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오에 도전장 던진 정의당 김제남 의원

은평구 ‘녹색정치’ 진원지 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20대 총선이 약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전·현직 국회의원들 하나둘 출마 계획을 세우며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가운데 정의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로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그 선두에는 최근 은평구 출마를 선언한 김제남 의원이 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최근 은평구 선거사무소를 개소해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은평구는 잘 알려진 바대로 ‘친이계 좌장’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5차례나 당선된 지역, 그러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전 싸워 백 번 이긴다’는 <손자병법>의 내용처럼 지난 3년 동안 이 의원에 대해 누구보다 ‘지피지기’한 사람이 김 의원이다.

‘녹색정치’라는 명확한 색깔의 슬로건을 내걸며, 정의당 의원 중 가장 먼저 총선 준비에 나선 김 의원의 입을 통해 다윗의 ‘백전백승’ 전략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최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는데 주변 반응이 어떠했나?
▲김제남이 출사표를 던지고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나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은 은평의 변화·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처음 보는 주민들은 호기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보였다. 느끼기에 반가운 기대감이 많은 것 같다.

- ‘은평구’ 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이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15년을 살았다. 요즘 시어머니께서 헬스장이나 복지관에 가시면 “며느님 사무실 냈던데 축하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어떤 분은 의정보고서를 읽으시고 “군인의 딸로 태어났다는데 아버님이 언제 어떻게 복무하셨나?” “어떤 분이시냐?” 등의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 남편이 동네에서 ‘아빠맘두부’라는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데, 알아봐 주시는 분도 많이 계신다. 은평은 내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 19대 국회에서는 비례대표로 활동하셨다. 이번에 지역구로 나오시게 됐는데 차이점이 있는지?
▲차이는 크게 없다고 본다. 다만 은평은 내 삶의 현장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 훨씬 더 구체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예를 들면 제가 낸 법안 중 ‘소상공인 보호지원법’이 있는데, 이는 전국 600만 이상의 소상공인을 위한 법안이다.

하지만 이 법이 있다고 바로 소상공인들이 보호되고 지원되는 건 아니다. 결국 구체적인 실효성·이행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삶의 현장에 대입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은평에서 하나의 모델이 된다면 은평에서 대한민국까지 연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 본다.


- 현재 은평지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현안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많은 현안이 있는데, 우선 지역에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친 결과 은평뉴타운에 사시는 분 빼고는 대체적으로 주택이 노후되고, 주거환경이 열악해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힘들다는 분이 많았다. 그 외에 교통과 상권문제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더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여있고 정체된 은평에 새바람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들어와 변화를 주는 게 아니라 오래 산 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돼서 변화시켜가는 것이 핵심이다. 상권·생활권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삶의 터전 은평구 출마, 차별화 전략 승부
강한 진보 선언 “새정치로는 국민 불만족”

-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5선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대결이 예상된다. 남다른 출사표가 필요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강해져야 되지 않겠는가? 내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강하면서 유연하다는 것인데 상대가 누구여도 미래를 위한 가치관과 비전, 구체적 정책능력이 나의 강점이다. 무엇보다 지지해주는 시민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에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오 의원을 상대하는 것이 나를 더 강하고 담대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될 것 같아서 오히려 좋다.
 

- 초·재선의원으로서 다선의원을 잡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전략이 있는가?
▲차별화 전략인데 그 핵심은 ‘녹색정치’다. 녹색정치는 새로운 변화를 뜻하는데, 이 변화로 훨씬 다수의 행복과 복지가 실현되고 공익이 넓혀질 것이다. ‘참 살고 싶은 미래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경쟁력은 녹색정치를 밀어주는 은평주민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경쟁력이고 차이입니다.

- 녹색정치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를 의미하는가?
▲녹색정치는 이전의 패러다임과 미래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의 패러다임은 성장 위주이지 않았는가. 오염물질 배출과 압축성장에 치우치면서 그로 인한 패해도 많았다. 지금 ‘메르스’와 작년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또한 ‘불평등’과 ‘양극화’는 성장만 강조해온 결과로 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반면 녹색정치는 지금 우리가 살아야 하고 다음 세대가 살아야할 지속가능한 삶을 의미한다.

- 기존 정치인들과 본인의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실사구시적이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주민으로부터 목소리를 경청하고 내 눈으로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낸다. 다른 사람의 민원처럼 듣는 게 아니고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하겠다고 뜻을 세우면 꼭 해내고 마는 성미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이미지를 띄우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 ‘저 사람이라면 믿을 만해’라는 신뢰감 있는 정치를 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 국민모임 등과 함께 새로운 창당 소식이 있다. 앞으로 당 차원의 목표가 있다면?
▲창당으로 바라보기보다 새로운 결합과 연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부의 양극화와 메르스 공포 등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즉 국민들은 이런 것들로부터 탈피하는 새로운 진보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데, 제1야당이라고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이런 진보열망을 충족시켜드리기 위해 진정한 진보의 편에 서있는 사람들끼리 뭉치자고 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뜻을 현실로 반영할 수 있는 ‘강한 진보의 재편’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중심에 정의당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 마지막으로 은평구 주민과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요즘 시장에 가거나 거리를 나가면 한산하다. 속상하고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렇지만 힘겹다고 해서 가게 문을 닫고 삶을 내팽겨 칠 수 없듯 정치를 포기해선 절대 안 된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정치를 포기하는 것은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고 기득권에게 유리한 것일 뿐이다.

요즘 서민들 살기가 너무도 팍팍하고 힘들다. 우리 사회가 점점 약자가 살기 힘든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표로 표현을 해주시든 반상회 나가서 말씀하시든 저를 통해 말씀해주시든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 작지만 강한 정당인 정의당이 그리고 저 김제남이 주민과 국민의 편에 서겠다. 잘 지켜봐주시고, 손잡아주시고, 질타해주실 때는 해주시기 바란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으니 꼭 끌어주시길 당부 드린다.

 

<chm@ilyosisa.co.kr>



[김제남은 누구?]

▲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 녹색연합 사무처장
▲ 제19대 국회의원
▲ 제19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위원
▲ 정의당 원내대변인
▲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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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