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삼켜버린 핵이슈들 5

국민안전이 우선인가 정권안위가 우선인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메르스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연일 불안한 소식과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온 국민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때문에 관심은 온통 메르스 전파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스리슬쩍 넘어가선 안 되는 현안들이 있어 종합해 봤다.


인터넷신문, TV뉴스 등 각종 매체에서는 연일 메르스 소식을 담아내기 급급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소식들이 갱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주요 현안들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메르스가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 시점에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주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성완종 리스트
주사종결 수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종결 단계에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 관련 수사 결과는 이번주(16~20일) 안에 발표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늦출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옷에서 리스트가 발견될 당시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까지 꾸려 철저한 진실규명을 천명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내는 모양새다. 결국 이완구 전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불구속 기소 방침만 밝힌 가운데 허태열·김기춘·이병기 등 전·현직 비서실장 라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유정복 인천시장·서병수 부산시장(추정) 등 대선자금 의혹과 관련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혐의를 밝히지 못하고 종결 수순에 들어갔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한모 경남기업 전 재무본부장과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처벌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검찰 수사 등에 적극 협조했다는 측면에서 가벼운 선으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예상대로 수사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이번 스캔들의 핵심 증인인 성 전 회장이 자살해 결정적 증언을 확보하기 어렵다보니 리스트 내 인물들의 자백에 중점을 두고 수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해당 인물들의 적극 부인으로 수사가 난항을 겪었다. 이 전 총리·홍 지사 등도 한씨와 윤씨 등의 진술이 없었다면 불구속 기소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한씨와 윤씨에 대한 처벌이 어려울 수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정적 물증 확보에도 실패했다. 특별수사팀은 경남기업을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했지만 핵심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서 들려왔던 ‘비밀장부’는 결국 허상에 불과했다.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갑자기 투 트랙 수사로 전환되는 일도 있었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 이외에 성 전 회장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받았다는 점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가시화됐다. 이는 결국 수사력이 흩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이 검찰 내부에서도 들려왔다.

부실수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홍문종·유정복·서병수 등 이른바 2012년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친박핵심 3인방으로 불리는 인물들에 대한 계좌추적초자 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에서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이제 화살은 여의도로 돌아왔다. 메르스로 국민의 관심이 멀어진 상황에서 특검 도입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일찍이 성완종 사태를 ‘친박게이트’로 규정한 새정치연합은 성명을 통해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에서도 특검 도입에 대해선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방법론에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성완종 사태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해외자원개발 비리의혹도 함께 묶어 특검을 실시하자며 ‘슈퍼특검’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슈퍼특검 도입에 반대하며 상설특검법에 기초한 특검만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와중에 정치전문가들은 야권도 연계돼 있을지 모르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쉽사리 특검으로 전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교안 청문회
버티기 한판승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졸속의 연속이었다. 지난 18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사임한 지 59일 만에 황교안 총리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국정2인자’로 올라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황 총리에 대한 청문회는 이례적으로 4일 동안 진행됐다. 보통의 인사청문회가 3일 동안 진행되는데 반해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청문회는 11일까지 이어졌다. 하루라는 시간이 더 주어졌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더욱 세심한 검증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증인·참고인 출석과 자료 제출 요구의 건이 가결된 지난 2일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황 총리후보자 측에서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특검 도입되나?
황교안 인사청문회, 버티니까 국무총리


황 총리는 인사청문위원회 의결로 요청된 총 39건의 자료제출 요구에 단 7건만 정상제출, 자료제출률이 17.9%에 그쳐 구설수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우원식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후보자의 핵심 의혹 버티기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수미 의원은 9일 있었던 청문회에서 당시 황 총리후보자의 자료 미제출 유형을 ‘자료가 없다’ ‘사생활이다’ ‘줄 수 없다’ 등 세 가지로 정리해 지적했다.

의혹은 많았다. 그 중 담마진에 의한 병역 면제 의혹, 법무법인 태평양 근무 시절 고액 수임료, 역사관 및 종교적 편향성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지만 제대로 된 검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는 과거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던 당시의 청문회와 기시감(旣視感)이 든다는 측면에서 계획된 전략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황 총리는 2013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황 총리는 국무총리 내정 당시 “청문회 때 모든 것을 답하겠다”고 밝혔으나 말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이 메르스 사태를 틈타 대한민국 제44대 국무총리로 취임하게 됐다.

탄저균 배달사고
SOFA 개정은?

‘탄저균 배달 사고’의 경우 메르스 사태와 겹쳐 음모론으로 잠시 주목 받은 바 있지만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관심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달 27일 ‘살아있는 탄저균이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반입됐다’는 미 국방부 발표가 나오면서 탄저균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28일 주한미군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미국 유타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9개 주로 보냈으며, 이 가운데 표본 1개가 오산에 있는 주한미군의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로 배달됐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즉시 주한미군사령부는 “실수로 오산 기지에 잘못 배송된 살아있는 탄저균에 실험요원 22명이 노출됐지만 현재까지 감염 증상을 보이는 요원은 없다”며 “응급격리시설에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규정에 따라 탄저균 표본을 폐기 처분했다”고 수습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있어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메르스 사태로 질타를 받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탄저균에 대해서도 “고병원 위험체를 정부 허가 없이 국내로 들여오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지만 비활성화 상태로 판단해 일반 물품으로 취급했다면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비판을 받았다.

탄저균 배달사고, SOFA 개정은 뒷전
SNS감청법·북한군귀순, 조용한 날 없다


늑장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고가 일어난 지 20일이 지나도록 국방부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나 대책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미가 맺은 소파(SOFA)협정에 대한 개정 여론이 거세졌지만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16일 연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이 “문제가 된 소파 9조(통관과 관세) 부분을 수정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한 장관은 “소파 개정에 대한 강한 입장은 없다”며 “권고사항 정도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소파 9조 5항에 따르면 ‘명령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미군 구성원, 공용봉인(봉인)이 있는 미국 군사우편, 미군에 탁송되는 군사화물은 세관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측은 이러한 조항으로 인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쉽게 넘어가지 않겠단 입장을 보이고 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과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으로 이뤄진 대학생 50여명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미 대사관 근처에서 ‘탄저균 밀반입 미국 규탄 대학생 집회’를 갖고 살아있는 탄저균을 한국으로 보낸 미국 당국에 항의했다.

‘녹색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탄저균 불법 반입 실험규탄 시민사회대책회의’는 21일 자정까지 국민고발단을 모집, 그렇게 모인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NS 감청법
북한군 귀순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명 ‘SNS 감청법’이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박민식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12명은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통신사업자라면 누구나 감청협조설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검찰·경찰 등 사정당국에서 수사를 진행할 시 모든 전기통신에 대해 법원 영장에 따라 감청을 허용하고 있지만 감청을 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해당 업체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 설치를 의무화해 수사를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개정안 제안 이유를 보면 ‘현행법은 휴대전화를 포함한 모든 전기통신에 대해 법원의 영장에 따라 감청을 허용하고 있지만, 휴대전화 감청에 필요한 설비 등의 불비로 수사기관이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전방위 사찰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검·경 등 사정당국에 막강한 권한이 주어짐으로 인해 국민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 등 관련 시민단체는 발의 직후 성명을 내고 통비법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이날 성명에서 “가히 ‘통신감청의무화법안’이라 부를 만하다”며 “감청장비 구비 의무화는 세계적으로도 인권침해 논란이 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적법 절차에 따른 감청일지라도 개인 사생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기관의 과거와 같은 불법감청 요소를 원천차단하고 합법적 휴대폰 감청을 보장해 주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해명하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발의를 하고 난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통비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의 휴대폰을 무차별 감청하는 것’ ‘국민의 SNS를 다 들여다보는 것’ 등이라고 혹세무민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어 한심스럽다”고 맞받아쳤다.

지난 15일에는 북한군 10대 병사가 귀순해 화제가 됐다. 19살의 이 소년병사는 상습적인 구타를 참지 못하고 탈영, 그대로 남쪽으로 향했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 의사를 밝혔다.

강원도 화천 중동부전선의 경계초소(이하 GP) 쪽으로 남하한 이 소년은 군사분계선을 넘은 직후 GP경계병에게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이어진 국정원 조사에서 “북한군에 근무하면서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려 귀순을 결심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소년은 지난 7일 탈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근무하던 그는 약 200km정도의 거리를 일주일 동안 이동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렇게 이동한 소년은 김화지역에 있는 북한군 초소에 있다가 약초를 캐러 왔다고 둘러대며 14일 저녁까지 대기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2012년 10월에 있었던 사건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은 북한군 1명이 GP를 지나 동부전선 철책까지 뚫고 넘어와 GOP 부대 내 생활관 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이 병사가 최전방 소초 경계망을 뚫고 들어온 것으로 확인돼 책임자들이 줄줄이 문책당하는 등 큰 파문이 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우리군 GP소초 5m 앞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귀순을 했다고 해서 ‘숙박 귀순’ 사건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의 경계가 허술했던 거 아니냐는 지적이 따랐다. 또한 키 163cm에 몸무게 54kg으로 왜소한 체구를 가진 소년이 어떻게 일주일을 이동했으며, 북한 내 수많은 검문을 뚫고 내려온 방법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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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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