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발목 잡을 초대형 악재 넷

지금은 잘나가는데…앞날은 안갯속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잘나가는 수입차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형 악재들이 돌출했기 때문이다. 연비와 탈세, 결함 논란이 그것. 거기에 ‘강력한’ 국산 새 모델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수입차에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악재에도 수입차 비중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승용차 등록대수 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7803대)보다 36.4% 증가한 2만4275대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기록 
못 웃는 사정은?
 
이는 지난 3월 기록한 2만2280대보다 1995대 많은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기록이다. 지난 5월과 비교해서도 32%나 늘었다. 상반기 누적 수입차 판매대수 역시 지난해(9만4263대)보다 27.1% 증가한 11만9832대로, 반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BMW가 6월 한 달간 5744대를 팔아 압도적으로 1위다. 폭스바겐(4321대), 메르세데스-벤츠(4196대), 아우디(2150대), 포드(1150대) 등이 2∼5위를 차지했다. 이어 랜드로버(825대), MINI(785대), 렉서스(727대), 도요타(711대), 푸조(678대), 크라이슬러(602대), 포르셰(479대), 혼다(464대), 닛산(461대), 볼보(316대), 인피니티(254대), 재규어(253대) 등의 순이었다.
 

모델은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 1062대가 판매돼 6월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로 꼽혔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1006대)와 BMW 520d(863대) 등도 인기가 많았다. 배기량별로는 2000cc 미만이 1만3886대(57.2%), 2000∼3000cc 8176대(33.7%), 3000∼4000cc 1630대(6.7%), 4000cc 이상 557대(2.3%)로 나타났다. 
 
 
수입차 관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차 효과, 물량 확보 등에 힘입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수입차 판매대수는 역대 최다인 20만∼25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잘나가는 수입차 시장.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형 악재들이 돌출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악재는 연비 논란이다. 제조사나 소비자에게 모두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연비는 판매와 직결될 수 있어 더욱 더 그렇다. 논란은 일부 수입차들이 연비를 실제보다 10% 넘게 ‘뻥튀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최근 수입차 업체들은 유로6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를 일제히 내렸다. 유로6 환경기준에 맞춰 출시한 폭스바겐, 푸조, BMW 등의 신차 연비가 기존 모델보다 낮아진 것.
 
폭스바겐은 골프 1.6 TDI 블루모션의 연비를 리터당 16.1㎞라고 표기했다. 기존 연비가 리터당 18.9㎞였던 것을 감안하면 14.8%나 떨어진 것이다. 지난 5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 뉴 푸조 308 1.6도 이전 모델의 연비는 리터당 18.4㎞였지만, 새 모델은 16.2㎞로 11% 줄었다. 
 
‘불티나는 외제차’ 상반기 역대 최다 판매
전망이 그리…“제동 걸린다” 비관론 고개
 

하반기 국내 출시될 푸조 508 2.0 블루HDi 역시 연비가 리터당 13㎞로, 이전 모델(14.8㎞)보다 떨어졌다. 지난달 출시된 BMW 118d는 연비를 18.7㎞에서 7% 감소한 17.4㎞로 조정했다. BMW의 경우 일부 모델의 연비를 실제보다 작은 타이어로 측정해 연비 향상을 위해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들 차종은 유로6 기준을 적용한 국내 모델 연비에 못 미친다. 현대차의 2016년형 쏘나타 1.7과 기아차 신형 K5 1.7의 연비는 각각 16.8㎞다. 이제 ‘유럽 차들이 연비 좋다’는 말은 옛말이 된 셈이다. 특히 수입차들이 그동안 연비를 과장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신 모델을 출시하면서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들이 구 모델과 달라 연비가 떨어졌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그동안 연비를 부풀리다 국내 연비 검증 강화를 앞두고 수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국내 연비 검증을 강화할 예정이다. 수입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기존 연비검증대상인 자기인증적합조사의 차량과 함께 안전도평가 대상 차량까지 연비 검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자기인증적합조사는 제작사가 자동차관련 법규와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스스로 인증해 판매하는 자기인증제도를 정부가 사후관리 차원으로 보완하는 제도.
 
현재 자기인증적합 대상 수입차는 아우디 A7 50 TDI, 렉서스 ES 300h, 재규어 XF 2.2D, 푸조 3008, 지프 컴패스, 모토스타코리아 이륜차 등 6종이다. 여기에 추가로 5종이 늘었다. 안전도 평가 대상 수입차는 폴크스바겐 폴로, 미니 미니쿠퍼, 인피니티 Q50, 포드 토러스, BMW X3 등 총 11종이 연비검증에 들어간다.
 
검증 방식도 까다로워 진다. 자동차 연비 사후검증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각각 하다 지난해부터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맡고 있다. 기존엔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를 합산한 복합연비만 따졌다. 앞으론 개별연비로 판정한다. 

연비 속속 내려
‘뻥튀기’ 의혹
 
국토부와 산업부, 환경부의 연비 공동고시에 따라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제작사 신고연비와의 차이가 허용 오차범위(5%) 안에 있어야 한다. 조사 차량은 1대로 하되 1차 조사에서 연비 부적합이 의심되면 3대를 추가 조사해 평균값으로 연비를 산정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1차 조사는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2차 조사는 산업부와 환경부 산하 5개 기관이 맡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를 부풀리는 꼼수를 막기 위해 차종을 늘리고 판정 기준을 강화했다”며 “관련법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므로 변경안은 내년 연비 조사 때부터 적용된다”고 전했다.
 
 
탈세 문제도 수입차 업계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오너나 경영진이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세금을 탈루하는 편법이 도마에 올랐는데, 관련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수입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사업자 업무용으로 팔린 차량은 10만5720대로 조사됐다. 이렇게 팔린 찻값만 모두 7조4700억원에 달한다. 1억원 이상 수입차 1만4979대 중 83.2%(1만2458대), 2억원 이상 수입차 1353대 중 87.4%(1183대)가 업무용으로 판매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포르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이른바 ‘슈퍼카’의 90% 이상이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된다. 업무용 차량은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따라 차량 가격은 물론 취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를 5년간 무제한으로 사업자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오너나 그 일가, 또는 경영진이 고가 수입차를 회사 명의로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데 있다. 대부분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명의로 수입차를 구매한 뒤 개인용도로 타는 것은 결국 세금 탈루란 지적이다. 경실련은 “수입차에 주어지는 세제혜택이 해마다 2조5000억원에 이른다”며 “고가 수입차가 무늬만 법인차로서 사실상 탈세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대안으로 ‘캐나다 모델’을 제시했다. 캐나다는 업무용 차량에 대해 3만 캐나다달러(약 2700만원)까지만 경비처리를 해준다. 경실련은 “무제한인 업무용 차량 경비처리 기준을 3000만원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00만원 초과금액에 대해선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것. 이 경우 연간 약 9266억원의 세금징수가 가능하다는 게 경실련의 계산이다.
 
경실련 측은 “국내 법인차 증가와 수입차 판매 증가는 무관하지 않다”며 “업무용 차량에 지원되는 세금혜택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인이 구입·리스·렌트한 업무용 차량에 대해 법인세법상 필요경비 인정액(손금산입)을 3000만원 한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입차 시장의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수입차 10대 중 8∼9대가 법인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업무용 자산취득에 대한 손금산입제도를 악용, 법인 명의로 최고급 승용차를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마치 절세의 수단으로서 잘못 인식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법인의 업무용 차량에 대해 찻값은 물론 유지비까지 전액을 비용처리 해주는 과도한 세제혜택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비·탈세·결함 잇단 논란 ‘삼중고’
‘강력한’ 국산 새 모델들 출동 대기
 
해외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은 차량값이 1만8500달러(약 2000만원)를 넘으면 세금공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고, 일본은 차량 가격 300만엔(약 2600만원)까지만, 호주는 5만7466호주달러(약 5000만원)까지만 비용으로 처리해 준다.
 
김 의원은 “선진국처럼 세금공제의 한도를 정함으로써 최고급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수입차 업계엔 두 가지 악재뿐만 아니라 결함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6일 혼다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한국지엠에서 수입·제작·판매한 승용자동차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자발적으로 시정조치 한다고 밝혔다.
 
 
리콜 규모는 ▲혼다의 CR-V 2730대(2003년 3월14일∼2006년 12월28일 제작), ACCORD 1647대(2003년 10월6일∼2007년 6월29일) ▲재규어의 재규어XK 44대(2011년 7월2일∼2015년 1월13일), 디스커버리4 947대(2014년 8월21일∼2015년 2월12일), 레인지로버 1094대(2005년 3월14일∼2012년 7월26일) ▲포드의 이스케이프 24대(연료펌프 결함·2014년 2월14일∼2014년 3월7일), 이스케이프 311대(계기판 결함·2014년 3월13일∼2014년 12월10일), 익스플로어 1171대(2011년 2월1일∼2012년 11월30일) ▲지엠의 말리부 1358대(2013년 9월3일∼2014년 2월19일) 등 8개 차종 총 9326대다.
 
혼다 CR-V와 ACCORD는 충돌로 인한 에어백(일본 타카타 부품) 전개시 과도한 폭발압력으로 발생한 내부 부품의 금속 파편이 운전자 등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규어XK는 시동이 꺼진 후에도 전면 차폭등이 꺼지지 않아 배터리가 방전될 가능성이, 디스커버리4는 ABS 자기진단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레인지로버는 전륜 브레이크호스 균열 또는 파열로 인해 브레이크액이 누유돼 제동성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발견됐다.
 
포드 이스케이프는 연료펌프 내부 모터 불량으로 연료압력이 낮아져 주행 중 시동이 꺼질 가능성과 속도, 엔진회전수, 연료량, 냉각수온도 등을 표시하는 계기판이 내부 프로그램 오류로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익스플로어의 경우 차문 잠금 스프링 장치의 결함으로 차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거나 주행 중 열릴 위험이 있다. 지엠 말리부는 연료장치를 제어하는 연료컨트롤 유닛 내부 회로 부품 불량으로 엔진시동 불량 또는 주행 중 시동이 꺼질 수 있어 리콜 조치했다.
 
 
차시장 관계자는 “7월 들어 국내에 리콜된 차량은 1만3421대로 크게 늘었다”며 “이중 국내 생산된 한국지엠 차량(1358대)을 제외할 경우 수입차의 리콜 비중은 90% 이상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무용 지원 제한
판매 급증에 제동
 
수입차 리콜은 올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1∼6월 상반기 리콜된 수입차는 202개 차종 9만17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E시리즈 등 3만4756대로 가장 많았다. 이어 BMW가 1만238대, 포드가 5094대, 크라이슬러가 3867대, 닛산이 3827대였다. 제작사는 한국GM이 가장 많은 21만7884대를 리콜했다. 크루즈, 라세티 프리미어, 올란도 등 3개 차종 9만9985대를 브레이크호스 누유로 리콜하고, 말리부와 알페온 등 7만8615대를 안전벨트 결함으로 시정조치한 바 있다.
 
수입차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사이 국내차들은 전방위 공세에 나설 태세다. ‘강력한’국산 새 모델이 속속 출시될 예정이라 수입차 판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창사 이래 최대 수량인 11종의 신차를 국내외 시장에 출시할 방침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준중형과 중형을 비롯해 대형차, SUV, 상용차, 친환경차 등도 선보인다. 자동차 업체는 보통 분기당 1∼2개 신차를 출시한다. 11종이나 되는 많은 모델이 쏟아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 승부수를 걸었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우선 7월 LF쏘나타 1.6 터보, 1.7 디젤 등 쏘나타 2016년형 모델과 신형 K5를 동시에 출시했다. 이들 중형차가 선봉에 선 모양새. 국내 중형차 시장의 입지를 굳힌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쏘나타의 엔진 모델을 7개, K5는 5개로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높였다. 
 
특히 연비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현대기아차가 새로 내놓은 디젤 모델의 연비는 ℓ당 16.8㎞(16인치 기준). 독일의 대표 디젤 세단인 BMW 520D(16.1㎞), 폭스바겐 파사트(14.6㎞)보다 높다.
 
3분기엔 아반떼의 신형 모델도 나온다. 아반떼는 지난해 한국 단일 차종 중 최초로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세계 판매 모델 중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먼저 국내에 출시한 뒤 내년 상반기 미국시장에 내보낼 계획이다. SUV도 출격한다. 현대차의 크레타는 7월 인도 출시를 시작으로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판매를 확대한다. 상반기 국내 출시된 신형 투싼은 8월 미국, 9월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기아차의 신형 스포티지는 3분기 먼저 국내에 선보인 뒤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
 
대형차와 상용차, 친환경차도 등장한다. 현대차는 대형 플래그십 모델인 신형 에쿠스를 연말에 선보인다. 현대차의 미니버스 쏠라티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아차의 K5 하이브리드 모델 등도 하반기 출시된다. 

리콜도 악영향
토종 11개 출시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다양한 신차들이 출시될 계획”이라며 “판매 확대 및 수익성 향상을 동시에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인 수입차 업계에 악재들이 돌출해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불거진 논란과 문제, 국내차 공세 등으로 발목을 잡힐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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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