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 도청 흑역사 풀스토리

"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가 먼저였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정치 개입이 국정원을 망쳤다. 결코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불과 4개월 만에 국정원은 또 다시 역사적 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2년 이탈리아 소프트웨어업체로부터 국정원이 전방위 해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대북 정보전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사용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국정원이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불법 도·감청 의혹이다. 국정원이 지난 2012년 이탈리아 소프트웨어업체로부터 전방위 해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문자와 전화를 도·감청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카메라나 녹음기를 몰래 작동시켜 정보를 빼내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대북 정보전을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미 국내에서 사용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못 믿을 해명

한편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은 역대 정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왔다. 대한민국 헌법 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역대 국정원은 헌법수호보다는 정권수호에 더 관심이 많았다. 국정원은 불법 도·감청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법 절차를 밟지 않은 도청은 결코 하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번번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과거부터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은 늘 있었지만 군사독재정권 시절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라 이슈조차 되지 못했다. 때문에 당시 정관계 인사들은 은어(隱語)를 쓰거나 도청 감지장치를 갖고 다니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 되어 있을 당시 안기부(국정원의 전신) 직원들이 자신의 전화를 너무 노골적으로 도청하자 김 전 대통령이 “마 전화 끊어라!” 라고 호통친 일화는 유명하다.

안기부의 불법 도·감청이 처음으로 이슈가 된 것은 노태우정권 때다. 노태우정권은 6·10민주화 항쟁 이후 최초로 직선제를 통해 출범한 정부였다. 그러나 노태우정부는 ‘미림(美林)팀’이라는 비밀도청팀을 아예 따로 만들어 운영했다. 미림팀은 정재계 핵심 인사들을 무차별적으로 도청했다.

예를 들어 주요 정재계 인사들이 어떤 식당에서 약속을 잡으면 해당 음식점 종업원들을 미리 포섭해 도청장치를 설치하게 하고 바로 옆방이나 근처 건물에 미림팀이 출동해 대화내용을 일일이 녹음했다. 미림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당시에는 안기부의 힘이 막강했기 때문에 음식점 등에 세무 편의를 봐주는 형식으로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팀은 8시간씩 3교대로 한시도 쉬지 않고 가동됐으며 안기부 간부들은 이들의 녹취 보고서를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무분별하게 이뤄지던 도·감청은 1993년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이 제정되면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통비법 제정의 배경에는 ‘초원복집’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초원복집 사건은 지난 19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 김기춘 당시 법무부장관과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초원복집에 모여,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자는 모의를 한 것을 정주영 후보 쪽이 도청해 공개한 사건이다.

"결백 주장 호소문 내고도 다음날 도청"
역대 사례 보니 … 역시 못 믿을 국정원


김영삼 후보 쪽은 ‘관권선거’보다 ‘불법도청’ 문제를 더 부각시켰고, 집권 이후 통비법을 통과시켰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안기부장의 국내정치 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정치사찰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안기부로부터 야당 인사들에 대한 내밀한 정보가 제공되기 시작하자 김 전 대통령 역시 곧 안기부를 통한 정치개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된다.

1994년 6월 안기부는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미림 도청팀을 부활시켰다. 미림팀은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예약한 서울의 한정식집이나 호텔 식당 등에 도청기를 설치해 대화를 녹음했다. 약속장소 역시 불법 전화감청으로 파악했다. 추후 파악된 바로는 1997년 11월까지 646명(정치인 273명)에 대해 녹음테이프 1000개 분량의 내용을 도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안기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과거 중앙정보부에 납치돼 바다에 수장될 위기를 넘겼으며, 대선과정에서도 안기부의 각종 공작으로 어려움을 겪었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바꾸고 진정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국정원의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했던 김대중정권이지만 전화감청의 유혹만은 뿌리치지 못했다. 당시 휴대전화 보급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국정원은 33억원을 들여 감청장비를 개발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직원 32명이 24시간 3교대로 주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시민단체. 노조 간부 등 1800여명의 통화내용을 감청했다. 김대중정부에서 재임했던 임동원, 신건 전 원장은 2005년 검찰수사에서 도감청 내용을 보고받고, 첩보수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김대중정부는 국정원의 불법 감청 의혹이 불거지자 조석간 신문 1면에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광고를 일제히 게재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당시 언론에서 국정원의 도감청 의혹을 집중 제기하자 결백을 주장하며, 안심하고 통화하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낸 것이었다. 그런데 6년 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광고를 게재한 이후에도 국정원은 불법 도·감청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심지어 국정원은 해당 광고를 게재했던 날에도 불법 도감청 활동을 했다.

국정원의 일탈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이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기자들의 통화내역을 국정원이 잇따라 조회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명박정부에선 참여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정원의 감시와 불법 민간인사찰 문제가 불거졌다.

2010년 최재성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이강진 전 총리실 공보수석에 대해 2009년 2월부터 6월까지 넉달간 도·감청을 실시했다고 폭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VIP(대통령)’에 충성하는 비선조직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어 국민을 사찰하는 등 세금을 유용했고 직권을 남용해 언론인 등의 불법사찰에 공무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이번에도 결백을 주장하는 국정원을 국민들은 과연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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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대는’ 북한 도발의 이면

‘징징대는’ 북한 도발의 이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북한의 도발 방식이 다각화되고 있다. 전형적인 미사일 도발에 이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나 싶더니 최근에는 오물을 투척했다. 윤석열정부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잦아진 북한의 도발, 그 노림수는 무엇일까? 80여년의 세월은 두 나라의 공통점을 차근차근 지워냈다. ‘한민족’ ‘동포’라는 말을 사용하긴 하지만 과거보다 유대감은 옅어졌고 소속감은 사라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산가족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마주한 현주소다. 분단 79년 다른 나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2001년부터 2022년까지 14번에 걸쳐 통일 시기에 대해 물었다.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는 전체적인 경향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모든 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이 ‘(통일은) 10년 후쯤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2011년 김정일 전 노동당 총비서 사망, 2013년 12월 장성택 전 정치국위원의 숙청 발표 때 ‘통일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다른 조사에 비해 높았던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경향은 10년 넘게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눈에 띄는 점은 연령별 양극화였다. 2022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가 통일 시기를 10년 후쯤으로 답했다. ‘(통일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가 19%, ‘통일되지 않는 것이 낫다’가 19%로 나타났다. 의견을 유보한 비율은 5%였다. 큰 틀에서는 이전 조사와 비슷했지만 18~29세, 30대 등 젊은 층에서 ‘통일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비율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각각 29%, 30%의 수치를 기록했다. 젊은 층 3명 가운데 1명은 통일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70대 이상에서는 ‘(통일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답변이 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젊은 층에서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로는 북한과의 관계가 손꼽힌다. 그간 정부의 성향에 따라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진보 성향의 정부는 대화를 통해 전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전개했고 보수 성향이 짙은 정부일수록 강경 대응 방식을 취했다. 북한 역시 대화 상대의 성향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고 평화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의 대북정책을 고수했다. 이 과정서 한국이 미국, 중국, 북한과의 관계를 주도하는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사일·GPS·오물 다양한 도발 정부, 군사합의 효력 전면 정지 반면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체제를 공고히 다지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형태의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한미, 한일관계에 공들이는 것에 비해 중국, 북한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눈에 띄는 점은 북한의 대응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밤부터 29일까지 거름과 쓰레기 등을 담은 오물 풍선이 우리나라 쪽으로 날아왔다. 이른바 ‘오물 풍선’으로 이날 북한이 살포한 풍선은 260여개로 집계됐다. 오물 풍선은 지난 1~2일 사이에도 날아왔다.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에 따르면 1일 밤 8시경부터 다음 날 오후 2시30분 기준 전국서 720여개의 오물 풍선이 식별됐다. 오물 풍선은 항공기 운항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일 오전 제1활주로와 제2활주로 사이 상공서 오물 풍선이 두 차례 확인돼 운항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전날에도 제3활주로와 제4활주로 사이에 낙하한 오물 풍선을 수거하느라 일정 시간 동안 항공기가 이착륙하지 못했다. 결항된 항공편은 없었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북한은 오물 풍선에 이어 탄도미사일을 대거 발사하는 등 무력 도발을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합참은 “오늘 오전 6시14분께 북한 평양 순안 일대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추정 비행체 10여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험발사 명목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무더기로 쏜 것은 이례적이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군은 굳건한 한미연합 방위 태세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듭된 공세 강경한 대응 북한은 지난달 17일에도 300㎞를 날아간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공격도 자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5시50분부터 발신지가 북한의 강령과 옹진으로 추정되는 전파 교란 신호가 3일까지 누적 1500건에 육박했다. 발신지가 북한으로 추정되는 전파 교란 신호가 연평·인천·강화·파주의 과기정통부 전파감시시스템에 유입됐다가 중단되길 반복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932건으로 집계됐는데 주말 새 550건이 늘어 1482건으로 나타났다. GPS 전파 혼신 신고 건수를 대상별로 분류하면 항공기 507건, 선박 975건 등이다. 실제 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북한의 GPS 교란 전파가 산과 같은 지형지물을 넘기 힘들어 수도권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다각화된 도발에 정부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윤정부는 지난 4일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시켰다. 오물 풍선 사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 등이 가능한 여건이 마련됐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8월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담서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로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이미 전면 파기를 선언했고 윤정부도 같은 달 효력을 일부 정지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 GPS 교란 등의 도발을 거듭하자 전면 정지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도 규탄 국제기구에 지난 3일 대통령실은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서 의결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재가했다. 이 같은 조치는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북한의 GPS 교란 공격에 대해 국제기구에 문제를 제기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최근 북한의 GPS 교란과 관련해 정부는 유관 부처 간 긴밀한 협의하에 유관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국제기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해사기구(IMO) 등 3곳이다. 정부는 2016년 3월 북한이 GPS 교란 전파를 발사했을 때에도 이들 기구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각 기구는 비판 성명을 채택하거나 교란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미국도 반응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해 “역겨운 전술”이라고 규탄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것은 분명히 역겨운 전술”이라며 “무책임하고 유치하니 북한은 이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도 “우리는 어떤 형태의 비행 물체든 불안정을 초래하고 도발적인 것이라고 본다”며 한국, 일본과 긴밀한 대응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윤정부가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로 맞서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윤정부의 강경 대응에 따른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기 전 “오물 풍선을 보낸 북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대응은 정말 유치하고 졸렬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여 정권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는 나쁜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내부 상황 안 좋아 외부로 눈 돌렸나? 반면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은 “북한은 올해만 6차례에 걸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1000여개의 오물 풍선을 살포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 상의 피해를 초래했다”며 “북한의 몰상식하고 치졸한 도발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향후 이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해서는 북한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과 윤정부의 대응에 모두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 상황을 감추려 한다는 설명이다. 양쪽 모두 국면전환을 위한 일종의 ‘노림수’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북한의 경우 정찰위성 발사 실패, 경제난 등을 겪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밤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했다. 하지만 1호기 발사 때와 달리 비행 과정서 폭발했다.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밤 10시44분경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서 서해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항적 1개를 포착했다. 해당 발사체는 밤 10시46분경 북한측 해상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 비행 과정 중 폭발, 실패가 추정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쏜 것은 지난해 11월21일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당시 북한은 3번의 시도 끝에 1호기를 궤도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북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는 정찰 등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호기 발사가 북한에 중요했던 이유다. 이번 실패로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점도 북한 입장에서는 차단해야 할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와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방법으로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주거니 받거니 짜고 치는 쇼? 내부 상황만 놓고 보면 윤정부도 녹록지 않다. 윤정부는 4‧10 총선서 패한 이후 거듭된 이슈로 수세에 몰리는 중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초반 박스권에 갇혀 반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채 상병 특검, 의료개혁, 김건희 여사 사건 등 곤혹스러운 이슈들이 산재한 상황이다. 문제는 북한 이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과거와는 달리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정국이 요동치고 북한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관심도가 높아졌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며칠만 ‘반짝’ 이슈화됐다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과 북한이 마주한 현주소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