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수렴청정’ 막후 스토리

대권가도 위해 무성대장도 어쩔 수 없이 ‘마~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수렴청정’ ‘대리청정’. ‘섭정’의 다양한 유형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 정치사에서 예외 없이 존재해왔다. 최근 단행된 새누리당 2기 인선 결과를 지켜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김무성으로 이어지는 계약성 수렴청정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거부권 정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박 대통령은 결국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해당 법안을 폐기시켰고 ‘배신의 정치’라고 정의내린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에 대해선 축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계파갈등’이라는 시한폭탄을 안은 채 봉합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당직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유승민 사퇴
김무성 2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대표 취임 1주년인 지난 14일에 맞춰 원내대표를 포함한 교섭단체 및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 지었다. 복수의 매체는 20대 총선을 겨냥한 ‘김무성 2기’의 출항을 알렸다.

새누리당에서 전면에 내건 인선 기준은 ‘탕평’이었다. 다수의 언론에서도 연일 새로 취임한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계파색이 옅다며, 비박계와 친박계 간 갈등을 최대한 고려한 결정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김무성 2기가 결코 탕평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핵심요직에는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이전 1기보다 더욱 강화됐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당직 인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평가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천권을 쥔 사무총장직에 친박계 3선인 황진하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직에는 친박계 재선인 조원진 의원이, 제1·2사무부총장직에는 유 전 원내대표 사퇴에 역할을 했던 홍문표 의원과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잘 알려진 박종희 전 의원이, 당대변인직에는 거부권 정국 동안 친박계의 확성기 역할을 한 이장우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각 인물들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또는 비박계 사람들과 정치적 인연이 깊어 주목받고 있다. 황 사무총장은 과거 국방위원장직을 두고 유 전 원내대표와 겨룬 전적이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으로 출마해 당선이 유력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3성 장군 출신의 황 의원이 출마를 선언, 유 전 원내대표가 추인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초 외통위원장으로 내정됐던 황 의원이 돌연 국방위원장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유승민 견제용’으로 황 의원 카드를 꺼낸 든 것이라며 수군거렸다.

황진하·조원진
박종희·이장우

제1·2사무부총장직에 각각 홍문표 의원, 박종희 전 의원이 임명됨으로써 사무총장라인을 친박계가 장악하는 형국이 됐다. 비록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홍 의원은 최근 유승민 정국을 전면에서 주도한 충청권 친박계 의원들과 의견을 같이하며 당시 유 전 원내대표 퇴진에 한몫했다.

박 전 의원의 경우에는 ‘김무성 2기’ 중 유일하게 현역이 아니라는 점, 과거 서청원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당대표를 할 때 비서실장을 역임한 최측근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식구 챙기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같은 대구지역 국회의원인 친박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유승민 정국에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언론의 지배적 견해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 전 조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혜로운 결정을 해 대구시와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성공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종국에 가서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 아니냐. 정권에 대한 비판과 칭찬은 균형을 맞춰서 해야 한다”고 말해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새누리당을 대표하는 목소리에 이장우 의원이 앉은 것을 두고 비박계에서는 불만이 많다. 유 전 원내대표가 한창 뭇매를 맞던 지난 7월 초, 비박계는 퇴진운동의 최전선에 충청권 친박계 의원들이 있고 그 중 이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장우 대변인은 한창 분위기가 뜨겁던 지난 7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유 원내대표는 민주적인 리더십이 부족했다. 3년 반 동안 같이 국회의원을 하면서 마주 앉아 차 한 잔 같이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사퇴 후 “모든 당직 TK 제외”
김무성 “수도권은 금 경상도는 동” 논란

이들 모두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도와 유승민을 내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해서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논공행상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중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당 요직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대구·경북지역(이하 TK) 의원들이 배제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더불어 김 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자리에서 “내가 임명할 수 있는 모든 당직을 비경상도권 인사에게 맡기겠다”고 말한 것은 물론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이고,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다”며 파격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TK 의원들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이병석 의원은 “(TK에선) 20대 총선 새누리당 심판론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 됐다”며 “(당대표로서)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말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TK를 당직에서 배제한 이유에 대해 ‘설’들이 많다. 공교롭게도 최근 부딪힌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 모두 이곳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어 더욱 후문이 많은 상황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박 대통령의 ‘TK독식설’이다. TK는 박 대통령 지지층의 메카다. 그러나 최근 유승민 정국을 거치면서 지지층이 많이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TK 독식설
현기환 발탁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직후인 지난 8~9일 이틀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대선주자지지도를 알아본 결과 유 전 원내대표가 TK에서 26.3%를 기록, 여권 내 1위를 차지했다. 거부권 정국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유승민을 차기 대통령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구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풍문이 도는가 하면 대구시의회 의원들이 ‘유승민 지키기’에 나서는 등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에 입김을 발휘해 TK 의원들을 당 요직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 TK독식설의 전말이다. 결국 20대 총선에서 TK공천권을 친박계가 사수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현기환 정무수석 임명도 친박계 인선, TK배제론과 함께 수렴청정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당·청 소통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한 지 53일 만에 일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직후 “현기환 신임 정무수석은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등을 지낸 노동계 출신의 전직 국회위원으로 정무적 감각과 친화력,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해, 정치권과의 소통 등 박 대통령을 정무적으로 원활히 보좌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2기 키워드는 ‘유승민 정국’ 논공행상?
박근혜 수렴청정 시작, 공천 영향력↑


여·야는 모두 환영의 분위기다. 특히 김무성 대표와는 동향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면의 얘기를 아는 사람은 김 대표와 현 수석이 결코 좋은 사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 수석은 일찍이 19대 총선을 포기하고 공천심사위원으로 들어간 바 있다. 당시에도 공천의 객관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외부인사를 심사위원으로 배치했는데, 오히려 심사위원 10명 중 국회의원이 몇 없는 사태가 벌어져 사실상 현 수석이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많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부산 지역을 비롯해 영남권 공천에서 현 수석의 영향력이 상당히 높았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김 대표가 19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했다는 사실이다. 19대 총선은 김 대표가 눈시울을 붉히며 ‘백의종군’을 선언했을 정도로 아픈 기억이 있는 선거다. 현 수석이 사실상 김 대표의 목을 친 것과 진배없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20대 공천을 앞둔 시점에서 과거 김 대표에게 칼을 휘두른 현 수석에게 당·청 소통 창구역할을 주문한 것은 결국 새누리당을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박 대통령의 숨은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로우키 전략
승계 노림수?

박 대통령의 입김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김 대표는 ‘로우키 전략’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수평적 당·청관계에 대해 꾸준히 말을 꺼내지만 최근에는 극도의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은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과 상당수 겹쳐있다. 만약 지금 김 대표가 반기를 든다면 당을 장악할 순 있지만, 지지층은 등을 돌릴 것이다. 대선에 꿈이 있는 사람이 그럴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에게 자연스레 권력을 이양 받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도 이젠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이 많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결국 청와대와 친박계가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게 하려고 도입하려는 것인데 저렇게 저자세로 가면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며 “그동안 했던 말들이 다 허사가 되는 것인데 그때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고 답했다.

일련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수렴청정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없다. 공천권을 잡은 친박계는 이제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내 다수를 차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때 숨죽이고 있던 김 대표가 TK의 지지를 등에 업고 청와대에 입성한다. 그러면 얇은 ‘발’ 뒤에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는 박 대통령이 자리 잡게 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잡음 예고 선거구획정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지난 15일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건물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활동을 알렸다. 이로써 위원회는 2016년 4월경으로 예정된 20대 총선에 대비해 선거구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2014년 10월경 헌법재판소는 “각 국회의원 선거구 사이의 인구편차가 2:1을 넘지 않아야 한다”며 현행 공직선거법 상 선거구 획정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필두로 9명 구성 완료

이에 정치권 및 중앙선관위는 약 9개월여의 장고 끝에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같은 날 위촉식을 가지고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을 위원회 장으로 선출했다. 일정상 위원회는 오는 10월13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적지 않은 잡음이 예상된다. 위원회 위원 성향을 차치하더라도 근본적으로 19대 총선까지 유지됐던 246개 가운데 62개에 달하는 선거구에 대한 재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자료를 보면 62개 선거구 중 인구 상한을 초과한 선거구는 37곳, 기준에 미달한 선거구는 25곳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특정 시·군·구에 몰려있어 해당 선거구를 둘러싼 각 정치인들 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예상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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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