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vs 친박 장관 ‘정면충돌’ 내막

어차피 2년 후면 끝인데 4년 쉬라고?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장관들에게 “개인적인 행로는 있을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다 제2의 유승민 사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경고음도 들려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모든 개인 일정은 내려놓고 국가 경제와 개혁을 위해 매진해 달라”며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박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에게 개인적 행보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것은 벌써 이번이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은 불과 2주 전인 지난 7일에도 “경제를 살리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행로는 있을 수 없다”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경고 메시지
미지근한 반응

청와대 측은 “몇몇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정작 부처 업무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같이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같은 사안에 대해 2주 간격으로 두 번씩이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장관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심지어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은 박 대통령의 첫 번째 경고가 있은 후 1주일 만에 보란 듯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 출마는 당연하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러다 제2의 유승민 사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며 “자기정치 하지 말라”고 했던 당시 발언과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해당 발언 이후 유 전 원내대표는 결국 원내대표 자리에서 쫓겨났다.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이 박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총선 출마를 강행할 경우 대대적인 찍어내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박 대통령은 자기 정치하는 사람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니 장관들이 총선 출마와 관련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간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으로 찍힐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박 대통령이 이번에 내년 총선은 꿈도 꾸지 말라며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장관들도 대통령의 의중을 이번에 처음 안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장관들이 당연히 자신과 국가를 위해 희생해줄 것으로 믿었는데 장관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들이 내각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현재 정치인 출신 장관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유일호 국토부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등 5명이나 된다. 내각의 3분의1 가까이가 국회의원 출신 장관이다. 이들이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내년 1월14일(선거일 90일)까지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내각의 30%가 한꺼번에 빠져나가고 나면 국정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희생 해라!
희생 못해!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 세월호 사고,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성완종 파문, 메르스 사태, 국정원 불법해킹 의혹까지 줄줄이 터져 나온 대형악재들로 집권 3년 차까지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장관에 임명되면 업무파악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해 최소 2년 이상 재직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떠나고 나면 박근혜정부의 남은 임기 역시 허무하게 끝나버릴 수 있다.

이미 공무원사회에서는 곧 떠날 장관들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공무원은 “대통령은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시한부장관 밑에서 개혁은 언감생심이다. 장관들도 내년 총선을 의식해야 하는데 표만 깎이는 개혁작업에 힘을 실어주겠나?”라며 “공무원들도 지금 괜히 나섰다가 잘못되면 책임져줄 사람도 없는데 차라리 새로운 장관이 오길 기다리자며 복지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내년 총선 포기하면 정계 은퇴 수순
이번만큼은 대통령 시키는 대로 못해


올해만 버티면 바뀔 장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관료들도 느슨해진다. 장관들의 지시가 제대로 먹힐 리가 없다. 또 이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지긋지긋한 인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특히 장관들의 사퇴 러쉬가 내년 1월14일을 앞두고 집중된다면 가뜩이나 예산안 통과 등으로 바쁜 연말에 장관을 교체하느라 한바탕 소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염두에 두고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을 임명했는데, 대통령과 장관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부족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의 입장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박근혜정부의 임기는 겨우 2년 정도 남았는데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고 나면 4년 가까이를 정치낭인으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4년이나 중앙정치에서 떠나 있은 후 다시 정계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장관들에게는 내년 총선에 불출마한다는 것은 정계은퇴까지 각오해야 할 중대한 일이다.

게다가 여당은 내년 총선 지역구 후보자를 오픈 프라이머리(※후보를 선발할 때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로 뽑기로 했기 때문에 지역구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박 대통령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이 지역구관리에 한눈을 팔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음은 콩밭에
멈춰버린 개혁

지역구관리에 가장 열심인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다. 황 부총리는 현재 세종시에서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거의 매주 세종시에서 인천까지 올라와 지역구에 있는 교회 예배에 참여할 정도라고 한다.

또 박 대통령은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황 부총리는 총선을 의식해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정부는 정원 감축을 통해 대학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황 부총리는 지방대 살리기,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 재외동포 전용 학과 정원 외 개설 등 대학 구조 개혁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의도 어느새 뒷전으로 밀렸다. 사실상 표가 되지 않는 일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황 부총리가 자기정치만 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황 부총리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황 부총리의 지역구에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역 정가에서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연수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둥이 아빠로 유명한 탤런트 송일국의 출마설도 들린다. 송일국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인기가 대단해 인천에선 ‘박 대통령이 직접 출마해도 송일국은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황 부총리로서는 벌써부터 지역구관리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황 부총리는 지난 15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제2의 유승민 사태 터질까?
대통령-친박 장관 갈등 조마조마

최경환 경제부총리 역시 지역구 행보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5월 초 이미 “나는 본래 정치인이며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경고 이후에는 “일단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며 뉘앙스가 바뀌었지만 총선 불출마 선언만큼은 하지 않고 있다. 최 부총리는 경제 살리기라는 중책을 맡고 있지만 어떤 정책을 내놔도 이제 곧 그만둘 사람인데 약발이 먹힐 리가 없다.

경제정책은 연속성이 가장 중요하다. 장관이 바뀐 후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리면 떠난 장관이 책임져 주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도, 최저임금위원회도 잇달아 파행을 겪는 이면에는 ‘시한부장관’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경제부총리를 맡고 있는 동안에 지역구인 경북 경산·청도에 예산 밀어주기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예산안 심사에서 경산 ‘글로벌 코즈메틱 비즈니스센터’ 건립비용은 보건복지부가 낸 예산안엔 없었으나 기재부가 신규로 10억원 예산을 편성해 국회를 통과했다. 청도 세계코미디 예술제도 예산 심의 때 4억원이 증액됐다. 야권은 ‘초이 예산’이라며 최 부총리를 비판했다.

찍어낼까?
반기들까?

다른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특히 유일호, 유기준 장관은 올해 3월에 임명됐는데 내년 1월까지 재직해도 재직 기간이 10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장관 취임 후 부처업무 파악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을 텐데 남은 기간 동안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 해수부장관의 경우는 내년 1월 전에 사퇴한다면 세월호특위 활동의 마무리도 못하고 떠나게 된다.

일각에선 장관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조기 교체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친박 의원들이 총선에서 최대한 많이 살아 돌아와야 후반기 국정 운영이 원활해진다. 빠르면 추석을 전후에 핵심 친박 장관들이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찌됐든 청와대와 장관들의 입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양측이 정면충돌하게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기환 정무수석, 총선 불출마

“대통령 위해 결단 내렸다”

친박 장관들이 총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현기환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은 총선 불출마를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무수석은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친박 용퇴론에 밀려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이후 현 정무수석은 ‘총선 공천헌금 의혹’에 연루돼 당에서 제명되는 등 시련을 겪기도 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고 지난 2013년 복당한 현 정무수석은 그동안 자신의 옛 지역구인 부산 사하갑에서 총선 출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또 한 번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청와대에 입성하게 됐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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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