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천정배’ 신당로드맵 해부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로 몰아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무소속 천정배 의원 측의 신당 창당 계획안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천 의원 측은 즉각 자신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서라며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은 후폭풍에 휩싸였다. 해당 문서에는 신당이 대안정당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진보 모리배’로 몰아붙여야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 측의 신당 창당 계획안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유출돼 공개됐다. 천정배 의원이 오는 9월까지 현역의원 최소 5명가량을 영입해 신당 창당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문건이다.

의도적 유출?

문건에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담겨 있었다. 이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신당 전략팀은 총 5단계에 걸쳐 창당계획을 세웠다. 오는 8월까지는 창당 명분을 축적한 후 9월에는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11월까지는 전국정당화 조직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12월까지는 비전과 정책을 완비하고 2016년 1월에는 4월 총선을 겨냥해 창당 및 공천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들은 오는 9월까지 현역의원 5명을 영입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당이 5석을 확보하게 되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신당 후보들은 동일한 번호를 기호로 부여받을 수 있다. 공통기호를 부여받게 되면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특정번호를 부각시키면 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다. 또 신당이 5석을 확보하면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의 액수가 크게 늘어난다.

국고보조금은 구간별로 20석 이상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중 5~19석, 5석 미만으로 금액이 크게 갈린다. 4석과 5석은 불과 1석 차이지만 국고보조금은 2배 넘게 차이 난다. 정치권에선 5석을 가진 정당이 가장 실속 있는 정당이라는 말도 있다. 신당이 당장 20석을 확보하기는 무리다. 따라서 5석이 목표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천 의원 측이 자신을 포함해 5명의 현역의원을 모으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안철수 의원조차 신당 창당 과정에서 영입한 현역의원은 송호창 의원이 유일했다. 이외에도 신당전략팀은 언론계와 학계, 재계, 전·현직 정치인 등의 신당 참여 인사를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창당 이후엔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추월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신당전략팀이 창당명분의 축적을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온갖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사람)로 몰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다. 새정치연합과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들은 신당 창당을 야권 분열 프레임이 아닌 대안정당의 출범으로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신당의 노선과 이념에 대해 중도개혁노선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천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미FTA 비준 반대를 위해 무려 25일간이나 단식투쟁을 하는 등 급진적인 진보 인사로 분류된다. 신당전략팀은 천 의원이 과거 급진적 정치활동에 대해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신당이 합리적 보수까지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진보, 합리적 개혁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 5단계로 구성된 신당 창당계획
천정배신당, 9월에는 윤곽 나온다

신당전략팀은 중도노선을 취하면서 새정치연합의 주류인 친노진영에 대해서는 ‘운동권 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아병 세력’ ‘균형 감각을 상실한 세력’이라고 비판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중도개혁노선을 추구함으로써 이념적 중간지대의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건 말미에는 야권 신당 추진세력은 염동연·이철 전 의원 등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당산동팀’과 비공개로 활동하는 기획위원회로 나뉘어 있다고 밝히고, 기획팀에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도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신당에 참여할 인사 명단에 대해서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므로 문서로 남기지 말고 당분간 철저히 구두로만 진행할 것”이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이 같은 문서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며 자신은 이와 관련한 보고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문건의 진위에 대한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천 의원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문건의 작성자는 천 의원의 선거를 도왔던 사람은 맞지만 핵심인물도 아니고 그런 문건을 작성할 권한도 없는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신당 추진세력 중심에서 밀려난 인사가 신당 추진세력을 음해하기 위해 이 같은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례로 천 의원과의 회동했던 문학진 전 의원은 “중도색채를 강화해 신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천 의원은 기존 새정치연합보다 개혁적인 야당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해 보였다”고 말한 바 있다. 여전히 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신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천 의원이 과거 자신의 급진적 정치활동에 대해 자성하고 중도노선을 취하기로 했다는 문서의 내용은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실제 천 의원의 신당전략팀에서 만든 문건이라고 하더라도 천 의원의 동의는 얻지 못한 단순한 향후 전략 제안 성격의 문서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이 문서가 실제 천 의원 측의 신당 창당계획안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 재·보선에서 천 의원의 상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염동연 전 의원 등은 이미 여의도 부근에 사무실을 연 상태다. 염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신당의 설계는 끝났다. 총선에 나설 장수도 확보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건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천 의원이 중도노선을 취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최근 천 의원이 달라진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한 제안서?

천 의원은 이른바 유승민 사태로 새누리당이 내홍을 겪고 있을 때 “(신당을 창당하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천 의원 측을 모함하기 위해 만든 문서치고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타당성이 있다. 문서의 신빙성이 있다”며 “천 의원 측도 동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부문건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어찌됐든 이번 문건의 유출로 천 의원 측의 창당과정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새정치연합과 사소한 의견 대립만 보여도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로 몰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건의 내용이 앞으로 얼마나 일치하게 될지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상정 “4자연대, 천정배는 제외”
매력적인 정당 만들기 집중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23일, 총선 대비 진보 결집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는 함께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심 대표는 “야권이 제대로 혁신이 돼야 정권교체도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도 혁신을 나름대로 하고 있다”며 “천 의원 같은 분도 혁신을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우선 우리 당 스스로가 강하고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 나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토대 위에 혁신의 방향과 의지가 일치되는 세력들과는 과감하게 연대와 협력을 해나갈 생각”이라며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와 이른바 4자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을 밝혔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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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