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⑦경제가 위험하다

의심 많은 왕서방 “한쿡 안 간다해∼”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메르스 3차 감염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엔화 약세로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마저 메르스로 인해 위축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역시 메르스 사태의 진행 여부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전염병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회복조짐을 보이던 우리나라 경제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8년 창궐한 홍콩독감과 2000년대 초반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다양한 지표로 확인된 사실이다.

2003년 악몽
사스 때처럼?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2009년 국내에서 맹위를 떨친 신종플루(H1N1)가 이번 상황과 비교해볼 만한 사례로 꼽힌다. 경제지표에는 다양한 변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그 영향을 계량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신종플루 당시의 지표 변화는 전염병 확산에 따른 여파를 가늠케 하기에 충분하다. 2009년 5월2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신종플루는 그해 가을에 심하게 번졌다. 국가전염병 위기단계(주의-경계-심각)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된 것도 그 해 11월3일이었다. 따라서 2009년 4분기는 신종플루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빠른 확산을 전제로 연간 성장률을 0.1∼0.3%포인트 떨어뜨리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2009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에 전기보다 3.3% 줄었다가 2009년 1∼3분기 0.1%, 1.5%, 2.8%로 증가폭을 늘려가다가 주저앉은 셈이다. 신종플루가 잦아든 이듬해 1분기에는 2.2% 성장하며 회복했다. 
 

신종플루의 영향이 컸던 부문은 서비스업이다. 돌림병이 창궐하면 기본적으로 소비주체의 하나인 개인의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국인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기를 꺼리고 외국인 입국자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전기 대비로 2009년 3분기 1.4%에서 4분기 1.0%로 둔화한다.
 
이런 지표 악화가 온전히 신종플루 때문은 아니지만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업종별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운송업, 여행업, 숙박음식업 등 대외·여가 활동과 관련된 업종은 신종플루가 확산하던 10~11월의 지표가 추락했다가 대체로 12월부터 나아지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도시철도와 시내·시외버스 등 육상여객운송업 생산지표는 2009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로 -4.2%, -6.3%, -4.4% -3.4%씩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같은 시기에 -0.1%, -2.7%, -1.8%, 3.6%로 움직였다.
 
이 가운데 주점업은 -7.7%, -15.7%, -9.6%, 2.0%로 나타나 타격이 컸었음을 알 수 있다. 저녁 술자리를 자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여가생활 위축으로 휴양콘도운영업은 -1.6%, -8.2%, -10.4%, -12.5%로 눈에 띄게 침체했다. 여행업에 대한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여행사업은 그 해 9월부터 4개월간 각각 -34.2%, -34.1%, -19.2%, -0.5%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경기장과 골프장 등 스포츠서비스업 역시 10.4%, -2.8%, -1.9%, -5.1%로 침체양상을 보였다. 유원지·테마파크운영업은 각각 -24.5%, -28.0%, -47.5%, 14.3%를 기록해 10~11월에 침체의 골이 가장 깊었다. 반면에 병원의 생산지표는 14.1%, 14.7%, 16.0%, 20.4%로 늘어 커진 의료수요를 반영했다.

불안한 관광객
잇단 예약취소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내수 회복세가 확고하지 않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가 악화되면 이달 하순 발표될 예정인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응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발전전략’ 세미나에서 “메르스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계 부처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차관은 “일단 메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련 부처와 기관이 합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는 불안한 상황이다. 전체 산업생산은 2개월째 감소세다.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5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물량까지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0%대다. 담뱃값 인상을 제외하면 4개월째 마이너스인 셈이다. 때문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안 그래도 힘든데…대형 악재 돌출
등 돌리는 중국인 관광업계 직격탄
 
소매판매 등 내수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경우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 실제로 내수 회복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게 되면 유통업종이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경제연구소들에 따르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등 전염병이 생겼을 당시 관련국의 경제성장률이 급락했다. 사스 발병지였던 홍콩의 성장률은 2003년 1분기에 4.1%였지만 2분기에 -0.9% 였다. 중국은 같은 기간에 10.8%에서 7.9%로 성장률이 급락했다.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 한국의 여행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9% 감소했다. 
 
경제 부처들은 현재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별도의 대책을 내놓은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르스가 확산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면 정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부가 이달 말께 발표할 예정인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무게 중심이 경기부양에 실릴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올 상반기 끝까지 경기상황을 지켜보고 나서 거기에 맞는 방안을 찾겠다며 부양 가능성을 열어 놓고는 있다.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여행·관광, 유통 등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추경 편성 요구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성장세 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추경 논의가 가열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상반기 경기 흐름을 지켜본 뒤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 국가재정법(89조)은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장률 직격탄
내수·수출 타격
 

이런 점 때문에 올해 예상되는 3%대 성장을 경기침체로 볼 수 있는지, 재정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빚으로 빚을 막는 추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메르스 사태로 인해 정부가 추경 카드를 꺼낼 공산도 덩달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미 올해 성장률을 3.8%에서 3.3%로 낮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메르스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면 올해 성장률은 2% 후반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는 피해가 구체화되고 있어 긴장상태가 남다르다. 한 백화점은 메르스 발생 이후 주말 매출이 전년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5월 월간 매출 증가율(6%)에 한참 밑돌자 대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대한 경제적 영향을 수치화하기 어렵다면서도 선제적인 조기대응에 실패할 경우 경제 전방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입을 모은다. 메르스 환자의 출국과 재출국, 그리고 의심자의 격리 거부 등이 외국 언론에 소개되면서 자칫 한국이 보건 후진국으로 낙인찍힐 우려도 일고 있다.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대만 관광객 약 1300명이 한국 여행을 취소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말할 것도 없다. 여행업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예약 취소사례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7∼8월 출발할 해외 여행상품을 예약했던 내국인도 메르스 확산 때문에 여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메르스 감염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8개국에서 400여명의 선수단이 대회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광주U대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예상된다. 약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휴가철도 문제다. 휴가철은 관광업계의 대목이다. 휴가철이 활발하게 돌아가면 경제 전반에 큰 활력소가 된다. 만약 메르스가 계속 확산된다면 올 여름 휴가철은 그야말로 최악의 불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역대 최장 장마’로 기록됐던 지난 2012년 여름, 국내 경제는 불황을 면치 못했다.
 
올 성장률 3.8%→3.3% 예상

더 확산되면 2%대로 추락?
 
외국인 환자, 특히 중동 환자로 특수를 누렸던 병원업계도 울상이다. 메르스가 유입된 이후 중동발 환자가 뚝 끊긴 데 이어 국내 보건당국 방역체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환자 예약 문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공연계도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각종 공연이 취소됐던 상황이 재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2일 하나투어는 전날보다 8.87% 급락한 11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모두투어는 8.51% 떨어진 3만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화장품 제조사 등 중국인 관광객 수혜주들의 피해도 예견되고 있다. 한국화장품과 코리아나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고 에이블씨엔씨 한국콜마 코스맥스도 각각 7% 안팎 떨어졌다. ‘대장주’ 아모레퍼시픽마저 -4.52% 휘쳥였다.
 
메르스를 조기에 잡지 못할 경우, 지난 1년 동안 경제를 살린다며 발표한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등 각종 개수 진작 대책들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지난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고건 국무총리가 전체 컨트롤 타워를 맡아 국내에서는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이 전염병을 막아냈다. 국제사회는 한국을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르다. 국무총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가 최근에 입국했다.

총체적 난국
경제팀 대책은?
 
중차대한 시기에 적절하지 못한 출장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메르스 종합대응 컨트롤 타워를 지난 3일 구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며 “가능한 한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즉시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언행일치를 당부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도 가도 못하는’ 중동 진출 기업들 비상
 
수주텃밭인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방지를 위한 비상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동에 파견된 직원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데다 휴가나 업무차 국내로 입국하는 경우도 잦아 자칫 감염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3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중동에서 한국으로 복귀한 근로자는 5일 이내에 체온측정과 문진을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조치로 현장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본사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대응지침도 내려 보냈다. 현대건설은 중동에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업체로 사우디에서만 17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이라크, UAE 등 5개 국가에서는 32개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도 메르스와 관련된 매뉴얼을 마련해 감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동 건설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체온을 매일 측정하는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가려내고 있다. GS건설은 안전보건팀을 통해 중동에 근무하는 직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중동 현지에 지정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있는 대우건설은 감염 예방 지침을 보다 강화했다. 2013년부터 메르스 감염 예방 지침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 대우건설은 최근 모든 해외 현장에 해당 지침을 전달했다. 대림산업은 중동 근로자들이 낙타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중동 낙타는 현지인들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원으로 알려졌다.
 
저유가 기조 장기화에 메르스 악재까지 겹치자 중동 수주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기준 국내 건설업체들이 거둔 중동 수주액은 68억2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로 중동 국가들이 발주물량을 줄인 영향이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현지 직원들이 메르스에 감염될 경우 기존 사업차질은 물론 중동 리스크에 따른 수주환경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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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