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천정배’ 신당로드맵 해부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로 몰아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무소속 천정배 의원 측의 신당 창당 계획안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천 의원 측은 즉각 자신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서라며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은 후폭풍에 휩싸였다. 해당 문서에는 신당이 대안정당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진보 모리배’로 몰아붙여야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 측의 신당 창당 계획안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유출돼 공개됐다. 천정배 의원이 오는 9월까지 현역의원 최소 5명가량을 영입해 신당 창당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문건이다.

의도적 유출?

문건에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담겨 있었다. 이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신당 전략팀은 총 5단계에 걸쳐 창당계획을 세웠다. 오는 8월까지는 창당 명분을 축적한 후 9월에는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11월까지는 전국정당화 조직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12월까지는 비전과 정책을 완비하고 2016년 1월에는 4월 총선을 겨냥해 창당 및 공천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들은 오는 9월까지 현역의원 5명을 영입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당이 5석을 확보하게 되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신당 후보들은 동일한 번호를 기호로 부여받을 수 있다. 공통기호를 부여받게 되면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특정번호를 부각시키면 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다. 또 신당이 5석을 확보하면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의 액수가 크게 늘어난다.

국고보조금은 구간별로 20석 이상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중 5~19석, 5석 미만으로 금액이 크게 갈린다. 4석과 5석은 불과 1석 차이지만 국고보조금은 2배 넘게 차이 난다. 정치권에선 5석을 가진 정당이 가장 실속 있는 정당이라는 말도 있다. 신당이 당장 20석을 확보하기는 무리다. 따라서 5석이 목표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천 의원 측이 자신을 포함해 5명의 현역의원을 모으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안철수 의원조차 신당 창당 과정에서 영입한 현역의원은 송호창 의원이 유일했다. 이외에도 신당전략팀은 언론계와 학계, 재계, 전·현직 정치인 등의 신당 참여 인사를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창당 이후엔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추월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신당전략팀이 창당명분의 축적을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온갖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사람)로 몰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다. 새정치연합과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들은 신당 창당을 야권 분열 프레임이 아닌 대안정당의 출범으로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신당의 노선과 이념에 대해 중도개혁노선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천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미FTA 비준 반대를 위해 무려 25일간이나 단식투쟁을 하는 등 급진적인 진보 인사로 분류된다. 신당전략팀은 천 의원이 과거 급진적 정치활동에 대해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신당이 합리적 보수까지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진보, 합리적 개혁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 5단계로 구성된 신당 창당계획
천정배신당, 9월에는 윤곽 나온다

신당전략팀은 중도노선을 취하면서 새정치연합의 주류인 친노진영에 대해서는 ‘운동권 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아병 세력’ ‘균형 감각을 상실한 세력’이라고 비판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중도개혁노선을 추구함으로써 이념적 중간지대의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건 말미에는 야권 신당 추진세력은 염동연·이철 전 의원 등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당산동팀’과 비공개로 활동하는 기획위원회로 나뉘어 있다고 밝히고, 기획팀에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도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신당에 참여할 인사 명단에 대해서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므로 문서로 남기지 말고 당분간 철저히 구두로만 진행할 것”이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이 같은 문서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며 자신은 이와 관련한 보고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문건의 진위에 대한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천 의원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문건의 작성자는 천 의원의 선거를 도왔던 사람은 맞지만 핵심인물도 아니고 그런 문건을 작성할 권한도 없는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신당 추진세력 중심에서 밀려난 인사가 신당 추진세력을 음해하기 위해 이 같은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례로 천 의원과의 회동했던 문학진 전 의원은 “중도색채를 강화해 신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천 의원은 기존 새정치연합보다 개혁적인 야당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해 보였다”고 말한 바 있다. 여전히 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신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천 의원이 과거 자신의 급진적 정치활동에 대해 자성하고 중도노선을 취하기로 했다는 문서의 내용은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실제 천 의원의 신당전략팀에서 만든 문건이라고 하더라도 천 의원의 동의는 얻지 못한 단순한 향후 전략 제안 성격의 문서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이 문서가 실제 천 의원 측의 신당 창당계획안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 재·보선에서 천 의원의 상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염동연 전 의원 등은 이미 여의도 부근에 사무실을 연 상태다. 염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신당의 설계는 끝났다. 총선에 나설 장수도 확보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건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천 의원이 중도노선을 취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최근 천 의원이 달라진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한 제안서?

천 의원은 이른바 유승민 사태로 새누리당이 내홍을 겪고 있을 때 “(신당을 창당하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천 의원 측을 모함하기 위해 만든 문서치고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타당성이 있다. 문서의 신빙성이 있다”며 “천 의원 측도 동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부문건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어찌됐든 이번 문건의 유출로 천 의원 측의 창당과정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새정치연합과 사소한 의견 대립만 보여도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로 몰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건의 내용이 앞으로 얼마나 일치하게 될지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상정 “4자연대, 천정배는 제외”
매력적인 정당 만들기 집중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23일, 총선 대비 진보 결집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는 함께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심 대표는 “야권이 제대로 혁신이 돼야 정권교체도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도 혁신을 나름대로 하고 있다”며 “천 의원 같은 분도 혁신을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우선 우리 당 스스로가 강하고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 나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토대 위에 혁신의 방향과 의지가 일치되는 세력들과는 과감하게 연대와 협력을 해나갈 생각”이라며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와 이른바 4자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을 밝혔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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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