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 ‘럭키박스’ 마케팅 명암

잔뜩 기대하고 뜯어보니…‘꽝’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많은 기업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럭키박스’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럭키박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어 논란이다. 소비자들은 부푼 기대를 품고 럭키박스를 구입하지만 오히려 ‘당했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때문에 기업 이미지마저 실추되고 있다. 소수에게는 행운을 주지만 다수에게는 아쉬움을 남기는 사행성 마케팅 럭키박스의 실태를 알아본다.

 
럭키박스는 대개 똑같은 패키지에 여러 가지 제품을 무작위로 넣어 놓고 내용물을 비공개로 균일가에 선보이는 형태로 판매된다. 어떤 제품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로또 심리’를 자극해 인기를 끌고 있다. 대박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복불복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럭키박스를 찾는 이유는 본전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운이 좋은 경우 실제 구매 가격 이상의 제품들을 받아 볼 수도 있다. 
 
‘당했다’ 느낌
 
그러나 럭키박스의 행운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건 아니다. 행운을 쥐는 건 일부 소비자의 이야기다. 럭키박스, 럭키백으로 불리는 마케팅에 걸려드는 대다수는 소수를 위한 들러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패션브랜드 스베누는 ‘언빌리버블S 럭키박스’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스베누는 지난달 19일부터 고객 감사 이벤트의 일환으로 공식 온라인몰과 온라인 멀티샵 신발팜에서 럭키박스 이벤트를 진행했다. 스베누는 “소비자의 사랑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구성했다”며 “다른 럭키박스는 자사 제품으로만 채우는 경우가 많지만, 스베누는 평소 갖고 싶어도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매가 어려웠던 카메라, 아이패드와 같은 경품부터 더운 여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실속 아이템까지 꽝이 없는 특급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럭키박스는 라이카D-LUX(1명), 맥북에어 13인치(2명), 아이패드에어2(1명), 로봇청소기(3명), 스베누 운동화(5000명) 등 고가의 경품으로 구성돼 있다. 럭키박스에 당첨되지 않는 참가자들에게는 썸머박스가 제공된다. 썸머박스에는 3단 우산(1개), 텀블러(1개), 스마트폰 방수팩(1개), USB선풍기(1개), 바캉스세면파우치(7종), 모기퇴치팔찌(3개), 모기패치스티커(16매), 스베누·신발팜 5000원 적립금 총 8가지의 경품이 제공됐다. 럭키박스 가격은 2만원이었다. 이벤트 참여자는 추첨을 통해 럭키박스 또는 썸머박스를 받았다.
 

하지만 럭키박스를 받아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스베누가 제공하기로 한 텀블러 종류가 바뀌었고, 모기퇴치팔찌는 3개에서 1개로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벤트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것이다. 스베누가 당초 홍보한 럭키박스의 제품 구성과 전혀 다르다는 부정적인 후기가 소비자들의 블로그 등에 올랐다. 스베누 게시판도 난리가 났다. “진짜 한 명도 당첨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두고 보자, 스베누” 등 악평이 이어졌다.
 
흥미·호기심 유발해 소비자 지갑 열어
기대품고 박스 열어보지만…대부분 실망
 
럭키박스 이벤트 사진과 다른 제품을 받은 일부 소비자들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청약철회 등) 3항을 들며 대응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소비자는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재화 등의 내용이 표시·광고의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그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등을 할 수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스베누는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스베누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미숙한 진행으로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마케팅의 시초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럭키백이다. 4만9000원 럭키백 안에는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각종 텀블러, 머그컵, 음료 무료쿠폰 등이 채워져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2009년을 제외하고 2007년부터 매년 럭키백 이벤트를 진행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스타벅스 마니아들은 한정 수량 럭키백을 손에 쥐기 위해 매장의 오픈시간에 맞춰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스타벅스 럭키백 성공담이 하나둘 전해지면서 럭키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졌다.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이벤트가 등장했다. 올해 1월에는 패션브랜드 ‘루이까또즈’ 럭키백 이벤트를 실시했다. 14만원 럭키백에는 루이까또즈 지갑과 가방이 들어있었다. 2월에는 화장품회사 ‘헬로에브리바디’가 2만원 럭키백 이벤트를 실시했다. 3월에는 외국어 학원 ‘해커스’도 럭키백 마케팅에 동참했다.
 
해커스 럭키백 안에는 월 토익 무료 수상권, 2015 다이어리, CGV 영화 예매권, 토익 기출문제와 핵심 자료집 등이 들어 있었다. 여성 속옷 브랜드 ‘에블린’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 오픈 기념으로 매장 방문자 선착순 500명에게 무료로 럭키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파격 조건이었다. 럭키백 안에는 스타벅스 상품권, 외식 식사권, 목걸이 등 작게는 1만원에서 최대 20만원 상당의 제품들로 구성돼 있었다. 


별 거 없네∼
 
이후 럭키백, 럭키박스 마케팅은 유통업계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편의점 입구에서도 화려하게 포장된 럭키박스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럭키박스로 대박은커녕 손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럭키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철 지난 제품을 묶어 판다’는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소비 침체로 유통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객을 끌기 위해 럭키박스, 럭키백 같은 사행심에 기댄 매출 전략이 판치고 있다”며 “이 전략이 자칫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정판 마케팅 '명암'
 
삼성전자가 마블과 협력해 출시한 갤럭시 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이 당일 삼성전자 온라인스토어에서 매진됐지만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언맨 에디션이 완판된 이후 여러 중고 사이트에 이 아이언맨 에디션이 속속 매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고거래 장터 ‘중고나라’ 카페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갤럭시 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의 판매글이 올라왔다. 보다 못한 중고나라 운영진은 공지 글을 통해 “중고나라 카페에 구매 및 판매 관련 게시글이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으며, 대부분 실사용이 아닌 되파는 목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되팔이 목적과 또한 덩달아 해당 제품에 대한 사기글 역시 카페에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고나라 등 중고장터에 올라오는 아이언맨 에디션의 가격은 보통 200만원부터 250만원 사이. 실제 구매가격보다 1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에 올라오고 있다. 소장가치 높은 한정판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은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구매자 상당수가 ‘장사꾼’이다. 이 같은 중고판매가 계속된다면 잘 만든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 이미 한정판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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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