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로또 패턴의 비밀

6개 숫자에 공식이…당첨번호 평행이론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로또 당첨번호를 둘러싼 평행이론의 존재 여부가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또분석가들은 로또 추첨이 ‘우연’이 아닌 ‘확률’에 근거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평행이론 가능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로또 당첨번호의 법칙 및 패턴에 대한 우연의 일치를 분석해봤다.

로또 당첨번호 숫자 5개가 일치한 회차가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하면서 로또 당첨번호를 둘러싼 평행이론 존재 여부와 조작 의혹에 대한 여론이 거세다. 당첨번호 숫자 5개가 일치할 확률은 1.84%로 로또추첨 654회차 만에 두 번의 우연이 발생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을 말한다. 로또분석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로또 평행이론은 로또 당첨자가 같은 지역에서 여러 명이 나오거나 시차를 두고 당첨번호가 유사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지역의 평행이론] 동네가 1등 만든다?

평행이론 존재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된 건 지난 2013년 5월4일에 추첨된 544회차 때다. 당시 1등 당첨자 13명 가운데 3명이 모두 부산 지역에서 배출됐기 때문이다. 1등 당첨 복권 판매 지역을 살펴보면 부산 3명(수동 2명, 자동 1명), 강원도 양양, 충남 예산, 경남 양산(이상 수동), 경기도 용인, 광주시 서구, 서울시 중구, 충남 보령, 경기도 군포, 경기도 의정부, 대구시 북구(이상 자동)로 조사됐다. 부산 3명 중 2명은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에 위치한 한 로또판매점에서 수동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문에 의하면 한 사람이 두 장을 구매했으며, 다른 한 사람은 다른 판매점에서 자동 응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3명의 1등 당첨자는 개인당 10억4638만원의 당첨금을 받았다.

지역의 평행이론의 가능성을 살펴본 결과 262회차 이후 16차례에 걸쳐 동일 지역 1등 당첨자가 배출된 점이 드러났다.


319회차(2009년 1월10일)의 1등 당첨자는 모두 5명으로 이 중 3명이 대구시에서 나왔다. 2명은 달서구 송현동에 위치한 한 로또판매점에서 수동으로 구매했으며, 다른 1명은 북구 구암동에서 자동 응모했다.

536회차(2013년 3월9일)에서는 11명의 1등 당첨자 중 2명이 부산시 부산진구의 각기 다른 판매점에서 자동 응모로 당첨됐다. 552회차(2013년 6월29일)와 570회차(2013년 11월2일)에서는 각각 부산시 사하구와 부산진구 부전동의 다른 판매점에서 수동, 자동 응모한 두 사람이 1등 당첨자로 배출됐다. 634회차(2015년 1월24일)에서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의 다른 판매점에서 수동, 자동 응모한 두 사람이 동시에 당첨됐다.

동일 회차에 각기 다른 지역에서 동시 당첨자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546회차(2013년 5월18일) 때는 30명이 1등에 당첨됐는데, 이 중 10명이 부산시 동구 범일동에서, 2명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수동 응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600회차(2014년 5월31일)에서도 15명 중 7명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서 당첨, 5명은 김량장동, 2명은 마평동에서 수동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627회차(2014년 12월6일)의 경우 당첨자는 10명, 배출점은 8곳이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의 한 판매점과 경기도 안성시 금산동의 한 판매점에서 동시에 두 명의 1등 당첨자가 배출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수동 응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로또판매점에서 동일 인물이 아닌 응모자가 중복 당첨된 사례도 있다. 606회차(2014년 7월12일) 1등 당첨자 10명 중 2명이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판매점에서 배출됐으나 두 사람이 수동과 자동 응모로 한 점을 미뤄 동일 인물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역·번호 중복 둘러싼 다양한 추측 주목
세가지 근거 화제…우연 아닌 확률 주장도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동일 판매점에서 수동 응모로 당첨된 점을 미루어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회차가 5차례(3명 이상 중복 선정에 한함)에 걸쳐 포착됐다. 5명 중복 선정 회차는 327회차(2009년 3월7일, 경남 양산시 평산동)와 474회차(2011년 12월31일,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로 나타났다. 이들이 동일 인물일 경우 각각 44억1337만원(1인 당첨금 8억8267만원)과 46억8345만원(1인 당첨금 9억3669만원)을 받게 된 셈이다.


3명 중복 선정 회차는 494회차(2012년 5월19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588회차(2014년 3월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641회차(2015년 3월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로 나타났다. 이들이 동일인일 경우 당첨금은 494회차 31억6376만원, 588회차 86억6802만원, 641회차 59억7022만원이다.

[중복의 평행이론] 자주 나오는 번호들

로또 당첨번호의 중복 추첨도 평행이론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어 화제다. 640회차(2015년 3월7일)와 64회차(2004년 2월21), 654회차(2015년 6월13일)와 472회차(2011년 12월17일)의 당첨번호 다섯 자리가 동일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로또분석가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당첨번호 일치율이 너무 높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로또 추첨의 조작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640회차 당첨번호는 ‘14, 15, 18, 21, 26, 35’이며, 64회차 당첨번호는 ‘14, 15, 18, 21, 26, 36’이다. 다른 번호인 ‘35’ ‘36’조차 연속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한 654회차 당첨번호 ‘16, 21, 26, 31, 36, 43’에서 ‘21’을 뺀 나머지 숫자가 472회차 당첨번호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472회차 당첨번호는 ‘16, 25, 26, 31, 36, 43’이다. 여기서도 다른 번호인 ‘21’과 ‘26’이 20번대 숫자라는 점에서 평행이론에 대한 근거로 제기된 것이다.

각 회차별 1등 당첨액을 살펴보면 64회차(4명) 38억9981만원, 472회차(7명) 18억965만원, 640회차(8명) 18억7930만원, 654회차(8명) 18억7930만원이다.

로또포털의 분석연구소 관계자는 “통계학적으로 로또 숫자가 이전 회차들의 숫자와 5개 이상 일치할 확률은 1.84%로 매우 낮은 확률”이라며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명당의 평행이론] 잘 터지는 판매점

로또 당첨번호를 둘러싼 평행이론의 근거 자료로 로또 명당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로또포털 자료에 따르면 262회차 이후 로또 1등 당첨 판매점은 전국 2584개점이다. 1회 배출점은 1369개점, 2회 배출점은 305개점, 3회 배출점은 93개점, 4회 배출점은 35개점, 5회 배출점은 15개점, 6회 배출점은 5개점, 7회 배출점 3개점, 8회 배출점은 2개점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스파 로또판매점이 19회(자동 14회, 수동 5회), 부산시 동구 범일동에 위치한 부일카서비스 로또판매점이 25회(자동 14회, 수동 11회) 1등을 배출해냈다. 스파 로또판매점에서는 606회차에 2명, 부일카서비스 로또판매점에서는 546회차에 10명이 동시에 당첨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 분석해보니…
로또명당·행운번호 있다?

일부 번호의 잦은 번호 추첨도 평행이론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1회차부터 654회차까지의 추첨번호별 당첨횟수를 살펴보면 1번이 120회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7번(120회), 40번(117회), 43번(116회), 34번(113회), 37번(112회), 4·13·17·26번(111회)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9번(80회), 28번(86회), 22번(87회), 29·41번(88회)이 최저 당첨횟수를 기록했다. 번호 한 개당 추첨 횟수는 평균 101.7회다. 이는 보너스 번호를 포함한 추첨 횟수를 나타낸 수치다. 당첨 번호에서 홀수 번호가 2349회, 짝수 번호가 2229회 추첨돼 홀수 번호가 120회나 더 자주 추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의혹의 평행이론] 끊이지 않는 조작설

2002년 12월7일 1회 로또 추첨이 시작된 이후 654회차까지 3969명이 1등 당첨자로 선정됐다. 서민들의 ‘일확천금의 꿈’으로 자리 잡은 로또는 그동안 수많은 음모론과 조작설, 그리고 최근 평행이론설에 휘말려왔다. 로또 판매가 2000원에서 1000원으로 하향 조정된 2004년 8월 이후에는 조작설에 대한 의혹이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나눔로또는 로또 추첨의 공정을 알리기 위해 매주 옴부즈맨을 선발, 로또판매점 탐방 및 추첨방송 참관의 기회를 제공한다. 추첨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추첨방송의 참관에 참여한 옴부즈맨 중 5명의 자원자를 선발, 창고에서 옴부즈맨과 함께 추첨기계 및 번호가 담긴 가방을 꺼낸다. 추첨공이 담긴 5개의 가방과 테스트공이 담긴 가방 1개의 시건 장치를 해제한 후 공의 무게(4g 내외) 및 둘레(45mm 내외)를 측정한다. 이 과정에서 로또 관계자는 1번 가방의 추첨공만 측정하며, 나머지 가방은 옴부즈맨이 직접 측정한다.

5개의 가방 중 추첨방송에서 쓸 가방 선정에도 안대를 착용한 다른 옴부즈맨에 의해 정해지며 예비용 가방도 추가 선정한다. 이후 RFID칩(근거리통신칩)이 내장된 추첨공의 인식 테스트를 3∼5회 거친 후 리허설 방송이 진행된다. 현장에는 나눔로또 및 은행 관계자, 경찰공무원, 옴부즈맨, 방청객, 방송관계자만이 참관할 수 있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별별 로또 당첨꿈 백태 “조상꿈 꾸면 복권 사라”

나눔로또가 2013년도 1등 당첨자 292명 중 168명을 대상으로 ‘당첨과 꿈의 연관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7%만이 ‘좋은 꿈을 꿨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8명은 꿈을 꾸지 않은 결과다. 또한 ‘로또리치’가 회원 17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601명(33.8%)만이 ‘꿈과 로또 당첨은 연관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1등 당첨자 가운데 좋은 꿈을 꾼 응답자의 꿈 유형을 살펴보면 ‘조상’이 27%, ‘동물’이 19%, ‘대통령’이 11%, ‘물·불·재물’이 8%, ‘숫자’가 5%로 나타났다. 나눔로또의 설문조사 결과, 재미 삼아 로또를 구매한 1등 당첨자는 36%로 나타났으며, 로또리치의 설문조사에서는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46회 22억1550만원 1등 당첨자는 “당첨 당시 특별한 꿈을 꾸진 않았다”고 은행 직원에게 밝힌 바 있다.

한편 나눔로또가 로또 1등 당첨자 161명의 스펙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300만원 미만 소득 행정·사무직의 40대 기혼남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서울·경기 지역에 84㎡(30평형대) 이하 자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또 당첨금 사용 계획에는 예금 및 주식투자 등의 재테크가 3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대출금상환과 주택 및 부동산 구매가 그 뒤를 이었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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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