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다단계 월드벤쳐스 ‘허와 실’

해외여행 다니면서 돈도 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종 다단계 월드벤쳐스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싸게 보내주며, 돈도 벌게 해줄 수 있다”고 하니 안 넘어갈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불법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신종 다단계 업체 월드벤쳐스의 실체를 공개한다.

“누군가를 통해 이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면 그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분은 당신과 파트너가 돼서 평생 전세계를 여행 다니며 연금이 될 수 있는 수익도 올릴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회사는 월드벤쳐스입니다.”

월드벤쳐스는 최초로 여행 상품을 다단계에 접목한 미국 회사다. 2005년에 발족해 지금까지 24개국 12만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현재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 싱가폴과 홍콩 등에만 사무실이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온라인을 통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3년부터 월드벤쳐스는 홍콩을 거점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입소문을 타 한국의 월드벤쳐스 회원은 수천명으로 불어났다.

입소문 타고 인기
전형적 피라미드

회원은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순수하게 여행만 목적으로 가입하는 골드회원과 회원 유치도 할 수 있는 사업자인 플래티넘 회원이다. 일반회원은 회원권20만원과 월회비 5만원, 사업자회원은 회원권 30만원과 월회비 6만원을 내고 가입한다.

월드벤쳐스를 권유하는 사업자는 “대부분 가입자는 골드회원보다 플래티넘회원이 많다”며 “플래티넘회원이 여행 혜택도 더 많을 뿐만 아니라 회원만 가입시키면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싸게 여행도 갈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솔깃하다.

이런 탓에 포털 사이트서 월드벤쳐스를 검색하면 웹페이지부터 블로그까지 회원을 모집하는 글이 빽빽하다. 일부 웹페이지는 월드벤쳐스의 공식 한국 사이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월드벤쳐스는 저렴한 여행 상품을 이용해 불법 다단계 사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업자 회원은 허위 사실을 알리며 신규회원을 유혹하거나 안심시키고 있다.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의 수익 구조는 가입 후 회원 4명을 모으면 월회비가 면제되며, 이후 가입자를 모으면 인세티브가 붙는 구조다. 이들은 보상플랜을 소개하며 10명 유치했을 때 100만원, 30명 유치했을 때 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끌어모은 회원수만큼 직급을 정해 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청 박흥석 민생경제과 주무관은 “월드벤쳐스는 지자체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다”며 “아무리 상품이 좋더라도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다단계 업체는 ‘유사수신행위’로 처벌 대상이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월드벤쳐스를 종용하며 회원을 모으는 사업자는 적발 시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해 처해질 수 있다고 박 주무관은 덧붙였다.

2005년 최초로 여행 상품 다단계에 접목
미국 시초…24개 국가 12만명 회원 가입

월드벤쳐스는 시·도 지사에 허가만 받으면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애초에 한국에서 허가가 나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국에서 다단계 영업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설립 자본금이 5억 이상 ▲시·도 지사에 등록 후 사업을 개시 ▲공제조합 가입을 하여 의무적으로 소비자피해보상 보험 계약 채결 돼야 한다. 이중 월드벤쳐스가 충족하고 있는 조건은 하나도 없다.

월드벤쳐스가 한국에 정식적으로 진출한 게 아니므로 지사나 한국 법인이 설립되지 않았다. 자본금 5억이 없는 건 당연하다. 설립한 회사가 없으니 시·도 지사와 공제조합에 등록·가입도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월드벤쳐스 구조상 현행법을 결코 충족시킬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먼저 현행법상 가입비 명목으로 1만원 이상을 요구하거나 판매원으로 가입하는 조건으로 5만원이상의 제품을 구입하게할 경우 불법 다단계 판매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월드벤쳐스의 경우 가입비만 최소 20만원이다.

또 판매원에게 지급되는 후원수당의 총액은 매출액의 3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반면 월드벤쳐스는 매출액의 65%를 회원들에게 후원수당으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월드벤쳐스의 회사 정책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불가능하다. 과연 월드벤쳐스가 한국 진출을 위해서 회사 정책을 바꿀지 의문이다.

하지만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들은 “올해 월드벤쳐스 한국 지사가 들어와 정식 업체로 등록할 것”이라며 여전히 회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주무관은 “불법 다단계들이 하는 전형적인 거짓말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월드벤쳐스를 탈퇴한 한 회원은 “그 말은 2013년부터 했다”며 “아직도 가입이 안 된 걸 보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17일에 올라온 월드벤쳐스를 홍보하는 글을 보면 ‘지난 2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정식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지사 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 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사무실이 없다”
온라인으로 모집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은 시장 감시와 준사법기관으로써 사건을 심결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본 기관은 허가 신청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영업등록 신청은 각 지자체에서 하는 것이다”며 “이 글을 올린 당사자들이 부당한 허위 광고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해당 글을 올린 관계자에게 이 글을 쓴 경위에 대해 묻자 “내가 쓴 게 아니다. 누군가 이 글을 써서 가져온 것뿐이다”고 말했다.

월드벤쳐스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 “당신이 당장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워질 수 있다”고 선전한다. 사업자 회원들 역시 “열심히 하면 최고 직급인 IMD(International Market Diractor)가 돼 연봉 1억을 받을 수 있다”며 유혹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월드벤쳐스는 다단계 종류 중 하나인 바이너리 마케팅 방식을 차용한다. 바이너리 마케팅은 매월마다 사업자 회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순히 회원만 모집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사업자 회원을 중심으로 좌우가 뻗어 나온다. 이 좌우에 회원 한 명씩 총 2명을 가입시킨다. 이 가입한 회원도 마찬가지 좌우에 회원을 가입시켜야 한다.

여기서 수당을 을 받기 위해서는 4/4, 40/40, 400/400처럼 좌우 회원수가 똑같아야 한다. 이렇게 회원 숫자를 맞추면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가 탄생한다. 월드벤쳐스의 경우 30/30(명) 회원을 가입시키면 한 달에 50만원의 수당을 받으며, 90/90(명)을 가입시킬 경우 200만원을 받는다.

바이너리의 맹점은 좌우 숫자를 맞추지 못한다면 1000명을 모집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좌우를 맞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모든 개개인은 자신을 기준으로 했을 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만의 피라미드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통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회원을 모으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좌우를 맞추는 게 상당히 어렵다. 만일 사업자가 회원들에게 ‘자신의 밑으로만 가입시켜 수당을 받아 나누자’고 한다면 그때부터 완벽한 피라미드로 전락하게 된다.

최고 직급인 IMD는 3개월간 3000명의 회원을 유지하며 6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한다. 이 말은 3개월 동안 제시한 목표액을 못 채우면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여기서 IMD가 6000만원 이상 매출을 유지해야 한다. 방법은 신규회원의 가입비와 회원들의 여행비로 채워진다.

다단계 수당구조
정식등록도 안돼

이 때문에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들은 말 그대로 영업을 한다. 특히 전업으로 하는 상위 직급들은 수시로 월드벤쳐스의 패키지여행 상품을 홍보하며 회원들이 여행을 가도록 독려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매일 같이 세미나를 열어 신규 회원 유치에 혈안이다.


월드벤쳐스의 중간 직급에 있는 한 사업자는 “회원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간다. 목표액에 구멍이라도 나면 내 돈을 풀어 지인을 가입시켜 맞춘다”며 “그게 들어와야 내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월드벤쳐스는 한국보다는 외국 특성에 맞게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줄 알아야한다. 가입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월드벤쳐스를 권유하는 이들은 “번역기를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번역기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오역할 수 있으며 꼼꼼히 따져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가입 당시 영문으로 된 약관을 제대로 읽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기자는 “영어를 못하면 어떻게 약관이나 계약서를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사업자는 “영문 약관은 구글 번역기로 돌리면 된다”고 답했다. 이들의 전문성도 의심돼는 대목이다.

2013년 한국 상륙…회원만 수천명
“관련법 위반” 사실상 영업 불가능

피해자 김모씨는 “사업자는 내가 지급한 월회비로 여행을 무료로 갈 수 있다고 했다”며 “그동안 모은 500포인트로 여행을 가려고 하니깐 ‘200포인트 이상 쓸 수 없다’고 한다”고 성토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추가로 항공료와 교통편을 지불했다. 김씨는 “여행 상품의 절반이 비행기 값인데, 이걸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결코 싼 값이 아니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씨는 월드벤쳐스를 탈퇴하기 위해 신용카드까지 정지했다고 전했다.

또 월드벤쳐스 상품을 통해 여행을 갔을 때 한 가지 허점이 있다. 바로 현지인 가이드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미국이나 영어권 국가에서 월드벤쳐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영어로 사용하는 가이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여행을 갔다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낭패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월드벤쳐스의 상품은 기타 국내 여행사보다 싼 값에 여행을 갈 수 있다. 누구나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꿈꾼다는 점에서 월드벤쳐스의 사업 취지는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하다. 월드벤쳐스를 가입한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교수나 의사 등 소위 고소득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대부분 월드벤쳐스를 ‘여행 동호회’ 정도로 생각하고 가입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B씨는 “지인이 이게 여행 동호회라고 해서 나도 친구들한테 권유해서 5명 정도 가입시켰다”며 “지난해 친구들과 말레이시아 페낭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드벤쳐스가 무조건 나쁜 다단계만은 아니다.

나중에 어쩔려고…
푹 빠린 사람들

하지만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월드벤쳐스의 현재 모습은 단순히 사업 아이템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미 한국에서는 월드벤쳐스의 여행상품을 설명하기보다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사업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보더라도 여행을 가는 행위보다 사람을 모으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월드벤쳐스는 아직 한국 홈페이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자 웹사이트만 27개나 된다. 일부 웹페이지는 월드벤쳐스의 공식 한국 사이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들은 여행상품을 소개하기 보다는 월드벤쳐스의 보상플랜을 설명하기에 더 급급한 게 현실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월드벤쳐스 노르웨이 퇴출 왜? 

지난해 2월 노르웨이 정부는 자국에서 불법 영업을 한 월드벤쳐스에 영업 정지를 명령했다. 노르웨이 도박위원회는 9개월의 조사 끝에 월드벤쳐스를 불법피라미드 다단계 회사라는 결론 내렸다. 월드벤쳐스의 수익 시스템이 ‘여행상품’에서 나오지 않고 ‘회원 모집’에서 나온다는 점과 수입 대부분이 모집 회원들이 독식하고 있으므로 ‘불법 피라미드 업체’로 분류해 영업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월드벤쳐스는 즉각 항소했지만, 심의가 열릴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월드벤쳐스 사업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사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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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