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수렴청정’ 막후 스토리

대권가도 위해 무성대장도 어쩔 수 없이 ‘마~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수렴청정’ ‘대리청정’. ‘섭정’의 다양한 유형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 정치사에서 예외 없이 존재해왔다. 최근 단행된 새누리당 2기 인선 결과를 지켜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김무성으로 이어지는 계약성 수렴청정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거부권 정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박 대통령은 결국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해당 법안을 폐기시켰고 ‘배신의 정치’라고 정의내린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에 대해선 축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계파갈등’이라는 시한폭탄을 안은 채 봉합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당직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유승민 사퇴
김무성 2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대표 취임 1주년인 지난 14일에 맞춰 원내대표를 포함한 교섭단체 및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 지었다. 복수의 매체는 20대 총선을 겨냥한 ‘김무성 2기’의 출항을 알렸다.

새누리당에서 전면에 내건 인선 기준은 ‘탕평’이었다. 다수의 언론에서도 연일 새로 취임한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계파색이 옅다며, 비박계와 친박계 간 갈등을 최대한 고려한 결정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김무성 2기가 결코 탕평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핵심요직에는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이전 1기보다 더욱 강화됐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당직 인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평가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천권을 쥔 사무총장직에 친박계 3선인 황진하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직에는 친박계 재선인 조원진 의원이, 제1·2사무부총장직에는 유 전 원내대표 사퇴에 역할을 했던 홍문표 의원과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잘 알려진 박종희 전 의원이, 당대변인직에는 거부권 정국 동안 친박계의 확성기 역할을 한 이장우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각 인물들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또는 비박계 사람들과 정치적 인연이 깊어 주목받고 있다. 황 사무총장은 과거 국방위원장직을 두고 유 전 원내대표와 겨룬 전적이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으로 출마해 당선이 유력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3성 장군 출신의 황 의원이 출마를 선언, 유 전 원내대표가 추인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초 외통위원장으로 내정됐던 황 의원이 돌연 국방위원장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유승민 견제용’으로 황 의원 카드를 꺼낸 든 것이라며 수군거렸다.

황진하·조원진
박종희·이장우

제1·2사무부총장직에 각각 홍문표 의원, 박종희 전 의원이 임명됨으로써 사무총장라인을 친박계가 장악하는 형국이 됐다. 비록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홍 의원은 최근 유승민 정국을 전면에서 주도한 충청권 친박계 의원들과 의견을 같이하며 당시 유 전 원내대표 퇴진에 한몫했다.

박 전 의원의 경우에는 ‘김무성 2기’ 중 유일하게 현역이 아니라는 점, 과거 서청원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당대표를 할 때 비서실장을 역임한 최측근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식구 챙기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같은 대구지역 국회의원인 친박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유승민 정국에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언론의 지배적 견해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 전 조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혜로운 결정을 해 대구시와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성공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종국에 가서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 아니냐. 정권에 대한 비판과 칭찬은 균형을 맞춰서 해야 한다”고 말해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새누리당을 대표하는 목소리에 이장우 의원이 앉은 것을 두고 비박계에서는 불만이 많다. 유 전 원내대표가 한창 뭇매를 맞던 지난 7월 초, 비박계는 퇴진운동의 최전선에 충청권 친박계 의원들이 있고 그 중 이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장우 대변인은 한창 분위기가 뜨겁던 지난 7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유 원내대표는 민주적인 리더십이 부족했다. 3년 반 동안 같이 국회의원을 하면서 마주 앉아 차 한 잔 같이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사퇴 후 “모든 당직 TK 제외”
김무성 “수도권은 금 경상도는 동” 논란

이들 모두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도와 유승민을 내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해서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논공행상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중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당 요직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대구·경북지역(이하 TK) 의원들이 배제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더불어 김 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자리에서 “내가 임명할 수 있는 모든 당직을 비경상도권 인사에게 맡기겠다”고 말한 것은 물론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이고,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다”며 파격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TK 의원들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이병석 의원은 “(TK에선) 20대 총선 새누리당 심판론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 됐다”며 “(당대표로서)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말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TK를 당직에서 배제한 이유에 대해 ‘설’들이 많다. 공교롭게도 최근 부딪힌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 모두 이곳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어 더욱 후문이 많은 상황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박 대통령의 ‘TK독식설’이다. TK는 박 대통령 지지층의 메카다. 그러나 최근 유승민 정국을 거치면서 지지층이 많이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TK 독식설
현기환 발탁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직후인 지난 8~9일 이틀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대선주자지지도를 알아본 결과 유 전 원내대표가 TK에서 26.3%를 기록, 여권 내 1위를 차지했다. 거부권 정국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유승민을 차기 대통령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구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풍문이 도는가 하면 대구시의회 의원들이 ‘유승민 지키기’에 나서는 등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에 입김을 발휘해 TK 의원들을 당 요직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 TK독식설의 전말이다. 결국 20대 총선에서 TK공천권을 친박계가 사수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현기환 정무수석 임명도 친박계 인선, TK배제론과 함께 수렴청정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당·청 소통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한 지 53일 만에 일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직후 “현기환 신임 정무수석은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등을 지낸 노동계 출신의 전직 국회위원으로 정무적 감각과 친화력,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해, 정치권과의 소통 등 박 대통령을 정무적으로 원활히 보좌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2기 키워드는 ‘유승민 정국’ 논공행상?
박근혜 수렴청정 시작, 공천 영향력↑


여·야는 모두 환영의 분위기다. 특히 김무성 대표와는 동향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면의 얘기를 아는 사람은 김 대표와 현 수석이 결코 좋은 사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 수석은 일찍이 19대 총선을 포기하고 공천심사위원으로 들어간 바 있다. 당시에도 공천의 객관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외부인사를 심사위원으로 배치했는데, 오히려 심사위원 10명 중 국회의원이 몇 없는 사태가 벌어져 사실상 현 수석이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많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부산 지역을 비롯해 영남권 공천에서 현 수석의 영향력이 상당히 높았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김 대표가 19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했다는 사실이다. 19대 총선은 김 대표가 눈시울을 붉히며 ‘백의종군’을 선언했을 정도로 아픈 기억이 있는 선거다. 현 수석이 사실상 김 대표의 목을 친 것과 진배없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20대 공천을 앞둔 시점에서 과거 김 대표에게 칼을 휘두른 현 수석에게 당·청 소통 창구역할을 주문한 것은 결국 새누리당을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박 대통령의 숨은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로우키 전략
승계 노림수?

박 대통령의 입김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김 대표는 ‘로우키 전략’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수평적 당·청관계에 대해 꾸준히 말을 꺼내지만 최근에는 극도의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은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과 상당수 겹쳐있다. 만약 지금 김 대표가 반기를 든다면 당을 장악할 순 있지만, 지지층은 등을 돌릴 것이다. 대선에 꿈이 있는 사람이 그럴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에게 자연스레 권력을 이양 받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도 이젠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이 많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결국 청와대와 친박계가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게 하려고 도입하려는 것인데 저렇게 저자세로 가면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며 “그동안 했던 말들이 다 허사가 되는 것인데 그때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고 답했다.

일련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수렴청정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없다. 공천권을 잡은 친박계는 이제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내 다수를 차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때 숨죽이고 있던 김 대표가 TK의 지지를 등에 업고 청와대에 입성한다. 그러면 얇은 ‘발’ 뒤에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는 박 대통령이 자리 잡게 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잡음 예고 선거구획정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지난 15일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건물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활동을 알렸다. 이로써 위원회는 2016년 4월경으로 예정된 20대 총선에 대비해 선거구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2014년 10월경 헌법재판소는 “각 국회의원 선거구 사이의 인구편차가 2:1을 넘지 않아야 한다”며 현행 공직선거법 상 선거구 획정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필두로 9명 구성 완료

이에 정치권 및 중앙선관위는 약 9개월여의 장고 끝에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같은 날 위촉식을 가지고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을 위원회 장으로 선출했다. 일정상 위원회는 오는 10월13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적지 않은 잡음이 예상된다. 위원회 위원 성향을 차치하더라도 근본적으로 19대 총선까지 유지됐던 246개 가운데 62개에 달하는 선거구에 대한 재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자료를 보면 62개 선거구 중 인구 상한을 초과한 선거구는 37곳, 기준에 미달한 선거구는 25곳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특정 시·군·구에 몰려있어 해당 선거구를 둘러싼 각 정치인들 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예상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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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