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황교안 사정라인’ 완전해부

공안 분위기 조성해 후반기 정권안정 도모?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는 안정적인 집권 후반기를 위한 본격 사정라인 가동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만을 남겨 뒀다. 청와대는 황교안 총리에 대한 인준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법무부장관후보자로 내정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안이 지난 24일 국회로 송부됐다. 다음달 6일 내지 7일로 청문회 개최가 예정됨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조만간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지략싸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김 장관후보자 인선을 두고 ‘역대급 최강 사정라인’의 완성이라 칭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황교안라인’을 만들기 위한 출발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정라인?
황교안라인!

일찍이 김 내정자가 청와대의 부름을 받기 전부터 언론에서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때보다 더 강화된 사정정국을 예견하고 있었다. ‘미스터 국보법’으로 불리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국무총리후보자로 인선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8일 있었던 법무부장관 이임식에 참석한 황 총리는 자신의 치적을 얘기하며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지고 국회의원 내란사건을 엄하게 다스려 헌법 부정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 기본질서를 지켰다”며 “폭력집회와 시위 등 불법 집단행동이 발생하면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법을 집행했다”라고 자평했을 정도로 법치에 의한 사회안정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황 총리는 그동안 장관직을 유지하며 국정원 댓글사건, 정윤회 비선실세 국정 문건 사건,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등 헌정사를 뒤흔들 만한 사건들을 해결함에 있어 정권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무난하게 넘겨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전 총리 후임으로 황 총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집권 후반부를 이끌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특히 내년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기존 장관들의 줄 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중심을 잡아줄 황 총리의 존재가 여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을 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황 총리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비록 당시 여러 의혹에 의한 잡음은 많았지만 자진사퇴를 이끌어 낼 만한 결정적 비리는 나오지 않았다. 일련의 청문회 과정을 두고 정가 한 편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황 총리의 인준 통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청문회 통과를 신호탄으로 청와대와 법무부 등 관련 정부기관은 황 총리를 중심으로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물론 그 과정은 이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이 전 총리 사퇴 이전부터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을 총리로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얘기가 법조계 관계자의 입으로부터 들려왔다. 그 시기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사퇴 직후로 보여진다.

김기춘 퇴진
황교안 등장

지난 2월27일 당시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후임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김 전 실장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며 여느 정권 때보다 막강한 권력을 사용했던 김 전 실장이 사라지자 당시 청와대에서는 검찰 장악력이 약해질까 우려했다.

이에 공백을 메우고자 박 대통령은 ‘리틀 김기춘’이라 불리는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을 민정수석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청와대는 우 수석에게 김 전 실장과 같은 역할을 기대했지만, 사법연수원 19기에 불과해 ‘기수 문화’가 절대적인 검찰세계에서 제대로 입김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정적으로 성완종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우 수석의 개입 논란이 일자 검찰 내부에서는 ‘세련미가 없다’는 평가가 들려왔다.

아직 불가사의로 남아있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사퇴에도 결국 김 실장의 퇴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 적 있다.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조 전 수석의 사퇴 배경에 대해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만둔 상황에서 그만둘 시점과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청와대는 사정라인을 재편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황 총리가 적임자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경찰간부 출신인 이 전 총리로는 법무부·대검찰청 등의 사정기관에 입김을 행사하기 힘들었다.

중심이 잡히니 후속 인선도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지난 21일 박 대통령은 이번 정권 두 번째 법무부장관으로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내정 직후 “합리적인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어서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현웅 서울고검장, 법무부장관으로 내정
법조계 기독교 모임 ‘애중회’에서 친분 과시


수많은 언론에서는 ‘탕평책’을 우선으로 고려한 인선이라 평했다. 실제 김 내정자는 전라남도 고흥 출신으로 지역 안배 측면에서 적합한 인물이다. 그러나 법조계 내부에서 들려오는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내정에 지역 안배 부분은 거의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업무 능력 면에서 될 사람이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가장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은 황 총리와의 관계, 지난 2013년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제57대 법무부차관에 임명돼 2015년 2월까지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한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황 총리와 지난 15개월 동안 장·차관의 자리에서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내정자와 황 총리와의 신뢰관계는 종교적인 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법조계 기독교모임인 ‘애중회’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진 김 내정자는 황 총리에 버금가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김 내정자는 애중회에서 정홍원 전 총리, 황 총리 등과 함께 각별한 인연을 쌓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청문회 통과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직 고검장 출신으로 전관예우에서 자유롭다. 장남이 개인 질병 사유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대상에서 제외된 점이 청문회에서 나올 법한 논란거리지만, 본인은 지난 1990년 육군 중위로 병역을 마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황교안·우병우
김현웅·김수남

청문요청안과 함께 제출된 재산신고사항을 봐도 총 5억6097만원이 신고됐을 뿐이다. 매년 3월경 공개되는 고위공직자 재산현황(2015년 기준)에 대입해 봐도 하위권에 머문다. 자료를 분석해보면 국무위원 17명의 평균재산은 17억211만원, 그 17명 중 13명이 10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 총리는 21억2853만원으로 지금 김 내정자의 4배에 해당돼 문제 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현웅이라는 첫 단추를 꿴 박 대통령이 다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김진태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으로 보인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기수 역전’이 일어난 상태에서 서열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16기로 현재 김 총장(사법연수원 14기)보다 2기 후배인 것은 물론 나이로도 7살이나 어리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기수문화가 절대적인 검찰세계에서 김 내정자가 김 총장에게 직접적 지시를 내리기 힘들 수밖에 없다.

서울법대 출신 검사 중용, 최강 사정라인업
청 황교안-우병우, 법무·대검 김현웅-김수남?

검찰총장보다 ‘직무적 상관’인 법무부장관 입장에서는 한 기수라도 후배가 총장직에 있는 것이 편하다. 대검찰청을 위시로 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법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의사소통에 잡음이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총장 사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총장 임기가 오는 12월1일까지로 예정되는 등 6개월도 남지 않아 당분간 김 총장 체제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소통에 잡음이 들려온다면 청와대에서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미 ‘황교안 대 채동욱’이라는 불주사를 한 차례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김진태 총장은 간부회의에서 “총장의 임기는 법에 명시된 국민과의 약속으로 잔여 임기를 마칠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차기 총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가장 유력한 인사로 떠오른 사람은 바로 김수남 대검차장이다. 대구 청구고등학교를 나온 TK인사인 김 차장은 사법연수원 16기로 김 내정자와 연수원 동기다. 나이 또한 56세로 동갑이다. 여러모로 김 차장이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법무부·대검
서울대 출신

김 차장이 유력 후보라는 말이 나오면서 장관 내정과 관련된 소문이 돌고 있어 눈길이 간다. 당초 장관후보자로 거론된 사람 중 현 김 내정자와 함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던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있었다.


그러나 평소 ‘할 말은 하는’ 강인한 성품을 지닌 소 전 원장을 장관으로 앉혔을 경우 김 차장이 직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상대적으로 온화한 성품의 김 내정자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마지막 퍼즐은 김 차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황교안-우병우-김현웅-김수남으로 이어지는 막강 사정라인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대검찰청 등 사정 관련 기관 내 서울법대라인이 더욱 강화될지 여부도 관심이 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정기관 휘잡은 서울법대라인 해부

과거나 지금이나 법무부장관 및 검찰총장직은 서울대·고려대 출신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년간 서울법대 출신들의 강세가 고착화되는 분위기가 수치상으로 나타난다. 검찰총장의 경우 노태우정부 때 최초의 임기제 총장으로 김기춘 당시 법무연수원장이 오른 이후 총 20명의 사람이 총장직을 수행했다. 그중 서울법대 출신이 15명, 고대법대 출신은 5명에 불과하다.

검찰총장 75%, 법무부장관 53% 배출


법무부를 봐도 마찬가지다. 역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사람은 총 58명, 그중 서울법대 출신은 31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의 비율을 보여 왔다. 1980년대까지 교토대, 와세다대 등 일본 대학 출신들이 장관에 임명됐음을 감안한다면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높은 비율로 서울법대 출신들이 법무부장관을 지냈다고 할 수 있다. 제26대 이선중 장관을 시작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서울법대라인은 이후 제40대 김기춘, 제42대 박희태 장관을 거쳐 제62대 권재진 전 장관까지 이어지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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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