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⑥괴담이 판친다

격리 병원 가보니… 불안한 시민들 태평한 의료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메르스가 한국을 강타했다. 뒷짐만 지고 있던 정부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시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핑계로 발병 지역과 환자가 거쳐 간 병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흘러다니는 괴담들을 <일요시사>가 파헤쳐 봤다.

 
지난 2일 오후 5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선별 진료소가 설치된 서울 중구 을지로6가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향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정부는 메르스 확산을 우려해 호흡기 증상(고열·기침·가래·호흡곤란)이 있어 찾아온 환자를 이곳에 격리 진료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가는 길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진료소 갔더니
젊은 레지던트만
 
평소 같으면 관광객으로 바글바글한 역사 안이 한산했다. 그렇다고 관광객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저마다 큼직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관광객들도 곧잘 보였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캐리어를 끌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만에서 온 A씨의 형형색색 마스크가 눈에 띄었다. A씨는 “메르스 때문에 가족들이 여행을 말렸지만, 어제 한국에 도착했다”며 “주변에서는 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나도 걱정돼 한국에서 마스크를 사서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 보인 사람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꽤 많이 보였다. 기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국립중앙의료원 후문에 있는 메르스 선변 진료실. 가는 골목길은 적막했다. 멀리서 큼직한 텐트와 ‘메르스 선변 진료실’이라고 붙여진 빨간 플래카드가 보였다.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한 경비원이 혼자서 후문을 지키고 있는 모습 정도만 보였다. ‘철통 경비가 아닐까’생각한 기자의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갔다. 쉽게 후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병원을 쭉 한 바퀴 돌아봤다. 병원 곳곳에는 ‘메르스로 의심되어 진찰을 위해 내원하신 분은 병원으로 들어가지 말고 선별 진료소로 가십시오’라는 간판이 보였다.
 
선별 진료소 문 앞 안내문에는 ‘메르스 관련 상담 및 진료를 원하면 뒤편 호출벨을 누르고 대기하라’라는 알림판이 있다. 병원 문은 굳게 닫힌 채 그 앞에는 탁자가 깔렸다. 탁자 위에는 혈압계와 알콜 손세정제, 진료기구, 마스크, 체온계 등이 놓였다.
 
진료소 앞에서 한 30대 청년이 레지던트로 보이는 젊은 의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청년은 며칠 전부터 고열과 가래 증상 때문에 찾아왔다. 진찰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레지던트는 “중동에 다녀온 적이 있느냐?”며 물었다. 청년이 “다녀온 적이 없다”고 답하자 레지던트는 “중동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메르스에 감염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굳이 진찰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최근 열나는 환자들만 봐도 겁부터 난다고 호소하는 일반 병원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하지만 청년은 그래도 찜찜한지 계속 진찰을 받아보고 싶다고 버텼다.
 
환자 “고열이 나서 검사 받고 싶습니다”
의사 “중동 다녀왔어요? 아니면 됐어요”
 

그렇게 이들은 실랑이를 얼마간 벌였다. 레지던트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더니 상급 의사 두 명을 함께 데리고 나왔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의료진들은 청년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이후 의료진들은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가곤 나오지 않았다. 청년은 발걸음을 후문 밖으로 돌렸다.
 
 
기자는 “진찰은 잘 받았느냐”며 “의사가 세 명씩이나 나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물었다. 청년은 “고열과 가래 기운이 있는데도 진찰을 안 해주는 것 같다”며 “내가 계속 진료를 받고 싶다고 말하자 레지던트가 자기 선에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전문의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이 ‘중동에 안 갔으니깐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날 설득하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청년은 떨떠름한 표정을 떨치지 못한 채 돌아갔다.
 
곧이어 후문에 있던 경비원이 기자에게 다가와 “무슨 일 때문에 왔느냐”물어 “취재하러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경비원은 “현재 여기는 취재 금지 구역”이라며 “나가달라”고 말했다.
 
감추려는 게 
정말 능사일까
 
이번에는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대학교병원에는 메르스 의심 환자 격리센터(의심증상 검사 및 임시 수용시설)가 있다. 지난 1일 정부는 국내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나자 서울대학교병원에 격리센터를 설치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일대에 들어서자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꽤 많았다. 하나같이 호흡기 마스크 ‘N95’를 착용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방문객이나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었다.
 
격리센터 역시 실외인 응급실 앞에 설치돼 있다. 천막 텐트에는 ‘의심 증상이 있는 분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 후 직원에게 문의하시오’라는 안내문이 외래어로 곳곳에 붙여졌다. 천막의 후문은 구급차로 굳게 막고 있다. 주위는 빨간색 폴리스 라인으로 출입을 통제했다. 방호복을 입은 의사는 보안경까지 착용하며 주변을 지켰다. 천막을 지키고 있는 의사에게 “지금까지 몇 명이나 이곳 천막에 들어갔느냐” 물었지만 묵묵부답이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응급실로 들어갔다. 하나같이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했다. 병원 대기실의 텔레비전에서는 메르스 관련 보도가 줄기차게 나왔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혀를 치며 이번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환자 가족인 B씨는 기자가 말을 걸어오자 “마스크를 쓰고 오라”고 지적했다. 메르스는 침으로 전달된다고 알려져 있어 이를 경계했던 모양이다. 기자는 병원에서 나눠주는 마스크를 쓰고 B씨에게 이곳 상황을 물었다. B씨는 “어제 한 명 격리센터에 들어갔다”며 “사람들이 메르스 증상으로 진찰 오는 사람은 있는데 격리센터까지 가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메르스와 비슷한 증상 때문에 오는데 그렇게 심하지 않거나 중동에 갔다 온 적이 없으면 귀가 조치시킨다”며 “조금만 열이 나거나 느낌이 안 좋다 생각하면 병원에 오기 때문에 일일이 다 진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감염된 환자들 대부분이 중동에 방문한 적 없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리고 발병 지역인 평택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메르스의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감염자 수는 확산하고 있다.
 
 
대기실 텔레비전에서는 ‘보건당국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언론의 지나친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B씨는 “확산이나 막아라”고 일갈했다.
 

오후 8시 괴담 속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 병원을 찾았다. 괴담에 등장한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은 지난달 31일 유언비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SNS 상에 ‘당분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가지마라’ ‘메르스 확진자 여의도 성모병원에 왔고, 중환자실은 폐쇄됐다’는 괴담이 돌았다.
 
병원 측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확정확정을 내린 것은 사실”이라며 “확진 판정 후 환자는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이송. 관련 의료진 및 직원은 즉시 자택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환자실이 폐쇄됐다고 하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정상 운영 중”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괴담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황이었다.
 
거짓 혹은 진실
뭐가 뭔지 혼동
 
평소 같으면 북적거릴 응급실은 텅 비어 있다. 대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조차도 없었다. 응급실 병상은 총 36개 중 환자가 누워 있는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았다. 메르스 확직자가 격리됐던 병실도 지금은 소독된 후 빈 병실 상태였다. 또 폐쇄됐다는 중환자실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다만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었다. 괴담이 퍼진 뒤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급격히 줄었으며 진료와 수술 예약 취소도 잇따랐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해 엄벌 방침을 밝혔다. 지난 3일 메르스 괴담을 유포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남성은 지난 2일 메르스 발생 병원과 병원 4곳의 이름이 적힌 메시지를 지인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포 키우는 유언비어 확산
숨기는 정부가 부추기는 꼴
 
각종 모바일 메신저와 온라인 커뮤니티, SNS상에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괴담이 급속도록 퍼지는 중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괴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SNS상에는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 ‘치사율 90%’라는 괴담이 떠돌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공기 감염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메르스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하지만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 바깥으로 튀는 분비물에 의한 비말감염으로 전파된다. 만일 공기로 전파됐다면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건당국은 숨만 쉬어도 감염된다는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메르스 확진자가 늘면서 SNS 등에서 이들이 전전한 병원에 방문할 경우 옮을 수 있다며 가지 말라는 글이 떠돌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메르스의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면서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경우에 제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에 감염되면 죽는다’라는 글이 돌아다니며 시민에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메르스의 치사율은 40% 정도다.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최초 환자가 보고된 이후 2015년 5월 현재까지 23개국에서 1142명이 발생해 이 중 465명이 사망했다. 수치상 높지만, 중동지역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의료 시설이 낙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은 신속한 검진과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치사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는 바세린을 콧속에 바르면 메르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해당 글은 “대부분의 바이러스 등은 수용성이고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데 바세린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며 이유도 설명했다.  하지만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은 “바이러스는 수용성, 지용성이 없다”며 “바세린이 메르스 감염을 예방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올바른 예방법이라고 일을 모았다. 
 
괴담뿐만 아니라 “경기 평택과 수원 등에 메르스 감염자가 집중됐다”는 내용과 “평택 미군기지에 배송된 탄저균으로 발생한 병을 메르스라고 당국이 속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민관합동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정부는 메르스 발생 지역과 병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미 메르스 발생 지역과 병원이 SNS상에 떠돌고 있음에도 말이다. 

괴담 퍼진 뒤
의심자 줄이어
 
이런 정부의 태도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언가를 감추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은 줄기차게 메르스 환자 정보와 발생 지역과 병원을 밝히라고 촉구한다. 시민들은 일부 괴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차라리 SNS 괴담을  믿는다”고 말한다. 폐쇄적인 정부 정책이 괴담을 더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포 부추기는 '메르스 마케팅' 백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문에 시민들이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이를 틈타 쇼핑몰들의 얄팍한 상술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일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감에 빠졌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덜기 위해 마스크, 손 세정제 등 개인위생용품 구매에 나섰다. 하지만 옥션, 11번가 등 각종 온라인 마켓에선 정체불명의 메르스 예방 상품이 판을 쳤다. 
 
중소제약회사는 아연, 비타민E 등이 포함된 일반 영양제를 두고 ‘메르스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준다’며 소비자를 현혹했다. 다른 회사가 판매하는 한방차는 도라지를 원료로 만든 평소 누구나 마시는 일방적인 차 종류였지만 ‘메르스 예방에 좋다’는 문구로 포장 됐다. 
 
1만25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목걸이형 ‘휴대용 바이러스 차단기’는 바이러스나 알레르기 물질을 제거해준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를 검증할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소개하지 않고 있다. 
 
또 일부 김치 회사에서는 마늘이나 김치가 메르스 예방에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계에 따르면 모두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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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