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⑥괴담이 판친다

격리 병원 가보니… 불안한 시민들 태평한 의료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메르스가 한국을 강타했다. 뒷짐만 지고 있던 정부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시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핑계로 발병 지역과 환자가 거쳐 간 병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흘러다니는 괴담들을 <일요시사>가 파헤쳐 봤다.

 
지난 2일 오후 5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선별 진료소가 설치된 서울 중구 을지로6가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향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정부는 메르스 확산을 우려해 호흡기 증상(고열·기침·가래·호흡곤란)이 있어 찾아온 환자를 이곳에 격리 진료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가는 길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진료소 갔더니
젊은 레지던트만
 
평소 같으면 관광객으로 바글바글한 역사 안이 한산했다. 그렇다고 관광객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저마다 큼직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관광객들도 곧잘 보였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캐리어를 끌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만에서 온 A씨의 형형색색 마스크가 눈에 띄었다. A씨는 “메르스 때문에 가족들이 여행을 말렸지만, 어제 한국에 도착했다”며 “주변에서는 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나도 걱정돼 한국에서 마스크를 사서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 보인 사람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꽤 많이 보였다. 기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국립중앙의료원 후문에 있는 메르스 선변 진료실. 가는 골목길은 적막했다. 멀리서 큼직한 텐트와 ‘메르스 선변 진료실’이라고 붙여진 빨간 플래카드가 보였다.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한 경비원이 혼자서 후문을 지키고 있는 모습 정도만 보였다. ‘철통 경비가 아닐까’생각한 기자의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갔다. 쉽게 후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병원을 쭉 한 바퀴 돌아봤다. 병원 곳곳에는 ‘메르스로 의심되어 진찰을 위해 내원하신 분은 병원으로 들어가지 말고 선별 진료소로 가십시오’라는 간판이 보였다.
 
선별 진료소 문 앞 안내문에는 ‘메르스 관련 상담 및 진료를 원하면 뒤편 호출벨을 누르고 대기하라’라는 알림판이 있다. 병원 문은 굳게 닫힌 채 그 앞에는 탁자가 깔렸다. 탁자 위에는 혈압계와 알콜 손세정제, 진료기구, 마스크, 체온계 등이 놓였다.
 
진료소 앞에서 한 30대 청년이 레지던트로 보이는 젊은 의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청년은 며칠 전부터 고열과 가래 증상 때문에 찾아왔다. 진찰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레지던트는 “중동에 다녀온 적이 있느냐?”며 물었다. 청년이 “다녀온 적이 없다”고 답하자 레지던트는 “중동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메르스에 감염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굳이 진찰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최근 열나는 환자들만 봐도 겁부터 난다고 호소하는 일반 병원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하지만 청년은 그래도 찜찜한지 계속 진찰을 받아보고 싶다고 버텼다.
 
환자 “고열이 나서 검사 받고 싶습니다”
의사 “중동 다녀왔어요? 아니면 됐어요”
 

그렇게 이들은 실랑이를 얼마간 벌였다. 레지던트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더니 상급 의사 두 명을 함께 데리고 나왔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의료진들은 청년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이후 의료진들은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가곤 나오지 않았다. 청년은 발걸음을 후문 밖으로 돌렸다.
 
 
기자는 “진찰은 잘 받았느냐”며 “의사가 세 명씩이나 나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물었다. 청년은 “고열과 가래 기운이 있는데도 진찰을 안 해주는 것 같다”며 “내가 계속 진료를 받고 싶다고 말하자 레지던트가 자기 선에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전문의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이 ‘중동에 안 갔으니깐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날 설득하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청년은 떨떠름한 표정을 떨치지 못한 채 돌아갔다.
 
곧이어 후문에 있던 경비원이 기자에게 다가와 “무슨 일 때문에 왔느냐”물어 “취재하러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경비원은 “현재 여기는 취재 금지 구역”이라며 “나가달라”고 말했다.
 
감추려는 게 
정말 능사일까
 
이번에는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대학교병원에는 메르스 의심 환자 격리센터(의심증상 검사 및 임시 수용시설)가 있다. 지난 1일 정부는 국내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나자 서울대학교병원에 격리센터를 설치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일대에 들어서자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꽤 많았다. 하나같이 호흡기 마스크 ‘N95’를 착용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방문객이나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었다.
 
격리센터 역시 실외인 응급실 앞에 설치돼 있다. 천막 텐트에는 ‘의심 증상이 있는 분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 후 직원에게 문의하시오’라는 안내문이 외래어로 곳곳에 붙여졌다. 천막의 후문은 구급차로 굳게 막고 있다. 주위는 빨간색 폴리스 라인으로 출입을 통제했다. 방호복을 입은 의사는 보안경까지 착용하며 주변을 지켰다. 천막을 지키고 있는 의사에게 “지금까지 몇 명이나 이곳 천막에 들어갔느냐” 물었지만 묵묵부답이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응급실로 들어갔다. 하나같이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했다. 병원 대기실의 텔레비전에서는 메르스 관련 보도가 줄기차게 나왔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혀를 치며 이번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환자 가족인 B씨는 기자가 말을 걸어오자 “마스크를 쓰고 오라”고 지적했다. 메르스는 침으로 전달된다고 알려져 있어 이를 경계했던 모양이다. 기자는 병원에서 나눠주는 마스크를 쓰고 B씨에게 이곳 상황을 물었다. B씨는 “어제 한 명 격리센터에 들어갔다”며 “사람들이 메르스 증상으로 진찰 오는 사람은 있는데 격리센터까지 가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메르스와 비슷한 증상 때문에 오는데 그렇게 심하지 않거나 중동에 갔다 온 적이 없으면 귀가 조치시킨다”며 “조금만 열이 나거나 느낌이 안 좋다 생각하면 병원에 오기 때문에 일일이 다 진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감염된 환자들 대부분이 중동에 방문한 적 없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리고 발병 지역인 평택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메르스의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감염자 수는 확산하고 있다.
 
 
대기실 텔레비전에서는 ‘보건당국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언론의 지나친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B씨는 “확산이나 막아라”고 일갈했다.
 

오후 8시 괴담 속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 병원을 찾았다. 괴담에 등장한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은 지난달 31일 유언비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SNS 상에 ‘당분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가지마라’ ‘메르스 확진자 여의도 성모병원에 왔고, 중환자실은 폐쇄됐다’는 괴담이 돌았다.
 
병원 측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확정확정을 내린 것은 사실”이라며 “확진 판정 후 환자는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이송. 관련 의료진 및 직원은 즉시 자택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환자실이 폐쇄됐다고 하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정상 운영 중”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괴담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황이었다.
 
거짓 혹은 진실
뭐가 뭔지 혼동
 
평소 같으면 북적거릴 응급실은 텅 비어 있다. 대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조차도 없었다. 응급실 병상은 총 36개 중 환자가 누워 있는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았다. 메르스 확직자가 격리됐던 병실도 지금은 소독된 후 빈 병실 상태였다. 또 폐쇄됐다는 중환자실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다만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었다. 괴담이 퍼진 뒤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급격히 줄었으며 진료와 수술 예약 취소도 잇따랐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해 엄벌 방침을 밝혔다. 지난 3일 메르스 괴담을 유포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남성은 지난 2일 메르스 발생 병원과 병원 4곳의 이름이 적힌 메시지를 지인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포 키우는 유언비어 확산
숨기는 정부가 부추기는 꼴
 
각종 모바일 메신저와 온라인 커뮤니티, SNS상에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괴담이 급속도록 퍼지는 중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괴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SNS상에는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 ‘치사율 90%’라는 괴담이 떠돌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공기 감염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메르스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하지만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 바깥으로 튀는 분비물에 의한 비말감염으로 전파된다. 만일 공기로 전파됐다면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건당국은 숨만 쉬어도 감염된다는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메르스 확진자가 늘면서 SNS 등에서 이들이 전전한 병원에 방문할 경우 옮을 수 있다며 가지 말라는 글이 떠돌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메르스의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면서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경우에 제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에 감염되면 죽는다’라는 글이 돌아다니며 시민에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메르스의 치사율은 40% 정도다.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최초 환자가 보고된 이후 2015년 5월 현재까지 23개국에서 1142명이 발생해 이 중 465명이 사망했다. 수치상 높지만, 중동지역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의료 시설이 낙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은 신속한 검진과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치사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는 바세린을 콧속에 바르면 메르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해당 글은 “대부분의 바이러스 등은 수용성이고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데 바세린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며 이유도 설명했다.  하지만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은 “바이러스는 수용성, 지용성이 없다”며 “바세린이 메르스 감염을 예방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올바른 예방법이라고 일을 모았다. 
 
괴담뿐만 아니라 “경기 평택과 수원 등에 메르스 감염자가 집중됐다”는 내용과 “평택 미군기지에 배송된 탄저균으로 발생한 병을 메르스라고 당국이 속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민관합동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정부는 메르스 발생 지역과 병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미 메르스 발생 지역과 병원이 SNS상에 떠돌고 있음에도 말이다. 

괴담 퍼진 뒤
의심자 줄이어
 
이런 정부의 태도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언가를 감추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은 줄기차게 메르스 환자 정보와 발생 지역과 병원을 밝히라고 촉구한다. 시민들은 일부 괴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차라리 SNS 괴담을  믿는다”고 말한다. 폐쇄적인 정부 정책이 괴담을 더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포 부추기는 '메르스 마케팅' 백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문에 시민들이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이를 틈타 쇼핑몰들의 얄팍한 상술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일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감에 빠졌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덜기 위해 마스크, 손 세정제 등 개인위생용품 구매에 나섰다. 하지만 옥션, 11번가 등 각종 온라인 마켓에선 정체불명의 메르스 예방 상품이 판을 쳤다. 
 
중소제약회사는 아연, 비타민E 등이 포함된 일반 영양제를 두고 ‘메르스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준다’며 소비자를 현혹했다. 다른 회사가 판매하는 한방차는 도라지를 원료로 만든 평소 누구나 마시는 일방적인 차 종류였지만 ‘메르스 예방에 좋다’는 문구로 포장 됐다. 
 
1만25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목걸이형 ‘휴대용 바이러스 차단기’는 바이러스나 알레르기 물질을 제거해준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를 검증할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소개하지 않고 있다. 
 
또 일부 김치 회사에서는 마늘이나 김치가 메르스 예방에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계에 따르면 모두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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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