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치고 또 헤집고 “걸리면 용서는 없다”


전국에 사정광풍이 몰아칠 분위기다. 검찰과 경찰 등 두 사정기관이 사회 각 분야 비리 검거와 척결에 본격 나서고 있는 탓이다. 선거사범 단속과 처벌, 민생침해 사범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18대 총선 공소시효가 끝나는 10월9일을 앞둔 상황에서 최근 들어서도 잇달아 현역 국회의원과 그 가족 등이 검찰에 소환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정’의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경찰이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서울청 기동본부 연경장에서 민생치안전문 경찰관 부대 발대식을 갖고 ‘스텔스’와 ‘그린포스’ 부대를 공식 출범시켰다. 그린포스는 안정되고 평안한 치안을 확보하는 경찰력을 상징하고 스텔스는 불법업소에 대한 은밀하고 치밀한 단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부대의 주 구성원은 그간 촛불집회 등 집회?시위 관리에 주로 투입됐던 경찰관 기동대원들 중 6백여 명이다. 경찰관 기동대 2개 부대 2백40명과 여경 1개 제대 33명 등 모두 2백73명으로 구성된 스텔스 부대는 성매매업소 등의 단속을 담당한다.

반면 3개 부대 3백60명으로 구성된 그린포스 부대는 주택가 밀집지역과 범죄 다발지역에서 순찰과 검문 등 범죄 예방과 현행범 검거 활동에 나선다.

스텔스 부대는 발대식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서울 시내 일부 유흥가로 투입돼 단속 활동을 시작했다. 경찰관 기동대 중 민생치안 활동에 투입되지 않는 나머지 3개 부대는 조계사에서 농성 중인 촛불 수배자 검거와 집회 시위 대응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은밀하고 치밀한 단속
불법업소 ‘초토화’


첫 활동에 들어간 스텔스 부대는 불법성인 오락실을 급습했다. 경찰은 뒷문으로 도망간 업주를 잡기 위해 소방서에 지원까지 요청해가며 철문을 뜯어냈다. 손님과 업주들은 도망이나 숨어도 봤지만 결국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은 사행성 오락실 3군데를 적발해 모두 1백50여대의 오락기와 현금 1천3백여 만원을 증거품으로 압수했으며 업주와 종업원들을 형사 입건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린포스 부대는 범죄정보관리시스템(CIMS) 자료 등을 근거로 설정한 특별치안활동 강화지역과 주택가 밀집지역에 집중 투입되고 스텔스 부대는 종로와 강남, 영등포, 동대문 등지에 산재한 불법 오락실과 성매매업소 단속에 집중된다.

검찰 역시 사정 칼날을 높이 치켜들었다. 대검찰청은 내년 3월을 전후해 공안부에 공안3과를 다시 만들 계획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대검 공안부는 공안 1∼4과 체제로 운영되어오다 지난 1994년 공안4과가, 2005년에 공안3과가 폐지됐다.

신설되는 공안3과는 촛불시위자 등 새로운 유형의 집단행동 사범이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신뢰저해 사범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공안3과는 부장검사급 과장과 검사 1∼2명을 포함해 10여 명 규모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공안1과는 대공?선거사범, 공안2과는 학원?노동사범을 전담하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테러와 새로운 형태의 공안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증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안3과 신설을 추진하게 됐다. 대검과 법무부가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만 15명 내외’,  ‘모 의원이 잠적했다’는 등 당내에 사정괴담이 돌자 매우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5년여 만에 당사를 이전해 여의도로 복귀한 민주당은 당사이전으로 인한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당 내부적으로는 사정 한파 바람에 곤혹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당 상임고문단 오찬 회의를 연 자리에서 보복사정에 대한 여러 불만과 대응책 마련과 관련한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참석했던 한명숙 전 총리와 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 전 정권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민주당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전 정권과 관련 있는 기업들은 일단 모조리 뒤지고 있는 것 같다. 전 정권 실세 정치인 주변도 모두 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며 자신들의 생각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친노 핵심 인사들도 최근 모임을 갖고 사정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나의 경우 노무현 정권의 핵심도 아니었는데 내 주변을 캐고 있는 느낌이다. 활동하는 데 있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5명 사정설에
민주당 ‘발끈’


분위기가 이처럼 위축되자 정세균 대표는 검찰과 경찰의 사정 움직임과 관련해 당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보복사정은 막아야 한다는 뜻을 천명했다. 사정기관의 수사가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단될 때에는 주저없이 사정기관 관련 부서 장관과 검찰총장 해임건의안 제출 등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10월9일 끝나는 총선 사범 수사 시한을 앞두고 검찰은 막바지 수사에 한창인 반면 관련 혐의 대상 의원들은 불안한 마음에 좌불안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월12일 현재 4월 총선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해 이미 기소됐거나 수사 중에 있는 국회의원 관련자의 수는 선거법위반 기소 20명, 구속 3명이다. 검찰이 현재 수사중인 35명에 대해서는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될 예정에 있다. 구속된 장본인은 정국교(민주당·비례대표), 이한정(창조한국당·비례대표), 김일윤(무소속·경북 경주) 의원 등 3명이다.

현재 1심 재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은 의원들은 모두 9명이다. 모든 수사가 마무리되면 당선 무효를 받을 의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공천 헌금과 관련해 기소된 친박연대 비례대표 서청원·양정례·김노식 의원과 이한정 의원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구본철(한나라당·인천 부평을), 김세웅(민주당·전주 덕진), 이무영(무소속·전주 완산갑) 의원과 김일윤 정국교 의원은 벌금 1백만원 이상을 받았다. 대부분 벌금 액수가 3백만원을 넘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사범에 대한 6개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법처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던 문국현(창조한국당·은평을) 의원은 불구속 기소가 확정적이다. 유선호(민주당·전남 장흥), 조진형(한나라당·인천 부평갑), 조전혁(한나라당·인천 남동을), 임두성(한나라당·비례대표), 강용석(한나라당·마포을) 홍정욱(한나라당·노원병) 의원 등 6명은 1심에서 1백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됨으로써마음 놓고 의정활동에 임할 수 있게 됐다.

검찰, 수사진행 사건들
“가장 먼저 해결하자”


검찰이 가장 최근 수사를 진행시키고 있는 사건 중에는 청주지검이 있다. 청주지검은 지난 9월18일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허위사실 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민주당 변재일 의원(청원)을 최근 소환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총선기간 중 의정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고발함에 따라 변 의원을 소환해 지난 총선기간 중 의정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보다 앞서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지난 총선 당시 각종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며 고발한 민주당 오제세 의원(청주 흥덕갑)을 소환해 조사를 벌인 뒤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52·수영)은 9월17일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기국회가 개회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유 의원 스스로가 검찰 수사에 순순히 응하겠다고 해 소환조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현역의원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박규은)는 유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사전선거운동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실확인 조사를 벌였다. 유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 앞서 세 차례에 걸쳐 유권자들에게 기부행위를 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확인돼 지난 7월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 의원의 혐의는 지난 3월 수영구 남천동의 한 음식점에서 유권자 6명의 식사자리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고, 앞선 2월에도 해운대구의 한 식당에서 지역구 학부모 9명에게 지지를 부탁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새마을부녀회 회원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여성단체 대표와 회원들에게 4만3천원 상당의 케이크를 기부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해 4월부터 올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수영구 주민 결혼식에 참석, 주례 또는 축사를 하는 방법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고발건에 대해서도 유 의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국회 회기중이라 검찰에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떳떳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마무리한다는 차원에서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9월18일 과거 한보철강 인수 당시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현미(46·여) 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했던 AK캐피탈 실무책임자인 문모(45·구속)씨 측으로부터 후원금 등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받았다는 정황을 잡고 진위와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의원에게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김 전 의원 측이 연기를 요청해 출석 날짜를 조율했다. 김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국내 언론비서관을 지냈고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열린우리당 대변인과 지난 대선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의 공동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검찰은 한 때 정치권에 몸담았던 문모씨가 AK캐피탈 권호성 대표를 도와 한보철강 인수 사업에 관여했으며 정당 당직자 출신의 브로커 이모(61·구속)씨에게 국회의원 대상 로비 명목으로 2004년 7월부터 9월까지 1억4천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성윤)는 17일 민주당 김재균 의원(광주 북구을)의 부인 주모(55)씨에 대해 제3자 뇌물취득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초의회 의장선거와 관련, 후보들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주모씨는 광주 북구의회 후반기 의장선거를 앞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최모(63·구속) 현 북구의회 의장에게 8천만원을, 선거에서 떨어진 김모(67·여) 북구의회 의원에게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명의 의장 후보는 ‘의장 선거권을 가진 북구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남편에게 말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주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주씨는 ‘빌린 돈’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도 ‘남편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부탁하는 대가로 채무를 면제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한 관계자는 “주씨가 대체로 사실관계를 모두 시인했다. 돈을 준 다른 구의원에 대해서도 적절한 검토를 거쳐 비슷한 혐의를 적용할 생각이다” 말했다.

돈을 주고받은 두 명이 구속된 가운데 수사의 초점은 주씨가 받은 돈의 용처와 김 의원의 개입 여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가 3천만원은 돌려주고 최 의장으로부터 받은 8천만원은 서울에 집을 얻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고 이 사실을 김 의원이 알고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기초의회 의장선거관련
뒷돈 거래 의혹도 수사


검찰은 또 애초 진정서에 담긴 총선 당시 채무 불성실 신고 등 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 측은 성명을 통해 자신의 부인에 대해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 일관되게 상식적인 개인간 채무라며 음해세력의 말만 듣고 벌인 표적수사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은 “증거는 없고 오직 음해세력의 말만 있을 뿐인데 그것을 기초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누가 봐도 정치적 표적수사다. 검찰은 즉각 표적수사를 중단하고, 무고한 정치인과 정치인의 아내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음해세력을 발본색원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