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국 ‘7월 개각론’ 나도는 이유

세월호 때도 그냥 가더니 메르스 사태 후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가 ‘3기 내각’ 출범에 나섰다. 지난 18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한민국 역대 44번째로 국정 2인자 자리에 올라섬에 따라 그에 맞는 개각이 예고됐었다. 더군다나 메르스 사태로 인한 문책성 관련 부처 장관 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 3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황교안 국무총리가 청문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에 맞는 개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메르스 초동대응에 실패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날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 개각을 통한 분위기 쇄신이 예고되고 있다. 메르스가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7월에 중규모로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박근혜 3기
누가 중심?

박근혜정부는 최대 난제 앞에 서있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지난 2주 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0.1%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호 사건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6월 2주차(2~12일) 주간 집계에서 전주대비 5.7%포인트 하락한 34.6%를 기록했다. 이는 5월 4주차 때 기록한 44.7%에서 10.1%포인트가 하락한 수치다. 전적으로 메르스 여파라 볼만하다.

이러한 하락세는 지난 2014년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11.8%포인트)와 ‘비선실세 국정개입’(10.2%포인트) 논란이 있었던 11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지금 박근혜호는 예기치 못한 암초에 제대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 수치상으로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가 더욱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잦아들 것으로 예상됐던 메르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기세를 멈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정치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위기탈출 방법으로 사용해왔던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전망하며 그 시기를 7월로 내다보고 있다.

몇몇 인사들에 대한 교체는 일찍부터 예견됐다. 이를테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교체에 대해서는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던 지난 5월 말부터 줄곧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상황에서 청와대 측에서 당장의 교체를 유보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심점을 잡아 줄 사람의 등장으로 개각설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비록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세 번째로 낮은(56.1%) 인준 찬성률을 보였지만 황 총리에 대한 인준안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새로운 중심으로 올라섰다.

따라서 황 총리를 기준으로 새로운 판이 짜여 질 공산이 크다. 먼저 황 총리는 공석이 된 법무부장관 인선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황 총리의 인준이 가결되기 전인 지난 18일 기자들 앞에서 “총리 인준안이 예정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신임 총리에게서 (법무부)장관후보를 제청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조만간 인선될 것으로 본다”고 예고했다.

중규모 개각
서열 정리

마침 청와대는 지난 21일 김현웅(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세대교체 차원에서 사법연수원 14기인 김진태 검찰총장, 13기인 황 총리보다 낮은 15·16기 인사들에 주목하고 있었다.

결국 16기인 김 고검장이 주말동안 내정자로 정해지면서 과연 어떤 인물인지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김 고검장은 약 15개월 동안 법무부차관으로 재직하며 황 총리와 손발을 맞춘 인사로 전라남도 고흥 출신 인물이라는 점에서 탕평 차원에서 최상의 카드라는 해석이 따랐다. 무엇보다 현직 고검장을 지내고 있어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향후 인사청문회까지 고려해봤을 때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김 고검장이 청문회를 통과하면 후속 개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의 교체도 거론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최경환·황우여 부총리는 이미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라 교체가 예상됐다. 황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위한 서열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황 부총리 모두 그간 정계 복귀를 시사해왔다는 측면에서 가능성이 높다. 최 부총리의 경우 지난 5월3일 해외출장 중 기자들에게 “우리는 정치인”이라며 “소임을 빨리 마치고 정치판에 걸어 들어가야 맞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황교안 총리 인준 가결, 개각 중심축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총선 나들이?

황 부총리는 평소 ‘국회의장’직을 정치생활의 목표로 삼았던 만큼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황 부총리는 사법시험 10회 출신으로 황 총리보다 13회 선배다. 법조계의 기수문화가 엄격하다는 점을 따져봤을 때 곧 황 총리와의 공생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황 부총리 모두 추석 이전 당으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선발’ 개각 바람이 예상보다 크게 번질 경우 다른 장관들의 교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은 물론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교체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국정운영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지금의 인사들로 간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출마로 장관을 그만하겠다는 것은 임명권자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특히 경제부총리나 사회부총리와 같은 핵심 자리는 연말까지는 맡은 임무를 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들의 교체가 유력해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추진 중에 있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이 후보자를 뽑는 상향식 공천이 실시되면 여느 때보다 지역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는데 만약 의원 출신 장관들이 연말까지 내각에 있게 된다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이러한 불안감이 국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 장관들의 대대적인 당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경선제
복귀 신호탄?


메르스가 진정될 시점에 문책성 교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타깃은 누가 뭐래도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다. 국민여론은 이미 문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잇단 대응 실패와 미숙한 대처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문 장관의 교체가 하루빨리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 역할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황 총리가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자처하고 나서 문 장관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황 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직후 최일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중구 보건소를 방문해 “내가 컨트롤타워가 돼 메르스 종식의 선봉에 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 교체설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신설됐지만 국가재난상황이 발생해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공식 재난 방송 실시, 지자체와의 협력 등에 회의적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있어 국민안전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국민안전처 등 관련 정부기관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을 중심으로 ‘중앙정부가 오히려 지자체보다 더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평가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문형표·박인용 메르스 관계 장관 문책
포스트 조윤선? 정무수석 찾기 고심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격 기자회견을 통해 복수의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독식하고 있는 등 극명한 대조 현상을 보이고 있어 청와대 측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 등 지자체장들의 능동적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중앙 정부와 유기적 협력 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참모진 일부 개편에 대한 얘기도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개혁과 관련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진 사퇴한 이후 줄곧 공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적임자를 찾고 있지만 아직 당·청 사이를 이어줄 중량감 있는 인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후보들이 연일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신동철 정무비서관의 내부 승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참모진 교체
적임자 찾기

박근혜정부가 개각을 앞두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미 당 내에서는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내각을 구성하긴 힘들단 분석이다. 따라서 원외 인사들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메르스 등 민감한 현안으로 인해 후보들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황 총리를 중심으로 1인 중심의 내각을 구성할 것이란 분석이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기보다 황 총리의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는 사람들로 내각을 구성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인재난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내각의 3분의 1가량이 현직 국회의원으로 구성돼 불안 요소를 안고 있었단 분석이다. 야당에서 “내각 차출된 현직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그 비율이 다른 정권 때보다 높았다. 자칫 국정 동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병세 외교부장관 역할론


‘메르스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 화제다.

윤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공식 일정은 한·미원자력협정에 정식 서명하기 위해서지만 가장 큰 목적은 박 대통령의 미뤄진 방미 일정을 다시 짜기 위함이다. 윤 장관은 지난 15일 백악관을 방문해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박 대통령의 방미 시기와 의제를 다시 조율하는 등 연내 방미를 추진 중에 있다.

떨어지는 지지율 잡는 일등공신?

일본 방문도 눈길이 간다. 윤 장관은 22일로 예정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 긴장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21일 일본을 전격 방문했다. 이때 기시다 외무상과 위안부 사과 문제 등 두 국가 간 협상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대완 달리 일본 현지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일본의 입장이 전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어 형식적 축하 메시지 교환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과연 윤 장관의 광폭 행보가 30%대 초반으로 하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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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삼킨 장동혁 속내

신천지 삼킨 장동혁 속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당명 변경·단식투쟁을 정치 문법으로 제시했다. 삼김 시대 정치 문법을 동원하는 장 대표에겐 ‘상상력 부재’란 지적을 할 수도 있다. 김종인·마키아벨리·아우구스투스가 장 대표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 12일 당명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020년 9월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꾼 후 약 5년5개월여 만이다. 이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공천 헌금·통일교 특검 수용 촉구’를 명분으로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8일 동안 단식을 했다. ‘택갈이’ 당명 개정 외국과 달리 한국 정당사에선 유난히 당명 개정이 잦았다. 당명을 바꾸는 주된 원인은 선거 패배 수습과 당내 쇄신이다. 당의 체질은 바꾸지 않은 채 명칭만 바꾸기 때문에 당명 개정은 ‘택갈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고 지난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패배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꿨다고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후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에서 이기긴 했지만,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유권자들의 호응과 국민의힘 나름의 자체 개선에 대한 주목이 더 큰 역할을 했다. 장 대표가 단식투쟁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던 것에 대해서도 여러 의문이 있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대응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신임 홍익표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제1 야당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심각하게 인식하길 바란다”며 “홍 수석을 단식농성장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도 같은 날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인간적 도리로 장 대표를 걱정·위로·격려하는 게 맞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홍 수석이라도 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조정식 대통령 정무특보도 한번 찾아오지 않았고,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며 “우리 정치 역사에 없었던 일인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직접 와서 야당 대표 얘기를 듣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통상의 정치 문법에 따르면, 대통령실·여당은 야당 대표의 극한 투쟁을 자제시키기 위해 먼저 움직인다. 하지만 장 대표의 단식투쟁에 대해선 단식 투쟁자와 그 주변에서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당명 변경·단식 투쟁은 20세기 대한민국 정치, 특히 삼김 시대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엔 당명 변경이 1인자 교체·정계 개편 등 강력한 정치적 파문을 거친 후 이를 상징적으로 정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단식투쟁은 군사독재 시절 야당 지도자의 최후 항거 수단이었다. 세월이 흘러 수단이 남용되면서 그 수단이 지니는 정치적 의미가 축소됐다. 이젠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하든 말든 대통령실·여당이 무시하는 시대다. 장 대표가 삼김 시대를 상징하는 정치 문법인 당명 변경·단식투쟁을 선택한 것을 놓고, 일각에선 “장 대표의 정치 문법이 너무 정직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아울러 단식 중단 결정에 대해서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명 변경·단식투쟁…장의 ‘정직한 정치’ 법관 출신·위기 없는 안락함…절박함 없어 통일교·신천지의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장 대표의 단식 하루 전인 지난 21일 신천지 전직 강사로부터 “지난 2021년 6~7월경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지역 지파장으로부터 국민의힘 가입 지시를 받아 신도들을 가입시켰다”는 진술을 받았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국민의힘에 가입해야 한다는 기류가 팽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다루는 특검법에 신천지 관련 의혹도 포함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대표의 단식투쟁 출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들어줬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를 전격 방문해 장 대표의 단식을 만류했고, 장 대표는 이를 수용해 단식을 중단한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장 대표는 “좀 더 길고 큰 싸움을 위해서”라는 단식 중단 명분을 제시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 13일 장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해 제명을 결정했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고성국씨와 밀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씨는 지난해 7월에, 고씨도 지난 6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세력과의 밀착을 토대로 국민의힘 안에 ‘장동혁계’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장 대표는 광주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법관 출신이다. 여의도엔 수많은 법관 출신 정치인이 있었다. 법관은 법전·판례란 과거의 흔적을 토대로 현재를 심판한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현재를 토대로 과거를 참고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법관도 새로운 판례를 개척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땐 미래를 의식하지만, 판단의 중심은 현재에 맞춰져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대선 출마 당시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로부터 “북한이 서해 5도에서 무력 도발하면, 즉시 육법전서를 가져오라고 할 사람”이란 비난을 들었다.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각종 선거 기법을 활용해 많은 고비를 넘는 선거를 치른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이 전 대표가 패배했던 이유가 함축됐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판사 출신 정치인에게 한정된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개혁신당 이준석 대표·한 전 대표 등 정적들에게 검사 재직 시절 관성으로 범죄자를 바라보듯 대응하다가 정치적으로 몰락했다. 한 전 대표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난 2024년 총선을 지휘하면서 이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한 ‘이조심판론’을 과도하게 내세우다가 패배했다. 현재의 문제점을 토대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정치·선거 영역에서 과도하게 직업적 관성을 내세우다가 정치적으로 패배한 사례들이다. 장 대표는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에 출마해 정계에 입문한 이후 큰 정치적 위기를 겪지 않았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후 겪은 좌절은 제21대 총선 패배와 대전시장 경선 패배가 있다. 물론 이 같은 사례는 다른 정치인도 흔히 겪는 일이기 때문에 두드러지는 좌절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얻은 것 잃은 것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다. 이어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후 아직 2년이 지나지 않았다.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초선 의원 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을 만큼의 의정활동을 했다. 그런데 그는 현재 제1야당 대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난 1983년 단식은 신군부 군사정권과 맞설 정상적 정치 수단이 없었던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자신의 단식을 만류하던 민주정의당 권익현 당시 사무총장이 외국행을 제안하자,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이 고생하는데 내가 어떻게 외국에 나가느냐. 나를 외국으로 보내고 싶으면, 시체로 만들어 보내면 된다”고 응수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가택연금 중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란음모 사건 때문에 수감생활을 하다가 형집행정지로 석방돼 미국으로 떠나 있었다. 김종필 전 총리는 권력형 부정 축재자로 몰려 정계에서 축출당한 후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대통령실·여당이 장 대표의 단식을 무시하는 이유는 이 같은 큰 그림과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람의 상상력은 절박한 위기에서 나온다. 판사 출신으로서 갖는 관성과 위기를 겪은 적 없는 정치 행보가 상상력 부재로 이어져 당명 변경·단식투쟁 등 삼김 시대 정치 문법을 대여 투쟁 방법으로 제시하는 현 상황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2022년 1월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를 일컬어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윤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선대위가 알려준대로 연기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후보는 선대위에서 해주는대로 연기만 잘할 것 같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늘 얘기한다”며 “대선후보는 자신의 의견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면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종 실언 논란 때문에 하락하고 있었다. 김 전 위원장의 당시 발언은 “군주는 모든 미덕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갖춘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국가원수는 국가의 상징이다. 국가원수가 되려는 자의 발언·행보엔 큰 정치적 의미가 부여된다. 뉴스에 나오는 대통령의 이미지는 강하고 믿음직해야 하지만, 실제로 강하고 믿음직할 필요는 없다. 국민의 눈에 강하고 믿음직하게 보이는 것이 권력의 본질이다. 아울러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짐승의 방법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여우와 사자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키아벨리는 이 같은 전략·도구를 ‘가상’이라고 표현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투박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여우의 교활한 연기를 통한 가상 구축을 주문한 것이었다. 정치도 일종의 상품이라서 포장지가 필요하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여우의 교활한 연기’는 대중에게 교묘하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정치적 포장지를 의미한다. 마키아벨리는 “사람은 대체로 손으로 만져보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것에 의해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를 ‘연기’라는 두 글자로 축약한 것이다. 큰 그림과 의지 부재 마키아벨리가 말한 대중 기만·속임수의 극치를 보여준 사람은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였다. 아우구스투스는 40년 동안 황제로서 로마를 통치했다. 그런데 아우구스투스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황제라고 칭하지 않았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와의 내전에서 승리한 후 종신독재 관직에 취임하면서 로마군의 최고사령관을 겸직했다. 이후 로마에선 카이사르 동상에 왕관이 씌워지거나, 일부 카이사르 지지자가 카이사르를 향해 “왕”이라고 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카이사르에게 왕관을 씌우자, 카이사르가 이를 벗고 안토니우스에게 돌려주는 이벤트도 있었다. 공화정 사수를 주장하는 보수파는 이를 보고 크게 불안해했다. 결국 마르쿠스 브루투스 등 보수파 일부는 원로원 회의에 참석한 카이사르를 향해 무기를 들고 덤볐고, 카이사르는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카이사르의 조카손자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양자 자격으로 정계에 입문해 안토니우스와의 내전을 거쳐 로마의 통치자가 됐다. 그는 대중을 속여 양아버지의 전철 답습을 피하면서 로마를 통치해야 했다. 아우구스투스가 창조한 속임수는 원수정이었다. 그는 내전 승리 직후 “권력을 원로원과 로마 시민에게 반납한다”면서 자신의 통치 체제를 “회복된 공화정”이라고 명명했다. 이어 ▲제1시민·아우구스투스(존엄한 자)란 존칭이 갖는 권위 ▲최고사령관 직위 ▲근위대 지휘권 ▲호민관 특권 등을 이용해 로마를 통치했다. 제1시민은 공화정 말기 로마 원로원에서 최고 원로를 명예롭게 예우하기 위해 사용된 호칭이었다. 카르타고 전쟁에서 한니발 바르카스를 물리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게도 부여됐던 호칭이었다. 최고사령관 직위를 의미하는 ‘임페라토르’는 승전한 장군에게 병사들이 경의를 표하던 호칭이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이를 군권 1인자란 의미로 활용해 군권을 독점했다. 이탈리아 반도 내에 주둔하는 군대는 근위대가 유일했기 때문에 근위대 지휘권은 매우 중요했다. 아우구스투스는 근위대 지휘권을 통해 근위대장 임명권을 행사하면서 근위대를 통제했다. 김종인 ‘연기’ 발언 속 마키아벨리 철학 통찰해야 정치적으로는 호민권 특권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아우구스투스는 귀족 가문 출신이라서 평민 출신이 독점하는 관직 호민관에 오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호민관의 권한만 가져왔다. 그가 가져간 호민관 특권은 ▲신체 불가침권 ▲입법권 ▲원로원 결의 거부권 등을 의미한다. 제1시민이란 존경을 받는 군권 1인자가 호민관 특권을 가져가면 원로원보다 우월한 지위가 확고해진다. 아우구스투스는 ‘황제 아닌 황제’로 40년 넘게 로마를 통치했다. 이런 교묘한 정치 행위는 우리 정치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 이념·행적이 전혀 다른 김종필 전 총리와 DJP 연대를 구축한 후 대통령에 당선돼 의원내각제식 연립정권을 구축했다. 비교적 진보 성향을 드러내는 소수 야당 후보로서, 거대 여당에서 분리돼 독자노선을 걷는 강경 보수 야당과 연대해 선거에서 신선한 충격을 준 후 연립정권을 구축한 독특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선 세대포위론이란 정치공학 이론이 등장했다. “2030세대 여성·4050세대 다수가 지지하는 민주당을 이기기 위해선 민주당에 적대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대 이상 노년 세대가 연합해 포위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론이었다. 이는 새로운 국민의힘 지지층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했고, 젊은 보수 정치인이 다수 등장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안겨줬다. 하지만 민주당과 지지자들로부터 “세대·남녀 갈라치기를 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갈등 끝에 새로 수혈된 2030세대 신진 정치인과 지지층 상당수는 이 대표를 따라 개혁신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는 “인간은 어버이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손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이 현실 정치에 구현된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선 “이 대통령보다 중도층 지지를 더 많이 얻었다”는 평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층은 정치 변화의 의지가 담긴 신선한 정치 문법 제시를 선호한다. 정치 문법은 결국 정치인이 대중 앞에서 선보이는 연기에 달렸다. 아우구스투스는 안토니우스 견제를 원했던 로마 최고의 논객·정치인 키케로를 상대로 예의 바른 청년 행세를 하면서 속여 그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키케로는 안토니우스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한 연설을 했다.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의 정치 기반이 안정된 후엔 “키케로를 숙청해야 한다”는 안토니우스의 요구를 묵인했다. 아우구스투스는 당시 20세였다. 카이사르 사후 양자로서 정계에 등장한 후 불과 2년 만에 구사한 속임수였다. 아우구스투스 59년 교훈은? 안토니우스를 몰아낸 이후엔 40년 동안 원수정을 통해 로마인을 교묘하게 속였다. 아우구스투스는 만 77세로 사망하면서 “내가 인생이란 연극에서 내 배역을 충분히 잘 연기했다면, 기쁜 목소리와 박수로 날 보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당명 변경·단식 투쟁이란 삼김 시대 방식 정치 문법을 구사하는 장 대표는 그의 배우 인생 59년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