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천정배’ 신당로드맵 해부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로 몰아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무소속 천정배 의원 측의 신당 창당 계획안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천 의원 측은 즉각 자신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서라며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은 후폭풍에 휩싸였다. 해당 문서에는 신당이 대안정당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진보 모리배’로 몰아붙여야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 측의 신당 창당 계획안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유출돼 공개됐다. 천정배 의원이 오는 9월까지 현역의원 최소 5명가량을 영입해 신당 창당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문건이다.

의도적 유출?

문건에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담겨 있었다. 이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신당 전략팀은 총 5단계에 걸쳐 창당계획을 세웠다. 오는 8월까지는 창당 명분을 축적한 후 9월에는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11월까지는 전국정당화 조직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12월까지는 비전과 정책을 완비하고 2016년 1월에는 4월 총선을 겨냥해 창당 및 공천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들은 오는 9월까지 현역의원 5명을 영입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당이 5석을 확보하게 되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신당 후보들은 동일한 번호를 기호로 부여받을 수 있다. 공통기호를 부여받게 되면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특정번호를 부각시키면 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다. 또 신당이 5석을 확보하면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의 액수가 크게 늘어난다.

국고보조금은 구간별로 20석 이상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중 5~19석, 5석 미만으로 금액이 크게 갈린다. 4석과 5석은 불과 1석 차이지만 국고보조금은 2배 넘게 차이 난다. 정치권에선 5석을 가진 정당이 가장 실속 있는 정당이라는 말도 있다. 신당이 당장 20석을 확보하기는 무리다. 따라서 5석이 목표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천 의원 측이 자신을 포함해 5명의 현역의원을 모으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안철수 의원조차 신당 창당 과정에서 영입한 현역의원은 송호창 의원이 유일했다. 이외에도 신당전략팀은 언론계와 학계, 재계, 전·현직 정치인 등의 신당 참여 인사를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창당 이후엔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추월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신당전략팀이 창당명분의 축적을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온갖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사람)로 몰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다. 새정치연합과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들은 신당 창당을 야권 분열 프레임이 아닌 대안정당의 출범으로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신당의 노선과 이념에 대해 중도개혁노선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천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미FTA 비준 반대를 위해 무려 25일간이나 단식투쟁을 하는 등 급진적인 진보 인사로 분류된다. 신당전략팀은 천 의원이 과거 급진적 정치활동에 대해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신당이 합리적 보수까지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진보, 합리적 개혁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 5단계로 구성된 신당 창당계획
천정배신당, 9월에는 윤곽 나온다

신당전략팀은 중도노선을 취하면서 새정치연합의 주류인 친노진영에 대해서는 ‘운동권 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아병 세력’ ‘균형 감각을 상실한 세력’이라고 비판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중도개혁노선을 추구함으로써 이념적 중간지대의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건 말미에는 야권 신당 추진세력은 염동연·이철 전 의원 등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당산동팀’과 비공개로 활동하는 기획위원회로 나뉘어 있다고 밝히고, 기획팀에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도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신당에 참여할 인사 명단에 대해서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므로 문서로 남기지 말고 당분간 철저히 구두로만 진행할 것”이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이 같은 문서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며 자신은 이와 관련한 보고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문건의 진위에 대한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천 의원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문건의 작성자는 천 의원의 선거를 도왔던 사람은 맞지만 핵심인물도 아니고 그런 문건을 작성할 권한도 없는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신당 추진세력 중심에서 밀려난 인사가 신당 추진세력을 음해하기 위해 이 같은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례로 천 의원과의 회동했던 문학진 전 의원은 “중도색채를 강화해 신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천 의원은 기존 새정치연합보다 개혁적인 야당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해 보였다”고 말한 바 있다. 여전히 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신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천 의원이 과거 자신의 급진적 정치활동에 대해 자성하고 중도노선을 취하기로 했다는 문서의 내용은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실제 천 의원의 신당전략팀에서 만든 문건이라고 하더라도 천 의원의 동의는 얻지 못한 단순한 향후 전략 제안 성격의 문서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이 문서가 실제 천 의원 측의 신당 창당계획안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 재·보선에서 천 의원의 상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염동연 전 의원 등은 이미 여의도 부근에 사무실을 연 상태다. 염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신당의 설계는 끝났다. 총선에 나설 장수도 확보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건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천 의원이 중도노선을 취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최근 천 의원이 달라진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한 제안서?

천 의원은 이른바 유승민 사태로 새누리당이 내홍을 겪고 있을 때 “(신당을 창당하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천 의원 측을 모함하기 위해 만든 문서치고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타당성이 있다. 문서의 신빙성이 있다”며 “천 의원 측도 동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부문건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어찌됐든 이번 문건의 유출로 천 의원 측의 창당과정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새정치연합과 사소한 의견 대립만 보여도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로 몰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건의 내용이 앞으로 얼마나 일치하게 될지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상정 “4자연대, 천정배는 제외”
매력적인 정당 만들기 집중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23일, 총선 대비 진보 결집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는 함께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심 대표는 “야권이 제대로 혁신이 돼야 정권교체도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도 혁신을 나름대로 하고 있다”며 “천 의원 같은 분도 혁신을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우선 우리 당 스스로가 강하고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 나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토대 위에 혁신의 방향과 의지가 일치되는 세력들과는 과감하게 연대와 협력을 해나갈 생각”이라며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와 이른바 4자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을 밝혔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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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