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

전쟁 포화 속 살기위해 달려 ‘참혹 그 자체’ “내 힘든 거 말로 다 못해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노역을 당한 김정주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11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두 분은 그렇게 한날에 별세했다. 수많은 시간 동안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역사왜곡을 규탄하는 시위를 펼쳤으나 끝내 반가운 소식을 듣지 못하고 떠나셨다. 일본의 만행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비단 위안부 할머니들뿐이겠는가.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갖은 오해로 힘든 삶을 살아온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로부터 생생한 증언을 들어봤다.

강제노역 피해 할머니

김정주 할머니는 올해 85세에 접어들었다. 끌려간 장소와 연도는 달랐지만 함께 일본에서 고생한 친언니 김성주 할머니는 87세를 맞았다. 친자매를 강제 노역지로 끌고 간 사상 유례없는 일본의 만행에 맞서 두 할머니는 그동안 끈질긴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일본에 가서 재판할 때마다 눈물 안 흘리고 온 적이 없어요.”

김정주 할머니는 힘없는 목소리로 운을 땠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한편으론 시대를 잘못 만나서 끌려갔다고 생각했어요. 언니가 끌려가고 나도 뒤이어 끌려갔으니 참… (힘든 것은) 말도 못하죠.”

꿈 많은 10대 소녀였던 김 할머니는 중학교에 보내준다는 일본인 선생님의 말을 듣고 배에 몸을 실었다. 1년 전 일본으로 갔던 언니를 만나게 해준다는 말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교실도, 언니의 그림자도 한 번 보지 못한 채 도야마현에 있는 후지코시 공장으로 끌려갔다.

“순천남국민학교에서 둘이 갔어요. 나하고 한 아이가 같이 갔는데 그 애는 아무래도 일본에서 죽은 것 같아요. 한국에 올 때도 그렇고 오고 나서도 못 만났어요. 수소문해도 못 찾았어요.”

당시 그런 경우가 많았는지 물어봤다.

“병에 걸리기도 하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했어요. 배가 고파서 풀을 뜯어먹고 그랬으니께.”


김 할머니의 슬픈 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절박했던 상황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강제노역지에서는 어떤 일이 자행되고 있었을까?

“그때도 키가 작아서 사과궤짝 두 개를 놓고 올라가서 일했어요. 그곳에서 비행기 발통(바퀴)을 깎았어요. 기계가 떨어져서 머리를 다칠 뻔한 적도 있었어요.”

공업용 기계와 산업용 로봇 등을 생산하는 후지코시강재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1945년 한반도에서 12∼16세 소녀 1089명을 근로정신대로 동원해 혹독한 조건 속에서 노역을 강요한 전범 기업이다.

“새벽 5시 기상해서 출근했는데, 가는 길에 일본 군가를 불러야했어요. 아침에는 된장국을 줬는데 파, 두부가 들어간 게 아니라 그냥 국물만 있는 거 줬어요. 주걱으로 밥 한 번, 국 한 숟가락이 끝이었어요. 다른 반찬 하나 없었죠.”

김 할머니는 당시를 회상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12살 때였고 다들 12∼13살이었어요. 그러니 배가 얼마나 고픕니까? 아침에 그 밥을 먹고는 기계에 가서 일하면 힘이 없어요. 그런데 점심은 식빵 반 조각이 다였어요. 저녁은 밥 한 숟가락에 다깡(단무지) 세조각이 끝이었죠.”

그렇게 소녀들은 철저한 감시 속에서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일해야만 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감시를 했어요. 화장실에 갈 때는 일본 남자가 따라와서는 조금만 늦게 나오면 ‘왜 늦게 나오냐’며 발로 차고 때렸어요.”

85세 노령…강점기 노역 생생 증언
오랜 싸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

갖은 폭력과 학대를 버틴 소녀들은 일과가 끝났다고 좋아할 수 없었다. 더 무서운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허벌판에 철조망 친 것이 우리 기숙사였어요. 중간에 도망친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잡혀서 위안부로 넘겨졌죠. 도망을 가도 어딜 갈지, 한국에 어떻게 갈지 모르잖아요.”

고된 몸을 이끌고 누운 소녀들에게는 죽음의 공포가 찾아와 괴롭혔다.

“신을 벗고 잔 적이 없어요. 미국 비행기가 나타나 공습할까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스트레스였어요.”

김 할머니는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말해줬다.

“한번은 사이렌이 울려서 바로 달려 나갔어요. 어떻게든 도망갔어요. 폭탄이 ‘팡’하고 떨어지면 어두운 밤하늘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논에도 떨어지고 개울가에도 떨어지고. 그러다 우린 넘어졌죠. 아침에 (공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면 임신한 여자도 죽어있고 말도 죽어있고 그랬어요. 참혹했죠. 그런 장면을 보면 참 서러웠어요. 우리가 여길 죽으러 왔나 살러 왔나 하는 생각에 힘들었어요.(눈물)”

김 할머니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다잡고 말을 이어갔다.

“많이 울었어요. 한번은 저녁에 밥 먹고 어떤 아이가 저 멀리를 보며 ‘고향의 그리운 어머니’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다 같이 울었어요.”

해방 이후에도 김 할머니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8월15일, 일제의 지배에서 해방돼 모두가 기뻐할 때도 김 할머니는 소식을 듣지 못한 채 11월까지 일본에서 공장 일을 해야 했다. 한국에 와선 오해와 편견에 지쳐갔다. 일본에 갔다 왔다는 이유만으로 ‘위안부’라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했다. 결국 파혼당한 할머니는 하나 있는 아들과 함께 힘든 삶을 이어가야 했다.

“일본 때문에 언니나 나나 (5초간 침묵) 남편한테도 멸시당하고 가정도 파탄나고… 떡 장사, 사과장사 안 해본 게 없어요. 청량리 가서 사과 하나 때서 궤짝을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팔았어요. 그렇게 33원 벌면 그게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보리랑 쌀 섞인 거 딱 1kg 사서 우리 아들하고 밥해먹었죠. 아들이 ‘엄마, 김치만 먹으니 속이 시려워∼’라고 말하는데… 그 말 한 것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인터뷰 말미 즈음 ‘소원’을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김 할머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우리나라에 절대로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고, 후세의 아이들이 우리처럼 고생하는 거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만이라도 잘 (해결)되도 좋겠다 싶어요.”

역사 속 산증인들

알려진 바대로 김 할머니를 비롯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은 지리한 법정공방 중에 있다. 그러나 전범기업인 ‘후지코시’와 ‘미츠비시’는 피해보상을 하지 않기 위해 소송장을 반송하며 시간만 끌고 있는 실정이다. 빼앗긴 청춘을 되찾을 순 없지만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의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80대 후반,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나보낸 것처럼 역사의 산 증인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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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