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어깨 무거운 원유철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박근혜-김무성 중간책 역할 잘 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원유철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간의 회동에서 당청 간에 ‘찰떡같은 공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박 대통령이 웃었다. 비박계 의원으로 그가 앞으로 청와대 입맛에 잘 맞을지 주목된다.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는 1962년 9월 평택에서 태어났다. 1978년 수원 수성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1986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원 원내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평택으로 다시 돌아온다. 원 원내대표는 어린 나이 일찍이 정치에 뜻을 뒀다. 1987년 그는 통일민주당 중앙청년위 송탄시지부장으로 활동한다. 
 
최연소 도의원
철새정치 오명
 
30년 만에 지방선거가 부활한 1991년, 원 원내대표는 28세 나이로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발을 디뎠다. 당시 조직력이나 자금력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그의 당선은 기적에 가까웠다. 원 원내대표는 역대 최연소 도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그는 고향인 평택에서 풀뿌리 정치인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갔다.
 
원 원내대표는 1995년 3대 경기도 의원 임기를 마치고, 경기 평택시 갑으로 15대 총선에 출마를 결심했다. 주위에서는 아직 나이가 젊으니깐 도의원을 한 번더 하고 도전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총선 출마를 결심했고 신한국당에 공천신청을 했지만, 3선 중진의원에 밀려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에 원 원내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선거결과 33살의 원 원내대표는 3선 의원을 이기고 15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15대 국회의원 299명 중 두 번째 젊은 나이였다. 

원 원내대표는 1997년 대선 당시 이인제 후보와 함께 탈당, 국민신당 창당 작업을 주도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국민신당이 새정치국민회의와 합당하면서 여당의원으로 변신했다. 그는 선거마다 기염을 토하면서 여권의 영건으로 조명받았다. 원 원내대표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재선까지 성공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특유의 친화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원 원내대표는 2002년 대선 땐 반노 세력으로서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두고 민주당 탈당했다.
 
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탈당 직후 당시 이회창 대선 후보를 지지하며 한나라당에 들어가 제1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다. 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했다. 하지만 그는 총선에선 철새 정치인이라는 공격과 더불어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 역풍을 맞는 바람에 낙선했다.
 
20대 도의원, 30대 국회의원이라는 쾌속질주 도중 찾아온 첫 시련이었다. 이후 2005년 1월 유 원내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초청받아 유학길에 오른다. 1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며 재충전을 한다. 
 
2006년 2월 귀국 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남부권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선거 후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정무부지사직을 제안한다. 정무부지사직을 수행하며 원 원내대표는 평택항과 경부선을 산업철도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여러 행정 경험을 쌓으며 정계에 진출할 기회를 엿봤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원 원내대표는 정무부지사직을 내려놓고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 그는 어렵지 않게 3선 의원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18대 국회가 열리고 전반기에는 경기도당 위원장에 선출됐다. 당시 친이·친박을 아우르는 탕평인사를 통해 ‘용광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 공천 기간 내내 잡음이 없었다는 평이다. 쌍용차 사태와 노사정 여·야 중재단을 구성, 적극 중재로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냈다. 
 
4선 중진의원
당직 못 맡아
 

18대 국회 후반기에는 국방위원장을 맡았다. 천안함 대북규탄 결의안채택을 여·야 합의로 이끌어냈다. 원 원내대표가 국방위원장을 맡을 당시 유독 북한 도발이 많았던 시기였다.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이 일어났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잇따라 당선된다. 50대라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4선 중진 의원의 반열에 올랐다. 당 원내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출마했으나 탈락했다. 그해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재외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특히 원 원내대표는 도의원 출신으로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지방자치제도 개선과 지방분권, 지방행정개편 등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또 2013년 10월 새누리당 국회의원 31명은 원 원내대표 주도로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었다. 이외 당 북핵안보전략특위와 재외국민위원장 등을 맡아 활동했다. 특히 원 원내대표는 국가안보와 외교·통일정책에 전문성을 갖췄다.
 
원 원내대표는 4선 의원이었지만, 그 동안 이렇다 할 당직을 맡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지사 출마에 도전했으나 남경필 경기지사에 밀려 경선 고배를 마셨다. 
 
친박-비박 양쪽 모두 흡수 카드
당청 간 ‘찰떡같은 공조’ 공언
 
지난 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원 원내대표는 수도권 중진으로서 출마를 고려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 단일화 난항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는 지난 2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함께 정책위의장에 선출되면서 또 한 차례 전기를 맞게 됐다.
 
원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을 맡는 동안 도시가스 요금 인하, 쌀수급 안정대책, 가계통신비 절감, 서민금융지원 강화 등 ‘민생경제 안정화’를 위한 당정협의를 스무 차례 넘게 개최했다, 특히 ‘새줌마 투어’를 통해 현장 중심의 정책위원회를 만들었다는 평이다. 지난 14일 유 전 원내대표 뒤를 이어 원 원내대표는 합의추대로 신임 원내대표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원 원내대표가 신임 원내대표로 추대된 것에 대해 “그 동안 말을 하지 않은 게 신의 한수였다”고 말한다. 지난 6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유 전 원내대표를 두고 “배신의 정치”라고 지목했다. 
 
최고위원들은 대부분 대통령과 뜻을 함께한 상태였고, 최고위원회의는 늘 일방적이었다. 공격을 받으면 유 전 원내대표는 입을 닫았다. 최고위원회의 때 유 전 원내대표를 대변할 사람은 원 원내대표뿐이었다. 그는 유 전 원내대표가 당선될 때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발언 후 일주일간 원 원내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원 원내대표가 발언한 것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 의원에게 거듭 사퇴요구를 하면서다. 
 
계파 없어

신의 한수?
 
당시 원 원내대표는 “유 원내대표 본인이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게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맞받아쳤다. 처음 의견을 낸 것이다. ‘오죽하면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그랬을까’라는 말이 나왔고, 발언의 파괴력은 강했다. 이어진 김 최고위원의 반론을 김무성 대표가 막으면서 회의중단까지 이어졌다.
 
그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왔다. “지켜봐달라”는 그의 말이 유 전 원내대표를 ‘더 압박하게 되는 것’이라는 반응과 ‘잘 말했다’는 말이 나왔다. 다만 이때부터 원 원내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와 다른 길을 선택한 것 같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하기 전날인 지난 6일 본회의를 마친 늦은 밤 여의도 모처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유 전 원내대표만 빠진 상태였다. 이 자리에서 원 원내대표는 ‘결의안 형태로 유 전 원내대표 사퇴를 유도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7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의 미래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한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을 위한 의총’을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비박계 재선 의원들 반대로 결의안 방식이 채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논의 결과를 전달받고 사퇴했다. 이후 신임 원내대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원 원내대표가 물망에 올랐다.
 

원 원내대표는 친박계도 비박계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였다. 말을 아껴온 탓에 친박계와 청와대에 등을 돌린 상태도 아니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였기에 비박계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친박계 원내대표를 앉히기에는 친박계에서도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무골호인 온화한 인품 평가
일찌감치 정치권 뛰어들어
지역구에선 전폭적인 지지
 
원 원내대표는 평소 무골호인(뼈가 없이 좋은 사람)으로 통할 정도로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에 합리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계파를 아우르는 폭넓은 리더십과 정치의 본령인 타협과 협상’을 중시하는 조화로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내 갈등 수습은 물론, 대야 협상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특히 원 원내대표는 유승민 거취 정국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역할을 하는 등 중재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그의 정치적 스타일이 당내 친박계나 비박계 의원은 물론 청와대로부터도 큰 거부감을 사지 않았던 게 합의 추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국정 현안을 두루 꿰뚫어야 하는 정책위의장을 맡자마자 매일 밤늦게까지 의장실에서 혼자 책상에 불을 켠 채 공부에 몰두했다고 전해진다.
 
아마추어 바둑 5단의 실력을 갖춘 그의 기풍(바둑을 두는 특징)에도 이처럼 인내와 끈기로 ‘대마’를 살리는 기질이 반영돼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기원 이사이면서 국회 기우회장이다. 원  원내대표는 최근 11년 만에 한·일 의원 친선 바둑교류전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청와대 손발
‘잘 맞출까’
 
지난 14일 국회 본청에서 원 원내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 이제 서로 상처를 보듬고 더 건강한 새누리당으로, 국정운영을 책임진 집권여당으로, 책임 있는 모습 보여야 할 때”라며 “선당후사, 선공후사의 심정으로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여야 협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그는 이제 올해 정기국회와 내년 4월 20대 총선에서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min1330@ilyosisa.co.kr>
 

[원유철은?]
 
▲1962년(53세)
▲경기 평택
▲수성고
▲고려대 철학과·정치외교학과
▲고려대 정책과학대학원 고위정책결정과정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
▲경기도의회 의원
▲제15·16·18·19대 국회의원
▲신한국당 부대변인
▲한나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경기도당위원장
▲경기도 정무부지사
▲18대 국회 국방위원장
▲19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국회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장
▲새누리당 무상급식·무상보육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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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