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저가항공사 항공기 노후 실태

싼 게 비지떡?…목숨 담보로 ‘위험한 비행’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용객들은 기체의 흔들림이 잦은 관계로 항공기의 노후 및 안정성을 염려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국내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기종 및 연식을 조사해봤다.
 

한국공항공사에 등록된 항공사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항을 이용한 항공사는 50개사로 총 41만6644편(국내선·국제선 여객기·화물기 운항 합산)이 운항, 6162만7894명의 승객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20만2605편(48.63%)을 운항, 2843만8282명(46.15%)이 이용했다.

연식 조사해보니…
과연 안전한가?

저가항공사 5사(제주항공·에어부산·진에어·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의 비율을 살펴보면 운항이 42.73%(17만8046편), 이용객이 45.34%(2794만4663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이 국내항공사를 이용하고, 이 가운데 4명이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셈이다. 저가항공사의 시장 점유율(2008년 기준)을 살펴보면 유럽이 35%, 미국이 28%, 아시아가 12%다. 국내 저가항공사의 경우 지난 2007년 6.5%에서 2011년 41.4%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비 사유로 인한 지연 및 결항률을 국제선 정기여객 출발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저가항공사(1만8353편)의 지연율은 0.381%(70편), 결항률 0.01%(2편)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6424편)이 24편 지연, 에어부산(4122편)이 11편 지연·2편 결항, 진에어(3656편)가 10편 지연, 이스타항공(2653편)이 20편 지연, 티웨이항공(1498편)이 5편 지연했다. 국내 대형항공사(7만8291편)의 지연율은 0.236%(185편), 결항률은 0.001%(1편)다. 대형항공사보다 저가항공사의 정비로 인한 지연 및 결항이 높게 조사돼 저가항공사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이용객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 사유로 인한 지연·결항률 높아
저가항공 69대 중 53대가 10년 넘어


저가항공사의 지연 및 결항의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5월30일 광주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티웨이항공 907편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던 중 기체결함이 발견돼 램프리턴했다. 정비를 마친 후 4시50분에 광주공항에 이륙했으나 기존 승객 167명 중 155명만 탑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8일 에어부산 B737-500기종 1대가 플랩 문제를 일으켜 운항 예정이던 10대가 연달아 취항이 취소됐으며, 같은 해 8월21일에도 B737-400기종이 제주공항에 착륙하던 중 유압액이 유출돼 활주로가 일시 폐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에는 제주항공이 엔진터보 균열,  티웨이항공이 보조동력장치 오일 누유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 2006년 6월5일 취항을 시작한 이래 2008년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2009년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운행을 시작했다. 저가항공사는 주로 국내선 위주로 취항하나, 근거리인 아시아 등지의 국제선도 함께 운항한다. 저가항공사별 보유항공기 규모를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20대(3753석), 에어부산이 14대(2373석), 진에어가 13대(2474석), 이스타항공이 12대(2133석), 티웨이항공이 10대(1887석)다.

20년전 제작
버젓이 운항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제작일자별 현황을 살펴보면 제작된 지 10년이 넘은 항공기는 총 53대로 에어부산의 B737-500기종(HL7250편, 1995년 6월7일 제작)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에어부산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B737-400기종 4대 모두 1996∼1997년 제작됐다. HL7508편과 HL7510편이 1996년도, HL7513과 HL7517이 1997년도에 제작됐다.

이스타항공의 HL8264편·HL8023편·HL8029편과 티웨이항공의 HL8232편·HL8253편의 5대는 1998년도, 제주항공의 HL7779편·HL8233편·HL8214편과 진에어의 HL7555편은 1999년도에 제작된 항공기다.

2000년식이 10대(진에어 6대, 이스타항공 2대, 제주항공·에어부산 각 1대), 2001년식이 9대(진에어 5대, 제주항공 2대, 에어부산·이스타항공 각 1대), 2002년식이 8대(제주항공·이스타항공 각 3대, 에어부산 2대), 2003년식이 5대(티웨이항공 2대, 에어부산 2대, 제주항공 1대), 2004년식이 6대(제주항공 3대, 이스타 2대, 티웨이항공 1대), 2005년식이 1대(이스타항공)로 조사됐다.


제작된 지 15년 이상(2000년식 이상) 된 항공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항공사는 진에어(7대)이며 에어부산(6대), 이스타항공(5대), 제주항공(4대), 티웨이항공(2대) 순으로 나타났다. 제작된 지 10∼15년(2001∼2005년) 된 항공기 보유량을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9대, 이스타항공이 7대,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각 5대, 티웨이항공이 3대로 조사됐다. 10년 미만 제작 항공기 보유량은 제주항공(7대), 티웨이항공(5대), 에어부산(3대), 진에어(1대)이며 이스타항공은 2005년 이후에 제작된 항공기를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았다.

10년 초과 제작 항공기 보유율을 살펴보면 이스타항공이 100%로 가장 높았으며, 진에어가 92.31%(12대/13대), 에어부산이 78.57%(11대/14대), 제주항공이 65%(13대/20대), 티웨이항공이 50%(5대/10대)다. 올해 제작된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 유일하며 해당 기종은 B737-800(HL8030편)으로 나타났다.

1대만 구매
68대는 임차

저가항공사가 보유한 69대의 항공기 중 에어부산이 2006년 6월23일(2006년 5월29일 제작)에 등록한 A320-200기종(HL7744편)만 구매 도입된 항공기로 조사됐다.

나머지 68대의 항공기는 임차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169대 항공기 중 33대(19.53%)를 구매해 운용 중이며, 이 중 6대가 제주비행훈련원의 훈련용 비행기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한 85대 항공기 중 B747400SF기종(HL7413편) 1대 구매, 21대를 임시구매했다. 저가항공사가 대형비행사의 10분의 1 수준으로 항공기를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저가항공사의 기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B737-800기종이 51대로 가장 많았다. 에어부산이 A321-200기종 6대, A737-400 4대, A320-200기종 3대, B737-500기종 1대, 이스타항공과 진에어가 각각 B737-700기종 3대, B777-200기종 1대씩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B737-800기종만 보유하고 있다. B737-800기종은 전장 39.5m, 날개폭 35.79m, 최대운항거리 5376km, 순항 속도 836km/hr, 보유좌석 173~189석의 스펙을 지녔다. 1998년 첫 운항을 시작한 B737기종은 초기 클래식 모델인 100~500모델이 단종됐다. 단종된 기종을 보유한 저가항공사는 에어부산으로 B737-400기종 4대, B737-500기종 1대다.

B737-800기종 선호하는 이유는?
에어부산 14대 중 5대 90년대 제작

저가항공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판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객의 가격 부담을 해소해주고 있지만 항공기종을 누락한 저가항공사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요시사>가 저가항공사 5사의 홈페이지 예약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본 결과 티웨이항공(국내선·국제선)과 에어부산(국제선)이 기종 공개를 누락한 채 등록기호만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공기 연식은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항공안전관리시스템http://atis.casa.go.kr/ATIS)">(http://atis.casa.go.kr/ATIS)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저가항공사 보유 항공기종의 세계 사망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에어부산이 3대 보유한 A320-200기종의 경우 독일루프트한자 저가항공사 저먼에어윙스 4U9525편이 지난 3월24일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추락해 144명의 승객과 조종사 2명, 승무원 4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사고 항공기는 제작된 지 24년이 넘은 노후 항공기로 밝혀졌다. 2010년 7월에도 에어블루항공사의 A321기종(에어부산 6대 보유)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근처에서 추락해 152명 전원이 사망했다. 2013년 7월7일에는 아시아나항공의 B777-200기종(진에어 1대 보유)이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하던 중 충돌사고를 일으켜 3명의 사망자와 180여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추락사고 잦은
B737-800기종

저가항공사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B737-800기종은 세계 각국에서 각종 추락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2009년 터키항공 항공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공항에 착륙하던 중 추락했으며, 지난 2010년 5월22일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망갈로드 바즈페공항 인근에서도 추락사고가 발생해 탑승객 166명 중 158명이 사망했다. 인도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항공사의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출발-망갈로드 바즈페공항 도착 항공기가 착륙에 실패해 활주로를 넘어서 인근 산림지대에 추락한 것이다. 1993년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도 전남 해남 일대의 산에 충돌해 66명이 사망했다.


저가항공사는 기내식과 무료 신문 제공의 서비스를 없애고 최소한의 기내 서비스만을 제공하며 체크인카운터 이용, 신용카드 수수료, 수화물, 화장실 이용 등의 서비스에는 별도의 비용 청구된다. 특히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객들의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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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