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법관 교감 의혹' 청호나이스 사건 뭐기에…

재판 받던 회장님 판사 친구에 ‘SOS’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황교안 청문회에서 청호나이스가 거론됐다. 그가 맡았던 사건들이 전관예우 문제로 도마에 올랐는데, 유독 청호나이스 사건이 눈에 띄었다. 무슨 사건이길래…. 시계추를 2011년으로 돌려봤다.

 
황교안 청문회의 이슈는 단연 전관예우였다. 그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 내역에 시선이 쏠렸다. 야당의 집중포화가 쏟아진 수임내역엔 ‘청호나이스 사건’도 포함됐다. 당시 황 후보자는 청호나이스 사건 수임과 관련해 “사려 깊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법관과 동창
 
청호나이스 사건이 대체 뭘까.
 
황 후보자가 고개를 숙인 사건은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이 횡령·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을 말한다. 김영택 김영편입학원 회장의 비리 수사가 단초가 됐다. 김 회장은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회삿돈으로 개인채무를 갚고 회계 장부에는 용도를 허위 기재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약 72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김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다 정 회장과의 수상한 돈거래 내역을 포착했다. 두 사람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동문. 검찰은 김 회장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정 회장 쪽으로 흘러들어간 흔적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 수사는 2011년 6월 시작됐고, 정 회장은 2개월 뒤인 그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 이유는 모두 3개. 먼저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의혹을 받았다. 2005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모친을 청호나이스 고문으로 등재하고 급여 명목으로 약 6억원을 지급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다.
 
대부업체의 숨은 ‘전주’노릇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 회장이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D대부업체에 약 99억원을 대여하고 3억여원의 이자를 받는 등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부동산 실권리자등기에 관한 법률 및 농지법을 위반한 혐의까지 받았다. 정 회장은 2008년 4월 사촌 동생 명의로 농지를 사들여 담당관청의 허가 없이 청호나이스연수원 운동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은 재판에서 공소사실 중 횡령과 대부업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다. 정 회장 측은 “횡령 부분은 인정 못 한다”며 “대부업 부분도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대부업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황교안 청문회 불똥 정휘동 회장에 튀어
1·2심 유죄 최종심서 뒤집힌 배경 의문
 
이 사건은 1·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 1심은 정 회장에게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횡령한 5억8000여만원 중 모친이 치매를 앓기 전의 급여인 5억1600여만원에 대해서는 무죄를, 이후 받은 급여부분인 6400여만원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농지법위반 등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결했다. 다만 불법전용이 문제된 농지에 대한 원상복구가 완료된 점, 모친의 2010년 8월 이후 고문료를 회사에 반환한 점, 정 회장의 사회활동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정했다.
 
 
검찰은 항소했고, 얼마 뒤 2심 판결이 났다. 1심은 횡령과 대부행위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정 회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고문료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점이 인정된다”며 5억8000만원의 횡령액 전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준 행위 역시 “대부 행위가 아닌 투자 행위로 봐야한다”며 미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문제는 대법원. 기존 판결은 2013년 6월 최종심에서 뒤집어졌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정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고령의 친족 등을 고문으로 참여시켜 보수를 지급하는 행위가 윤리적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업무상 횡령이라 보기 어렵다”며 “모친이 2011년 1월 치매환자로 확진을 받기는 했으나 이는 앞서 체결된 고문계약 기간이 2011년 12월 31일까지로 정해져 있어 계약에 근거해 고문료가 지급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부업에 대해서도 “법인의 실체를 갖추고 실질적인 영업을 한 이상 명의를 빌려 정 회장 자신이 직접 대부업을 했다고 볼 수 없어 대부업법 위반으로 처벌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농지법위반 역시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2년 뒤 이 사건은 황교안 청문회에서 다시 꺼내졌다. 야당 의원들은 정 회장 사건을 황 후보자가 맡고 대법원에서 뒤집혔다고 지적했다. 상고심 재판의 주심으로 배정된 김용덕 대법관과의 인연이 구설에 올랐다. 두 사람은 경기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다.
 
이 상황이 석연치 않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야당 소속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고교동창 재판관이 주심인 사건을 수임한 것이 부적절했다”며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또 김 대법관과의 전화통화 의혹, 선임계 미제출 의혹 등도 나왔다.
 
 
김 대법관이 주심으로 배정된 것은 2012년 5월25일. 6월2일 참고서면이 제출되면서 최종심이 시작됐다. 당초 정 회장을 변호한 것은 황 후보자가 속했던 법무법인 태평양이었다. 2심까지 유죄 판결이 나자 정 회장은 대법원 사건 접수 이후 변호인을 김앤장으로 변경했다.

그래서 불렀나
 
황 후보자는 김앤장으로 교체됐는데도 정 회장의 사건을 수임했다. 정 회장은 김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것을 확인하고 황 후보자를 추가로 선임했다. 우연일까. 공교롭게도 사건은 정 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갔고, 결국 정 회장은 웃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면자문’ 미스터리
 
황교안 청문회의 또 다른 이슈는 ‘사면 자문’이다. 그의 변호사 시절 자문사건 19개 목록엔 ‘2012년 1월4일 사면(사면관련 법률 자문/ 처리 결과 자문 진행)’이란 대목도 포함돼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문제의 사면 항목이 대기업이나 재벌 총수의 사면 로비와 관련이 있는지 등을 추궁했지만 정확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황 후보자는 “(2012년) 사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절차에 대한 조언을 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2년 신년특별사면은 1월12일 이뤄졌다. 황 후보자가 부산고검장으로 퇴임한 후 2011년 9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재직할 당시 일이다. 당시 MB정부는 생계형 민생사범,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일반 형사범 955명에 대한 특별사면·감형·복권을 단행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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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