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③대책이 없다

국민은 우왕좌왕, 정부는 허둥지둥 …“탈출구가 안 보인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만 3년이 넘었지만 메르스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어 메르스 공포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25개국, 1167명(5월29일 기준)의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발병률을 나타내 국민들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국내 최초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19일 만인 지난 8일, 감염자는 87명으로 증가했으며, 격리대상자만 2361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까지 메르스 감염에 의한 사망자만 5명으로 밝혀졌다. 메르스 공포의 확산으로 인해 전국 700여개 학교 및 유치원이 휴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메르스 공포 확산
세계 2위 발병국

2012년 4월, 최초의 메르스 감염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했다. 이후 전 세계 25개국 1026명의 감염자와 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발병 원인 및 전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로써 메르스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어 메르스 공포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의학계 보고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자 전원이 중동국가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 및 출장 등 중동국가에 중·단기적인 체류자들이 1차 감염자로 나타났으며, 낙타 시장, 낙타 체험프로그램 등 낙타와의 접촉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낙타와 박쥐가 감염 매개체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일반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 준수를 당부한다. 예방 수칙 사항으로는 ▲비누 및 알콜 손 세정제를 통한 손 씻기 ▲기침 및 재채기 시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기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 만지지 않기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 피하기 ▲호흡기 증상 및 소화기 증상이 있을 시 의료기관 방문하기 등이다. 또한 중동지역 여행(체류) 중 낙타, 박쥐, 염소 등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면역저하자(65세 이상인 자, 어린이, 임산부, 암투병자 등) 및 기저질환자(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중동지역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낙타 시장, 낙타 농장, 낙타 체험 프로그램 등의 출입을 자제하고,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와 멸균되지 않은 생낙타유 섭취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발병 원인·전염 경로 밝혀지지 않아
백신개발 난항…7∼10년 소요 전망


현재까지 밝혀진 의학계 보고에 따르면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는 0.6∼0.8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메르스 감염자 한 명당 0.6∼0.8명에게 메르스를 전염시킨다는 의미다. 사스, 에볼라바이러스 등의 유행바이러스에 비해 전염률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그동안 발표된 연구 결과 자료를 살펴보면 메르스는 하부기도를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하부기도 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체외로 배출될 가능성이 희박해 전염률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초 감염자에 의한 2차 감염자가 29명인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기존 메르스 기초감염재생산수 보고가 잘못됐음이 드러났다. 이에 의료 전문가는 메르스에 대한 한국인 유전자 구조의 취약, 예방조치의 미흡, 의료시술에 의한 전파 등의 엇갈린 분석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2일, 도쿄발 기사에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메르스 감염자 확산이 기존 메르스에 대한 의학계 통념을 깨고 있다”며 “2012년 메르스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뒤 많은 나라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여러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전파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고 감염자 수로도 아라비아 반도 밖에서는 최대치”라고 발표했다.

취약한 유전자
기도삽관 전파설

<사이언스>의 자문가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2003년 사스의 확산이 의료진의 기도삽관(기도에 튜브를 삽입하는 시술법)에 의한 전파였음을 근거로 내세우며, 국내 최초 메르스 감염자의 의료시술에 의한 확산 가능성을 내다봤다. 또한 “최초의 환자가 이미 다른 계열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메르스에 감염됐거나, 한국인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메르스에 취약한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이언스>는 이날 보고에서 홍콩대학교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메디컬센터 등 세계 메르스 관련 연구기관에서 한국 감염자 유전자 샘플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튿날인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아직 외국 연구기관에 샘플을 보내지 못했으며, 외국 분석의뢰기관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 바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분석 의뢰 기관으로 선정했다가 번복한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메디컬센터는 지난 2012년 메르스 세계 최초 감염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기관이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2∼14일(평균 5일)로,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 및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잠복기를 거친 메르스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자에 한해 2차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메르스 의심자에 한해 자가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밀접접촉자만?
공기 중 전파?

하지만 세계 최다 메르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타 헛간 공기 중에서 다량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기 중 메르스 전염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연구 결과다.

실제로 국내 최초 메르스 감염자와 2차 감염자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밀접접촉이 전혀 없는 감염자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2차 감염자 29명 가운데 최초 감염자와 밀접접촉한 감염자는 감염자의 가족은 1명, 같은 병실 입원 환자 1명, 의료진 3명을 포함한 5명이다.  일각에서는 최초 감염자 발생 19일 만에 격리대상자가 2361명에 달하는 점을 내세우며 공기 중 전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세우고 있다.

반대로 의료진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주장하는 의료 전문가도 있다. 최초 감염자와의 밀접접촉자 5명을 제외한 24명은 동일 병동 환자 및 보호자로 2차 감염 의료진에 의한 3차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발병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백신 개발·생산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은 관계사인 이노비오와 공동연구계약을 지난달 27일 체결하고 메르스 DNA백신 개발에 나섰다. 두 기관은 이미 2012년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동물 실험 연구에 착수했으며, 2013년 11월 연구 결과를 국제과학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연구진 5명, 미국 휴스턴 소재 국제규격 우수의약품 위탁대행 생산시설 VGXI 연구진 60명, 미국 이노비오 임상개발자 3명 등 총 68명의 연구진이 투입된 가운데 백신 개발에 나섰으며 올 하반기 중 1상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손씻기, 기침주의, 행사방문 자제…
기본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이 전부

두 기관은 메르스의 치사율이 높아 기존 형태의 백신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유전자백신 및 바이러스 유사입자(VLP) 백신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특히 유전자백신 및 바이러스 유사입자 백신 등의 DNA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고, 강력하고 광범위한 면역반응이 유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생산기간이 짧고 보관 및 운송의 용이성이 있다.

진원생명과학 측은 메르스가 응급임상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동물연구결과 갈음 규칙(Animal Rule)이 적용돼 임상개발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서도 응급임상 질병으로 분류된 바 있다.

진원생명과학 측은 “정상적인 임상 실험 과정을 거친다면 백신 개발까지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이 소요된다”며 “정부에서 응급임상으로 적용한다면 장담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백신개발이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까지 1년이 소요됐으니 1년쯤 걸리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내다봤다.

유럽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메르스의 치사율은 41%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다 메르스 감염자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치사율은 43.7%로 나타났다. 메르스 감염자 10명 중 4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사스(9.6%)와 신종플루(0.07%)의 치사율의 40배가 넘는 수치이기도 하다.

'사스의 40배'
과장된 치사율


하지만 일부 의학계에서는 메르스 치사율이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중동국가의 열악한 의료기술로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3월20일 메르스 치사율이 10% 미만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독일의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팀은 사우디아라비아 2700만명의 인구 중 메르스 감염자를 4만명으로 추정, 이 중 2%만 의학계에 보고됐으며 나머지는 메르스 항체로 인한 자연치유가 됐음을 주장하고 있다.

 

<기사 속 기사> ‘메르스 감염’ 위험한 지역들
“노인들 모이는 종묘공원 비상”

본격적인 피서철(7∼8월)을 앞두고 메르스의 확산에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직장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국의 불특정 다수가 피서지로 몰리면 메르스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학전문가의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메르스 공포의 확산에 전국 700여개 유치원 및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으며, 지역문화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송샘이(28·직장인)씨는 “전염률뿐만 아니라 치사율까지 높은 메르스 공포가 납량특집보다 무섭다”며 “제주도 여름휴가 계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국립보건원 알레르기감염병센터 나르트어 반 도어마렌 박사팀은 지난 2013년 9월 국제학술지 유로서베일런스 발표 논문에서 상온 40℃ 및 상대습도 80%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취약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메르스 확산이 여름휴가철 중 소강 상태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르스 관련 연구자료에 따르면 기저질환자(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 및 40∼70대 연령층이 메르스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메르스의 가장 취약한 장소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대표적인 쉼터 종로구 종묘공원이 지목되고 있다. 대한노인회에 따르면 종묘공원에는 일 평균 2000여명의 노인들이 방문하며, 평균 나이는 70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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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