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삼켜버린 핵이슈들 5

국민안전이 우선인가 정권안위가 우선인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메르스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연일 불안한 소식과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온 국민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때문에 관심은 온통 메르스 전파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스리슬쩍 넘어가선 안 되는 현안들이 있어 종합해 봤다.


인터넷신문, TV뉴스 등 각종 매체에서는 연일 메르스 소식을 담아내기 급급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소식들이 갱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주요 현안들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메르스가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 시점에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주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성완종 리스트
주사종결 수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종결 단계에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 관련 수사 결과는 이번주(16~20일) 안에 발표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늦출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옷에서 리스트가 발견될 당시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까지 꾸려 철저한 진실규명을 천명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내는 모양새다. 결국 이완구 전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불구속 기소 방침만 밝힌 가운데 허태열·김기춘·이병기 등 전·현직 비서실장 라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유정복 인천시장·서병수 부산시장(추정) 등 대선자금 의혹과 관련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혐의를 밝히지 못하고 종결 수순에 들어갔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한모 경남기업 전 재무본부장과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처벌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검찰 수사 등에 적극 협조했다는 측면에서 가벼운 선으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예상대로 수사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이번 스캔들의 핵심 증인인 성 전 회장이 자살해 결정적 증언을 확보하기 어렵다보니 리스트 내 인물들의 자백에 중점을 두고 수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해당 인물들의 적극 부인으로 수사가 난항을 겪었다. 이 전 총리·홍 지사 등도 한씨와 윤씨 등의 진술이 없었다면 불구속 기소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한씨와 윤씨에 대한 처벌이 어려울 수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정적 물증 확보에도 실패했다. 특별수사팀은 경남기업을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했지만 핵심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서 들려왔던 ‘비밀장부’는 결국 허상에 불과했다.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갑자기 투 트랙 수사로 전환되는 일도 있었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 이외에 성 전 회장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받았다는 점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가시화됐다. 이는 결국 수사력이 흩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이 검찰 내부에서도 들려왔다.

부실수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홍문종·유정복·서병수 등 이른바 2012년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친박핵심 3인방으로 불리는 인물들에 대한 계좌추적초자 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에서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이제 화살은 여의도로 돌아왔다. 메르스로 국민의 관심이 멀어진 상황에서 특검 도입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일찍이 성완종 사태를 ‘친박게이트’로 규정한 새정치연합은 성명을 통해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에서도 특검 도입에 대해선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방법론에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성완종 사태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해외자원개발 비리의혹도 함께 묶어 특검을 실시하자며 ‘슈퍼특검’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슈퍼특검 도입에 반대하며 상설특검법에 기초한 특검만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와중에 정치전문가들은 야권도 연계돼 있을지 모르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쉽사리 특검으로 전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교안 청문회
버티기 한판승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졸속의 연속이었다. 지난 18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사임한 지 59일 만에 황교안 총리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국정2인자’로 올라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황 총리에 대한 청문회는 이례적으로 4일 동안 진행됐다. 보통의 인사청문회가 3일 동안 진행되는데 반해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청문회는 11일까지 이어졌다. 하루라는 시간이 더 주어졌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더욱 세심한 검증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증인·참고인 출석과 자료 제출 요구의 건이 가결된 지난 2일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황 총리후보자 측에서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특검 도입되나?
황교안 인사청문회, 버티니까 국무총리


황 총리는 인사청문위원회 의결로 요청된 총 39건의 자료제출 요구에 단 7건만 정상제출, 자료제출률이 17.9%에 그쳐 구설수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우원식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후보자의 핵심 의혹 버티기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수미 의원은 9일 있었던 청문회에서 당시 황 총리후보자의 자료 미제출 유형을 ‘자료가 없다’ ‘사생활이다’ ‘줄 수 없다’ 등 세 가지로 정리해 지적했다.

의혹은 많았다. 그 중 담마진에 의한 병역 면제 의혹, 법무법인 태평양 근무 시절 고액 수임료, 역사관 및 종교적 편향성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지만 제대로 된 검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는 과거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던 당시의 청문회와 기시감(旣視感)이 든다는 측면에서 계획된 전략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황 총리는 2013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황 총리는 국무총리 내정 당시 “청문회 때 모든 것을 답하겠다”고 밝혔으나 말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이 메르스 사태를 틈타 대한민국 제44대 국무총리로 취임하게 됐다.

탄저균 배달사고
SOFA 개정은?

‘탄저균 배달 사고’의 경우 메르스 사태와 겹쳐 음모론으로 잠시 주목 받은 바 있지만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관심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달 27일 ‘살아있는 탄저균이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반입됐다’는 미 국방부 발표가 나오면서 탄저균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28일 주한미군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미국 유타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9개 주로 보냈으며, 이 가운데 표본 1개가 오산에 있는 주한미군의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로 배달됐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즉시 주한미군사령부는 “실수로 오산 기지에 잘못 배송된 살아있는 탄저균에 실험요원 22명이 노출됐지만 현재까지 감염 증상을 보이는 요원은 없다”며 “응급격리시설에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규정에 따라 탄저균 표본을 폐기 처분했다”고 수습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있어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메르스 사태로 질타를 받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탄저균에 대해서도 “고병원 위험체를 정부 허가 없이 국내로 들여오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지만 비활성화 상태로 판단해 일반 물품으로 취급했다면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비판을 받았다.

탄저균 배달사고, SOFA 개정은 뒷전
SNS감청법·북한군귀순, 조용한 날 없다


늑장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고가 일어난 지 20일이 지나도록 국방부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나 대책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미가 맺은 소파(SOFA)협정에 대한 개정 여론이 거세졌지만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16일 연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이 “문제가 된 소파 9조(통관과 관세) 부분을 수정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한 장관은 “소파 개정에 대한 강한 입장은 없다”며 “권고사항 정도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소파 9조 5항에 따르면 ‘명령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미군 구성원, 공용봉인(봉인)이 있는 미국 군사우편, 미군에 탁송되는 군사화물은 세관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측은 이러한 조항으로 인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쉽게 넘어가지 않겠단 입장을 보이고 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과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으로 이뤄진 대학생 50여명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미 대사관 근처에서 ‘탄저균 밀반입 미국 규탄 대학생 집회’를 갖고 살아있는 탄저균을 한국으로 보낸 미국 당국에 항의했다.

‘녹색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탄저균 불법 반입 실험규탄 시민사회대책회의’는 21일 자정까지 국민고발단을 모집, 그렇게 모인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NS 감청법
북한군 귀순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명 ‘SNS 감청법’이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박민식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12명은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통신사업자라면 누구나 감청협조설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검찰·경찰 등 사정당국에서 수사를 진행할 시 모든 전기통신에 대해 법원 영장에 따라 감청을 허용하고 있지만 감청을 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해당 업체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 설치를 의무화해 수사를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개정안 제안 이유를 보면 ‘현행법은 휴대전화를 포함한 모든 전기통신에 대해 법원의 영장에 따라 감청을 허용하고 있지만, 휴대전화 감청에 필요한 설비 등의 불비로 수사기관이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전방위 사찰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검·경 등 사정당국에 막강한 권한이 주어짐으로 인해 국민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 등 관련 시민단체는 발의 직후 성명을 내고 통비법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이날 성명에서 “가히 ‘통신감청의무화법안’이라 부를 만하다”며 “감청장비 구비 의무화는 세계적으로도 인권침해 논란이 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적법 절차에 따른 감청일지라도 개인 사생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기관의 과거와 같은 불법감청 요소를 원천차단하고 합법적 휴대폰 감청을 보장해 주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해명하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발의를 하고 난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통비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의 휴대폰을 무차별 감청하는 것’ ‘국민의 SNS를 다 들여다보는 것’ 등이라고 혹세무민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어 한심스럽다”고 맞받아쳤다.

지난 15일에는 북한군 10대 병사가 귀순해 화제가 됐다. 19살의 이 소년병사는 상습적인 구타를 참지 못하고 탈영, 그대로 남쪽으로 향했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 의사를 밝혔다.

강원도 화천 중동부전선의 경계초소(이하 GP) 쪽으로 남하한 이 소년은 군사분계선을 넘은 직후 GP경계병에게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이어진 국정원 조사에서 “북한군에 근무하면서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려 귀순을 결심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소년은 지난 7일 탈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근무하던 그는 약 200km정도의 거리를 일주일 동안 이동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렇게 이동한 소년은 김화지역에 있는 북한군 초소에 있다가 약초를 캐러 왔다고 둘러대며 14일 저녁까지 대기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2012년 10월에 있었던 사건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은 북한군 1명이 GP를 지나 동부전선 철책까지 뚫고 넘어와 GOP 부대 내 생활관 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이 병사가 최전방 소초 경계망을 뚫고 들어온 것으로 확인돼 책임자들이 줄줄이 문책당하는 등 큰 파문이 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우리군 GP소초 5m 앞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귀순을 했다고 해서 ‘숙박 귀순’ 사건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의 경계가 허술했던 거 아니냐는 지적이 따랐다. 또한 키 163cm에 몸무게 54kg으로 왜소한 체구를 가진 소년이 어떻게 일주일을 이동했으며, 북한 내 수많은 검문을 뚫고 내려온 방법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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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