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⑦경제가 위험하다

의심 많은 왕서방 “한쿡 안 간다해∼”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메르스 3차 감염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엔화 약세로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마저 메르스로 인해 위축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역시 메르스 사태의 진행 여부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전염병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회복조짐을 보이던 우리나라 경제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8년 창궐한 홍콩독감과 2000년대 초반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다양한 지표로 확인된 사실이다.

2003년 악몽
사스 때처럼?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2009년 국내에서 맹위를 떨친 신종플루(H1N1)가 이번 상황과 비교해볼 만한 사례로 꼽힌다. 경제지표에는 다양한 변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그 영향을 계량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신종플루 당시의 지표 변화는 전염병 확산에 따른 여파를 가늠케 하기에 충분하다. 2009년 5월2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신종플루는 그해 가을에 심하게 번졌다. 국가전염병 위기단계(주의-경계-심각)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된 것도 그 해 11월3일이었다. 따라서 2009년 4분기는 신종플루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빠른 확산을 전제로 연간 성장률을 0.1∼0.3%포인트 떨어뜨리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2009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에 전기보다 3.3% 줄었다가 2009년 1∼3분기 0.1%, 1.5%, 2.8%로 증가폭을 늘려가다가 주저앉은 셈이다. 신종플루가 잦아든 이듬해 1분기에는 2.2% 성장하며 회복했다. 
 
신종플루의 영향이 컸던 부문은 서비스업이다. 돌림병이 창궐하면 기본적으로 소비주체의 하나인 개인의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국인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기를 꺼리고 외국인 입국자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전기 대비로 2009년 3분기 1.4%에서 4분기 1.0%로 둔화한다.
 
이런 지표 악화가 온전히 신종플루 때문은 아니지만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업종별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운송업, 여행업, 숙박음식업 등 대외·여가 활동과 관련된 업종은 신종플루가 확산하던 10~11월의 지표가 추락했다가 대체로 12월부터 나아지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도시철도와 시내·시외버스 등 육상여객운송업 생산지표는 2009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로 -4.2%, -6.3%, -4.4% -3.4%씩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같은 시기에 -0.1%, -2.7%, -1.8%, 3.6%로 움직였다.
 
이 가운데 주점업은 -7.7%, -15.7%, -9.6%, 2.0%로 나타나 타격이 컸었음을 알 수 있다. 저녁 술자리를 자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여가생활 위축으로 휴양콘도운영업은 -1.6%, -8.2%, -10.4%, -12.5%로 눈에 띄게 침체했다. 여행업에 대한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여행사업은 그 해 9월부터 4개월간 각각 -34.2%, -34.1%, -19.2%, -0.5%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경기장과 골프장 등 스포츠서비스업 역시 10.4%, -2.8%, -1.9%, -5.1%로 침체양상을 보였다. 유원지·테마파크운영업은 각각 -24.5%, -28.0%, -47.5%, 14.3%를 기록해 10~11월에 침체의 골이 가장 깊었다. 반면에 병원의 생산지표는 14.1%, 14.7%, 16.0%, 20.4%로 늘어 커진 의료수요를 반영했다.

불안한 관광객
잇단 예약취소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내수 회복세가 확고하지 않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가 악화되면 이달 하순 발표될 예정인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응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발전전략’ 세미나에서 “메르스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계 부처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차관은 “일단 메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련 부처와 기관이 합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는 불안한 상황이다. 전체 산업생산은 2개월째 감소세다.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5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물량까지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0%대다. 담뱃값 인상을 제외하면 4개월째 마이너스인 셈이다. 때문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안 그래도 힘든데…대형 악재 돌출
등 돌리는 중국인 관광업계 직격탄
 
소매판매 등 내수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경우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 실제로 내수 회복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게 되면 유통업종이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경제연구소들에 따르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등 전염병이 생겼을 당시 관련국의 경제성장률이 급락했다. 사스 발병지였던 홍콩의 성장률은 2003년 1분기에 4.1%였지만 2분기에 -0.9% 였다. 중국은 같은 기간에 10.8%에서 7.9%로 성장률이 급락했다.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 한국의 여행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9% 감소했다. 
 
경제 부처들은 현재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별도의 대책을 내놓은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르스가 확산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면 정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부가 이달 말께 발표할 예정인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무게 중심이 경기부양에 실릴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올 상반기 끝까지 경기상황을 지켜보고 나서 거기에 맞는 방안을 찾겠다며 부양 가능성을 열어 놓고는 있다.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여행·관광, 유통 등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추경 편성 요구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성장세 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추경 논의가 가열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상반기 경기 흐름을 지켜본 뒤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 국가재정법(89조)은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장률 직격탄
내수·수출 타격
 
이런 점 때문에 올해 예상되는 3%대 성장을 경기침체로 볼 수 있는지, 재정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빚으로 빚을 막는 추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메르스 사태로 인해 정부가 추경 카드를 꺼낼 공산도 덩달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미 올해 성장률을 3.8%에서 3.3%로 낮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메르스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면 올해 성장률은 2% 후반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는 피해가 구체화되고 있어 긴장상태가 남다르다. 한 백화점은 메르스 발생 이후 주말 매출이 전년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5월 월간 매출 증가율(6%)에 한참 밑돌자 대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대한 경제적 영향을 수치화하기 어렵다면서도 선제적인 조기대응에 실패할 경우 경제 전방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입을 모은다. 메르스 환자의 출국과 재출국, 그리고 의심자의 격리 거부 등이 외국 언론에 소개되면서 자칫 한국이 보건 후진국으로 낙인찍힐 우려도 일고 있다.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대만 관광객 약 1300명이 한국 여행을 취소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말할 것도 없다. 여행업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예약 취소사례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7∼8월 출발할 해외 여행상품을 예약했던 내국인도 메르스 확산 때문에 여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메르스 감염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8개국에서 400여명의 선수단이 대회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광주U대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예상된다. 약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휴가철도 문제다. 휴가철은 관광업계의 대목이다. 휴가철이 활발하게 돌아가면 경제 전반에 큰 활력소가 된다. 만약 메르스가 계속 확산된다면 올 여름 휴가철은 그야말로 최악의 불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역대 최장 장마’로 기록됐던 지난 2012년 여름, 국내 경제는 불황을 면치 못했다.
 
올 성장률 3.8%→3.3% 예상
더 확산되면 2%대로 추락?
 
외국인 환자, 특히 중동 환자로 특수를 누렸던 병원업계도 울상이다. 메르스가 유입된 이후 중동발 환자가 뚝 끊긴 데 이어 국내 보건당국 방역체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환자 예약 문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공연계도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각종 공연이 취소됐던 상황이 재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2일 하나투어는 전날보다 8.87% 급락한 11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모두투어는 8.51% 떨어진 3만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화장품 제조사 등 중국인 관광객 수혜주들의 피해도 예견되고 있다. 한국화장품과 코리아나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고 에이블씨엔씨 한국콜마 코스맥스도 각각 7% 안팎 떨어졌다. ‘대장주’ 아모레퍼시픽마저 -4.52% 휘쳥였다.
 
메르스를 조기에 잡지 못할 경우, 지난 1년 동안 경제를 살린다며 발표한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등 각종 개수 진작 대책들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지난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고건 국무총리가 전체 컨트롤 타워를 맡아 국내에서는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이 전염병을 막아냈다. 국제사회는 한국을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르다. 국무총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가 최근에 입국했다.

총체적 난국
경제팀 대책은?
 
중차대한 시기에 적절하지 못한 출장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메르스 종합대응 컨트롤 타워를 지난 3일 구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며 “가능한 한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즉시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언행일치를 당부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도 가도 못하는’ 중동 진출 기업들 비상
 
수주텃밭인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방지를 위한 비상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동에 파견된 직원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데다 휴가나 업무차 국내로 입국하는 경우도 잦아 자칫 감염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3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중동에서 한국으로 복귀한 근로자는 5일 이내에 체온측정과 문진을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조치로 현장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본사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대응지침도 내려 보냈다. 현대건설은 중동에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업체로 사우디에서만 17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이라크, UAE 등 5개 국가에서는 32개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도 메르스와 관련된 매뉴얼을 마련해 감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동 건설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체온을 매일 측정하는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가려내고 있다. GS건설은 안전보건팀을 통해 중동에 근무하는 직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중동 현지에 지정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있는 대우건설은 감염 예방 지침을 보다 강화했다. 2013년부터 메르스 감염 예방 지침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 대우건설은 최근 모든 해외 현장에 해당 지침을 전달했다. 대림산업은 중동 근로자들이 낙타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중동 낙타는 현지인들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원으로 알려졌다.
 
저유가 기조 장기화에 메르스 악재까지 겹치자 중동 수주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기준 국내 건설업체들이 거둔 중동 수주액은 68억2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로 중동 국가들이 발주물량을 줄인 영향이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현지 직원들이 메르스에 감염될 경우 기존 사업차질은 물론 중동 리스크에 따른 수주환경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