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포정치’ 시그널 7

“지금은 신(新)유신시대?” 유승민은 시작에 불과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친박계 사퇴압박을 끝내 버티지 못했다. 박근혜정부 하에서 꿈꿨던 ‘신보수’는 ‘일장춘몽’에 그치고 말았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우려가 정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는 결국 ‘유승민 찍어내기’에 성공했다. 지난 8일 새누리당은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논의했고 ‘박수 추인’을 통해 사퇴를 권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내 여론이 기운 것을 확인한 김무성 대표는 의총 직후 결과를 알렸고, 유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 뜻을 밝혔다.

공포정치
거부권정국

유 전 원내대표 사퇴를 전후로 정치권에서는 개헌론이 다시 불붙었다. 박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의한 폐단이라는 것이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통치체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공포정치’의 서막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정가에서 나돌고 있는 대표적인 시그널을 종합해 보면 크게 7가지로 정리 가능하다.

첫째, 단연 유승민 찍어내기다. 지난 8일 비공개 의총에서 박수 추인으로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식’이라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방금 새누리당이 ‘의사결정방식’을 조선노동당식으로 바꿨다”며 “이제 ‘국가운영방식’이 북한식으로 바뀔 차례”라고 비판했다.

원조 친박에서 최근 탈박으로 통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권력자가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국회의원의 투표를 방해하는 식으로 하면 북한식”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당초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표결로 정하자는 여론에 김 대표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기 정립된 정치용어인 공포정치는 ‘정권을 유지 획득하기 위하여 대중에게 공포감을 주는 정치’라고 정의된다. 즉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은 박근혜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이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권력에 힘을 싣기 위해 펼치는 일련의 과정이 과거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유지된 정권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유 전 원내대표에게 ‘정치적 사형’을 선고했다는 점이 이를 잘 대변한다는 의견이다.

둘째, 과거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개인행로’ 발언이 그것이다. 지난 7일 새누리당이 유 전 원내대표 거취문제로 갑론을박을 주고받고 있을 때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또 다른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유승민 사퇴
정치적 사형

박 대통령은 회의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은) 국민을 대신해서 각 부처를 잘 이끌어 주셔야 한다. 여기에는 개인적 행로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국무위원들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 해석하고 있다. 최근 20대 총선·개각 소식과 맞물려 정치인 출신 국무위원 5명에 대한 거취가 이슈화 된 바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물론 유기준 해양수산부, 유일호 국토교통부,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등이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정치계로 복귀할 것이란 내용이다.


이러한 박 대통령 발언은 과거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한 ‘배신의 정치’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았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유 당시 원내대표를 향해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께서 심판을 해주셔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해당 발언으로 인해 유 원내대표가 사퇴했듯, 개인행로 발언은 국무위원들이 여의도로 이탈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박 대통령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승민 찍어내기…비박계 사살 신호탄
대통령 사인에 너도나도 ‘5분 대기조’

셋째, 황교안 국무총리의 공직기강 강화 움직임이다. 복수의 언론은 당시 법무부장관에서 총리후보자로 내정됐을 때부터 이러한 점에 주목해왔다. 특히 황 총리가 남다른 국가관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향후 ‘군기잡기’로 표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황 총리의 이러한 모습은 지난 4월 중 있었던 ‘신임검사 임명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은 과천정부청사에서 신임검사들이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완창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헌법 가치 수호는 나라사랑에서 출발하고, 나라사랑의 출발은 애국가”라며 “기본이 애국가인데 다 잘 부를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총리의 애국가 중시 성향은 즉각 관련 부처로 반영됐다.

넷째는 인사혁신처의 애국가 면접 논란이다.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에서 치러진 9급 세무직공무원 면접장에서는 면접관이 애국가 4절을 물어보는가 하면 국기에 대한 맹세, 태극기 내 괘 이름과 모양을 물어봐 논란이 됐다.

당시 면접을 다녀온 사람의 말에 따르면 애국가 4절 가사를 안다고 답하면 ‘한번 불러보라’고 시키는가 하면 ‘국기에 대한 맹세’를 읊어 보라고 주문했다. 개정 이전 맹세문을 외우자 ‘바뀐 것은 모르냐’고 되묻기도 했다. 당시 면접자는 물론 교육계 관계자들 모두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면접 질문이 나온 원인은 인사혁신처에서 공무원시험 면접과 관련해 ‘공직 가치관’ 평가를 강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가 ‘스펙’보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면서 평가 수단으로 애국가를 부르게 했다는 것이다. 황 총리의 애국가 강조 성향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하다.

개인행로 불허
공직기강 강화

다섯째, 청와대가 내부감찰을 실시해 행정관 3명이 사퇴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 3명은 지난달 정보보안 문제와 관련해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을 받아왔고 결국 사퇴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내부감찰 이유가 언론에 ‘법조인 총리 기용설’을 흘렸기 때문이라고 알려지면서 ‘입조심 주의보’가 발령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 중 행정관 3명의 퇴직에 대한 질문에 “인사 문제이고 내부감찰 문제인 만큼 논평을 삼가겠다”고 밝혔다.

여섯째, 청와대가 감사원 사무총장직에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후보가 검사 출신인 이완수 변호사라는 측면에서 기강잡기 차원의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직기강 강화 입단속 시키는 청와대
정부부처 검사 출신 기용 사정 준비?

감사원 사무총장의 역할을 보면 박 대통령이 내부단속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무총장은 감사원법 제19조 2항에 따라 감사원장의 명을 받아 사무처의 사무를 관장하며 소속 직원을 지휘하고 감독한다. 감사원이 정부부처과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감사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공직사회를 단속할 수 있는 최상의 직위 중 하나가 감사원 사무총장직이라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변호사가 황 총리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고등학교 2년 후배라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수첩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곱째, 김현웅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통과되면서 이제 본격적인 사정정국이 드리울 것이란 의견이다. 특히 황 총리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뒤를 이어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할 것으로 보여 정계는 물론 재계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태가 비리와의 ‘정전’이 하닌 ‘휴전’을 불러왔다고 본다면 김 장관 임명을 기점으로 다시 전쟁을 선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의원들은 정치인 사정의 수단으로 기업을 먼저 건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눈길이 간다. 분양대행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새정치연합 박기춘 의원이 좋은 예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해외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소환조사 하는 것, 탈세·횡령 혐의로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을 조사한 것, 지난 3일 포스코그룹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 이러한 기조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한다.

고강도 사정
·외부 단속

헝가리 출신의 영국 사회학자 프랭크 푸레디가 쓴 <공포정치>라는 책의 부제는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다. 내용을 살펴보면 공포정치는 이념을 가리지 않고 사회의 불안을 먹고 성장한다. 사회라는 것이 정치인·학자 등 사회지도부를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불러온 ‘거부권 정국’에 상당수의 지식인·정치인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불안이 친박계의 결속을 불렀고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낳았다.

정가는 ‘유신’을 우려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정의당 등 야권은 한목소리로 ‘유신의 부활’을 걱정하고 있다. 여권 비박계는 일련의 사퇴과정을 두고 ‘유신적 발상’이라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안정국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일맥상통한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가운데 당··청에서 들려오는 시그널이 어떤 식의 결말로 귀결될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중권의 날선 일침
유승민 찍어내기 ≒ 북한의 숙청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8일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북한의 숙청에 빗대어 표현해 화제다. 

진 교수는 유 전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개인 SNS를 통해 “방금 의원 동무들의 열화 같은 박수로 공화국 최고 존엄을 모욕한 공화국 반동분자 유승민이 숙청됐답니다”라며 “다음 숙청 대상은 당 권력 서열 1위인 김무성 동지겠죠”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공주님에게서 나오거든요”라고 현 상황을 풍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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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