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끝없는 실험' 설치미술가 권남득

"기계로 살아 움직이게 그립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종로구 갤러리도스에서 유망작가들의 릴레이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매년 두 차례 작가 발굴을 위한 공모전을 기획해 온 갤러리도스는 '레알의 기술'이란 주제로 실력 있는 6인의 작가를 선정했다. 권남득 작가는 이번 공모전에 응모한 6인의 작가 가운데 1명이다.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로 유명한 권 작가는 포스코스틸아트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갤러리도스에서 오는 28일까지 선보일 전시 제목은 '움직이는 조형 연구소'다.

이달 갤러리도스가 매우 이색적인 전시를 준비했다. 기계를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형 전시이다. 공모전 '레알의 기술' 선정작가로 꼽힌 권남득 작가는 '움직이는 조형 연구소'란 전시로 관객의 눈과 두뇌를 자극했다. 갤러리도스 최주연 큐레이터는 이번 개인전을 "실험 프로젝트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체험형 전시

전시에서 권 작가는 과학과 예술을 조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조각, 설치, 키네틱, 드로잉 등 다양한 미술영역에서 실험을 거듭해 온 결과물이다. 그가 "고장나지 마!"라고 외친 '기계'들은 어느덧 작품(?)이 됐다. 플라스틱 와인컵, 티타늄, 스텝모터 등으로 완성된 흥미로운 작품들은 미완의 스케치 작업과 함께 전시장 곳곳에 펼쳐질 예정이다.

권 작가는 석사과정을 밟던 지난 2007년 '제2회 포스코스틸아트 어워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포스코스틸아트 어워드는 포스코청암재단이 작품의 재료를 철로 한정한 국내 최초의 미술공모전이다. 당시 권 작가는 '호흡하다'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금속을 갉아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는 설정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작품에서 권 작가는 육면체로 만든 철 구조물 안에 금속벌레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LCD로 비췄다.

권 작가는 지금도 정적인 미술보다는 동적인 미술을 선호한다. 움직임이 가능한 설치미술에 애착을 갖고 있으며, 작품 구성에 영상매체, LED 등을 즐겨 사용한다. 고정되지 않은 조형들을 통해 공간 자체에 생동감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갤리리도스 '움직이는 조형 연구소'전 
이색 전시…영상매체 통해 생동감 전달

그의 마지막 개인전은 지난 2009년에 있었다. SeMA(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권 작가는 BASEMENT갤러리에서 '제3의 눈'이란 제목의 전시를 열었다. 전시에서 권 작가는 1960년대 이전에 사용됐던 카메라를 주요 소품으로 등장시켰다. 전쟁을 주제로 사물의 흔적이 부르는 기억과 상상을 화두로 삼았다. 그에게 낡은 카메라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통로였다.
 

시간이 흘러 권 작가의 작업 스타일은 이전과 다르게 변화했다. 소품이 가진 내적 의미보다는 소품 자체의 물리적 특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실제 2년 전 그룹전에서 그는 움직이는 동양 산수화를 선보였다. 유리로 된 거대한 공간에 감지기를 놓고, 화면 위에 철가루를 뿌려 자력으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였다.

권 작가는 나아가 '움직이는 조형 연구소'를 준비하며 3D프린터, 금속레이저 컷팅기를 사용했다. 전자회로와 전동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스텐레스 스틸을 잘라 플라스틱 오브제(일회용 용기)와 접착시켰다. 권 작가는 "3D프린터로 못 만들 것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상황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라고 했다.

기술의 집약

그가 취급한 오브제는 일상에서 기계를 통해 대량생산되고 있는 소모품들이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값싼 물건이지만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매긴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기계와 예술의 다른 점은 '아름다움'에 있다.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인간'만이 예술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권남득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인터랙티브아트 전문사
▲국립안동대 미술과 조소과 학사
▲개인전 봉산문화회관(2009), BASEMENT갤러리(2009), 갤러리도스(2015) 등 3회
▲그룹전 포스코미술관, 갤러리그림손, 서울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갤러리토스트, 세종문화회관, 평창비엔날레 등 다수
▲서울시립미술관 SeMA 선정작가(2009), 한국 현대조각 초대전 운영위원이 선정한 올해의 작품상(2008), 제2회 포스코스틸아트 어워드 대상(2007) 등 수상
▲작품소장 포스코센터, 울산 북구청, 알펜시아 리조트, 코마코 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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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