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원로들의 난' 막전막후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잊어질 뻔했을 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원로들의 난’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의 원로들이 지난달 29일 전격 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 신당 창당설이 불거진 일은 이미 여러 번 있었지만 당이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야할 원로들이 직접 신당 창당 논의에 나섰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다.

“당 원로들이 모여서 신당 창당 논의를 했다고?”

지난달 29일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발칵 뒤집어졌다. 당의 원로들인 권노갑, 정대철, 이용희, 김상현 상임고문과 5선 의원을 지낸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이 모여 신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노병 돌아올까?
노병 잊혀질까?

당장 다음날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우리 당의 원로들께서 모여 신당 창당 등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는데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당 지도부 역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신당 창당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당이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야할 원로들이 직접 신당 창당 논의에 나섰다는 점은 실로 충격적인 일이다.

당시 모임에서 원로들은 4·29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문재인 대표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는커녕 친노계 사무총장의 인선을 강행했다며 이대로는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어렵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로들은 현재 새정치연합의 노선으로는 표의 확장성 부분에서 한계에 봉착했다며 중도 및 보수성향의 유권자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중도개혁신당’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중심 잡아야할 원로들이 왜?
친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이날 모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봉호 전 부의장도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전 부의장은 모임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당, 분당 문제를 중심으로 해서 좀 밀도 있게 논의해보겠다”며 이번 모임이 신당 창당 논의를 위한 모임이라는 사실을 거침없이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실제로 신당 논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기자들에게는 그냥 일상적인 모임이었다고 잡아뗐을 텐데 김 전 부의장은 대놓고 신당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더 이상 숨길 필요 없이 노골적으로 신당 창당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도 “이날 모이신 분들은 정치적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원로들인데 이날 발언의 파장을 모를 리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신당 논의를 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사실상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로 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노욕?
충정?

파장이 커지자 이날 회동에 참석했던 정대철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원래 권노갑 고문이 참석하기로 했는데 참석하지 않았고 별다른 정치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며 “이날 회동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평균 나이가 80이 넘는다. 신당 창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우리가 직접 나서서 뭔가 해보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당 원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원로들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 원로들 중 상당수가 친노가 장악한 당 지도부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원로들의 난으로 향후 새정치연합이 심각한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원로들은 대부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나 구 민주당계다. 정치권에서는 친노와 이들의 관계에 대해 “남(새누리당)보다는 가깝지만 그렇다고 친자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친노와 원로들 사이가 벌어진 결정적 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실시한 대북송금특검이다. 대북송금특검으로 원로들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친노진영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이들에겐 아직까지 배신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친노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 원로들에게는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로들이 보기에는 마치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이 어느 날 양자로 들어와서 집안의 재산을 다 차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노 지도부에 대한 당 원로그룹의 불편한 감정은 이미 한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지난 4·29재보선을 앞두고 동교동계 인사 60여명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재보선 지원 여부에 대한 논의를 했는데, 선거 지원 여부를 자체 투표해본 결과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필요할 때만 호남을 찾는 거냐”며 친노가 장악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향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당 원로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 전반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조달해야 하는데 총선까지 너무 시간이 촉박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명분과 비전도 마땅치 않다. 신당을 대표할 만한 인물도 없다.

원로그룹 중심 신당 창당?
신당 창당보다는 지분 욕심?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로들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원외인사들이고 이미 과거의 인물들이라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당내에서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내년 총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직접 나서기보단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각 그룹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야권 내에서는 다양한 성격의 신당이 추진되고 있는데 원로그룹이 앞장선다면 이들을 한데 묶어 거대신당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속된 말로 이날 모인 인물들이 이미 한물간 사람들인 것은 맞지만 원로라는 상징성이 있고, 그동안 그들이 정치권에서 닦아놓은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들이 직접 나서서 어떤 세력을 구성하기보다는 사방팔방 흩어져 있는 신당 창당 세력들을 하나로 잇는 구심점 역할 한다면 파괴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현재 상황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고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회동에 참석한 정대철 고문은 최근 야권 신당설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다.

정 고문은 4·29재보선 패배 이후 당이 부침을 겪자 비노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한길, 안철수 의원과 신당행이 거론되고 있는 박주선 의원, 당내 대표적인 반노인사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 호남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정배 의원 등과 잇달아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정 고문 본인은 다분히 사적인 만남을 가졌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워낙 민감한 인물들과의 연쇄적인 만남이라 정치권은 정 고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보선 패배 이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비노인사들이 정 고문을 중심으로 신당 논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무성하다.

원로그룹 신당설
구심점 역할?

김한길 의원이 최근 밝혔듯이 소위 비노는 친노가 아니라는 게 공통점이지 조직으로 뭉친 계파가 아니다. 따라서 비노인사들은 너무나도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향후 정국운영에 대한 입장 차이도 크다. 이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이들과 고루 친분을 가지고 있는데다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경험을 가진 당 원로들만큼 제격인 인사들도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 원로들이 신당 창당보다는 신당 창당 카드를 무기로 내세워 내년 총선에서 지분을 얻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원로들의 신당 창당 논의 소식이 전해진 후 당 일각에선 “(원로들이) 아직도 정치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지난 4·29재보선 당시 권노갑 상임고문은 선거 지원을 약속하면서 “당 운영에서 주류가 60%, 비주류가 40%를 맡는 게 관행이었다”며 “이러한 정신을 문재인 대표도 이어나가길 바란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실상 선거 지원의 대가로 지분을 약속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당장 새정치연합 추미애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은 가신들이 지분을 챙기는 데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권 상임고문에 직격탄을 날렸다.

논란이 커지자 권 상임고문은 “모두가 동참하는 당 운영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새정치연합의 원로들이 정치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그런데 또 다시 당의 원로들이 신당 논의라는 파격적인 이슈로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이들이 당내 지분을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욕심?
성공할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들의 신당 창당 모색이 사실상 지분 확보를 위한 협상카드일 가능성이 있다”며 “당 원로들이 현실적으로 창당 작업에 실패한다고 해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줄지어 탈당선언이라도 하면 그 충격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의 원로라고 하면 당내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중재하고 잘 추슬러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동안의 역할이었는데 당의 원로들이 직접 신당 창당 논의를 했다는 것은 무척 황당한 일”이라며 “당의 어른들인 원로들조차 지지하지 않는 정당을 국민들에게 지지해달라고 하면 국민들이 지지해주겠나? 친노진영으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원로들을 설득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정치적으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새정치연합 원로들의 난은 성공할 수 있을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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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