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오에 도전장 던진 정의당 김제남 의원

은평구 ‘녹색정치’ 진원지 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20대 총선이 약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전·현직 국회의원들 하나둘 출마 계획을 세우며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가운데 정의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로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그 선두에는 최근 은평구 출마를 선언한 김제남 의원이 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최근 은평구 선거사무소를 개소해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은평구는 잘 알려진 바대로 ‘친이계 좌장’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5차례나 당선된 지역, 그러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전 싸워 백 번 이긴다’는 <손자병법>의 내용처럼 지난 3년 동안 이 의원에 대해 누구보다 ‘지피지기’한 사람이 김 의원이다.

‘녹색정치’라는 명확한 색깔의 슬로건을 내걸며, 정의당 의원 중 가장 먼저 총선 준비에 나선 김 의원의 입을 통해 다윗의 ‘백전백승’ 전략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최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는데 주변 반응이 어떠했나?
▲김제남이 출사표를 던지고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나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은 은평의 변화·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처음 보는 주민들은 호기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보였다. 느끼기에 반가운 기대감이 많은 것 같다.

- ‘은평구’ 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이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15년을 살았다. 요즘 시어머니께서 헬스장이나 복지관에 가시면 “며느님 사무실 냈던데 축하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어떤 분은 의정보고서를 읽으시고 “군인의 딸로 태어났다는데 아버님이 언제 어떻게 복무하셨나?” “어떤 분이시냐?” 등의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 남편이 동네에서 ‘아빠맘두부’라는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데, 알아봐 주시는 분도 많이 계신다. 은평은 내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 19대 국회에서는 비례대표로 활동하셨다. 이번에 지역구로 나오시게 됐는데 차이점이 있는지?
▲차이는 크게 없다고 본다. 다만 은평은 내 삶의 현장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 훨씬 더 구체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예를 들면 제가 낸 법안 중 ‘소상공인 보호지원법’이 있는데, 이는 전국 600만 이상의 소상공인을 위한 법안이다.

하지만 이 법이 있다고 바로 소상공인들이 보호되고 지원되는 건 아니다. 결국 구체적인 실효성·이행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삶의 현장에 대입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은평에서 하나의 모델이 된다면 은평에서 대한민국까지 연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 본다.


- 현재 은평지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현안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많은 현안이 있는데, 우선 지역에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친 결과 은평뉴타운에 사시는 분 빼고는 대체적으로 주택이 노후되고, 주거환경이 열악해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힘들다는 분이 많았다. 그 외에 교통과 상권문제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더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여있고 정체된 은평에 새바람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들어와 변화를 주는 게 아니라 오래 산 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돼서 변화시켜가는 것이 핵심이다. 상권·생활권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삶의 터전 은평구 출마, 차별화 전략 승부
강한 진보 선언 “새정치로는 국민 불만족”

-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5선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대결이 예상된다. 남다른 출사표가 필요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강해져야 되지 않겠는가? 내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강하면서 유연하다는 것인데 상대가 누구여도 미래를 위한 가치관과 비전, 구체적 정책능력이 나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지지해주는 시민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에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오 의원을 상대하는 것이 나를 더 강하고 담대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될 것 같아서 오히려 좋다.
 

- 초·재선의원으로서 다선의원을 잡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전략이 있는가?
▲차별화 전략인데 그 핵심은 ‘녹색정치’다. 녹색정치는 새로운 변화를 뜻하는데, 이 변화로 훨씬 다수의 행복과 복지가 실현되고 공익이 넓혀질 것이다. ‘참 살고 싶은 미래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경쟁력은 녹색정치를 밀어주는 은평주민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경쟁력이고 차이입니다.

- 녹색정치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를 의미하는가?
▲녹색정치는 이전의 패러다임과 미래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의 패러다임은 성장 위주이지 않았는가. 오염물질 배출과 압축성장에 치우치면서 그로 인한 패해도 많았다. 지금 ‘메르스’와 작년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또한 ‘불평등’과 ‘양극화’는 성장만 강조해온 결과로 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반면 녹색정치는 지금 우리가 살아야 하고 다음 세대가 살아야할 지속가능한 삶을 의미한다.

- 기존 정치인들과 본인의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실사구시적이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주민으로부터 목소리를 경청하고 내 눈으로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낸다. 다른 사람의 민원처럼 듣는 게 아니고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하겠다고 뜻을 세우면 꼭 해내고 마는 성미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이미지를 띄우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 ‘저 사람이라면 믿을 만해’라는 신뢰감 있는 정치를 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 국민모임 등과 함께 새로운 창당 소식이 있다. 앞으로 당 차원의 목표가 있다면?
▲창당으로 바라보기보다 새로운 결합과 연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부의 양극화와 메르스 공포 등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즉 국민들은 이런 것들로부터 탈피하는 새로운 진보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데, 제1야당이라고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이런 진보열망을 충족시켜드리기 위해 진정한 진보의 편에 서있는 사람들끼리 뭉치자고 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뜻을 현실로 반영할 수 있는 ‘강한 진보의 재편’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중심에 정의당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 마지막으로 은평구 주민과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요즘 시장에 가거나 거리를 나가면 한산하다. 속상하고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렇지만 힘겹다고 해서 가게 문을 닫고 삶을 내팽겨 칠 수 없듯 정치를 포기해선 절대 안 된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정치를 포기하는 것은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고 기득권에게 유리한 것일 뿐이다.

요즘 서민들 살기가 너무도 팍팍하고 힘들다. 우리 사회가 점점 약자가 살기 힘든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표로 표현을 해주시든 반상회 나가서 말씀하시든 저를 통해 말씀해주시든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 작지만 강한 정당인 정의당이 그리고 저 김제남이 주민과 국민의 편에 서겠다. 잘 지켜봐주시고, 손잡아주시고, 질타해주실 때는 해주시기 바란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으니 꼭 끌어주시길 당부 드린다.

 

<chm@ilyosisa.co.kr>



[김제남은 누구?]

▲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 녹색연합 사무처장
▲ 제19대 국회의원
▲ 제19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위원
▲ 정의당 원내대변인
▲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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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