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류계 덮친 메르스 공포 '속사정'

텐프로 뚫렸다?…파리 날리는 룸살롱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인해 국내 경제가 침체되자 정부가 내수부진 극복 및 경기부양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메르스가 ‘지하경제’에도 깊숙이 침투해 유흥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일파만파 번진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에 따르면 강남의 유명업소들은 이미 메르스에 오염돼 사실상 영업이 정지된 상태다. 메르스가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업소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충고가 이어진다. 화류계까지 마비시킨 메르스 공포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A씨가 강남 유흥업소를 방문해 해당 업소의 일부 종업원이 자가 격리됐다는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되는 가운데 A씨는 보건당국 조사에서 해당 유흥업소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할 수도…
보건당국 난감
 
화류계를 뒤집어 놓은 사설정보지는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사설정보지의 주 내용은 A씨가 서울 강남 지역의 5개 유흥업소를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유흥업계가 발칵 뒤집혔다는 것이다. A씨로 인해 2개 업소 여종업원에게 자가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A씨로 인해 격리된 유흥업소 종업원은 한 명도 없다. 사설정보지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보건당국은 병원에 입원 중인 A씨를 찾아가 유흥업소 방문 여부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정보지에 거론된) 유흥업소를 간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A씨의 자택 엘리베이터 CCTV 등을 확인했다. A씨는 발열과 기침 등 본격적인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지난 9일부터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주로 자택에서 지냈다. 그러나 9일 오후 집을 나서 다음 날 새벽에 귀가한 모습이 엘리베이터 CCTV에 포착됐다. 당국은 이를 토대로 A씨의 행선지를 추적하고 있다.
 
확진자 강남 밤업소들 출입 루머 확산
가게 명단 유포…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보건당국에 따르면 A씨는 당일 행선지에 대해 “사무실에 들렀다가 홀로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관할 보건소 측은 “구체적인 행선지 확인을 위해 A씨의 차량 블랙박스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설정보지에 언급된 유흥업소 관계자는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한 상태다.
 
 
강남 유흥업소와 보건당국을 긴장케 한 문제의 사설정보지 내용은 이랬다.
 
“강남 룸싸롱, 텐프로 메르스 공포. 이번에 제주도에 방문한 메르스 확진자 A씨가 강남 술집에 자주가는 사람인데 현재 A씨가 간 곳이 ‘2X’ ‘화XX’ ‘인XX’ ‘라XX’ ‘설XX’ 등 텐프로 위주이고 아가씨가 격리 조치된 곳은 현재까지 설XX, 인XX인데 확산될 가능성 높음. 이미 관련 업소 사람들은 쉬쉬하고 일부는 잠수만 탄 분위기. 술집 특성상 폐쇄 공간이고 위생상 신뢰할 수 없으며, 아가씨가 강제격리 되더라도 쉬쉬하므로 전염위험이 특히 높다고. 5월 테헤란로 쪽의 쩜오가 뚫린데 이어 이번에 텐프로까지 뚫리자, 당분간 강남 업소들은 아예 가지 말라는 의료계 종사자의 조언.”

강남 A급 업소

금지령에 울상
 
유흥업계로 번진 메르스 괴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피(오피스텔 성매매) 실장이라는 사람의 글이 빠르게 번졌다. “오피 실장인데 직원 메르스 걸림. 역학조사 때문에 72시간 동선 다 설명해야 된다고 직원한테 문자 왔는데 이 직원이 양심적으로 다 불어서 지금 난리 났다. 보건소 직원이 경찰에 알리지 않을테니 만난 사람들 다 말하라니까 다 분 것 같음. 열 받고 긴장되서 오늘 한끼도 못 먹었다. 3명으로 장사하는 구멍가겐데….”
 
괴담은 또 있었다. “에이즈 전문 의사에 의하면 메르스와 에이즈 바이러스가 결합할 경우 변종 슈퍼 바이러스가 돼 국가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이즈와 메르스는 절대 섞일 수 없는 바이러스라고 입을 모은다.
 
사설정보지에 언급된 업소들은 강남에서도 유명한 곳으로 손꼽힌다. 전통 텐프로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20대 초중반으로 하루 100만∼150만원, 한 달 1500만∼25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알려진다. 이들은 주로 저녁 8시에 출근해 새벽 4시 전후에 퇴근한다. 저녁 8시쯤이나 새벽4시쯤에 강남 오피스텔 인근을 지나가면 업소에 출퇴근하는 직업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강남의 몇몇 유흥업소가 메르스에 뚫리면서 이 같은 모습이 예전 같지 않다고 전해진다.
  
메르스는 유흥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대표적으로 ‘보건증’을 들 수 있다. 유흥업소 종사자가 업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보건소에서 보건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일반업소 종사자는 결핵·전염성피부질환·장티프스의 3개 질병에 대해 검사를 받지만 룸살롱 등 유흥업소 종사자는 AIDS·혈청·STD·클라미디어 등의 성적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는 경우에만 보건증을 발급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메르스 발병 이후 보건증을 발급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는 직업여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메르스 감염 사실을 숨기고 영업을 이어가는 직업여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거리 줄어들자
원정성매매 시도
 
상황이 이렇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관내 유흥주점을 대상으로 메르스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업소를 방문해 종업원들에게 자체 위생상태 청결유지를 당부하고 홍보전단지와 함께 마스크를 전달하고 메르스 주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히 메르스 대책본부나 보건소 상황실로 연락해 진료를 받도록 안내했다.
 
메르스로 인해 국내 유흥업계가 불황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지난 7일에는 일부 직업여성이 원정 성매매를 갔다가 현지 경찰에 붙잡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 여성 2명은 원정 성매매를 갔다가 현지에서 적발됐다. 이들은 “메르스 때문에 한국 성매매업이 타격을 입어 대만으로 왔다”고 진술해 대만 언론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성매매 단속에 나선 대만 경찰은 한국인 여성 검거가 잇따르자 조사 과정에서 메르스 검사까지 포함시켰다.
 
안마 등 유사성행위 업소 손님 뚝
‘전염 될라’ 아가씨들도 출근 꺼려
 
이들 중 고모(26)씨는 여대생으로 앞서 6일 타이베이 스린경찰국에 체포됐다. 경찰은 순찰 중 호텔에서 나오는 이 여성을 현장에서 붙잡았다고 전했다. 고씨는 “학비를 벌기 위해 이 일을 병행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에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관계 중 감염이 우려되는 데다 최근 고객이 줄어 지난달 28일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대만으로 왔다”고 말했다.
 
대만 현지 언론은 고씨가 “어제 처음으로 나왔는데 경찰에 붙잡혔다”고 밝히자 경찰은 “한국인은 어떻게 매번 첫 번째에 붙잡힌다고 말하냐”며 그를 사회질서 및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결과 고씨의 휴대전화에는 성매매 일정이 꽉 차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현지언론은 “한국 여성의 1회 성매매 가격은 최소 1만대만달러(약 36만원) 이상으로 대만 현지 여성 가격보다 높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이 원정 성매매에 나서는 이유는 9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고 한류 효과로 한국 여성들을 선호하는 현지 분위기 때문이다. 여기에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한다. 대만에서는 사회질서유지법에 따라 성관계 도중에 잡히면 50만원, 뚜렷한 물증이 없을 경우 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데, 고씨 등 성매매 여성은 성매매 직전에 체포돼 고작 벌금 5만원만 내고 강제 추방됐다.
 
화류계가 손님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에는 술자리 감소도 한 몫 한다. 실제로 메르스 우려로 인해 술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진상 취객들로 북적거릴 6월이지만 일선 경찰 지구대는 차분한 모습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6월 첫째 주(6월 1∼7일)에 접수된 112 신고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2만4129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못잡으면
지하경제도 위험
 
본격 여름에 접어들면서 바깥 활동이 많아지고 술 취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112 신고건수는 5월 첫째 주(5월4∼10일) 36만6530건, 둘째 주(5월11∼17일) 38만3394건 등 매주 증가하다 메르스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이달 들어 감소세를 나타냈다. 술자리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음주운전도 감소했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음주 교통사고는 60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025건)에 비해 41.2% 줄었다. 전체 교통사고 역시 줄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동부·LIG·롯데 등 주요 손보사 5곳이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1일부터 보름간 접수한 자동차 사고는 25만6919건이다. 이는 5월 첫 보름간(28만2926건)과 비교해 9.2% 감소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휴가철 메르스 비상
혹시나…불안한 마음에 ‘방콕’
 
본격적인 휴가철이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냉랭한 분위기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우려와 불안으로 인해 여행 및 숙박업소 취소는 잇따르고 있고, 휴가준비 용품 판매로 한창 특수효과를 봐야 할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예년에는 휴가철 휴가준비상품 판매로 반짝 특수효과를 누렸지만 올해는 다르다. 백화점과 마트 등이 본격적인 판매조차도 못하고 매출이 금갑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5월31일부터 6월17일까지 9만명 정도 예약을 취소했고, 대한항공도 6월1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인 관광객 등 8만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메르스 확산이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 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변재일 국회의원(청주 상당·새정치민주연합)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국적 항공사별 국제선 예약 취소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부터 6월12일까지 13일간 17만4127명으로 집계됐다.
 
여름철 해외여행 수요를 짐작할 수 있는 외화 환전 규모도 축소되는 추세다. 은행권에서는 외화 환전 감소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어 내주부터는 전년 대비 감소세가 확연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1일 시중은행 3곳을 대상으로 5월29일부터 6월18일까지 외화환전 취급 규모(달러화 환산)를 조사한 결과, 세 곳 모두 전년 대비 취급액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숙박 등 여행 예약 취소 현실화
특수효과 기다린 휴가지 초비상
 
A은행은 14조81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7조4100만달러보다 14.9% 감소했다. 이는 올해(1월1일∼6월18일) A은행의 외화 환전 감소폭 9.8%(139조5100만→125조8100만달러)보다 가파르다. B은행도 메르스 첫 환자 감염 이후 지난 18일까지 외화환전 규모가 9800만달러에 그쳐 전년 1조1500만달러보다 14.8% 감소했다. C은행도 올해 외화 환전이 전년 4조9400만달러에서 5조3800만달러로 8.9% 성장한 반면, 메르스가 발병된 5월29일 이후 환전 규모가 작년 5400만달러에서 올해 5000만달러로 8.0% 감소했다.
 
다른 시중은행은 환전 규모를 월말 집계한다는 이유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메르스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현재 진행형이다. 휴가철 소비는 소비 이연효과(점차적인 소비 증가)가 크지 않기 때문에 메르스가 3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경우 국내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카드결제 시장의 경우 이미 소비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달 마지막 주 대비 이달 첫째주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개인 신용판매(일시불·할부) 금액은 평균 13%가량 감소했다. 특히 백화점, 대형마트 같은 쇼핑 업종의 감소세가 전달 대비 평균 20% 이상 감소하고 숙박, 항공 업종도 10%가량 줄어들었다.
 
열차 이용률도 줄었다. 6월 첫째주 KTX 이용률은 79.2%로 지난해 같은 기간 99.2%와 비교하면 20%포인트 급감했다. 6월 둘째주 역시 KTX 이용률은 69.2%로 일주일 만에 10%포인트가 떨어졌다. 일반열차 이용률도 마찬가지다. 6월 첫째주 열차 이용률은 142.2%로 1년 전보다 52.8%포인트 감소했고, 둘째주 열차이용률은 125.5%로 25%포인트 줄었다.
 
특히 6월은 여름 휴가철의 길목으로 메르스 공포가 7∼8월까지 이어질 경우 여름 대목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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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