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국 ‘7월 개각론’ 나도는 이유

세월호 때도 그냥 가더니 메르스 사태 후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가 ‘3기 내각’ 출범에 나섰다. 지난 18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한민국 역대 44번째로 국정 2인자 자리에 올라섬에 따라 그에 맞는 개각이 예고됐었다. 더군다나 메르스 사태로 인한 문책성 관련 부처 장관 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 3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황교안 국무총리가 청문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에 맞는 개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메르스 초동대응에 실패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날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 개각을 통한 분위기 쇄신이 예고되고 있다. 메르스가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7월에 중규모로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박근혜 3기
누가 중심?

박근혜정부는 최대 난제 앞에 서있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지난 2주 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0.1%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호 사건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6월 2주차(2~12일) 주간 집계에서 전주대비 5.7%포인트 하락한 34.6%를 기록했다. 이는 5월 4주차 때 기록한 44.7%에서 10.1%포인트가 하락한 수치다. 전적으로 메르스 여파라 볼만하다.

이러한 하락세는 지난 2014년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11.8%포인트)와 ‘비선실세 국정개입’(10.2%포인트) 논란이 있었던 11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지금 박근혜호는 예기치 못한 암초에 제대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 수치상으로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가 더욱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잦아들 것으로 예상됐던 메르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기세를 멈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정치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위기탈출 방법으로 사용해왔던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전망하며 그 시기를 7월로 내다보고 있다.

몇몇 인사들에 대한 교체는 일찍부터 예견됐다. 이를테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교체에 대해서는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던 지난 5월 말부터 줄곧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상황에서 청와대 측에서 당장의 교체를 유보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심점을 잡아 줄 사람의 등장으로 개각설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비록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세 번째로 낮은(56.1%) 인준 찬성률을 보였지만 황 총리에 대한 인준안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새로운 중심으로 올라섰다.

따라서 황 총리를 기준으로 새로운 판이 짜여 질 공산이 크다. 먼저 황 총리는 공석이 된 법무부장관 인선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황 총리의 인준이 가결되기 전인 지난 18일 기자들 앞에서 “총리 인준안이 예정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신임 총리에게서 (법무부)장관후보를 제청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조만간 인선될 것으로 본다”고 예고했다.

중규모 개각
서열 정리

마침 청와대는 지난 21일 김현웅(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세대교체 차원에서 사법연수원 14기인 김진태 검찰총장, 13기인 황 총리보다 낮은 15·16기 인사들에 주목하고 있었다.

결국 16기인 김 고검장이 주말동안 내정자로 정해지면서 과연 어떤 인물인지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김 고검장은 약 15개월 동안 법무부차관으로 재직하며 황 총리와 손발을 맞춘 인사로 전라남도 고흥 출신 인물이라는 점에서 탕평 차원에서 최상의 카드라는 해석이 따랐다. 무엇보다 현직 고검장을 지내고 있어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향후 인사청문회까지 고려해봤을 때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김 고검장이 청문회를 통과하면 후속 개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의 교체도 거론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최경환·황우여 부총리는 이미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라 교체가 예상됐다. 황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위한 서열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황 부총리 모두 그간 정계 복귀를 시사해왔다는 측면에서 가능성이 높다. 최 부총리의 경우 지난 5월3일 해외출장 중 기자들에게 “우리는 정치인”이라며 “소임을 빨리 마치고 정치판에 걸어 들어가야 맞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황교안 총리 인준 가결, 개각 중심축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총선 나들이?

황 부총리는 평소 ‘국회의장’직을 정치생활의 목표로 삼았던 만큼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황 부총리는 사법시험 10회 출신으로 황 총리보다 13회 선배다. 법조계의 기수문화가 엄격하다는 점을 따져봤을 때 곧 황 총리와의 공생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황 부총리 모두 추석 이전 당으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선발’ 개각 바람이 예상보다 크게 번질 경우 다른 장관들의 교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은 물론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교체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국정운영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지금의 인사들로 간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출마로 장관을 그만하겠다는 것은 임명권자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특히 경제부총리나 사회부총리와 같은 핵심 자리는 연말까지는 맡은 임무를 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들의 교체가 유력해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추진 중에 있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이 후보자를 뽑는 상향식 공천이 실시되면 여느 때보다 지역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는데 만약 의원 출신 장관들이 연말까지 내각에 있게 된다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이러한 불안감이 국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 장관들의 대대적인 당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경선제
복귀 신호탄?


메르스가 진정될 시점에 문책성 교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타깃은 누가 뭐래도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다. 국민여론은 이미 문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잇단 대응 실패와 미숙한 대처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문 장관의 교체가 하루빨리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 역할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황 총리가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자처하고 나서 문 장관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황 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직후 최일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중구 보건소를 방문해 “내가 컨트롤타워가 돼 메르스 종식의 선봉에 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 교체설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신설됐지만 국가재난상황이 발생해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공식 재난 방송 실시, 지자체와의 협력 등에 회의적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있어 국민안전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국민안전처 등 관련 정부기관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을 중심으로 ‘중앙정부가 오히려 지자체보다 더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평가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문형표·박인용 메르스 관계 장관 문책
포스트 조윤선? 정무수석 찾기 고심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격 기자회견을 통해 복수의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독식하고 있는 등 극명한 대조 현상을 보이고 있어 청와대 측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 등 지자체장들의 능동적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중앙 정부와 유기적 협력 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참모진 일부 개편에 대한 얘기도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개혁과 관련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진 사퇴한 이후 줄곧 공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적임자를 찾고 있지만 아직 당·청 사이를 이어줄 중량감 있는 인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후보들이 연일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신동철 정무비서관의 내부 승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참모진 교체
적임자 찾기

박근혜정부가 개각을 앞두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미 당 내에서는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내각을 구성하긴 힘들단 분석이다. 따라서 원외 인사들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메르스 등 민감한 현안으로 인해 후보들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황 총리를 중심으로 1인 중심의 내각을 구성할 것이란 분석이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기보다 황 총리의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는 사람들로 내각을 구성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인재난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내각의 3분의 1가량이 현직 국회의원으로 구성돼 불안 요소를 안고 있었단 분석이다. 야당에서 “내각 차출된 현직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그 비율이 다른 정권 때보다 높았다. 자칫 국정 동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병세 외교부장관 역할론


‘메르스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 화제다.

윤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공식 일정은 한·미원자력협정에 정식 서명하기 위해서지만 가장 큰 목적은 박 대통령의 미뤄진 방미 일정을 다시 짜기 위함이다. 윤 장관은 지난 15일 백악관을 방문해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박 대통령의 방미 시기와 의제를 다시 조율하는 등 연내 방미를 추진 중에 있다.

떨어지는 지지율 잡는 일등공신?

일본 방문도 눈길이 간다. 윤 장관은 22일로 예정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 긴장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21일 일본을 전격 방문했다. 이때 기시다 외무상과 위안부 사과 문제 등 두 국가 간 협상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대완 달리 일본 현지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일본의 입장이 전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어 형식적 축하 메시지 교환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과연 윤 장관의 광폭 행보가 30%대 초반으로 하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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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