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③대책이 없다

국민은 우왕좌왕, 정부는 허둥지둥 …“탈출구가 안 보인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만 3년이 넘었지만 메르스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어 메르스 공포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25개국, 1167명(5월29일 기준)의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발병률을 나타내 국민들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국내 최초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19일 만인 지난 8일, 감염자는 87명으로 증가했으며, 격리대상자만 2361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까지 메르스 감염에 의한 사망자만 5명으로 밝혀졌다. 메르스 공포의 확산으로 인해 전국 700여개 학교 및 유치원이 휴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메르스 공포 확산
세계 2위 발병국

2012년 4월, 최초의 메르스 감염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했다. 이후 전 세계 25개국 1026명의 감염자와 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발병 원인 및 전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로써 메르스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어 메르스 공포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의학계 보고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자 전원이 중동국가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 및 출장 등 중동국가에 중·단기적인 체류자들이 1차 감염자로 나타났으며, 낙타 시장, 낙타 체험프로그램 등 낙타와의 접촉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낙타와 박쥐가 감염 매개체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일반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 준수를 당부한다. 예방 수칙 사항으로는 ▲비누 및 알콜 손 세정제를 통한 손 씻기 ▲기침 및 재채기 시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기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 만지지 않기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 피하기 ▲호흡기 증상 및 소화기 증상이 있을 시 의료기관 방문하기 등이다. 또한 중동지역 여행(체류) 중 낙타, 박쥐, 염소 등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면역저하자(65세 이상인 자, 어린이, 임산부, 암투병자 등) 및 기저질환자(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중동지역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낙타 시장, 낙타 농장, 낙타 체험 프로그램 등의 출입을 자제하고,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와 멸균되지 않은 생낙타유 섭취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발병 원인·전염 경로 밝혀지지 않아
백신개발 난항…7∼10년 소요 전망


현재까지 밝혀진 의학계 보고에 따르면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는 0.6∼0.8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메르스 감염자 한 명당 0.6∼0.8명에게 메르스를 전염시킨다는 의미다. 사스, 에볼라바이러스 등의 유행바이러스에 비해 전염률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그동안 발표된 연구 결과 자료를 살펴보면 메르스는 하부기도를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하부기도 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체외로 배출될 가능성이 희박해 전염률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초 감염자에 의한 2차 감염자가 29명인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기존 메르스 기초감염재생산수 보고가 잘못됐음이 드러났다. 이에 의료 전문가는 메르스에 대한 한국인 유전자 구조의 취약, 예방조치의 미흡, 의료시술에 의한 전파 등의 엇갈린 분석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2일, 도쿄발 기사에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메르스 감염자 확산이 기존 메르스에 대한 의학계 통념을 깨고 있다”며 “2012년 메르스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뒤 많은 나라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여러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전파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고 감염자 수로도 아라비아 반도 밖에서는 최대치”라고 발표했다.

취약한 유전자
기도삽관 전파설

<사이언스>의 자문가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2003년 사스의 확산이 의료진의 기도삽관(기도에 튜브를 삽입하는 시술법)에 의한 전파였음을 근거로 내세우며, 국내 최초 메르스 감염자의 의료시술에 의한 확산 가능성을 내다봤다. 또한 “최초의 환자가 이미 다른 계열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메르스에 감염됐거나, 한국인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메르스에 취약한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이언스>는 이날 보고에서 홍콩대학교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메디컬센터 등 세계 메르스 관련 연구기관에서 한국 감염자 유전자 샘플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튿날인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아직 외국 연구기관에 샘플을 보내지 못했으며, 외국 분석의뢰기관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 바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분석 의뢰 기관으로 선정했다가 번복한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메디컬센터는 지난 2012년 메르스 세계 최초 감염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기관이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2∼14일(평균 5일)로,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 및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잠복기를 거친 메르스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자에 한해 2차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메르스 의심자에 한해 자가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밀접접촉자만?
공기 중 전파?

하지만 세계 최다 메르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타 헛간 공기 중에서 다량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기 중 메르스 전염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연구 결과다.

실제로 국내 최초 메르스 감염자와 2차 감염자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밀접접촉이 전혀 없는 감염자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2차 감염자 29명 가운데 최초 감염자와 밀접접촉한 감염자는 감염자의 가족은 1명, 같은 병실 입원 환자 1명, 의료진 3명을 포함한 5명이다.  일각에서는 최초 감염자 발생 19일 만에 격리대상자가 2361명에 달하는 점을 내세우며 공기 중 전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세우고 있다.

반대로 의료진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주장하는 의료 전문가도 있다. 최초 감염자와의 밀접접촉자 5명을 제외한 24명은 동일 병동 환자 및 보호자로 2차 감염 의료진에 의한 3차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발병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백신 개발·생산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은 관계사인 이노비오와 공동연구계약을 지난달 27일 체결하고 메르스 DNA백신 개발에 나섰다. 두 기관은 이미 2012년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동물 실험 연구에 착수했으며, 2013년 11월 연구 결과를 국제과학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연구진 5명, 미국 휴스턴 소재 국제규격 우수의약품 위탁대행 생산시설 VGXI 연구진 60명, 미국 이노비오 임상개발자 3명 등 총 68명의 연구진이 투입된 가운데 백신 개발에 나섰으며 올 하반기 중 1상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손씻기, 기침주의, 행사방문 자제…
기본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이 전부

두 기관은 메르스의 치사율이 높아 기존 형태의 백신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유전자백신 및 바이러스 유사입자(VLP) 백신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특히 유전자백신 및 바이러스 유사입자 백신 등의 DNA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고, 강력하고 광범위한 면역반응이 유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생산기간이 짧고 보관 및 운송의 용이성이 있다.

진원생명과학 측은 메르스가 응급임상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동물연구결과 갈음 규칙(Animal Rule)이 적용돼 임상개발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서도 응급임상 질병으로 분류된 바 있다.

진원생명과학 측은 “정상적인 임상 실험 과정을 거친다면 백신 개발까지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이 소요된다”며 “정부에서 응급임상으로 적용한다면 장담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백신개발이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까지 1년이 소요됐으니 1년쯤 걸리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내다봤다.

유럽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메르스의 치사율은 41%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다 메르스 감염자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치사율은 43.7%로 나타났다. 메르스 감염자 10명 중 4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사스(9.6%)와 신종플루(0.07%)의 치사율의 40배가 넘는 수치이기도 하다.

'사스의 40배'
과장된 치사율


하지만 일부 의학계에서는 메르스 치사율이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중동국가의 열악한 의료기술로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3월20일 메르스 치사율이 10% 미만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독일의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팀은 사우디아라비아 2700만명의 인구 중 메르스 감염자를 4만명으로 추정, 이 중 2%만 의학계에 보고됐으며 나머지는 메르스 항체로 인한 자연치유가 됐음을 주장하고 있다.

 

<기사 속 기사> ‘메르스 감염’ 위험한 지역들
“노인들 모이는 종묘공원 비상”

본격적인 피서철(7∼8월)을 앞두고 메르스의 확산에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직장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국의 불특정 다수가 피서지로 몰리면 메르스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학전문가의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메르스 공포의 확산에 전국 700여개 유치원 및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으며, 지역문화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송샘이(28·직장인)씨는 “전염률뿐만 아니라 치사율까지 높은 메르스 공포가 납량특집보다 무섭다”며 “제주도 여름휴가 계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국립보건원 알레르기감염병센터 나르트어 반 도어마렌 박사팀은 지난 2013년 9월 국제학술지 유로서베일런스 발표 논문에서 상온 40℃ 및 상대습도 80%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취약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메르스 확산이 여름휴가철 중 소강 상태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르스 관련 연구자료에 따르면 기저질환자(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 및 40∼70대 연령층이 메르스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메르스의 가장 취약한 장소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대표적인 쉼터 종로구 종묘공원이 지목되고 있다. 대한노인회에 따르면 종묘공원에는 일 평균 2000여명의 노인들이 방문하며, 평균 나이는 70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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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