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류계 덮친 메르스 공포 '속사정'

텐프로 뚫렸다?…파리 날리는 룸살롱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인해 국내 경제가 침체되자 정부가 내수부진 극복 및 경기부양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메르스가 ‘지하경제’에도 깊숙이 침투해 유흥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일파만파 번진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에 따르면 강남의 유명업소들은 이미 메르스에 오염돼 사실상 영업이 정지된 상태다. 메르스가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업소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충고가 이어진다. 화류계까지 마비시킨 메르스 공포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A씨가 강남 유흥업소를 방문해 해당 업소의 일부 종업원이 자가 격리됐다는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되는 가운데 A씨는 보건당국 조사에서 해당 유흥업소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할 수도…
보건당국 난감
 
화류계를 뒤집어 놓은 사설정보지는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사설정보지의 주 내용은 A씨가 서울 강남 지역의 5개 유흥업소를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유흥업계가 발칵 뒤집혔다는 것이다. A씨로 인해 2개 업소 여종업원에게 자가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A씨로 인해 격리된 유흥업소 종업원은 한 명도 없다. 사설정보지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보건당국은 병원에 입원 중인 A씨를 찾아가 유흥업소 방문 여부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정보지에 거론된) 유흥업소를 간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A씨의 자택 엘리베이터 CCTV 등을 확인했다. A씨는 발열과 기침 등 본격적인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지난 9일부터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주로 자택에서 지냈다. 그러나 9일 오후 집을 나서 다음 날 새벽에 귀가한 모습이 엘리베이터 CCTV에 포착됐다. 당국은 이를 토대로 A씨의 행선지를 추적하고 있다.
 
확진자 강남 밤업소들 출입 루머 확산
가게 명단 유포…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보건당국에 따르면 A씨는 당일 행선지에 대해 “사무실에 들렀다가 홀로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관할 보건소 측은 “구체적인 행선지 확인을 위해 A씨의 차량 블랙박스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설정보지에 언급된 유흥업소 관계자는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한 상태다.
 
 
강남 유흥업소와 보건당국을 긴장케 한 문제의 사설정보지 내용은 이랬다.
 
“강남 룸싸롱, 텐프로 메르스 공포. 이번에 제주도에 방문한 메르스 확진자 A씨가 강남 술집에 자주가는 사람인데 현재 A씨가 간 곳이 ‘2X’ ‘화XX’ ‘인XX’ ‘라XX’ ‘설XX’ 등 텐프로 위주이고 아가씨가 격리 조치된 곳은 현재까지 설XX, 인XX인데 확산될 가능성 높음. 이미 관련 업소 사람들은 쉬쉬하고 일부는 잠수만 탄 분위기. 술집 특성상 폐쇄 공간이고 위생상 신뢰할 수 없으며, 아가씨가 강제격리 되더라도 쉬쉬하므로 전염위험이 특히 높다고. 5월 테헤란로 쪽의 쩜오가 뚫린데 이어 이번에 텐프로까지 뚫리자, 당분간 강남 업소들은 아예 가지 말라는 의료계 종사자의 조언.”

강남 A급 업소

금지령에 울상
 
유흥업계로 번진 메르스 괴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피(오피스텔 성매매) 실장이라는 사람의 글이 빠르게 번졌다. “오피 실장인데 직원 메르스 걸림. 역학조사 때문에 72시간 동선 다 설명해야 된다고 직원한테 문자 왔는데 이 직원이 양심적으로 다 불어서 지금 난리 났다. 보건소 직원이 경찰에 알리지 않을테니 만난 사람들 다 말하라니까 다 분 것 같음. 열 받고 긴장되서 오늘 한끼도 못 먹었다. 3명으로 장사하는 구멍가겐데….”
 
괴담은 또 있었다. “에이즈 전문 의사에 의하면 메르스와 에이즈 바이러스가 결합할 경우 변종 슈퍼 바이러스가 돼 국가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이즈와 메르스는 절대 섞일 수 없는 바이러스라고 입을 모은다.
 
사설정보지에 언급된 업소들은 강남에서도 유명한 곳으로 손꼽힌다. 전통 텐프로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20대 초중반으로 하루 100만∼150만원, 한 달 1500만∼25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알려진다. 이들은 주로 저녁 8시에 출근해 새벽 4시 전후에 퇴근한다. 저녁 8시쯤이나 새벽4시쯤에 강남 오피스텔 인근을 지나가면 업소에 출퇴근하는 직업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강남의 몇몇 유흥업소가 메르스에 뚫리면서 이 같은 모습이 예전 같지 않다고 전해진다.
  
메르스는 유흥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대표적으로 ‘보건증’을 들 수 있다. 유흥업소 종사자가 업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보건소에서 보건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일반업소 종사자는 결핵·전염성피부질환·장티프스의 3개 질병에 대해 검사를 받지만 룸살롱 등 유흥업소 종사자는 AIDS·혈청·STD·클라미디어 등의 성적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는 경우에만 보건증을 발급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메르스 발병 이후 보건증을 발급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는 직업여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메르스 감염 사실을 숨기고 영업을 이어가는 직업여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거리 줄어들자
원정성매매 시도
 
상황이 이렇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관내 유흥주점을 대상으로 메르스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업소를 방문해 종업원들에게 자체 위생상태 청결유지를 당부하고 홍보전단지와 함께 마스크를 전달하고 메르스 주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히 메르스 대책본부나 보건소 상황실로 연락해 진료를 받도록 안내했다.
 
메르스로 인해 국내 유흥업계가 불황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지난 7일에는 일부 직업여성이 원정 성매매를 갔다가 현지 경찰에 붙잡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 여성 2명은 원정 성매매를 갔다가 현지에서 적발됐다. 이들은 “메르스 때문에 한국 성매매업이 타격을 입어 대만으로 왔다”고 진술해 대만 언론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성매매 단속에 나선 대만 경찰은 한국인 여성 검거가 잇따르자 조사 과정에서 메르스 검사까지 포함시켰다.
 
안마 등 유사성행위 업소 손님 뚝
‘전염 될라’ 아가씨들도 출근 꺼려
 
이들 중 고모(26)씨는 여대생으로 앞서 6일 타이베이 스린경찰국에 체포됐다. 경찰은 순찰 중 호텔에서 나오는 이 여성을 현장에서 붙잡았다고 전했다. 고씨는 “학비를 벌기 위해 이 일을 병행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에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관계 중 감염이 우려되는 데다 최근 고객이 줄어 지난달 28일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대만으로 왔다”고 말했다.
 
대만 현지 언론은 고씨가 “어제 처음으로 나왔는데 경찰에 붙잡혔다”고 밝히자 경찰은 “한국인은 어떻게 매번 첫 번째에 붙잡힌다고 말하냐”며 그를 사회질서 및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결과 고씨의 휴대전화에는 성매매 일정이 꽉 차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현지언론은 “한국 여성의 1회 성매매 가격은 최소 1만대만달러(약 36만원) 이상으로 대만 현지 여성 가격보다 높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이 원정 성매매에 나서는 이유는 9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고 한류 효과로 한국 여성들을 선호하는 현지 분위기 때문이다. 여기에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한다. 대만에서는 사회질서유지법에 따라 성관계 도중에 잡히면 50만원, 뚜렷한 물증이 없을 경우 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데, 고씨 등 성매매 여성은 성매매 직전에 체포돼 고작 벌금 5만원만 내고 강제 추방됐다.
 
화류계가 손님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에는 술자리 감소도 한 몫 한다. 실제로 메르스 우려로 인해 술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진상 취객들로 북적거릴 6월이지만 일선 경찰 지구대는 차분한 모습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6월 첫째 주(6월 1∼7일)에 접수된 112 신고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2만4129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못잡으면
지하경제도 위험
 
본격 여름에 접어들면서 바깥 활동이 많아지고 술 취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112 신고건수는 5월 첫째 주(5월4∼10일) 36만6530건, 둘째 주(5월11∼17일) 38만3394건 등 매주 증가하다 메르스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이달 들어 감소세를 나타냈다. 술자리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음주운전도 감소했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음주 교통사고는 60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025건)에 비해 41.2% 줄었다. 전체 교통사고 역시 줄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동부·LIG·롯데 등 주요 손보사 5곳이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1일부터 보름간 접수한 자동차 사고는 25만6919건이다. 이는 5월 첫 보름간(28만2926건)과 비교해 9.2% 감소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휴가철 메르스 비상
혹시나…불안한 마음에 ‘방콕’
 
본격적인 휴가철이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냉랭한 분위기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우려와 불안으로 인해 여행 및 숙박업소 취소는 잇따르고 있고, 휴가준비 용품 판매로 한창 특수효과를 봐야 할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예년에는 휴가철 휴가준비상품 판매로 반짝 특수효과를 누렸지만 올해는 다르다. 백화점과 마트 등이 본격적인 판매조차도 못하고 매출이 금갑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5월31일부터 6월17일까지 9만명 정도 예약을 취소했고, 대한항공도 6월1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인 관광객 등 8만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메르스 확산이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 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변재일 국회의원(청주 상당·새정치민주연합)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국적 항공사별 국제선 예약 취소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부터 6월12일까지 13일간 17만4127명으로 집계됐다.
 
여름철 해외여행 수요를 짐작할 수 있는 외화 환전 규모도 축소되는 추세다. 은행권에서는 외화 환전 감소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어 내주부터는 전년 대비 감소세가 확연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1일 시중은행 3곳을 대상으로 5월29일부터 6월18일까지 외화환전 취급 규모(달러화 환산)를 조사한 결과, 세 곳 모두 전년 대비 취급액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숙박 등 여행 예약 취소 현실화
특수효과 기다린 휴가지 초비상
 
A은행은 14조81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7조4100만달러보다 14.9% 감소했다. 이는 올해(1월1일∼6월18일) A은행의 외화 환전 감소폭 9.8%(139조5100만→125조8100만달러)보다 가파르다. B은행도 메르스 첫 환자 감염 이후 지난 18일까지 외화환전 규모가 9800만달러에 그쳐 전년 1조1500만달러보다 14.8% 감소했다. C은행도 올해 외화 환전이 전년 4조9400만달러에서 5조3800만달러로 8.9% 성장한 반면, 메르스가 발병된 5월29일 이후 환전 규모가 작년 5400만달러에서 올해 5000만달러로 8.0% 감소했다.
 
다른 시중은행은 환전 규모를 월말 집계한다는 이유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메르스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현재 진행형이다. 휴가철 소비는 소비 이연효과(점차적인 소비 증가)가 크지 않기 때문에 메르스가 3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경우 국내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카드결제 시장의 경우 이미 소비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달 마지막 주 대비 이달 첫째주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개인 신용판매(일시불·할부) 금액은 평균 13%가량 감소했다. 특히 백화점, 대형마트 같은 쇼핑 업종의 감소세가 전달 대비 평균 20% 이상 감소하고 숙박, 항공 업종도 10%가량 줄어들었다.
 
열차 이용률도 줄었다. 6월 첫째주 KTX 이용률은 79.2%로 지난해 같은 기간 99.2%와 비교하면 20%포인트 급감했다. 6월 둘째주 역시 KTX 이용률은 69.2%로 일주일 만에 10%포인트가 떨어졌다. 일반열차 이용률도 마찬가지다. 6월 첫째주 열차 이용률은 142.2%로 1년 전보다 52.8%포인트 감소했고, 둘째주 열차이용률은 125.5%로 25%포인트 줄었다.
 
특히 6월은 여름 휴가철의 길목으로 메르스 공포가 7∼8월까지 이어질 경우 여름 대목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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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