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다단계 월드벤쳐스 ‘허와 실’

해외여행 다니면서 돈도 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종 다단계 월드벤쳐스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싸게 보내주며, 돈도 벌게 해줄 수 있다”고 하니 안 넘어갈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불법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신종 다단계 업체 월드벤쳐스의 실체를 공개한다.

“누군가를 통해 이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면 그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분은 당신과 파트너가 돼서 평생 전세계를 여행 다니며 연금이 될 수 있는 수익도 올릴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회사는 월드벤쳐스입니다.”

월드벤쳐스는 최초로 여행 상품을 다단계에 접목한 미국 회사다. 2005년에 발족해 지금까지 24개국 12만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현재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 싱가폴과 홍콩 등에만 사무실이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온라인을 통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3년부터 월드벤쳐스는 홍콩을 거점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입소문을 타 한국의 월드벤쳐스 회원은 수천명으로 불어났다.

입소문 타고 인기
전형적 피라미드

회원은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순수하게 여행만 목적으로 가입하는 골드회원과 회원 유치도 할 수 있는 사업자인 플래티넘 회원이다. 일반회원은 회원권20만원과 월회비 5만원, 사업자회원은 회원권 30만원과 월회비 6만원을 내고 가입한다.

월드벤쳐스를 권유하는 사업자는 “대부분 가입자는 골드회원보다 플래티넘회원이 많다”며 “플래티넘회원이 여행 혜택도 더 많을 뿐만 아니라 회원만 가입시키면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싸게 여행도 갈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솔깃하다.

이런 탓에 포털 사이트서 월드벤쳐스를 검색하면 웹페이지부터 블로그까지 회원을 모집하는 글이 빽빽하다. 일부 웹페이지는 월드벤쳐스의 공식 한국 사이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월드벤쳐스는 저렴한 여행 상품을 이용해 불법 다단계 사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업자 회원은 허위 사실을 알리며 신규회원을 유혹하거나 안심시키고 있다.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의 수익 구조는 가입 후 회원 4명을 모으면 월회비가 면제되며, 이후 가입자를 모으면 인세티브가 붙는 구조다. 이들은 보상플랜을 소개하며 10명 유치했을 때 100만원, 30명 유치했을 때 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끌어모은 회원수만큼 직급을 정해 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청 박흥석 민생경제과 주무관은 “월드벤쳐스는 지자체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다”며 “아무리 상품이 좋더라도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다단계 업체는 ‘유사수신행위’로 처벌 대상이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월드벤쳐스를 종용하며 회원을 모으는 사업자는 적발 시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해 처해질 수 있다고 박 주무관은 덧붙였다.

2005년 최초로 여행 상품 다단계에 접목
미국 시초…24개 국가 12만명 회원 가입

월드벤쳐스는 시·도 지사에 허가만 받으면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애초에 한국에서 허가가 나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국에서 다단계 영업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설립 자본금이 5억 이상 ▲시·도 지사에 등록 후 사업을 개시 ▲공제조합 가입을 하여 의무적으로 소비자피해보상 보험 계약 채결 돼야 한다. 이중 월드벤쳐스가 충족하고 있는 조건은 하나도 없다.

월드벤쳐스가 한국에 정식적으로 진출한 게 아니므로 지사나 한국 법인이 설립되지 않았다. 자본금 5억이 없는 건 당연하다. 설립한 회사가 없으니 시·도 지사와 공제조합에 등록·가입도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월드벤쳐스 구조상 현행법을 결코 충족시킬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먼저 현행법상 가입비 명목으로 1만원 이상을 요구하거나 판매원으로 가입하는 조건으로 5만원이상의 제품을 구입하게할 경우 불법 다단계 판매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월드벤쳐스의 경우 가입비만 최소 20만원이다.

또 판매원에게 지급되는 후원수당의 총액은 매출액의 3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반면 월드벤쳐스는 매출액의 65%를 회원들에게 후원수당으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월드벤쳐스의 회사 정책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불가능하다. 과연 월드벤쳐스가 한국 진출을 위해서 회사 정책을 바꿀지 의문이다.

하지만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들은 “올해 월드벤쳐스 한국 지사가 들어와 정식 업체로 등록할 것”이라며 여전히 회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주무관은 “불법 다단계들이 하는 전형적인 거짓말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월드벤쳐스를 탈퇴한 한 회원은 “그 말은 2013년부터 했다”며 “아직도 가입이 안 된 걸 보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17일에 올라온 월드벤쳐스를 홍보하는 글을 보면 ‘지난 2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정식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지사 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 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사무실이 없다”
온라인으로 모집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은 시장 감시와 준사법기관으로써 사건을 심결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본 기관은 허가 신청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영업등록 신청은 각 지자체에서 하는 것이다”며 “이 글을 올린 당사자들이 부당한 허위 광고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해당 글을 올린 관계자에게 이 글을 쓴 경위에 대해 묻자 “내가 쓴 게 아니다. 누군가 이 글을 써서 가져온 것뿐이다”고 말했다.

월드벤쳐스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 “당신이 당장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워질 수 있다”고 선전한다. 사업자 회원들 역시 “열심히 하면 최고 직급인 IMD(International Market Diractor)가 돼 연봉 1억을 받을 수 있다”며 유혹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월드벤쳐스는 다단계 종류 중 하나인 바이너리 마케팅 방식을 차용한다. 바이너리 마케팅은 매월마다 사업자 회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순히 회원만 모집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사업자 회원을 중심으로 좌우가 뻗어 나온다. 이 좌우에 회원 한 명씩 총 2명을 가입시킨다. 이 가입한 회원도 마찬가지 좌우에 회원을 가입시켜야 한다.

여기서 수당을 을 받기 위해서는 4/4, 40/40, 400/400처럼 좌우 회원수가 똑같아야 한다. 이렇게 회원 숫자를 맞추면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가 탄생한다. 월드벤쳐스의 경우 30/30(명) 회원을 가입시키면 한 달에 50만원의 수당을 받으며, 90/90(명)을 가입시킬 경우 200만원을 받는다.

바이너리의 맹점은 좌우 숫자를 맞추지 못한다면 1000명을 모집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좌우를 맞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모든 개개인은 자신을 기준으로 했을 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만의 피라미드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통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회원을 모으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좌우를 맞추는 게 상당히 어렵다. 만일 사업자가 회원들에게 ‘자신의 밑으로만 가입시켜 수당을 받아 나누자’고 한다면 그때부터 완벽한 피라미드로 전락하게 된다.

최고 직급인 IMD는 3개월간 3000명의 회원을 유지하며 6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한다. 이 말은 3개월 동안 제시한 목표액을 못 채우면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여기서 IMD가 6000만원 이상 매출을 유지해야 한다. 방법은 신규회원의 가입비와 회원들의 여행비로 채워진다.

다단계 수당구조
정식등록도 안돼

이 때문에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들은 말 그대로 영업을 한다. 특히 전업으로 하는 상위 직급들은 수시로 월드벤쳐스의 패키지여행 상품을 홍보하며 회원들이 여행을 가도록 독려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매일 같이 세미나를 열어 신규 회원 유치에 혈안이다.


월드벤쳐스의 중간 직급에 있는 한 사업자는 “회원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간다. 목표액에 구멍이라도 나면 내 돈을 풀어 지인을 가입시켜 맞춘다”며 “그게 들어와야 내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월드벤쳐스는 한국보다는 외국 특성에 맞게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줄 알아야한다. 가입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월드벤쳐스를 권유하는 이들은 “번역기를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번역기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오역할 수 있으며 꼼꼼히 따져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가입 당시 영문으로 된 약관을 제대로 읽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기자는 “영어를 못하면 어떻게 약관이나 계약서를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사업자는 “영문 약관은 구글 번역기로 돌리면 된다”고 답했다. 이들의 전문성도 의심돼는 대목이다.

2013년 한국 상륙…회원만 수천명
“관련법 위반” 사실상 영업 불가능

피해자 김모씨는 “사업자는 내가 지급한 월회비로 여행을 무료로 갈 수 있다고 했다”며 “그동안 모은 500포인트로 여행을 가려고 하니깐 ‘200포인트 이상 쓸 수 없다’고 한다”고 성토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추가로 항공료와 교통편을 지불했다. 김씨는 “여행 상품의 절반이 비행기 값인데, 이걸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결코 싼 값이 아니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씨는 월드벤쳐스를 탈퇴하기 위해 신용카드까지 정지했다고 전했다.

또 월드벤쳐스 상품을 통해 여행을 갔을 때 한 가지 허점이 있다. 바로 현지인 가이드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미국이나 영어권 국가에서 월드벤쳐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영어로 사용하는 가이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여행을 갔다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낭패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월드벤쳐스의 상품은 기타 국내 여행사보다 싼 값에 여행을 갈 수 있다. 누구나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꿈꾼다는 점에서 월드벤쳐스의 사업 취지는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하다. 월드벤쳐스를 가입한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교수나 의사 등 소위 고소득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대부분 월드벤쳐스를 ‘여행 동호회’ 정도로 생각하고 가입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B씨는 “지인이 이게 여행 동호회라고 해서 나도 친구들한테 권유해서 5명 정도 가입시켰다”며 “지난해 친구들과 말레이시아 페낭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드벤쳐스가 무조건 나쁜 다단계만은 아니다.

나중에 어쩔려고…
푹 빠린 사람들

하지만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월드벤쳐스의 현재 모습은 단순히 사업 아이템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미 한국에서는 월드벤쳐스의 여행상품을 설명하기보다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사업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보더라도 여행을 가는 행위보다 사람을 모으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월드벤쳐스는 아직 한국 홈페이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자 웹사이트만 27개나 된다. 일부 웹페이지는 월드벤쳐스의 공식 한국 사이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들은 여행상품을 소개하기 보다는 월드벤쳐스의 보상플랜을 설명하기에 더 급급한 게 현실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월드벤쳐스 노르웨이 퇴출 왜? 

지난해 2월 노르웨이 정부는 자국에서 불법 영업을 한 월드벤쳐스에 영업 정지를 명령했다. 노르웨이 도박위원회는 9개월의 조사 끝에 월드벤쳐스를 불법피라미드 다단계 회사라는 결론 내렸다. 월드벤쳐스의 수익 시스템이 ‘여행상품’에서 나오지 않고 ‘회원 모집’에서 나온다는 점과 수입 대부분이 모집 회원들이 독식하고 있으므로 ‘불법 피라미드 업체’로 분류해 영업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월드벤쳐스는 즉각 항소했지만, 심의가 열릴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월드벤쳐스 사업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사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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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