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골프장에서 만나는 ‘계절 보양식’ 소개

“이거 한번 잡숴봐! 힘이 불끈 솟구칠 테니”

골프의 본격 시즌. 하지만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큰 계절이라 자칫 건강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6월은 여름의 시작인 동시에 장마가 있는 기상이 예측불허의 달이다. 여느 때보다 건강관리가 요구되는 시기, 전국의 골프장에선 어떤 보양식들이 골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을까?

흑염소, 복분자 장어구이, 갈치, 제철회 등 인기

스코어 지키는 음식? 단백질·미네랄 섭취가 최고
톱 프로골퍼들의 이색 보양식도 취향 따라 다양

골프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기는 방법은 없을까? 본격 골프시즌을 맞아 전국의 골프장들이 골프를 즐기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특선요리(보양식)를 선보이며, 골퍼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전국 각 골프장들은 18홀 모두 세심한 코스 매니지먼트로 고도의 전략이 요구되는 골퍼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사계절 보양식 흑염소 보양전골과 해삼·한우·우족 전골 등을 여름철 특선요리로 마련하고 있다.
흑염소는 보혈작용과 혈액순환의 개선으로 동맥경화와 고혈압 등 성인병에 효능이 있고 노화방지, 두뇌활성, 신경통 및 골다공증에 좋은 보양식이다. 흑염소 보양전골은 흑염소에 황기, 인삼, 엄나무 등 약재와 함께 2시간 이상 푹 삶고 수육을 양념한 후 들깨가루를 넣어 흑염소 특유의 향을 제거해 여성골퍼들도 먹기에 편하다.
또 한우 사골에는 단백질이 풍부해 면역력을 향상시켜주며 각종 질병을 예방해준다. 사골을 우려낼 때 엉기는 현상은 관절에 좋은 교질 성분으로써 특히 허리와 무릎이 약한 골퍼들에게 특효가 있다.
18홀 내내 이어지는 스테미너에 좋은 음식으로 손꼽히는 장어를 주재로 한 복분자 장어구이와 초여름 입맛을 더 높이는 도미구이 등과 같은 특선요리도 있다.
기력회복과 허약체질 개선은 물론 항암효과와 피부미용 효과까지 주는 장어와 강장제인 복분자가 어우러진 복분자 장어구이는 골프 후 지친 체력을 보충하고 활력을 넘치게 해준다.
또한 ‘생선의 제왕’이라 불리는 도미를 이용한 도미구이는 단단하고 맛이 가장 뛰어나며, 비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로회복에 좋고 건강한 골프에 도움을 준다.
제주특별자치도 소재 골프장에서는 고품격, 럭셔리를 지향하고 최소로 엄선된 회원 위주의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계절마다 제철 생선회를 특선요리로 선보이고 있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갈치회를 비롯, 벵에돔요리 등 단백질이 풍부하고 각종 영양성분을 고루 함유한 신선한 음식이 골퍼의 마음까지도 상쾌하게 변화시켜 준다.
음식은 건강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골프 스코어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프로골프선수들은 당연히 음식을 함부로 먹지 않는다. 비록 ‘무관의 황제’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연간 수백억원을 벌어들이는 ‘스포츠 갑부’ 타이거 우즈(미국)는 “1년 내내 건강하게 경기하기 위해 식습관은 아주 중요하다”며 “음식은 경기력 향상에 앞서 건강하게 살기 위한 필수과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우즈가 선택한 ‘황제의 음식’은 일단 고른 영양소로 구성된, 하루 활동에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는 데 초점을 맞춘 메뉴다. 보통 육류와 해산물을 중심으로 과일과 야채가 추가된다. 아침에는 샐러드와 오믈렛, 점심과 저녁은 치킨과 생선, 샐러드를 즐겨 찾는다. 인스턴트식품은 거의 없다. 칼슘강화제와 영양보조제는 매일 섭취한다.
아마추어골퍼도 마찬가지다. 식습관이 스코어까지 좌우할 수 있다. 우선 아침식사를 아예 거르는 경우다. 라운드가 있는 날 아침을 건너뛰면 혈당량이 떨어져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뇌와 신경의 에너지원인 포도당분은 잠자는 동안에도 허비된다.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아침에 특히 혈당이 부족해지는 까닭이다. 기력이 떨어지고 신속한 상황판단도 어렵다.
보통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하지만 불포화지방산은 적당히 먹어줄 필요가 있다. 부족하면 혈청콜레스테롤이 증가해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령의 골퍼들이 이른 아침이나 기온 변화가 극심한 날 골프장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사고가 종종 나타나는 까닭이다. 평소 참치와 은어, 멸치 등 등 푸른 생선이나 견과류 등을 많이 먹어두면 좋다.
골프는 4~5시간을 야외에서 샷을 하거나 걸어 다니는 운동으로 지구력도 있어야 한다. 산소공급이 원활해야 하고, 그래서 평상시 자주 어지럽다면 미네랄을 보충해 줘야 한다. 그늘집에서는 콩음료나 계란이 도움이 되는 품목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골프근육을 만들어주는 단백질을 매 끼니마다 절대 빠뜨리지 않는 게 좋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통이 잦고 쉽게 피로해진다.


술은 당연히 백해무익하다. 알코올은 기껏 키워놓은 근력과 지구력을 떨어뜨리고 유산소 능력과 지방대사 능력도 저하시킨다. 동작이 둔화되고 균형감각도 잃게 된다는 이야기다. 스포츠의학 전문의는 “라운드 전 식사는 탄수화물 위주로, 시간이 없을 때는 에너지바나 과일 등 휴대용 음식이 바람직하다”면서 “과식은 물론 금물이고, 조금씩 나눠서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보양식’하면 한여름에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한 별식을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초여름 환절기에도 보양식이 필요하다. 일교차가 커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며 건조한 날씨 때문에 피부가 탄력을 잃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골퍼들에겐 보양식은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기력을 보충하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준다. 먼 이국땅에서 활동하는 선수에게는 고향의 맛을 전하는 ‘소울 푸드’가 된다.
‘한국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쌀밥!’이란 철칙을 갖고 있는, 별식을 먹지 않아도 쌀밥 자체를 보양식을 삼는 골퍼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선수가 ‘바람의 아들’ 양용은(39·KB금융그룹).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그가 대회가 개최되는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찾는 건 한식당이다. 심지어 한식당이 흔하지 않은 유럽에서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수십 분을 자동차로 이동하기도 했다.
양용은은 “따로 챙겨먹는 보양식은 없다. 대신에 우리 음식을 즐겨먹는 편이다. 그래야 힘이 나는 것 같다”며 한식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 바 있다.
양용은과 함께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탱크’ 최경주(41·K텔레콤) 또한 딱히 보양식을 챙겨먹지 않는다. 최경주도 “보양식을 챙겨먹는 것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들어서는 육식위주 식단에서 채식위주 식단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경주는 “아침에는 여러 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믹서에 갈아 아침식사로 먹는다. 덕분에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며 식단을 변경한 덕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저것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보양식으로 별식을 챙겨먹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특별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기분 전환도 되고 몸에 힘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보양식하면 떠오르는 재료는 장어다. 장어는 ‘미소천사’로도 잘 알려진 김하늘(23·비씨카드)이 즐겨 먹는 보양식이다. “평소 닭고기를 좋아해 닭강정, 닭고기를 이용한 볶음밥 등을 잘 해먹지만 보양식이 필요하다 느낄 때는 장어를 즐겨 먹는다”고 김하늘은 말했다.

올바른 식습관
스코어 견인

장어 외에 보양식 재료로 유명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낙지다. ‘낙지 서너 마리면 죽어가는 소도 살린다’고 <자산어보>에 실릴 정도로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재료다. 지난 7월 메이저 골프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21·한화)에게는 낙지가 최고의 보양식이다. 체질상 육류를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소연은 “어느 순간부터 육류와 밀가루를 먹으면 근육통이 심해지는 등 몸에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때부터 육류 섭취를 줄이고 해산물, 특히 낙지를 먹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보양식으로 낙지요리를 즐겨 먹는다는 유소연은 식단을 변경한 후에 근육통 증상이 완화되고 대회 성적이 잘 나왔다고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