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정치권 거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나라당 공천 파동으로 낙선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그리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다. 이들 거물 3인방은 특히 검찰의 18대 국회의원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내년 4월 재·보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권 거물 3인방의 내년 4월 재 보선 출마설이 여의도 정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3인방 중 특히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당 안팎으로 ‘복귀설’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 4·9총선에서 무난히 4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패배했던 이 전 최고위원은 미국에서 사실상 정치를 재개한 상태다.
워싱턴 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운하의 경제성을 강조해 뉴스메이커의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친이재오계 의원들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정국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최고위원 측은 특히 법무부가 지난 4일 MB의 결재를 거쳐 문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를 정식으로 요청, 재·보선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 전 최고위원 측은 문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재오 살리기를 위한 문국현 죽이기’라는 항간의 시각을 우려해 재·보선 출마에 대한 직접 언급은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최고의원은 최근 “봄까지는 미국에 체류하겠다”고 밝혔지만 재보선에 출마해 다시 금배지를 달기에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굳이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게 이 전 최고위원의 입장이라는 전언이다. 친이명박계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은 내년 초까지는 국내로 귀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빠르면 12월에 들어온다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지금 미국 대학에서 맡고 있는 강의가 12월에 끝나고 연말이 되면 다시 연말개각설이 부각되면서 이 전 최고위원이 자연스럽게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은 정국과 당내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MB정권의 성공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고민 중이라고 말하곤 한다”며 “연말 개각 또는 내년 4월 재 보선을 통해 정치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하고 미국으로 떠난 정동영 전 장관은 호남지역의 재보선으로 정계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호남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호남지역에 자리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정 전 장관의 측근들이 전라도 쪽으로 내려와 발판을 마련하며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7월2일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듀크대에 초청교수 자격으로 머물고 있지만 기간은 6개월로 내년 봄에 귀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전 장관은 듀크대 도서관과 집을 자전거로 오가며 재충전을 하고 있다. 대선 패배 후 그는 자신의 측근들과 모인 자리에서 “새로운 정동영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의 측근들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오는 12월 중국 칭화대에서 초청교수 자격으로 활동하기 직전에 잠시 귀국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 7·6전당대회를 끝으로 민주당 대표직에 물러난 손학규 전 대표는 강원도, 충청도 등 전국을 다니며 지인들을 만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 전 대표는 그동안 여의도와 거리를 두면서 지내왔다. 그의 한 측근은 “손 전 대표는 지난 번 종로에서 갑자기 ‘막걸리 한 잔 하자’고 전화를 걸어와 몇몇이 함께 술을 마시는 방식의 ‘번개모임’을 주로 한다”며 “그런 상황을 제외하면 따로 뵙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재개 움직임에 대해서는 “현 정치상황에 대해 쉬면서 보라고 몇 번 소식을 보낸 적은 있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며 “당분간은 계속 그렇게 지낼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는 도지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경기도권에서 의원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손 전 대표는 그동안 마티즈 차량을 몰고 아내와 함께 산사를 찾아다니며 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기도 재보선이나 2010년 지방선거로 컴백해 대권도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