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황교안 사정라인’ 완전해부

공안 분위기 조성해 후반기 정권안정 도모?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는 안정적인 집권 후반기를 위한 본격 사정라인 가동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만을 남겨 뒀다. 청와대는 황교안 총리에 대한 인준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법무부장관후보자로 내정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안이 지난 24일 국회로 송부됐다. 다음달 6일 내지 7일로 청문회 개최가 예정됨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조만간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지략싸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김 장관후보자 인선을 두고 ‘역대급 최강 사정라인’의 완성이라 칭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황교안라인’을 만들기 위한 출발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정라인?
황교안라인!

일찍이 김 내정자가 청와대의 부름을 받기 전부터 언론에서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때보다 더 강화된 사정정국을 예견하고 있었다. ‘미스터 국보법’으로 불리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국무총리후보자로 인선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8일 있었던 법무부장관 이임식에 참석한 황 총리는 자신의 치적을 얘기하며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지고 국회의원 내란사건을 엄하게 다스려 헌법 부정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 기본질서를 지켰다”며 “폭력집회와 시위 등 불법 집단행동이 발생하면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법을 집행했다”라고 자평했을 정도로 법치에 의한 사회안정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황 총리는 그동안 장관직을 유지하며 국정원 댓글사건, 정윤회 비선실세 국정 문건 사건,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등 헌정사를 뒤흔들 만한 사건들을 해결함에 있어 정권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무난하게 넘겨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전 총리 후임으로 황 총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집권 후반부를 이끌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특히 내년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기존 장관들의 줄 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중심을 잡아줄 황 총리의 존재가 여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을 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황 총리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비록 당시 여러 의혹에 의한 잡음은 많았지만 자진사퇴를 이끌어 낼 만한 결정적 비리는 나오지 않았다. 일련의 청문회 과정을 두고 정가 한 편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황 총리의 인준 통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청문회 통과를 신호탄으로 청와대와 법무부 등 관련 정부기관은 황 총리를 중심으로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물론 그 과정은 이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이 전 총리 사퇴 이전부터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을 총리로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얘기가 법조계 관계자의 입으로부터 들려왔다. 그 시기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사퇴 직후로 보여진다.

김기춘 퇴진
황교안 등장

지난 2월27일 당시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후임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김 전 실장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며 여느 정권 때보다 막강한 권력을 사용했던 김 전 실장이 사라지자 당시 청와대에서는 검찰 장악력이 약해질까 우려했다.

이에 공백을 메우고자 박 대통령은 ‘리틀 김기춘’이라 불리는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을 민정수석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청와대는 우 수석에게 김 전 실장과 같은 역할을 기대했지만, 사법연수원 19기에 불과해 ‘기수 문화’가 절대적인 검찰세계에서 제대로 입김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정적으로 성완종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우 수석의 개입 논란이 일자 검찰 내부에서는 ‘세련미가 없다’는 평가가 들려왔다.

아직 불가사의로 남아있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사퇴에도 결국 김 실장의 퇴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 적 있다.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조 전 수석의 사퇴 배경에 대해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만둔 상황에서 그만둘 시점과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청와대는 사정라인을 재편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황 총리가 적임자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경찰간부 출신인 이 전 총리로는 법무부·대검찰청 등의 사정기관에 입김을 행사하기 힘들었다.

중심이 잡히니 후속 인선도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지난 21일 박 대통령은 이번 정권 두 번째 법무부장관으로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내정 직후 “합리적인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어서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현웅 서울고검장, 법무부장관으로 내정
법조계 기독교 모임 ‘애중회’에서 친분 과시


수많은 언론에서는 ‘탕평책’을 우선으로 고려한 인선이라 평했다. 실제 김 내정자는 전라남도 고흥 출신으로 지역 안배 측면에서 적합한 인물이다. 그러나 법조계 내부에서 들려오는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내정에 지역 안배 부분은 거의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업무 능력 면에서 될 사람이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가장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은 황 총리와의 관계, 지난 2013년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제57대 법무부차관에 임명돼 2015년 2월까지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한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황 총리와 지난 15개월 동안 장·차관의 자리에서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내정자와 황 총리와의 신뢰관계는 종교적인 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법조계 기독교모임인 ‘애중회’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진 김 내정자는 황 총리에 버금가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김 내정자는 애중회에서 정홍원 전 총리, 황 총리 등과 함께 각별한 인연을 쌓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청문회 통과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직 고검장 출신으로 전관예우에서 자유롭다. 장남이 개인 질병 사유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대상에서 제외된 점이 청문회에서 나올 법한 논란거리지만, 본인은 지난 1990년 육군 중위로 병역을 마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황교안·우병우
김현웅·김수남

청문요청안과 함께 제출된 재산신고사항을 봐도 총 5억6097만원이 신고됐을 뿐이다. 매년 3월경 공개되는 고위공직자 재산현황(2015년 기준)에 대입해 봐도 하위권에 머문다. 자료를 분석해보면 국무위원 17명의 평균재산은 17억211만원, 그 17명 중 13명이 10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 총리는 21억2853만원으로 지금 김 내정자의 4배에 해당돼 문제 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현웅이라는 첫 단추를 꿴 박 대통령이 다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김진태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으로 보인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기수 역전’이 일어난 상태에서 서열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16기로 현재 김 총장(사법연수원 14기)보다 2기 후배인 것은 물론 나이로도 7살이나 어리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기수문화가 절대적인 검찰세계에서 김 내정자가 김 총장에게 직접적 지시를 내리기 힘들 수밖에 없다.

서울법대 출신 검사 중용, 최강 사정라인업
청 황교안-우병우, 법무·대검 김현웅-김수남?

검찰총장보다 ‘직무적 상관’인 법무부장관 입장에서는 한 기수라도 후배가 총장직에 있는 것이 편하다. 대검찰청을 위시로 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법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의사소통에 잡음이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총장 사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총장 임기가 오는 12월1일까지로 예정되는 등 6개월도 남지 않아 당분간 김 총장 체제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소통에 잡음이 들려온다면 청와대에서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미 ‘황교안 대 채동욱’이라는 불주사를 한 차례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김진태 총장은 간부회의에서 “총장의 임기는 법에 명시된 국민과의 약속으로 잔여 임기를 마칠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차기 총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가장 유력한 인사로 떠오른 사람은 바로 김수남 대검차장이다. 대구 청구고등학교를 나온 TK인사인 김 차장은 사법연수원 16기로 김 내정자와 연수원 동기다. 나이 또한 56세로 동갑이다. 여러모로 김 차장이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법무부·대검
서울대 출신

김 차장이 유력 후보라는 말이 나오면서 장관 내정과 관련된 소문이 돌고 있어 눈길이 간다. 당초 장관후보자로 거론된 사람 중 현 김 내정자와 함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던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있었다.


그러나 평소 ‘할 말은 하는’ 강인한 성품을 지닌 소 전 원장을 장관으로 앉혔을 경우 김 차장이 직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상대적으로 온화한 성품의 김 내정자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마지막 퍼즐은 김 차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황교안-우병우-김현웅-김수남으로 이어지는 막강 사정라인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대검찰청 등 사정 관련 기관 내 서울법대라인이 더욱 강화될지 여부도 관심이 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정기관 휘잡은 서울법대라인 해부

과거나 지금이나 법무부장관 및 검찰총장직은 서울대·고려대 출신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년간 서울법대 출신들의 강세가 고착화되는 분위기가 수치상으로 나타난다. 검찰총장의 경우 노태우정부 때 최초의 임기제 총장으로 김기춘 당시 법무연수원장이 오른 이후 총 20명의 사람이 총장직을 수행했다. 그중 서울법대 출신이 15명, 고대법대 출신은 5명에 불과하다.

검찰총장 75%, 법무부장관 53% 배출


법무부를 봐도 마찬가지다. 역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사람은 총 58명, 그중 서울법대 출신은 31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의 비율을 보여 왔다. 1980년대까지 교토대, 와세다대 등 일본 대학 출신들이 장관에 임명됐음을 감안한다면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높은 비율로 서울법대 출신들이 법무부장관을 지냈다고 할 수 있다. 제26대 이선중 장관을 시작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서울법대라인은 이후 제40대 김기춘, 제42대 박희태 장관을 거쳐 제62대 권재진 전 장관까지 이어지고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