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박근혜표 공천학살’ 시나리오

내 살을 내어주고 너희 뼈를 취하리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18대 총선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는 사태가 벌여졌다. 친박계는 ‘공천학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에 실시된 19대 총선에선 반대로 친이계가 배제됐다. ‘보복공천’이었다. 2016년에 치러질 20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냈다.

2016년에 있을 20대 총선에선 과연 친박-비박 중 어느 계파가 더 많은 수의 공천권을 차지할 것인가. 이미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두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극적인 화해는 요원해 보인다. 결국 한정된 수의 공천권을 향한 ‘치킨게임’이 곧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정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대 총선
치킨게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결정적으로 비박계에겐 공천학살의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함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에겐 ‘선거개입’으로 해석될 여지를 줬다.

“(친박인사들이) 공천권을 휘두르고 싶어 하지만 나는 계속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8일 유 당시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친박계 이면에는 공천권 확보를 위한 속내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지난 1일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박 대통령의 칼날은 결국 김 대표를 향해 있다”고 하는 분석이 나와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최소한 전보다 훨씬 껄끄러운 동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지난 8일 비공개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에 있어서 ‘표’냐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이냐를 두고 논란은 있었지만 결국 사퇴로 결론지어졌다.


대부분의 정가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들려오는 얘기를 종합해봤을 때 이번 사태가 1막이라면 2, 3막이 곧 펼쳐질 것이란 주장이다. 2막을 친박계의 주요 당직 점령으로, 3막을 오픈프라이머리 거부로 예상해본다면 종국에는 ‘공천학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가능하다. 이는 비박계가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와 맞아떨어진다.

차기 원내대표
합의추대 결정

지난 9일 차기 원내대표 선출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주재됐다. 긴급 구성된 당 원내대표경선관리위원회에서 수장을 맡은 서상기 위원장은 위원회 구성 당일 첫 회의를 열고 오는 14일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방식에 대해서는 당이 양분될 수 있는 표 대결보다 ‘합의추대’ 방식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합의추대방식을 두고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친박계로 구성된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차기 원내대표를 합의추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서 위원장은 지난 9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합의추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김 대표는 합의추대방식에 대해 “(방식은) 의원총회에서 합의를 봐야 한다”며 “최고위원들의 의견만 있을 따름이지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출방식을 두고 다시 한 번 친박-비박 간 의견대립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08년 친박·2012년 친이…2016년은?
유승민 사퇴하자 차기 후보 하마평 줄줄

오는 14일로 예정된 합의추대에 거론되는 인물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전 정책위의장이다. 표심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도권에서 내리 4선을 지낸 경력이 있어 원내대표직을 수행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박계지만 계파색이 강하지 않아 친박계 내부에서는 유승민을 도려낸 자리를 봉합하기에 최적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정책위의장을 지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정책통으로 통하는 원 의장은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가 국무총리로 내정된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승민·이주영 후보로부터 동시에 정책위의장을 맡아달라는 러브콜을 받았을 정도로 정책과제를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경선 초반만 해도 당선이 유력했던 이주영 당시 후보를 제치고 유승민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원유철’ 때문이라는 게 새누리당 내부 관계자들의 정설이다.

만약 원 의장이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면 당내 노른자와 같은 당3역(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 중 두 자리를 거친 인물이 되는 만큼 원 의장 개인 입장에서도 정치적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철·황진하
인선 가속화

현재 정가에서는 친박계가 원내대표는 중도성향을 추대하는 대신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은 확실한 친박계를 앉히려고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주장이 많다. 사무총장직에 황진하 의원이 내정된 것도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다. 황 의원은 2007년부터 친박진영에서 활동해 온 대표적 친박계 중진 의원이다. 위와 같은 인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정가관계자는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의 전략”이라고 총평했다.



따라서 주요 당직 인선에 있어서 비박계는 친박계가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낼 것이라 보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는 어느 계파 사람이 앉느냐에 따라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 원내대표 주고 사무총장 잡는다
비박계, 버티기모드 해답은 ‘국민경선제’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 인선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총선모드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때 다시 한 번 친박-비박 간의 충돌이 예상되는 지점이 바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다. 이미 서청원 최고위원을 위시로 한 친박계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두고 누차 반대의사를 보여왔다. 반면 김 대표 중심의 비박계에서는 ‘당내 민주주의 도입’을 내세워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김 대표 측은 7·14 전당대회 당시 핵심공약사항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관철시킨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계파 간 정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당직 인선
공천권 싸움

정가에서는 김무성·유승민으로 이어지는 소위 K·Y라인을 두고 순망치한의 관계라 정의한 바 있다. 즉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것인데 다르게 해석하면 한쪽이 사라지면 한쪽이 무너지기 십상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정가에서는 최근 김 대표와 관련해 출처불명의 소문이 떠돌고 있어 관심이 간다. 소문인 즉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8월 당 복귀에 맞춰 당대표가 교체될 것이란 얘기다. 비박계는 소문의 진원지를 친박계라 보고 있다. 만약 친박계가 김 대표까지 몰아내는데 성공한다면 정치권에서 ‘비박’이란 용어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청 갈등 심화

최근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가 심상치 않다. 비박과 청와대와의 갈등을 넘어 이제 친박과 청와대 간 갈등이 불붙는 분위기다. 친박계는 최근 청와대 참모진이 일을 키우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대통령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참모는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친박계 재선 의원은 “예전부터 들려왔던 ‘인의 장막’ 문제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도권 친박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박-청와대 갈등에 이어 친박-청와대 갈등까지

이러한 친박-청와대 간의 갈등이 점화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이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친박계도 놀랄 만큼 정제가 안 된 발언이 나왔을 정도로 참모진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정치권은 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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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