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섹스충동, 그리고 원나잇 스탠드

직장·길거리에서 ‘야릇한 상상’… “남녀 따로 없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섹스’를 떠올린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느끼게 되는 강렬한 성적 충동을 참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는 꼭 남자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여성들도 생리 주기 직전을 포함해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남성과의 섹스에 대한 상상으로 성적 충동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만의 은밀한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는 법. 일부는 여자 친구나 아내와 성적 욕망을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또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것을 ‘인내’ 하거나 혹은 원나잇 스탠드라는 것을 통해서 해소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원나잇 스탠드를 의도적으로 즐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성적 충동’을 둘러싼 남성과 여성의 진실, 그리고 그 ‘대안(?)’으로서의 원나잇 스탠드에 관한 모든 것을 집중 취재했다.


하루 수차례 성적 충동 느끼는 남성 ‘ 짐승’ 아니라 ‘정상’
여성들도 생리 주기 직전 포함 강한 성적 충동 휩싸이기도 


흔히 남성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성적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거리에서 섹시한 여성만 봐도 ‘섹스’를 떠올리는 것이 남자라는 것. 이를 두고 ‘생물학적인 본능’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여성들이 보기에 이런 남성들은 ‘짐승’이라는 오명을 벗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남성들이 느끼는 그러한 성적 충동은 어떤 것일까. 40대 중년 직장 남성 최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상 속 성적 충동
남자만 느끼는 게 아니더라

“솔직히 여성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남성들은 사랑이 없어도 섹스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여자는 섹스를 뇌로 하고 남자는 심장으로 한다는 말도 있듯이, 남자는 자신을 흥분하게 하고 가슴 뛰게 하는 여성만 봐도 곧바로 섹스를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젊었을 때보다 나이가 들었을 때 더 그러한 현상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젊은 여자들의 하얀 피부만 봐도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남들은 ‘주책’이라고 말할 지 모르겠지만 남성의 본능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돈만 많이 있다면 낯선 여자와의 하룻밤 섹스에 얼마를 투자해도 상관은 없다. 문제는 그 정도의 돈이 없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에서의 섹스 충동을 남성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도 회사 사무실에서, 길거리에서, 혹은 영화를 보다가도 언제든 섹스 충동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한 커리어 우먼의 이야기다. “사무실에는 멋진 상사가 있다. 비록 유부남이기는 하지만 업무 능력도 탁월하고 여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너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유머감각까지 뛰어나다. 유부남이라 사랑에 빠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어쨌든 그 사람만 보면 좋은 감정이 들고 때로는 낭만적인 하룻밤을 생각하곤 한다. 불가능한 상상이겠지만 그 상상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게 여자들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여자들도 일상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섹스 충동을 느끼는 것 같다. 내 친구들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다. 길거리에서 본 아무 남자하고나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변에 괜찮은 남자가 있다면 그와 섹스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여자도 동물인데 왜 그렇지 않겠는가. 다만 남성들보다는 그런 욕구를 표현하지 않을 뿐이고 그러다 보니 ‘여자는 일상 속에서 성적 충동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결국 ‘일상에서의 섹스 충동은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과연 그러한 섹스 욕구를 어떻게 해소하냐는 것. 이것을 참고 인내하는 경우에는 상관이 없겠지만, 이를 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물론 그 중에서 ‘자위’는 가장 평이하고 자기만족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일부 남녀는 이른바 ‘원나잇 스탠드’라는 것을 통해서 머릿속의 상상을 현실에서 구현하기를 원하고 또 실제로 많은 남녀가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실시된 남성포탈 사이트의 설문조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30대 남성들을 주요 마니아층으로 확보하고 있는 유흥정보사이트 헤이맨라이프(www.heymanlife.com)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 접속자 14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는 꽤 이채롭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원나잇 스탠드가 성적 충동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거의 95%에 가까운 남성들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즉, 결혼 여부를 떠나서 남성들은 자신들이 가진 성적 충동을 원나잇 스탠드로 해소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5% 역시 답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원나잇 스탠드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을 뿐이지 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성적 욕구의 충족을 이룰 수 있다고 대답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남성들은 한번 원나잇 스탠드를 한 여성에 대해서 향후 오랜 시간 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원나잇 이후 계속 만남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전체의 40%만이 ‘가능하면 계속 섹스 파트너로 관계를 맺고 싶다’고 대답했을 뿐, 나머지는 ‘원나잇은 원나잇일 뿐이다’고 답했다.

직장 상사 상대로 ‘야릇한 상상’ 펼치는 여성도 많아
갑자기 찾아오는 성적 충동 ‘원나잇 스탠드’로 해소  

일반적인 예상을 조금 빗나가는 응답이기도 하다. ‘열 여자 마다할 남자는 없다’는 통상적인 생각에 비춰봤을 때 굳이 잠자리를 한 여자를 그냥 ‘하룻밤 상대일 뿐’이라고 여기고 다시 연락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네티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원나잇 스탠드는 지극히 본능적인 것에 불과하다.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그냥 ‘한번 싸고 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여성들은 다음에도 얼마든지 만나볼 수 있다. 그런 여성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나의 일상으로 들어오게 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이는 남성들이 ‘쿨’하다기보다는 그냥 ‘귀찮다’라고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처음 보는 남자에게 몸을 줄 정도의 여자라면, 내가 아니라도 다른 남성들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겠나. 별도의 직업만 있을 뿐이지 사실 마인드 자체는 창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그런 여성들과 굳이 오랜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다.”(직장인 이모씨. 35)

어찌됐든 남성들은 원나잇을 통해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 자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성의 경우는 어떨까. 아직 남성처럼 압도적인 숫자는 아니지만 일부 여성들은 원나잇 스탠드를 ‘생활의 즐거움’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직장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대부분의 직장여성들은 자신이 임원이 되고 CEO가 되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시집을 가기 전, 혹은 시집을 가서라도 일을 해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면서 자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직장에만 모든 것을 다 올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라면 나이트에 가서 남자들을 만나고 그들 중에 괜찮은 남성을 골라서 하룻밤 즐기는 것을 크게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술도 남자가 사고, 모텔비도 다 남자가 내주지 않는가. 여자가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락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임신이나 성병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는 있지만 여자가 미리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충분히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성’ 개방된 지 오래…
이제는 즐겨야 할 하나의 놀이

이러한 원나잇 문화에 대해 헤이맨라이프의 서준 대표는 “밤문화는 시대적인 상황과 남녀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잣대라고 할 수 있다”며 “원나잇에 대해 개방적인 문화는 점점 더 격해지는 생존 경쟁 속에서 자신들만의 여유와 즐거움을 찾으려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성이라는 것이 지켜야할 대상이 아니라 즐겨야할 대상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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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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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