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논란 ‘박근혜법’ 대해부

17년 전 더욱 강력한 행정부 통제 법안 발의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권에서는 최근 사람 이름을 붙인 ‘법’이 유행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김영란법’부터 ‘조두순법’ ‘오세훈법’ 등 이름 뒤에 법을 붙임으로서 대중이 구분하고 부르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이름+법’의 조합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박근혜법’이 발의돼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법’을 아는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정식명칭은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박 대통령이 지난 1998년 15대 국회에서 의원신분으로 활동하던 시절 발의했던 법 중 하나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서 소위 박근혜법이라 명명됐다. 그런데 15대 국회가 끝나면서 ‘임기만료폐기’됐으며, 10여년도 더 지난 법이 왜 19대 국회에서 되살아났을까. 국민들의 궁금증은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법
19대 국회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5월29일 소위 ‘국회법 개정안’이 5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서부터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211명이 찬성해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그러나 통과 즉시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당일인 지난 5월29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회는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앞서 삼권분립에 기초한 입법기구로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면밀하게 검토하여 주시기를 바란다”며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한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질 우려도 크고, 이런 국회법 개정을 강행한 이유가 공무원연금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즉 청와대는 통과된 개정안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저촉되는 것은 물론 공무원연금법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공무원연금법 얘기가 나온 이유는 청와대가 5월 국회 내 통과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는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 개정안’ 두 법안을 두고 여·야 지도부가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언론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이목을 집중했다. 통과된 개정안은 지난 6월15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지만, 박 대통령은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6월25일 헌법 제53조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서안을 발송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15일)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다시 국회로 돌아온 개정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힘으로 다시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그널을 받은 새누리당이 대거 투표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는 등 과반수 이상의 재적을 얻지 못해 투표는 무효처리 됐다.

국회법·연금법
모종의 거래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7일 재의결에 참여하지 않은 여당을 향해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은)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폭도들이다. (이것이) 폭도지 뭐냐”며 반문했다고 전해진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패거리정치 막장드라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망령인 유신의 부활을 봤다. 국회를 유신 잔당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킨 대통령은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의 대통령 충성맹세는 국민 배신이자 의원이기를 포기한 자폭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까. 대체 발의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열람해보면 지난 2012년 7월2일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4년 6월20일 새정치연합 김영록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까지 이미 19대 국회 들어 총 5차례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전 국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계속 늘어난다.

이 법안들이 얘기하는 것은 동일하다. 결국 잘못된 ‘행정입법’이 있으면 입법부가 나서서 수정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각각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국회운영제도개선소위원회가 마련한 대안을 내기로 한 것이다.

새정치 이상민 법사위원장, 박근혜법 발의
본인이 낸 것과 똑같은 법, 자가당착 빠지나?


그런데 여기서 최근 논란이 됐던 정치인의 이름이 나온다. 대안으로 나온 법률안을 보면 제안자에 국회운영위원장이라고 명시돼 있다. 위원장은 다름 아닌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청와대가 사상 초유의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나선 이유다.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이리 민감하게 반응한 것일까. 최근 박근혜법이 발의된 것도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핵심은 권력 침해 여부다. 입법부, 즉 국회의원에게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권 또는 수정요구(청)권이 주어진다면 행정부에 대한 정치권의 통제(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차마 허용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에 대한 정치권의 도전인 셈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러한 이유에서 박 대통령이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지금 권력침해라며 반대하던 그가 지난 15대 국회에서는 지금보다 더 심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법안의 핵심골자는 다음과 같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함.’

박 대통령이 최근에 반대한 법안의 핵심골자는 다음과 같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상임위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여야 한다.’

정당한 이유
수정·변경 요구

‘정당한 이유’와 ‘수정·변경 요구’가 극명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이 낸 법안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장은 국회의원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즉시 바꿔야 한다. 박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행정기관의 장에게 잘못된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정의화 국회의장은 이 부분을 ‘요청’으로 순화했다) 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낸 법안이 더욱 행정부를 통제하는 법안이라 보고 ‘자가당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을 포함한 17인은 박 대통령이 당시 낸 법안 그대로 19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법이다. 1998년과 달라진 것은 제안 이유가 조금 더 추가된 것뿐이다. 추가된 내용에는 이 의원을 포함한 17명의 생각이 들어가 있다. ‘(상략) 국회에서 재의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중략) 헌법상 법치주의가 무력화됨에 따라 1998년 12월14일 대통령이 국회의원 재직시절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그대로 발의함.’

더 강력한 행정부 통제, 대통령되니 “나몰라”
청와대 “대표발의자 아냐. 박근혜법 부적절”


청와대는 반대입장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법에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이름을 법안 이름에 함부로 붙이는 것도 그렇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그 법을 발의한 것이 아니고 공동서명했다”며 입장을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박 대통령이 대표발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8년 당시 법안의 대표발의자는 안상수 전 의원이다. 이에 청와대는 “현재 야당이 과거 안상수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하면서 그 법안의 이름을 박근혜법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저희는 그렇게 지칭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들은 청와대의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입을 모아 ‘대표발의하지 않으면 법안을 발의하지 않은 것인가’라며 ‘공동발의자도 발의자다. 모든 의원이 법안을 숙지하고 승인하는 게 원칙인데 대표발의하지 않았다고 박근혜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대표발의
공동발의

박근혜법을 두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새정치연합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안이 다시 통과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유 전 원내대표가 쓰러지는 모습을 지척에서 바라본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해당 법안은 계류하다 19대 국회가 끝날 때 자동 폐기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는 이미 예상한 결과라며 ‘박근혜법을 발의한 것 만해도 현 정권을 향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67주년 제헌절 맞아 대한민국 헌법 바람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의연했다. 사퇴를 말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조차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을 언급했다. 터지는 플래시 속에서 흔들림 따위는 없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의 변’ 이후 복수의 언론사 논설위원들은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화답했다.

67주년 제헌절을 맞아 정치권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헌법과 관련된 행사가 펼쳐졌다. 지난 16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이 주최하는 ‘반헌법행위자 열전’(가칭) 편찬 공개 제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일 현장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수많은 지식인과 언론인이 참석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회사무처 법제실과 한국헌법학회는 광복 70주년 및 제헌 67주년을 기념해 지난 16일 국회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광복과 헌법제정’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종보 한국헌법학회장,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시민이 만드는 헌법운동본부’와 개헌추진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차원의 개헌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며 “현행 헌법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세월호 대응·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국회법 개정 파동 등에서 비능률과 폐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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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