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원로들의 난' 막전막후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잊어질 뻔했을 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원로들의 난’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의 원로들이 지난달 29일 전격 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 신당 창당설이 불거진 일은 이미 여러 번 있었지만 당이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야할 원로들이 직접 신당 창당 논의에 나섰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다.

“당 원로들이 모여서 신당 창당 논의를 했다고?”

지난달 29일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발칵 뒤집어졌다. 당의 원로들인 권노갑, 정대철, 이용희, 김상현 상임고문과 5선 의원을 지낸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이 모여 신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노병 돌아올까?
노병 잊혀질까?

당장 다음날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우리 당의 원로들께서 모여 신당 창당 등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는데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당 지도부 역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신당 창당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당이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야할 원로들이 직접 신당 창당 논의에 나섰다는 점은 실로 충격적인 일이다.

당시 모임에서 원로들은 4·29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문재인 대표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는커녕 친노계 사무총장의 인선을 강행했다며 이대로는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어렵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로들은 현재 새정치연합의 노선으로는 표의 확장성 부분에서 한계에 봉착했다며 중도 및 보수성향의 유권자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중도개혁신당’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중심 잡아야할 원로들이 왜?
친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이날 모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봉호 전 부의장도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전 부의장은 모임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당, 분당 문제를 중심으로 해서 좀 밀도 있게 논의해보겠다”며 이번 모임이 신당 창당 논의를 위한 모임이라는 사실을 거침없이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실제로 신당 논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기자들에게는 그냥 일상적인 모임이었다고 잡아뗐을 텐데 김 전 부의장은 대놓고 신당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더 이상 숨길 필요 없이 노골적으로 신당 창당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도 “이날 모이신 분들은 정치적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원로들인데 이날 발언의 파장을 모를 리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신당 논의를 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사실상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로 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노욕?
충정?

파장이 커지자 이날 회동에 참석했던 정대철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원래 권노갑 고문이 참석하기로 했는데 참석하지 않았고 별다른 정치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며 “이날 회동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평균 나이가 80이 넘는다. 신당 창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우리가 직접 나서서 뭔가 해보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당 원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원로들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 원로들 중 상당수가 친노가 장악한 당 지도부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원로들의 난으로 향후 새정치연합이 심각한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원로들은 대부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나 구 민주당계다. 정치권에서는 친노와 이들의 관계에 대해 “남(새누리당)보다는 가깝지만 그렇다고 친자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친노와 원로들 사이가 벌어진 결정적 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실시한 대북송금특검이다. 대북송금특검으로 원로들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친노진영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이들에겐 아직까지 배신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친노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 원로들에게는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로들이 보기에는 마치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이 어느 날 양자로 들어와서 집안의 재산을 다 차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노 지도부에 대한 당 원로그룹의 불편한 감정은 이미 한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지난 4·29재보선을 앞두고 동교동계 인사 60여명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재보선 지원 여부에 대한 논의를 했는데, 선거 지원 여부를 자체 투표해본 결과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필요할 때만 호남을 찾는 거냐”며 친노가 장악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향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당 원로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 전반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조달해야 하는데 총선까지 너무 시간이 촉박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명분과 비전도 마땅치 않다. 신당을 대표할 만한 인물도 없다.

원로그룹 중심 신당 창당?
신당 창당보다는 지분 욕심?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로들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원외인사들이고 이미 과거의 인물들이라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당내에서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내년 총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직접 나서기보단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각 그룹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야권 내에서는 다양한 성격의 신당이 추진되고 있는데 원로그룹이 앞장선다면 이들을 한데 묶어 거대신당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속된 말로 이날 모인 인물들이 이미 한물간 사람들인 것은 맞지만 원로라는 상징성이 있고, 그동안 그들이 정치권에서 닦아놓은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들이 직접 나서서 어떤 세력을 구성하기보다는 사방팔방 흩어져 있는 신당 창당 세력들을 하나로 잇는 구심점 역할 한다면 파괴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현재 상황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고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회동에 참석한 정대철 고문은 최근 야권 신당설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다.

정 고문은 4·29재보선 패배 이후 당이 부침을 겪자 비노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한길, 안철수 의원과 신당행이 거론되고 있는 박주선 의원, 당내 대표적인 반노인사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 호남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정배 의원 등과 잇달아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정 고문 본인은 다분히 사적인 만남을 가졌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워낙 민감한 인물들과의 연쇄적인 만남이라 정치권은 정 고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보선 패배 이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비노인사들이 정 고문을 중심으로 신당 논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무성하다.

원로그룹 신당설
구심점 역할?

김한길 의원이 최근 밝혔듯이 소위 비노는 친노가 아니라는 게 공통점이지 조직으로 뭉친 계파가 아니다. 따라서 비노인사들은 너무나도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향후 정국운영에 대한 입장 차이도 크다. 이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이들과 고루 친분을 가지고 있는데다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경험을 가진 당 원로들만큼 제격인 인사들도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 원로들이 신당 창당보다는 신당 창당 카드를 무기로 내세워 내년 총선에서 지분을 얻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원로들의 신당 창당 논의 소식이 전해진 후 당 일각에선 “(원로들이) 아직도 정치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지난 4·29재보선 당시 권노갑 상임고문은 선거 지원을 약속하면서 “당 운영에서 주류가 60%, 비주류가 40%를 맡는 게 관행이었다”며 “이러한 정신을 문재인 대표도 이어나가길 바란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실상 선거 지원의 대가로 지분을 약속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당장 새정치연합 추미애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은 가신들이 지분을 챙기는 데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권 상임고문에 직격탄을 날렸다.

논란이 커지자 권 상임고문은 “모두가 동참하는 당 운영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새정치연합의 원로들이 정치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그런데 또 다시 당의 원로들이 신당 논의라는 파격적인 이슈로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이들이 당내 지분을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욕심?
성공할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들의 신당 창당 모색이 사실상 지분 확보를 위한 협상카드일 가능성이 있다”며 “당 원로들이 현실적으로 창당 작업에 실패한다고 해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줄지어 탈당선언이라도 하면 그 충격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의 원로라고 하면 당내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중재하고 잘 추슬러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동안의 역할이었는데 당의 원로들이 직접 신당 창당 논의를 했다는 것은 무척 황당한 일”이라며 “당의 어른들인 원로들조차 지지하지 않는 정당을 국민들에게 지지해달라고 하면 국민들이 지지해주겠나? 친노진영으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원로들을 설득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정치적으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새정치연합 원로들의 난은 성공할 수 있을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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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