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최재성 카드’ 강행 노림수

친노 ‘마이웨이’에 브레이크는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비노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3일 최재성 의원을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후폭풍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노계 최고위원들은 항의 표시로 최고위원회의를 집단 보이콧했다. 문 대표가 당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또 속았다.”

지난 23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재성 의원을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하자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이 같이 말했다. 실제로 비노계로 분류되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당일까지도 “문 대표가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를 접었다고 본다”고 말했었다.

또 속았다

이 원내대표 측의 말에 따르면 당초 문 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한 김동철 의원의 동의를 얻어온다면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표가 약속을 깨고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는 대신 최 의원을 사무총장이 아닌 전략홍보본부장에 임명하기로 했는데 최 의원이 동의하지 않았다”며 “이 원내대표와는 최 의원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모두 동의해야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든 새정치연합은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 후폭풍으로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당장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노계 최고위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최고위원회의를 집단 보이콧했다. 비노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라며 “이제 당을 깨는 일만 남았다”는 과격한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의외로 문 대표의 반응은 무척 느긋하다.

문 대표는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 후폭풍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다음날 특전사 제1공수여단을 방문해 장병들과 타이어 끌기 체험 등을 했다. 문 대표가 비노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최재성 카드를 밀어붙인 것은 비노계의 반발이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노계가 당을 깨겠다고 하지만 총선이 10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친노진영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당을 깨겠다는 비노진영의 위협에도 무덤덤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안철수 의원조차 실패했던 것이 창당 작업이다. 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조달해야 하는데 총선까지 너무 시간이 촉박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명분과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창당을 한다면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줄 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비노진영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 김한길 의원이 최근 성완종게이트 사건에 휘말려 검찰 소환대상자 명단에 올랐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비노진영에서 “이제 앉아서 당하는 일만 남았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비노계가 지금은 엄청나게 반발하고 있지만 결국은 뾰족한 수가 없어 수그러들 것”이라며 “문 대표가 아직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당직들을 비주류 쪽에 배려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사실상 ‘비노 공천학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번에 임명된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 공천의 실무작업을 총지휘하게 된다. 최 총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혁신위원회 간사를 맡아 지방선거 공천제도 수립에 관여했는데, 비노계에서는 당시 최 총장이 특정계파에 편파적인 공천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총장은 비주류의 강력한 반발에도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을 성사시켰다. 그런데 문 대표가 이런 이력이 있는 최 총장을 임명한 것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비노계를 쳐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내년 총선 비노 공천학살 신호탄?
예상된 당내 반발 ‘찻잔 속 태풍’


특히 최 총장은 과거 네트워크정당추진단장을 맡아 문 대표와 호흡을 맞춘 이력도 있다. 네트워크정당추진단은 그동안 국민참여라는 명분으로 친노진영에 유리하다고 평가되는 모바일투표를 확대 적용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따라서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모바일투표가 대폭 확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진영에선 어차피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른다면 100석도 못 건질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비노진영을 끌어안고 가느라 혁신작업을 늦추기보단 비노진영과 아예 결별하더라도 과감한 혁신드라이브를 걸려고 하는 것 같다”며 “이 과정에서 비노가 뛰쳐나가 당을 만들더라도 친노와 비노의 구도를 혁신 대 반혁신의 구도로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문 대표로서는 자칫 이번에도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가뜩이나 취약한 당내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문 대표로서는 너무 나약한 이미지가 큰 걸림돌인데 이번에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보여줌으로써 이미지 쇄신을 꾀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문 대표가 당직 개편의 핵심인 사무총장 인선도 뜻대로 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일부 친노인사들 사이에서도 문 대표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다고 한다. 친노진영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공천의 실무작업을 지휘할 사무총장만은 비노에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했다. 이를 의식한 문 대표가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표로서는 최 사무총장 카드를 반대하는 비노진영의 요구가 근거 없는 흠집내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문 대표의 이러한 인식은 이른바 미공개 입장문 사태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해당 입장문에서 문 대표는 사실상 당내 비노세력을 겨냥해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거나 당을 흔드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독선 심해져

친노진영의 한 관계자도 “사무총장 인선은 당대표의 고유권한이고 과거에는 어떤 사람을 임명하든 이렇게 반대하는 경우가 없었다. 특별한 결격사유도 없는데 매번 친노라서 안 된다고 하니 이런 억지가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노계의 반발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고 나면 문 대표의 독선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친노의 마이웨이 선언, 독립선언이다. 누가 뭐라 하든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비노계에게 당을 깰 결정적인 명분은 주지 않으면서 내년 총선까지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친노계의 목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재성 사무총장은 누구?

1965년생의 최재성 사무총장은 서울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를 졸업했다.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최 총장은 정계 입문 전에는 포장마차, 야채장사 등 20여개 직업을 거쳤다고 한다.

30대에 국회의원 배지 달아

지난 2004년 30대의 나이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으며, 제18대 국회의원, 제19대 국회의원으로 연이어 당선되며 3선에 성공했다. 과거 열린우리당 대변인과 통합민주당 원내대변인, 민주당 대변인을 지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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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