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48)창조성 없는 일본

돌다리도 무서워 못 건너는 일본인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몇 해 전 일본 소니의 한 임원이 삼성전자 임원에게 “급속한 성장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삼성 임원은 이 질문에 “저지르기”라고 답했다고 한다. 소니는 매사에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여 매사에 조심조심하다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신기술에 투자 결정조차 못하고 머뭇거릴 때, 삼성은 과감하게 투자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반도체, 휴대전화는 물론 소니의 전매물인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소니를 앞설 수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양면의 국민성

이렇게 자신들의 판단과 신념을 가지고 ‘저지르기’를 하는 사람들을 ‘토인비’ 교수는 창조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고,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인류 문명의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기술 혁신을 일으키는 한 명의 천재가 십만, 백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하찮은 이발이지만 3대를 이어 가고, 80년간 목조여관을 깨끗이 보존하며 대를 이어 운영하고, 120년 동안 작은 어묵(오뎅) 가게라는 한 우물을 파는 것도 매우 좋은 일로 본받을 만한 일이다. 이런 데서 전통도 유지되고, 숙달된 기술자가 나오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성격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창조성이 없다. 창조성이야말로 문명의 발달을 가져오고,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을 무릇 생물과 다르게 하는 점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의 성경 이야기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을 창조하면서 오직 인간에게만 ‘창조’라는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주었다고 한다. 생각하고, 연구하고, 판단하여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 즉 짐승이든, 새든, 물고기든 전부 이 땅에 태어난 이래, 거의 그대로 살아오고 있지만, 오직 인간은 하나님께서 주신 창조하는 능력으로, 옷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들고, 비행기도 만들어 그 삶을 보다 풍족하게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생물의 다른 점은 바로 창조성에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또는 고조할아버지가 하던 일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창조성이 없는 행동이다. 동물이나 하는 행동이다. 사람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할아버지보다, 아버지보다 무엇인가 발전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그들의 선대가 하던 일을 대를 이어가며 하는 근본 이유는 가업을 대를 이어 가며 물려받아야 한다는 일본인 특유의 전통도 있겠지만 근본은 소심하고 배짱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용기가 없고 배짱이 없어 선대가 이루어 놓은 일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3자의 눈에는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선대가 이루어 놓은 일을 그대로 답습하면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는데, 괜히 더 큰 돈을 벌어보려고 변화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고달픈 생활로 바뀔 수 있다는 두려운 마음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80년씩 된 목조 건물을 증축도 못하고 증조할아버지가 하던 일을 오늘날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며, 120년 동안이나 확장도, 이전도 못하면서 골방 같은 가게에서 어묵(오뎅) 가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눈부신 성장, 한국인의 도전정신
전통 고집하다 제자리걸음 걷는 일본


오랫동안 일본인들을 지켜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렇게 전통(?)을 이어 가업을 유지하는 점이다. 많은 분들은 일본의 이런 점을 부러워하고 본받을 점이라고 하며 심지어 이런 점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나오는데 우리는 급한 성격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온천이 딸린 여관이라고 해도 여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단순한 일인 것이다. 주인이 직접 나서서 하지는 않겠지만, 마당을 청소하고 실내를 청소하고 손님이 떠난 방을 청소하는 것이 대부분의 일일 것이다. 손님에게 음식도 제공하고 온천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하겠지만 이 역시 단순한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특별한 발전이 있을 수 없거니와 변화도 없을 것이다.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것처럼 평생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꿈이 있고,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지루한 일을 할아버지가 하는 것을 보았고, 또 아버지가 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결코 패기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비록 지루하나 젊은 나이 때부터 꿈과 야망을 버리고 답습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나 생각한다. 변화도 발전도 없이 그대로 답습하며 한평생을 산다는 것을 상상만 해 보아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결정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선발 기업 ‘소니’가 매사에 다부진 결정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후발 기업 삼성에 뒤쳐진 것도 일본인들의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 때문이다. 반면 삼성이 용기 있는 결정과 활발한 투자로 ‘소니’를 따라 잡은 것은 바로 한국인들의 도전 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약 10여년간 한국에서 삼성전자 상무로 일한 경험이 있는 요시카와 도쿄대학교 특임연구원은 “일본인은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건너려고 하지 않지만, 한국인은 썩은 다리도 건너려고 한다”고 비유했다. 일본인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예의 바른 행동, 자제하는 행동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중요한 생활 태도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또 장기적인 민족의 발전을 위해서 강인함과 도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거칠고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많은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들의 “할 수 있다(Can do Sprit)”는 도전적인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정신이야말로 우리 한국인의 도전 정신이요, 바로 토인비 교수가 말하는 창조적 행동이며, 성경에서 말하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할 수 있는 척도인 것이다. 우리 스스로는 우리를 별로 대견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나, 외국인들은 우리가 이룩한 경제 발전을 가히 경이적인 눈초리로 바라본다. 참혹한 전쟁의 폐허 속에서, 그것도 6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경이적인 발전을 이루었느냐 하며….

일본의 소심함

심지어 세계에서 2차 대전 후 가장 획기적인 발전을 한 나라는 대한민국이고, 그 다음이 이스라엘이라고도 한다. 독일과 일본의 발전은 엄밀히 얘기하면 발전이 아니라 재건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난 60여년간 이룩한 것이 어디 경이적인 경제 발전뿐이겠는가?

소란스러웠던 시위와 쿠데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와 안정된 사회 제도도 이루어냈다. 이 모두가 “할 수 있다”는 도전적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의 CNN 방송에서 래리킹(Larry King) 토크쇼를 오랫동안 진행하던 래리킹에 의하면, 그가 토크쇼를 50여 년간 진행하면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그들 모두에게 있는 공통점은 바로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섰던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험을 시도하지 않고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모든 성공의 기본은 바로 “할 수 있다”라는 정신이라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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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