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재점화 ‘제왕적 대통령제’ 명과 암

87년 이후 개헌 전무…협치 기반으로 한 분권 필요성 사회 각계서 요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 니콜로 마키아밸리는 자신의 저서 <군주론>을 통해 이상적인 통치자의 상을 제시했다. ‘마키아밸리즘’으로 불리는 이것은 이후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이론적 바탕이 된다. 약 50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군주론>을 관통하는 핵심 정의다. 저자 마키아밸리는 여러 인간 군상을 통해 이상적인 통치자란 어떤 사람인지 제시했다. 향후 전제 정치의 이론적 바탕이 된 이것은 대한민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가 혼란스럽던 1960~1970년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절대 권력이라는 목적을 정당화했다. 그 과정에서 사사오입·유신헌법 등 자의적으로 헌법을 뜯어고치는 짓도 서슴지 않고 일어났다.

사사오입·유신헌법
제왕적 대통령제

시간이 흘러 1987년, 국민들의 노력으로 ‘직선제 개헌’이라 불리는 9차 개헌에 성공했다. 변화의 주요 골자는 대통령 직선제 및 5년 단임제 도입,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 확대였다. 그러나 9차 개헌 이후 지금까지 28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더 이상의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14년 11월경 진행한 개헌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63.0%로 나와 반대한다는 21.5%를 압도했다. 각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개헌을 원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개헌을 원하는 것일까. 정치권을 포함한 개헌론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의한 폐단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멀게는 ‘세월호’ 참사부터 가깝게는 ‘메르스’ 사태까지, 최근 대한민국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이미 멈춘 지 오래다. 세월호 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행적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으며, 메르스 때는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

일련의 모습을 종합해 봤을 때 제왕적 대통령제가 원인이라고 개헌론자들은 지적한다. 즉 사람이 바뀌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태를 두고 정치권은 절대적인 대통령 권한이 불러온 폐단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입법부 원내교섭단체의 대표가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권한을 어느 정도로 규정하고 있을까. 대통령이 가진 대표적인 권한을 나열해보면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인사권’ 등이 있다. 이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군통수권·계엄선포권은 국가지도자가 지녀야 할 고유권한이라 인정하는데 반해, 인사권의 경우에는 남용될 수 있는 소지가 많아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메르스
개헌 필요성 촉발

단적인 예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들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인사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삼권분립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일찍이 ‘국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개헌론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견제를 전제로 한 삼권분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제67주년 제헌절을 맞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경축식에 참석한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개헌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부권 정국’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치권의 생각은 어떨까.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을 맞이해 <머니투데이>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 중 86%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필요없다”고 답한 의원은 12%에 그쳤다.

세월호·메르스,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
중앙권력형, 분산 필요성 대두, 언제?

‘개헌모임’만 봐도 정치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제19대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이 모임에는 총 155명이 소속되어 있다. 구성을 보면 새누리당 의원은 56명,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의원이 96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으로 돼 있다. 주요 인물로는 입법부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 개헌전도사라 불리는 새누리당의 이재오 의원, 야당의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새정치연합 우윤근 전 원내대표, 판사 출신의 정의당 서기호 의원 등 쟁쟁한 정치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모임의 구성원 대부분은 ‘개헌특위’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안에 특위를 구성해야 된다며 마지노선을 9월로 잡고 있다. 새정치연합 우 전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설득해야 한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장벽이 높다. 박 대통령이 일찍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6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개헌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개헌론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재오 의원은 최근 ‘지방분권개헌 원탁토론회’에 참석해 “개헌이 블랙홀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금은 국가경쟁력에 장애적요인 중 제일 큰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 우 전 원내대표는 “정치가 안정돼야지 경제가 살 수 있다”며 “개헌을 통해 국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우윤근·이재오
9월 개헌특위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된다는 주장이 한 목소리로 나오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어떤 식으로 의견이 수렴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각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기본권에 대한 개헌’, 두 번째 ‘정부형태에 대한 개헌’, 세 번째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이 그것이다.

첫 번째 기본권에 대한 개헌은 인간 존엄에 대한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은 ‘기본권 개헌을 위한 방향과 과제’라는 정책보고서를 통해 제안했다. 보고서에서 신 의원은 ‘기본권 주체 확대’ ‘양성평등 추구’ ‘정보기본권 신설’ 등을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정부형태에 대한 개헌은 방법론에서 차이점이 많다. 나오고 있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4년 중임 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가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론이다. 말 그대로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줄이는 대신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비전에 대한 연속성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개헌을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고자 하는 개헌 취지에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중 우 전 원내대표는 이 이론이 미국식이라는 점을 들어 “미국은 주 단위의 철저한 연방국가기 때문에 4년 중임제가 가능하다”며 “우리에게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28년 동안 개헌 전무, 새 옷 입을 때
지방분권 필요성 대두, 각계 목소리↑

의원내각제 또한 비슷한 의미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지금 대한민국 현실을 고려한다면 너무 급작스런 변화라는 것이다. 특히 내각이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는 제도적 불안정성은 향후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많은 정치이론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최근 대안으로서 가장 각광받는 것은 분권형 대통령제다. 권력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양분하는 이 체제는 국가 원수의 위치는 대통령이 그대로 가져가는 대신 국회의원들이 뽑은 국무총리가 행정부의 수반이 되어 내치를 담당한다는 게 주요골자다.

즉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제에서 국무총리의 권한을 의원내각제만큼 끌어올리는 형태로 볼 수 있다. 대통령제보단 사람에 대한 의존이 줄어드는 대신 의원내각제보단 현재 상황을 잘 반영한 절충안이라는 평가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우 전 원내대표, 이 의원 등 대부분의 개헌론자들이 이 안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세 번째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이다. 앞서 정부형태에 대한 개헌을 정치권에서 주도하고 있다면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은 시민사회단체가 적극 주장하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지방분권’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로 인해 지방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개헌을 주장하는 지식인들은 중앙정부의 하급기관화 되어버린 지자체를 개탄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분권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지난 22일 토론회를 갖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왜 지방분권개헌인가?’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 자리에서 동의대·대전대 등 각 대학교수들과 정·관계 인사들은 자치권보장이 개헌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창용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실행위원장은 이번 토론회에 대해 “의원내각제·분권형 대통령제 등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것은 개헌에 대한 방법론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핵심은 어떻게 중앙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냐는 것”이라고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방분권
국민행동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전문가들은 개헌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지금 전문가들도 의견이 판이하게 엇갈린다”며 “정치권이 곧바로 개헌으로 가버리면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원장은 9월 개헌특위 구성에 대해선 박근혜정부가 정권 중반을 지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론, 지구촌은?

대한민국에서 개헌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콩고 등 다른 국가에서도 개헌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판이하게 달라 눈길이 간다.

일본 <교도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약 60%는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전후 70주년을 맞아 국민 의식조사를 한 결과 헌법을 이대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60%로 나타나, 바꿔야 한다고 응답한 32%보다 약 두 배정도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콩고 “개헌 반대”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베정부가 개헌을 수반한 ‘집단자위권’ 법안 추진을 강력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AFP통신>이 지난 1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콩고공화국에서는 현 대통령이 독재를 위해 개헌을 추진하자 야당과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니 사수 응게소 콩고대통령은 대통령 중임을 제한하고 대선 후보자의 나이를 70세로 제한하는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안을 여당과 함께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난 30년간 군림한 응게소 대통령은 72세의 나이로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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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