옮기고 호텔을 세웠다. 
 
친일 재벌기업 출발부터 남달라
“조상의 과오 후손에 책임 잔혹”
 
호텔은 이 회장이 경영하는 동원INC(60%), 스위스항공(20%), 네슬레(20%) 등이 투자한 합작형태로 운영되다 2001년 이 회장이 모든 지분을 인수하면서 100% 소유하게 됐다. 친일재산조사위는 2007년 이 회장 소유의 홍은동과 포천 등 토지 약 200만㎡(시가 300억원대)를 국가 귀속하기로 결정했고, 이 회장은 이에 반발해 환수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효성그룹]
 
직접적으로 친일 행보를 보여 민족반역자와 그의 후손들이란 오명을 쓴 기업인들이 있는가 하면 단지 일가 윗대 중 한 명이 일제 식민지 시절 나랏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욕먹는’기업들도 있다. 효성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CJ그룹, 보광그룹, 대한전선그룹 일가가 대표적이다.
 
효성가 직계는 일제와 전혀 상관이 없다. 다만 효성의 고문이었던 송인상씨가 민족단체들로부터 부일협력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1950∼1960년대 한국은행 부총재와 재무부 장관까지 지낸 송씨는 일제시대 식산은행에서 일한 은행원 출신이다. 일본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은 식산은행은 일본이 조선에서 신용기구를 통한 착취와 약탈을 감행하기 위해 만든 은행이다. 송씨는 1935년부터 이 은행에서 근무해 심사부장까지 역임했다.
 

[금호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박인천 창업주는 1924년 보통문관시험에 합격, 영광경찰서 순사로 취업해 경찰생활을 시작했다. 광복 무렵까지 경찰간부로 근무했던 박 창업주의 최종 계급은 경부였다. 일부 민족연구가들은 “이만하면 친일명단에 올라야 하는 수준”이라고 단언하지만, 박 창업주의 친일행적이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그는 경찰직에서 나와 1946년 17만원의 자본금으로 미국산 중고택시 2대를 사들여 광주택시를 설립하면서 기업가로 변신했다. 광주택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 박 창업주는 금호실업, 광주고속, 삼양타이어, 전남제사, 한국합성고무, 삼화교통㈜ 등 계열사 6개사로 1973년 그룹체제를 출범했다. 사업다각화의 스타트를 끊은 전남제사는 적산기업으로 꼽힌다. 전남제사는 1926년 일본인 등이 세운 방직업체로 광복 후 전남대학교에서 소유했는데 경영부실로 어려움을 겪다 박 창업주가 1954년 인수했다.
  
 


[보광그룹]
 
보광그룹 일가도 민족단체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홍석규 회장의 부친 홍진기씨가 일제 치하에서 법관을 지낸 탓이다.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목록에 오른 그는 광복 전까지 경성지법 사법관시보와 검사대리, 전주지법 판사 등을 지냈다. 1960년대 이병철 창업주와의 인연으로 삼성그룹 소유의 서울중앙라디오방송과 중앙일보 사장으로 있었다.

[대한전선그룹]
 
대한전선그룹 일가의 선대도 석연치 않은 행보를 걸었다. 설경동 창업주는 일본 유학 후 1921년 일본인을 동업자로 끌어들여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광운송점과 삼광상회를 설립, 운송업과 곡물·해산물 위탁 판매 사업을 벌인 것. 1936년엔 함경북도 청진에 동해수산공업을 설립해 대부호로 자리 잡았다.
 
해방 직후 친일파로 몰려 북측 공산군에게 재산을 몰수당한 뒤 어선 몇 척을 몰고 월남해 대한전선그룹을 일군 것으로 알려졌다. 설 창업주는 1954년 자유당 재정부장과 중앙위원 등을 맡으며 정계에 잠깐 발을 담근 적이 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부정축재자로 몰리기도 했다. 반론도 있다. 그를 조명한 여러 문헌들은 “설 창업주를 친일파로 단정할 근거가 없다. 누군가 억울한 누명을 씌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일논란 기업들 입장은?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삼일절·광복절마다 곤욕스러운 친일논란 기업들은 하나같이 발끈하면서도 “어떨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단 지목된 기업들은 “이제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란 반응이 대부분이다. 늘 따라붙는 꼬리표가 달갑지 않은 탓이다.
 
논란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다양하다. “답답하다”는 호소는 기본. “황당하다”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창업주가 직접 연관된 그룹의 경우 적극적으로 해명하는가 하면 창업주가 아닌 직계 가족 등의 인물이 연관된 경우 ‘비약적 논리’라며 극구 부인한다.
 
시대상황상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시대상황에 따른 장사꾼의 고충도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솔직히 당시 시대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사회공헌을 부각하는 해명도 눈에 띈다. 모 기업 홍보담당자는 “창업주가 오해를 살 만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을 국가 발전에 기여한 적이 있다. 훈장을 받을 정도로 다양한 노력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전 직원이 ‘민족기업’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항변도 들을 수 있었다.
 
묵묵부답형 답변도 있다. 창업주가 일제 강점기 주요기구의 고위관직에 이름을 올려 해방 이후 쭉 친일기업 논란에 휩싸였던 한 그룹 측은 “할 말이 없다”는 간단한 말로 입장을 정리했다. 대놓고 “지겹다”고 한 기업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제 이런 논쟁을 멈췄으면 한다. 해방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한다. 모 그룹은 “오너 집안 문제는 회사가 답할 사항이 아니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다른 기업도 “오너의 집안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회피했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