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키맨' 일성신약 정체

제약사? 투자사? 궁금증 증폭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그룹 간 표 대결을 앞두고 삼성물산 지분 2.05%를 보유한 주주인 일성신약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성신약이 엘리엇측과 연대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일성신약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일성신약의 정체는 무엇일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논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 2.05%를 보유한 주주인 일성신약의 거취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써는 일성신약이 엘리엇어소시에이츠엘피 측과 연대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뚜렷한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당당히 5대주주
 
일성신약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을 주로 하는 제약업체다. 하지만 자산구성과 움직임을 보면 투자회사에 더 가깝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주력사업보다 부수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곳간을 채우고 있다. 지난 12일 일성신약의 1분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일성신약의 총 자산규모는 3773억원이다. 이 가운데 투자자산은 54.4%에 해당하는 199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유형자산은 283억원이다. 매우 이례적인 자산 구성비율이다. 통상 제약업체의 유형자산 비중은 60% 안팎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성신약의 주 투자자산은 삼성물산이다. 일성신약은 엘리엇어소시에이츠엘피, 삼성SDI, 삼성생명, KCC에 이은 5대주주다. 지난 2004년 단순 투자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1.14%를 219억원에 최초로 매입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사들여 2005년 508억원, 2006년 195억원, 2007년 40억원을 투자해 지분율을 3.53%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일성신약은 2008년 글로벌 기준에 맞는 공장 설립과 자사주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58만주를 매각해 256억원을 확보했다. 2011년에도 78만주를 618억원에 매도해 외환은행 주식 등을 매입했다.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인 뒤 총 1.48% 매도해 지금은 2.05%를 갖고 있다.
 

일성신약은 지분투자를 통한 배당 수익 등으로 자본확충 효과를 얻고 있다. 투자자산으로 매년 20억원 안팎의 배당수익을 올린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외 수익(배당수익 포함)은 58억원으로 24억을 기록한 영업이익보다 2배가량 많다. 재무구조도 뛰어나다. 일성신약은 투자를 통해 발생한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 부채비율도 16%로 매우 안정적으로 올해 1분기 현금성 자산(단기상품 포함)은 1012억원에 달한다.
 
 
반면 본업인 제약 사업의 경쟁력은 매년 떨어지는 추세다. 2012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7.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약업체지만…자산구성 등 내실은 투자회사
삼성물산 합병안 통과 캐스팅보트 쥐고 있어
 
일성신약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비는 12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9%다. 의약품 사업에 대한 투자도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미래사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주식 외에도 제일모직(1414주), 매일방송(4만주), CSTV(62만주)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일성신약의 전체 매도가능증권은 장부가액 기준 199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을 합치면 자산가치는 2987억원에 달한다.
 
일성신약은 회사규모에 비해 보유자산이 상당히 많다. 일성신약은 지난해 기준으로 628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24억을 올렸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에 앞서 SK·KT·삼성중공업·SBS·현대오토넷·한국전력 등에도 투자해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일성신약이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일성신약은 지난 1954년에 설립된 제약업체다. 87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산단로에 1만평 규모의 부지 위에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 공장을 신설해 전문 치료의약품을 생산·공급해왔다. 2005년 2월에는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250여개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GMP 차등평가관리제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인 WHITE(우수) 등급 판정으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2007년 10월에는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C-GMP 기준에 부합하는 페니실린생산동을 신축했다.
 
 
일성신약은 항생제, 호흡기질환치료제, 항히스타민제, 당뇨치료제, 골질환치료제, 진통제, 근이완제, 마취제, 피부질환치료제, 혈액대용제, 순환기계용약, 혈액응고억제제, 소화기계용약, 신경정신계용약, 항바이러스제, 안과·혈류개선제, 해열제, 조영제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속적인 신제품개발과 신약개발을 위해 중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신약개발 주요분야는 치매·심혈관 치료제, 비만·당뇨제, 슈퍼 항생제, 항암제, 기관지 천식 등이다.
 
일성신약은 전국 주요 도시마다 판매본부와 지사를 두고 영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영국,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이스라엘, 일본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들과 협력하며 활동망을 넓히고 있다.

투자의 귀재?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은 과거 한 강연에서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고 돈을 모으는 방법이 중요하다”면서 “그 방법이란 들어온 돈을 죽기 전까지 놓지 않고 쓰지 않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회장은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성신약의 권리 행사에 재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삼성? 엘리엇? 일성신약 누구편?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지난 1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후 꾸려질 통합 삼성물산의 비전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의 합병비율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의 청사진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단 지금의 합병비율은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최근에도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꾸준히 변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달 중순은 돼야 어느 정도 판단이 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또 “삼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기업인 만큼 우리 주주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며 “합병이 단순히 삼성의 경영 승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량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는 것인지를 잘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엇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윤 대표는 “우리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엘리엇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그들과 행동을 함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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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보이지 않는 손

민주당 쪼개는 보이지 않는 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7일 이재명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 정부가 안정 궤도에 접어들면서 탄핵 정국부터 바짝 긴장한 더불어민주당의 결집력이 이전보다 느슨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을 형성하고 때로는 한발 앞서 나가는 당원들에 의해 각기 다른 목소리가 분출되면서 이견이 드러난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온 건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개딸(개혁의 딸)을 자처하고 나선 ‘원조’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도 상당했다. 팬덤 정치 대물림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놓고 개딸의 집단 움직임이 최고조에 달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이들은 친문(친 문재인),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 이름이 적힌 ‘수박 리스트’를 만들어 문자 폭탄을 돌렸다. 민주당 의원을 대상으로 체포동의안에 부결했다는 확답 메시지를 받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는 ‘수박 색출’ 인증 릴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일각에서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말리는 의원은 없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차기 권력이 누구인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반기를 들기는 쉽지 않았던 탓이다. 당시 이 대표를 따르는 팬덤은 점점 커졌고, 여기에 올라타는 정치인이 대거 확산되면서 견고한 친명(친 이재명)계 울타리가 세워졌다. ‘개딸에 휘둘리는 민주당’을 정면으로 비판하던 비명계 일부는 4·10 총선에서 컷오프됐고 이들 중 다수가 탈당하는 등 심리적 분당 상태로까지 내몰렸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팬덤이 들어섰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내걸었고, 개혁 의지로 똘똘 뭉친 민주당은 가장 강하고 전투적인 인물(정청래 후보)을 차기 대표로 세웠다. 지난 8월 전당대회서 당선된 정청래 대표 역시 ‘강경파’ 꼬리표를 달고 당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내란의 밤을 뒤로하고 이제는 강력한 개혁으로 대한민국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정 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당원 주권’이라는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되겠다는 약속대로 검찰, 언론, 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고 전당대회가 끝난 즉시 검찰·언론·사법개혁TF를 가동시키겠다”며 “당원 주권 정당으로 1인 1표 시대를 열겠다. 당원 주권 정당 TF도 열어 당헌당규를 정비하고 중요한 당 의사 결정은 당원의 뜻을 묻도록 전 당원 투표를 상설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기점으로 당원중심주의라는 명분을 등에 업은 강성 지지층의 지배력이 빠르게 확산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빈틈없이 굴러갔던 민주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와 엇박자를 보이는 정 대표를 향해 ‘자기 정치’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국민의힘과 협치를 보인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에게 사퇴 요구가 쏟아졌다. ‘개딸’이 밀어준 이재명, 정청래는? 마음 안 들면 ‘수박’…사라진 다양성 3대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민주당 의원에게는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일컫는 은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개혁 과도기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건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는 증거”라지만 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지 않을 경우 원인을 찾아 개혁의 걸림돌로 낙인 찍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등 다양성을 묵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본격적으로 당원들의 목소리가 커진 건 ‘검찰개혁’의 속도와 수위를 두고 당정간의 온도 차가 노출되면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민주당은 강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장 검찰청을 없애자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실은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논란을 최소화하기를 바랐다. 이후 사법개혁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조용한 개혁’을 주문하면서 본격적으로 불만이 터졌다. 우상호 대통령실 수석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접근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시끄럽지 않게 개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하는 등 당정 간의 온도 차가 드러난 것이다. 강하게 개혁 고삐를 쥔 정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개혁의 적기라고 판단한 강성 지지층도 힘을 보탰다. 정 대표는 우 수석의 발언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상기하자 검찰 만행, 잊지 말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상기하자 조희대의 난, 잊지 말자 사법개혁!” 등의 글을 여러 차례 게시하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진통 끝에 개혁을 매듭지은 정 대표는 ‘1인1표제’를 시작으로 본격 당원 주권 시대를 열어젖혔다. 정 대표가 추진한 1인1표제는 당헌·당규상 현행 당 대표·최고위원 등을 선출할 때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이 20:1 미만으로 규정된 것을 1대1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이를 기반으로 강성 지지층의 당내 장악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이틀에 걸쳐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전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1인1표제 찬성률은 86.81%로 집계됐다. 이를 토대로 정 대표는 “90%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대한민국 어느 조직도 1인 1표, 헌법에서 보장한 평등 정신을 위반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 투표율이 16.81%에 그치는 등 한계점도 드러났다. 결국 1인1표제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중앙위원회로 넘어갔다. 꺾이지 않는 여론 증폭기 지난 5일 중앙위원회에서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의 건’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부결로 마무리됐다. 찬성 수는 271명, 반대 수는 102명으로 과반(299명) 찬성을 얻지 못한 것이다. ‘당원 대다수가 찬성했다’는 주장과 달리 정 대표의 ‘자기정치’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투표 직후 정 대표는 “전당대회 때 약속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돼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1인1표 당헌개정안은 지금 즉시 재부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당원에게 사과했다. 이어 “따라서 부결된 제2호 안건 1인1표제는 당분간 재부의하기 어렵게 됐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정부의 국민 주권 시대에 걸맞은 당원 주권 시대에 대한 열망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당원들에게 길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당원들의 반응은 당혹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각종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대의원을 ‘기득권’이라고 지적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원 주권 명분을 앞세웠던 만큼 당내 기득권 세력에 의해 당의 ‘진짜 주인’인 당원의 목소리가 묻혔다는 점에서다. 지지자들은 커뮤니티, 유튜브 등의 공간에서 1인1표제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쏟아냈고, 앞과 다를 바 없이 ‘정청래의 자기 정치’와 ‘개혁 발목을 잡는 수박’이라는 두 프레임의 싸움으로 번졌다. 강성 지지층과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가 스피커 역할을 하면서 팬덤은 점점 몸집을 키웠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우리(국민의힘)도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민주당은 굵직한 소통 창구가 정해져 있어 위(지도부)에서 지령이 떨어지면 의원들이 주요 유튜브에 출연해 아젠다 세팅을 하고 톤을 맞추는 등 깔끔하게 움직인다”며 “지금 국민의힘은 각개전투 중이고 출연하는 유튜브도 메시지도 다 다르다. 여론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니 쌍방향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성 지지층의 중심에 선 정 대표는 이미 ‘뉴스공장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이하 뉴스공장)’와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를 띄우면서 스피커를 키웠다. 정 대표는 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에 참석해 “우리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다. 거기 흐름이 민심을 보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 언론에서 <딴지일보> 게시판에 글 쓴다고 그러는데 저는 10년 동안 1500번 썼다. 평균 이틀에 한번 썼다”며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갈라치기 책임 전가 이 같은 정 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이었다. 곽 의원은 (뉴스 공장)을 향해 “이런 유튜브 방송이 ‘유튜브 권력자’라면, 저는 그분들께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반기를 들었다. “유튜브 권력이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한 곽 의원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경선에서 손을 떼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셨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적었다. 이후 각종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은 곽 의원을 향한 욕설과 비난으로 도배됐고 기사에 ‘좌표’를 찍는 등 지지층이 집단으로 움직였다. 강성 지지층은 지난해 치러진 국회의장 선거나 전당대회 등 크고 작은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 정치 양극화가 강해지는 만큼 내년 치러질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해석이다. 먼저 다음달 11일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전현희·한준호·김병주 최고위원의 사퇴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중앙위원 50%·권리당원 50% 투표를 반영해 치러지는 만큼 여타 다른 선거처럼 당심 잡기가 최대 과제로 자리 잡았다. 사퇴한 최고위원 중 전현희·김병주 의원은 정 대표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분류됐던 만큼 새 지도부가 어떤 인물로 채워지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성격도 바뀌기 때문이다. 유동철 부산 수영지역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하자 이번 보궐선거가 친명 대 친청(친 정청래) 간의 대결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 시절 영입돼 친명으로 분류되는 유 위원장은 지난 부산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컷오프된 뒤 정청래 지도부를 향해 “결자해지하라”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던 인물이다. 유 위원장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당원들은 의심하고 우려하고 있다. 당내의 비민주적 제도를 개선하고 당내 권력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현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했다. 최고위원 보선 당심 바로미터 급부상 진화 나선 당정 “우리 모두가 친명” 이어 “당 대표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컷오프는 이미 현실이 됐다”며 “조직강화특위는 당헌·당규의 미비를 이용해 제어할 수 없는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주당에 무소불위의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처럼 정정당당하게 맞서 공정과 민주의 가치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엔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변호인이었던 이건태 의원이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밖에도 친명계인 강득구 의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당원들의 눈길도 보궐선거로 향했다. ‘심리적 분당’ 트라우마를 겪은 민주당은 다시 한번 원팀으로 모든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역시 출범 6개월째인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정 대표, 김 원내대표와 함께 만찬 자리를 가졌다.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회동서 그는 두 사람에게 “개혁 입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처리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1인1표제가 부결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해지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 역시 화합의 메시지를 내놨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에 ‘친청’은 없다. ‘친명’만 있을 뿐”이라며 “‘친명·친청’은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기우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공동운명체다. 이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사람이 민주당에는 단 한 사람도 없다”며 “외부의 갈라치기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갈라치기’는 당을 흔들고 결국 이정부를 흔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을 향해서는 “‘친명·친청’이라고 쓸 때 근거 아니면 자제를 요청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의 당부에도 이 같은 설명이 나오는 것 자체가 갈등을 인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앞으로 다가올 크고 작은 선거들이 한때 민주당을 벼랑으로 내몰았던 계파 싸움의 도화선이 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네 편? 내 편?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지지자들이 결집하면서 양날의 검이 됐다”며 “(온라인은) 익명이 보장되기 때문에 여론을 흐리려는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금세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끝없이 의심하고 반격하다 보면 같은 지지자끼리도 분란이 생긴다. 지난 전당대회서 선명성 경쟁을 할 때부터 민주당 내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친청 라인은 강성 의원들을 시작으로 지금부터 조금씩 생길 것”이라며 “선수가 높거나 이름이 알려진 의원들은 대놓고 줄을 서지 못해도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등의 방법으로 민주당과 강성 지지층을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도 당원 전쟁 강성 지지층을 대하는 국민의힘 상황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 6개월을 앞두고 ‘마이웨이’ 강성 우파 행보를 걸으면서 당내 중진들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서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당원 투표 50% ▲일반인 여론조사 50%인 현재 경선 룰을 ▲당원 70% ▲일반인 여론조사 30%로 바꾸는 방안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당심과 민심이 다르지 않다는 취지인데, 중도 확보가 필수인 선거에서 해당 전략이 오히려 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심 70%로는 필패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민심에 역행하는 ‘정치적 자해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총괄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당심 안에는 이미 민심이 녹아 있다. 당원은 국민의 일부이며 국민과 등 돌려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며 “‘당심이 민심과 다르다’는 말은 결국 우리 스스로 당원을 과소평가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