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⑦경제가 위험하다

의심 많은 왕서방 “한쿡 안 간다해∼”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메르스 3차 감염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엔화 약세로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마저 메르스로 인해 위축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역시 메르스 사태의 진행 여부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전염병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회복조짐을 보이던 우리나라 경제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8년 창궐한 홍콩독감과 2000년대 초반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다양한 지표로 확인된 사실이다.

2003년 악몽
사스 때처럼?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2009년 국내에서 맹위를 떨친 신종플루(H1N1)가 이번 상황과 비교해볼 만한 사례로 꼽힌다. 경제지표에는 다양한 변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그 영향을 계량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신종플루 당시의 지표 변화는 전염병 확산에 따른 여파를 가늠케 하기에 충분하다. 2009년 5월2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신종플루는 그해 가을에 심하게 번졌다. 국가전염병 위기단계(주의-경계-심각)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된 것도 그 해 11월3일이었다. 따라서 2009년 4분기는 신종플루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빠른 확산을 전제로 연간 성장률을 0.1∼0.3%포인트 떨어뜨리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2009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에 전기보다 3.3% 줄었다가 2009년 1∼3분기 0.1%, 1.5%, 2.8%로 증가폭을 늘려가다가 주저앉은 셈이다. 신종플루가 잦아든 이듬해 1분기에는 2.2% 성장하며 회복했다. 
 

신종플루의 영향이 컸던 부문은 서비스업이다. 돌림병이 창궐하면 기본적으로 소비주체의 하나인 개인의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국인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기를 꺼리고 외국인 입국자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전기 대비로 2009년 3분기 1.4%에서 4분기 1.0%로 둔화한다.
 
이런 지표 악화가 온전히 신종플루 때문은 아니지만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업종별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운송업, 여행업, 숙박음식업 등 대외·여가 활동과 관련된 업종은 신종플루가 확산하던 10~11월의 지표가 추락했다가 대체로 12월부터 나아지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도시철도와 시내·시외버스 등 육상여객운송업 생산지표는 2009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로 -4.2%, -6.3%, -4.4% -3.4%씩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같은 시기에 -0.1%, -2.7%, -1.8%, 3.6%로 움직였다.
 
이 가운데 주점업은 -7.7%, -15.7%, -9.6%, 2.0%로 나타나 타격이 컸었음을 알 수 있다. 저녁 술자리를 자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여가생활 위축으로 휴양콘도운영업은 -1.6%, -8.2%, -10.4%, -12.5%로 눈에 띄게 침체했다. 여행업에 대한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여행사업은 그 해 9월부터 4개월간 각각 -34.2%, -34.1%, -19.2%, -0.5%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경기장과 골프장 등 스포츠서비스업 역시 10.4%, -2.8%, -1.9%, -5.1%로 침체양상을 보였다. 유원지·테마파크운영업은 각각 -24.5%, -28.0%, -47.5%, 14.3%를 기록해 10~11월에 침체의 골이 가장 깊었다. 반면에 병원의 생산지표는 14.1%, 14.7%, 16.0%, 20.4%로 늘어 커진 의료수요를 반영했다.

불안한 관광객
잇단 예약취소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내수 회복세가 확고하지 않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가 악화되면 이달 하순 발표될 예정인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응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발전전략’ 세미나에서 “메르스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계 부처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차관은 “일단 메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련 부처와 기관이 합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는 불안한 상황이다. 전체 산업생산은 2개월째 감소세다.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5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물량까지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0%대다. 담뱃값 인상을 제외하면 4개월째 마이너스인 셈이다. 때문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안 그래도 힘든데…대형 악재 돌출
등 돌리는 중국인 관광업계 직격탄
 
소매판매 등 내수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경우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 실제로 내수 회복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게 되면 유통업종이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경제연구소들에 따르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등 전염병이 생겼을 당시 관련국의 경제성장률이 급락했다. 사스 발병지였던 홍콩의 성장률은 2003년 1분기에 4.1%였지만 2분기에 -0.9% 였다. 중국은 같은 기간에 10.8%에서 7.9%로 성장률이 급락했다.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 한국의 여행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9% 감소했다. 
 
경제 부처들은 현재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별도의 대책을 내놓은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르스가 확산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면 정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부가 이달 말께 발표할 예정인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무게 중심이 경기부양에 실릴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올 상반기 끝까지 경기상황을 지켜보고 나서 거기에 맞는 방안을 찾겠다며 부양 가능성을 열어 놓고는 있다.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여행·관광, 유통 등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추경 편성 요구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성장세 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추경 논의가 가열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상반기 경기 흐름을 지켜본 뒤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 국가재정법(89조)은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장률 직격탄
내수·수출 타격
 

이런 점 때문에 올해 예상되는 3%대 성장을 경기침체로 볼 수 있는지, 재정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빚으로 빚을 막는 추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메르스 사태로 인해 정부가 추경 카드를 꺼낼 공산도 덩달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미 올해 성장률을 3.8%에서 3.3%로 낮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메르스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면 올해 성장률은 2% 후반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는 피해가 구체화되고 있어 긴장상태가 남다르다. 한 백화점은 메르스 발생 이후 주말 매출이 전년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5월 월간 매출 증가율(6%)에 한참 밑돌자 대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대한 경제적 영향을 수치화하기 어렵다면서도 선제적인 조기대응에 실패할 경우 경제 전방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입을 모은다. 메르스 환자의 출국과 재출국, 그리고 의심자의 격리 거부 등이 외국 언론에 소개되면서 자칫 한국이 보건 후진국으로 낙인찍힐 우려도 일고 있다.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대만 관광객 약 1300명이 한국 여행을 취소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말할 것도 없다. 여행업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예약 취소사례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7∼8월 출발할 해외 여행상품을 예약했던 내국인도 메르스 확산 때문에 여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메르스 감염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8개국에서 400여명의 선수단이 대회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광주U대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예상된다. 약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휴가철도 문제다. 휴가철은 관광업계의 대목이다. 휴가철이 활발하게 돌아가면 경제 전반에 큰 활력소가 된다. 만약 메르스가 계속 확산된다면 올 여름 휴가철은 그야말로 최악의 불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역대 최장 장마’로 기록됐던 지난 2012년 여름, 국내 경제는 불황을 면치 못했다.
 
올 성장률 3.8%→3.3% 예상

더 확산되면 2%대로 추락?
 
외국인 환자, 특히 중동 환자로 특수를 누렸던 병원업계도 울상이다. 메르스가 유입된 이후 중동발 환자가 뚝 끊긴 데 이어 국내 보건당국 방역체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환자 예약 문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공연계도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각종 공연이 취소됐던 상황이 재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2일 하나투어는 전날보다 8.87% 급락한 11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모두투어는 8.51% 떨어진 3만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화장품 제조사 등 중국인 관광객 수혜주들의 피해도 예견되고 있다. 한국화장품과 코리아나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고 에이블씨엔씨 한국콜마 코스맥스도 각각 7% 안팎 떨어졌다. ‘대장주’ 아모레퍼시픽마저 -4.52% 휘쳥였다.
 
메르스를 조기에 잡지 못할 경우, 지난 1년 동안 경제를 살린다며 발표한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등 각종 개수 진작 대책들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지난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고건 국무총리가 전체 컨트롤 타워를 맡아 국내에서는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이 전염병을 막아냈다. 국제사회는 한국을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르다. 국무총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가 최근에 입국했다.

총체적 난국
경제팀 대책은?
 
중차대한 시기에 적절하지 못한 출장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메르스 종합대응 컨트롤 타워를 지난 3일 구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며 “가능한 한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즉시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언행일치를 당부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도 가도 못하는’ 중동 진출 기업들 비상
 
수주텃밭인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방지를 위한 비상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동에 파견된 직원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데다 휴가나 업무차 국내로 입국하는 경우도 잦아 자칫 감염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3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중동에서 한국으로 복귀한 근로자는 5일 이내에 체온측정과 문진을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조치로 현장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본사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대응지침도 내려 보냈다. 현대건설은 중동에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업체로 사우디에서만 17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이라크, UAE 등 5개 국가에서는 32개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도 메르스와 관련된 매뉴얼을 마련해 감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동 건설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체온을 매일 측정하는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가려내고 있다. GS건설은 안전보건팀을 통해 중동에 근무하는 직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중동 현지에 지정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있는 대우건설은 감염 예방 지침을 보다 강화했다. 2013년부터 메르스 감염 예방 지침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 대우건설은 최근 모든 해외 현장에 해당 지침을 전달했다. 대림산업은 중동 근로자들이 낙타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중동 낙타는 현지인들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원으로 알려졌다.
 
저유가 기조 장기화에 메르스 악재까지 겹치자 중동 수주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기준 국내 건설업체들이 거둔 중동 수주액은 68억2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로 중동 국가들이 발주물량을 줄인 영향이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현지 직원들이 메르스에 감염될 경우 기존 사업차질은 물론 중동 리스크에 따른 수주환경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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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