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저가항공사 항공기 노후 실태

싼 게 비지떡?…목숨 담보로 ‘위험한 비행’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용객들은 기체의 흔들림이 잦은 관계로 항공기의 노후 및 안정성을 염려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국내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기종 및 연식을 조사해봤다.
 

한국공항공사에 등록된 항공사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항을 이용한 항공사는 50개사로 총 41만6644편(국내선·국제선 여객기·화물기 운항 합산)이 운항, 6162만7894명의 승객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20만2605편(48.63%)을 운항, 2843만8282명(46.15%)이 이용했다.

연식 조사해보니…
과연 안전한가?

저가항공사 5사(제주항공·에어부산·진에어·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의 비율을 살펴보면 운항이 42.73%(17만8046편), 이용객이 45.34%(2794만4663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이 국내항공사를 이용하고, 이 가운데 4명이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셈이다. 저가항공사의 시장 점유율(2008년 기준)을 살펴보면 유럽이 35%, 미국이 28%, 아시아가 12%다. 국내 저가항공사의 경우 지난 2007년 6.5%에서 2011년 41.4%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비 사유로 인한 지연 및 결항률을 국제선 정기여객 출발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저가항공사(1만8353편)의 지연율은 0.381%(70편), 결항률 0.01%(2편)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6424편)이 24편 지연, 에어부산(4122편)이 11편 지연·2편 결항, 진에어(3656편)가 10편 지연, 이스타항공(2653편)이 20편 지연, 티웨이항공(1498편)이 5편 지연했다. 국내 대형항공사(7만8291편)의 지연율은 0.236%(185편), 결항률은 0.001%(1편)다. 대형항공사보다 저가항공사의 정비로 인한 지연 및 결항이 높게 조사돼 저가항공사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이용객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 사유로 인한 지연·결항률 높아
저가항공 69대 중 53대가 10년 넘어


저가항공사의 지연 및 결항의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5월30일 광주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티웨이항공 907편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던 중 기체결함이 발견돼 램프리턴했다. 정비를 마친 후 4시50분에 광주공항에 이륙했으나 기존 승객 167명 중 155명만 탑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8일 에어부산 B737-500기종 1대가 플랩 문제를 일으켜 운항 예정이던 10대가 연달아 취항이 취소됐으며, 같은 해 8월21일에도 B737-400기종이 제주공항에 착륙하던 중 유압액이 유출돼 활주로가 일시 폐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에는 제주항공이 엔진터보 균열,  티웨이항공이 보조동력장치 오일 누유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 2006년 6월5일 취항을 시작한 이래 2008년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2009년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운행을 시작했다. 저가항공사는 주로 국내선 위주로 취항하나, 근거리인 아시아 등지의 국제선도 함께 운항한다. 저가항공사별 보유항공기 규모를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20대(3753석), 에어부산이 14대(2373석), 진에어가 13대(2474석), 이스타항공이 12대(2133석), 티웨이항공이 10대(1887석)다.

20년전 제작
버젓이 운항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제작일자별 현황을 살펴보면 제작된 지 10년이 넘은 항공기는 총 53대로 에어부산의 B737-500기종(HL7250편, 1995년 6월7일 제작)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에어부산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B737-400기종 4대 모두 1996∼1997년 제작됐다. HL7508편과 HL7510편이 1996년도, HL7513과 HL7517이 1997년도에 제작됐다.

이스타항공의 HL8264편·HL8023편·HL8029편과 티웨이항공의 HL8232편·HL8253편의 5대는 1998년도, 제주항공의 HL7779편·HL8233편·HL8214편과 진에어의 HL7555편은 1999년도에 제작된 항공기다.

2000년식이 10대(진에어 6대, 이스타항공 2대, 제주항공·에어부산 각 1대), 2001년식이 9대(진에어 5대, 제주항공 2대, 에어부산·이스타항공 각 1대), 2002년식이 8대(제주항공·이스타항공 각 3대, 에어부산 2대), 2003년식이 5대(티웨이항공 2대, 에어부산 2대, 제주항공 1대), 2004년식이 6대(제주항공 3대, 이스타 2대, 티웨이항공 1대), 2005년식이 1대(이스타항공)로 조사됐다.


제작된 지 15년 이상(2000년식 이상) 된 항공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항공사는 진에어(7대)이며 에어부산(6대), 이스타항공(5대), 제주항공(4대), 티웨이항공(2대) 순으로 나타났다. 제작된 지 10∼15년(2001∼2005년) 된 항공기 보유량을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9대, 이스타항공이 7대,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각 5대, 티웨이항공이 3대로 조사됐다. 10년 미만 제작 항공기 보유량은 제주항공(7대), 티웨이항공(5대), 에어부산(3대), 진에어(1대)이며 이스타항공은 2005년 이후에 제작된 항공기를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았다.

10년 초과 제작 항공기 보유율을 살펴보면 이스타항공이 100%로 가장 높았으며, 진에어가 92.31%(12대/13대), 에어부산이 78.57%(11대/14대), 제주항공이 65%(13대/20대), 티웨이항공이 50%(5대/10대)다. 올해 제작된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 유일하며 해당 기종은 B737-800(HL8030편)으로 나타났다.

1대만 구매
68대는 임차

저가항공사가 보유한 69대의 항공기 중 에어부산이 2006년 6월23일(2006년 5월29일 제작)에 등록한 A320-200기종(HL7744편)만 구매 도입된 항공기로 조사됐다.

나머지 68대의 항공기는 임차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169대 항공기 중 33대(19.53%)를 구매해 운용 중이며, 이 중 6대가 제주비행훈련원의 훈련용 비행기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한 85대 항공기 중 B747400SF기종(HL7413편) 1대 구매, 21대를 임시구매했다. 저가항공사가 대형비행사의 10분의 1 수준으로 항공기를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저가항공사의 기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B737-800기종이 51대로 가장 많았다. 에어부산이 A321-200기종 6대, A737-400 4대, A320-200기종 3대, B737-500기종 1대, 이스타항공과 진에어가 각각 B737-700기종 3대, B777-200기종 1대씩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B737-800기종만 보유하고 있다. B737-800기종은 전장 39.5m, 날개폭 35.79m, 최대운항거리 5376km, 순항 속도 836km/hr, 보유좌석 173~189석의 스펙을 지녔다. 1998년 첫 운항을 시작한 B737기종은 초기 클래식 모델인 100~500모델이 단종됐다. 단종된 기종을 보유한 저가항공사는 에어부산으로 B737-400기종 4대, B737-500기종 1대다.

B737-800기종 선호하는 이유는?
에어부산 14대 중 5대 90년대 제작

저가항공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판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객의 가격 부담을 해소해주고 있지만 항공기종을 누락한 저가항공사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요시사>가 저가항공사 5사의 홈페이지 예약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본 결과 티웨이항공(국내선·국제선)과 에어부산(국제선)이 기종 공개를 누락한 채 등록기호만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공기 연식은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항공안전관리시스템http://atis.casa.go.kr/ATIS)">(http://atis.casa.go.kr/ATIS)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저가항공사 보유 항공기종의 세계 사망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에어부산이 3대 보유한 A320-200기종의 경우 독일루프트한자 저가항공사 저먼에어윙스 4U9525편이 지난 3월24일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추락해 144명의 승객과 조종사 2명, 승무원 4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사고 항공기는 제작된 지 24년이 넘은 노후 항공기로 밝혀졌다. 2010년 7월에도 에어블루항공사의 A321기종(에어부산 6대 보유)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근처에서 추락해 152명 전원이 사망했다. 2013년 7월7일에는 아시아나항공의 B777-200기종(진에어 1대 보유)이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하던 중 충돌사고를 일으켜 3명의 사망자와 180여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추락사고 잦은
B737-800기종

저가항공사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B737-800기종은 세계 각국에서 각종 추락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2009년 터키항공 항공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공항에 착륙하던 중 추락했으며, 지난 2010년 5월22일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망갈로드 바즈페공항 인근에서도 추락사고가 발생해 탑승객 166명 중 158명이 사망했다. 인도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항공사의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출발-망갈로드 바즈페공항 도착 항공기가 착륙에 실패해 활주로를 넘어서 인근 산림지대에 추락한 것이다. 1993년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도 전남 해남 일대의 산에 충돌해 66명이 사망했다.


저가항공사는 기내식과 무료 신문 제공의 서비스를 없애고 최소한의 기내 서비스만을 제공하며 체크인카운터 이용, 신용카드 수수료, 수화물, 화장실 이용 등의 서비스에는 별도의 비용 청구된다. 특히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객들의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vernur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